위태로운 제안

위태로운 제안

By:  고운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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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Chap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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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 차, 온하랑은 끝내 부승민의 마음을 녹이지 못했다.첫사랑이 귀국하는 순간, 그녀에게 주어진 건 달랑 이혼협의서 한 장뿐.“만약 내가 오빠의 아이를 가졌다고 해도 이혼할 거야?”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발버둥 치고 싶었다.하지만 정작 매정한 대답만 들려왔다.“만약은 없어.”결국, 절망에 빠진 나머지 이제 그를 놓아주기로 했다....나중에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는 병상에 누워 이혼협의서에 사인했다.“부승민, 우린 이제 남남이야...”줄곧 과감하고 거침없기로 소문 난 마왕 같은 남자가 병상에 엎드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절히 애원했다.“하랑아, 제발 이혼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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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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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
70화이상보고 포기합니다. 그냥 네이버 소설보는게 더 나을것같더라고요 ㅂㅂ2
2024-04-29 13: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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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ul
시아가 혹시 온하랑 미국에 있을때 출산한 아이인가요? 부승민이랑 닮았다는건 온하랑과 부승민 사이의 아이…?????????? 그리고 온하랑 아빠였던 온강호가 찍던 납치사건은 추서윤 윤간사건과 관련있나요?? 속시원하게 완결해주면 좋겠네여! 온하랑이랑 부승민도 잘되구요..!
2024-04-27 22:21:5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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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 l
질질끌지말고 적당히하시고 완결해요ㅡ 소비자입장에서는 잼있는데 ㅎ 어그로심해서 어느순간ㅡ장난하나 해요 ㅡ완결 없는, 30화 이후부터 200회가 넘을때까지.. 이건아닌듯
2024-04-27 15:19: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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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희
화면이 검게 바뀐거 어떻게 하얀색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ㅠ.ㅠ
2024-04-24 16: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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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도대체 언제 완결됨?
2024-04-19 19: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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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언제 사이다되나요? 남자는 언제 자기 마음을 아나요???
2024-04-19 17: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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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225화째…아직도 애기는 청소이모님만 아시는중… 추서윤은 여전히 노답… 부승민은 이제 좀 정신 차리는중…? 온하랑은 바보 멍청이가 맞는듯… 그냥 이주혁이랑 결혼해라 온하랑아
2024-04-18 22: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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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재밌는데 못 보니까 답답하다
2024-04-18 17:08: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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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희
너무 재밌음 빠르게 업뎃해주세요
2024-04-10 20:55:5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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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 Ae Park
이거는 계속 돈주고 봐야하나요???
2024-03-30 10:21:34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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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인스타그램에서 타고들어와 보게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요
2024-03-30 07:22: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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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rungji
몇화 마무리 인가요? 190화 임신사실 모른다하고 232화하는데,, 계속 봐야하나 고민이에요
2024-03-29 15:22:1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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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krtjfdi
광고보고 들어와서 보다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119화 까지 봤는데 언제 이혼하나요??
2024-03-29 13:33:0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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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앤꾸
대존잼... ㅜㅜㅜ
2024-03-29 11:18: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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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두팔
재미있어여.....
2024-03-28 1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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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 Chapters
제1화
“환자분은 천성적으로 자궁벽이 얇은 편이라 태아의 위치가 정상이 아닐 가능성이 커요. 평소에 식단 조절 잘하고 운동도 빼먹지 마시고 항상 조심하는 게 좋아요.”의사가 말하면서 처방전을 작성하고 건네주었다.“자, 약 가지고 가세요.”“네, 감사합니다. 선생님.”온하랑은 처방전을 건네받고 천천히 일어섰다.이때, 의사가 한 마디 더 보탰다.“진짜 조심해야 해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큰일 날지도 몰라요.”자궁벽이 얇으면 유산하기 쉬웠다. 게다가 한 번 유산하면 다시 임신하지 못하는 임산부들이 대다수였다.“선생님, 감사합니다. 꼭 유의할게요.”온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결혼 3년 차, 그녀만큼 아이의 탄생을 고대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아이를 꼭 잘 지키겠다고 다짐했다.약을 받은 다음 온하랑은 병원에서 나와 차로 돌아갔다.기사가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오후 3시 비행기로 돌아오시는데 아직 20분 남았어요. 바로 공항으로 가실까요?”“네.”20분 뒤에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온하랑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고, 마음속은 기대로 가득 찼다.부승민이 한 달 가까이 출장 중이라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그녀는 공항으로 가는 내내 가방에서 임신 확인서를 꺼내 몇 번이고 들여다보고는 손으로 아랫배를 살짝 감쌌다.이곳에 그녀와 부승민의 아이가 있으며 8개월만 기다리면 곧 태어난다.지금은 당장 이 기쁜 소식을 부승민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공항에 도착하자 기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차를 세웠다.“사모님, 도련님께 연락 한번 해보실래요?”온하랑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부승민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휴대폰이 꺼져있다는 안내음만 흘러나왔다.“비행기가 연착된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봐요.”온하랑이 말했다.한참이 지나도 부승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온하랑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통하지 않았다.“더 기다려봅시다.”비행기 연착은 워낙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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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응.”“술 마셨어?”“친구랑 조금 마셨어.”욕실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자 온하랑은 찡그린 얼굴로 뒤척이며 편히 잠들지 못했다.이내 침대가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커다란 손이 그녀의 허리에 닿더니 우아한 곡선을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만지작거렸다.“음... 오늘은 안 돼...”온하랑은 눈을 감고 비몽사몽인 채로 그를 밀어냈다.행여나 아이가 다칠까 봐 무의식적으로 걱정했다.큰 손이 우뚝 멈추더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얼른 자.”졸음이 쏟아지는 탓에 그녀는 금세 잠이 들었다.아침에 일어난 온하랑의 곁에는 이미 온기가 사라지고 없었다. 단지 살짝 구겨진 침대 시트를 통해 어젯밤에 누군가 옆에 누워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그녀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대체 어제 왜 바로 잠이 들었냐는 말이다.물론 오늘 말해도 상관없었다.온하랑은 재빨리 씻고 옷장으로 걸어가서 부승민이 입을 흰색 슈트를 골라주었다. 그리고 어쨌거나 임신은 경사스러운 일이라 밝은 톤의 스프라이트 넥타이를 골라 침대맡에 놓았다.아침 조깅을 마친 부승민은 홈웨어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계단에서 내려오는 온하랑을 바라보며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고 말했다.“밥 먹자.”아침 식사를 마치고 온하랑은 심호흡하더니 행복과 기대가 엿보이는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오빠한테 할 말이 있어.”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부승민도 기뻐하겠지?“나도 할 말 있어.”부승민의 어조로 사뭇 가라앉았다.“그럼 오빠 먼저 해.”온하랑의 해맑은 미소에는 수줍음이 살짝 묻어났다.“온하랑, 우리... 이혼하자.”부승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놓인 서류를 집어 들고 건네주었다.“이건 이혼 합의서야. 우선 읽어보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최선을 다해 만족시켜 줄 테니까.”온하랑의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고,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부승민을 멍하니 바라봤다.이내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었다.한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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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3년 동안 두 사람의 사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느 평범한 부부와 다를 바 없었다.매일 아침 온하랑은 그의 슈트와 넥타이를 고르고, 함께 집을 나서 사무실로 출근했다.저녁 약속이 있을 때면 미리 알려주고, 취침 전에 루틴대로 스트레칭하고 샤워도 같이했다. 그리고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굿나잇 키스도 있었다.결혼기념일이나 밸런타인데이, 생일 선물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녀가 원하는 게 무엇이든 부승민은 전부 다 들어줬다.로맨틱함은 물론 이벤트까지 챙겨주지 않았는가?그는 완벽한 남편으로서 해야 할 일은 다 했다.심지어 앞으로 이렇게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하지만 추서윤이 돌아온 이상 모든 걸 끝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그렇다면 어제 휴대폰에서 들려왔던 여자 목소리의 주인이 추서윤이라는 뜻인가?둘이 이미 연락을 주고받은 건가?설마 출장 간 한 달 동안 줄곧 함께 붙어 있었던 건 아니겠지?어제 같이 귀국해서 밤에 추서윤과 있다가 늦게 돌아왔단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온하랑은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부승민 때문에 심장을 후벼파는 고통이 느껴져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온하랑, 걱정하지 마. 설령 이혼한다고 해도 우린 한 가족이야. 내가 제일 아끼는 여동생인 건 변함없어.”여동생이라니?3년의 결혼 생활 동안 같은 침대에 누워 함께 잠을 청했는데, 결국에는 여동생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인 건가?그녀는 결코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건 그때 가서 얘기해.”온하랑은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숙이고 대충 얼버무렸다.부승민이 손을 뻗어 옷깃을 잡아당기더니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참, 아까 무슨 말 하고 싶었던 거야?”온하랑은 무심하게 손에 든 서류를 넘기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다음 시즌 뉴컬렉션이 출시할 계획인데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오빠랑 상의하고 싶었어. 하지만 지금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든.”어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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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온하랑은 휴대폰을 손에 꼭 움켜쥐었다. 가슴이 아픈 나머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부승민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추서윤을 데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니.심지어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며 다들 두 사람을 축복해 주기 바빴지만, 오직 그녀만 감쪽같이 속았을 뿐이었다.지난 3년 동안 부승민이 결혼했다는 건 그의 가족밖에 몰랐다.여태껏 단 한 번도 친구들을 소개해 준 적이 없었던 건 물론이고, 가끔 마주치더라도 사람들은 지레 그녀가 부씨 일가의 양녀인 줄 알았다.“사모님?”차를 빼기 위해 차고를 찾은 기사는 온하랑의 차가 아직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온하랑은 재빨리 눈물을 닦으며 못 들은 척하더니 곧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사적인 감정 때문에 업무에 지장 주는 게 제일 싫은 그녀였다.당장은 일에 매진하면서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다.부승민의 메일 주소를 클릭하고 첨부파일에 계획표를 업로드한 뒤 온하랑은 전송을 눌렀다.곧이어 부승민이 답장을 보냈는데 여느 때처럼 간결했다.「좋아. 앞으로 신경 좀 써 줘.」온하랑은 머뭇거리다가 ‘알겠어’라고 답장하고는 재빨리 업무를 배분했다.퇴근 시간이 되자 부승민이 문자를 보냈다.「저녁에 볼일이 있으니까 먼저 가.」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는 또다시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알겠어’라고 답장했다.어쨌거나 그녀도 BX그룹의 임원에 속하는지라 예전에는 저녁 약속이 생기면 부승민은 무슨 일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줬는데 요즘은 단지 볼 일 있다는 말로 대충 둘러댔다.볼 일이라는 게 아마도 추서윤을 만나러 가는 거겠지.이때, 부승민의 문자가 도작했다.「출장 끝나고 돌아오면서 선물을 챙겼는데 깜빡하고 못 줬어. 내 캐리어에 있으니까 직접 가져가.」온하랑이 대답했다.「알았어.」부승민은 휴대폰 화면 속 단답형 문자를 보다가 갑자기 짜증이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 이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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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온하랑은 코끝이 찡하더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씁쓸함과 실망감에 마음이 괴로웠다.이렇게 다정한 부승민의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3년 동안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로 그녀를 대하지 않았는가?결국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늘 스스로 위로했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간이 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이제 그녀도 부승민이 부드러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단지 다른 여자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에 불과했을 뿐이다.둘은 차 앞을 지나쳤고, 부승민은 그녀의 차라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그런데 어찌 사람 자체를 신경 쓰겠는가?“사모님, 다녀오셨어요? 저녁에 뭘 드시...”도우미는 얼떨결에 온하랑의 눈에 맺힌 눈물을 발견했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자 차마 더는 물어보지 못했다.온몸에 힘이 다 빠진 온하랑은 문에 등을 털썩 기대었고, 울컥한 나머지 목이 메어왔다.종일 참다가 드디어 폭발한 듯 눈물이 빠르게 차올랐고, 눈가에서 흘러넘쳐 볼을 타고 톡 떨어졌다.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부모님이 일찍이 이혼하고 한부모 가정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그녀의 아이까지 똑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온하랑은 아이만큼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하지만 그녀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대체 어디 있을까?한참이 지나서 도우미가 조심스레 안방 문을 두드렸다.“사모님, 식사하세요.”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온하랑은 마지못해 대답하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했다.방을 나서기 전 갑자기 부승민의 문자가 떠올랐고, 출장 가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챙겼다고 했었다.대체 무슨 선물이지?온하랑은 옷방에 가서 그의 캐리어를 찾아 열어보았다.주얼리나 액세서리 따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팝 아티스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음반이었다.그녀는 음반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순간,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 새싹이 돋아나는 기분이 들었다.적어도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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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리안의 매니저 홍유라는 온하랑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대뜸 화부터 냈다.“전무님, 우리 리안이 BX 그룹과 일할 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툭 까놓고 말해주지, 이 세상에 회사가 BX 그룹만 있어요? 다른 광고를 다 거절했더니 계약까지 파기하면서 모델을 교체하는 걸 대체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죠? 지금 장난해요? 우리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부탁드릴게요.”온하랑이 말했다.“매니저님, 일단 전정해 보세요. 리안 씨 빼고 다른 모델이 없는데 교체가 웬 말이에요? ”“하! 아직 몰라요? BX 그룹 홍보팀 전무가 직접 연락이 와서 모델 교체하겠다고 했어요.”온하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매니저님, 제가 지금 바로 홍보팀 찾아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전화를 끊고 온하랑은 어두운 안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홍보팀을 찾아갔고, 하이힐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났다.BX 그룹에 입사한 지난 3년 동안 오미연이 그녀에게 딴죽 건 적이 결코 한두 번이 아니었다.“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요.”직원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떠나가는 온하랑을 보자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홍보팀 오 전무님과 우리 전무님은 늘 사이가 안 좋았죠.”온하랑은 곧바로 홍보팀 전무실로 찾아갔다.“오미연! 대체 왜 임리안을 교체하려는 건지 똑바로 설명해 봐.”자신을 찾아온 온하랑을 보자 오미연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무덤덤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걸어갔다.“온 전무, 웬 화가 그렇게 났을까? 일단 앉아서 얘기해.”“모른 척하지 마! 대표님께서 이미 컨펌한 기획안이야. 네가 뭔데 MQ의 일에 참견하는 거지?!”오미연도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참견한들 뭐 어떡하려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큰 소리 떵떵거리는 거야? 일찍 돌아간 네 아빠의 덕분이 아니라면 부씨 일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했을 텐데, MQ 브랜드 디렉터의 자리가 가당키나 하겠어?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면 안 되지.”온하랑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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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와 오미연을 번갈아 보더니 온몸으로 싸늘한 냉기를 뿜어냈다.“두 분 취미가 독특하네요. 무려 전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다툼하며 싸울 수 있죠? 정녕 솔선수범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회사가 장난 같습니까?”직원들은 황급히 목을 움츠리고 몰래 눈치만 살피기 바빴다.오미연이 당당하게 말했다.“대표님, 전 한창 일하고 있었는데 온 전무가 갑자기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심지어 다짜고짜 손찌검까지 하고, 이런 사람이 어찌 브랜드 디렉터로서 자격이 있겠어요?”부승민의 시선이 온하랑에게 머물렀고, 어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사과해.”온하랑은 심호흡하더니 양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 전무가 먼저 사과하면 저도 할게요.”무려 한 기업의 전무가 사내에서 손찌검했는데 잘못한 걸 뻔히 알면서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니?결과를 감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었다.오미연은 억울한 얼굴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제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온하랑이 반박하려는 찰나 부승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사과해!”단호한 목소리는 거절 따위 허락하지 않았다.온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쌀쌀맞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가가 시큰했다.이제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묻지 않는 건가?부승민의 목젖이 꿀렁거렸다.“다시 한번 말한다. 사과해.”온하랑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내 부루퉁한 얼굴로 오미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오 전무, 미안해.”오미연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다음엔 국물도 없을 줄 알아.”“다만 왜 모델을 바꿨는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온하랑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미연은 피식 웃으며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당연히 대표님의 지시 아니겠어?”온하랑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봤다.부승민은 부인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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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차오르는 씁쓸함을 애써 억눌렀다.“하지만 추서윤의 이미지는 우리 제품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아요.”추서윤은 해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대부분 시크하고 도도한 스타일을 고수했다.“그건 네 사정이고 내 알 바 아니야.”부승민이 말했다.“너라면 잘 해내리라 믿어. 이번 광고가 서윤에게 아주 중요하니까 네가 모든 과정을 책임졌으면 좋겠어.”온하랑은 온몸이 무기력하며 얼굴이 점점 굳어졌는데 대체 무슨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자기 첫사랑을 현 와이프에게 맡기는 잔인한 짓을 하다니?정녕 그녀가 슬픔과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감정 없는 사람인 줄 아는 건가?“알았어요, 최선을 다할게요.”온하랑은 목구멍에 생선 가시라도 걸린 듯 따끔거렸고,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화장실.온하랑은 계속해서 헛구역질만 했을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이내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배 속의 아이를 달래주었다.벽 거울 속 여자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시울이 빨갰다.그녀는 찬물로 연거푸 세수했다.‘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추서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것쯤이야, 광고 촬영부터 송출까지 담당하는 건 늘 해오던 일인지라 문제없을 거로 확신했다.온하랑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그녀는 어떤 난관에 봉착하든 꿋꿋이 버텨내리라 다짐했었다.하늘에서 지켜보는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아이를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사무실에 돌아가 임리안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하며 사과했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써주겠다며, 앞으로 괜찮은 광고 건이 있으면 임리안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홍유라는 비로소 한발 물러섰다.전화를 끊고 나서 온하랑은 비서에게 추서윤의 자세한 자료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고, 같은 부서 직원들끼리 긴급회의를 열었다.온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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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3년 전, 부승민은 추서윤을 본가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아무리 멀리 떨어졌다고 해도 매일 본가에서 학교를 다녔다. 물론 이유는 단지 가끔 찾아오는 부승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날 비록 그녀의 바람대로 마주쳤지만, 추서윤이 여자 친구라며 가족에게 소개하는 부승민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심지어 정원에서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두 사람을 발견하지 않았는가?그녀는 앞으로 평생 멀리서만 부승민을 지켜봐야만 하나 싶었다.부승민과 결혼하는 날까지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물론 꿈이라면 언젠간 깨어나기 마련이다.추서윤이 바로 그녀의 단잠을 깨운 장본인이었다.온하랑은 심장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이에요. 서윤 씨는 더 예뻐졌네요.”이제 와서 ‘둘째 새언니’라는 호칭은 죽어도 부르지 못할 것이다.추서윤이 생긋 웃었다.“고마워, 너도 예뻐졌네. 참, L.X 친필 사인 음반은 마음에 들어? 네가 예전에 L.X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마침 해외 활동하다가 알게 된 친구거든. 이번에 귀국하기 전에 사인받으면서 특별히 네 이름까지 적어달라고 부탁했어.”온하랑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침착하고 여유 넘치기로 소문난 그녀인데 순간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마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음거리 신세로 전락한 광대처럼 느껴졌다.이내 멍하니 부승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애원하듯 바라보았다.부승민이 추서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이 챙긴 선물이라고, 그가 특별히 부탁한 것이라고 말해주길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부승민은 무심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했다.“왜? 서윤이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온하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고 무덤덤하게 말했다.“회포는 나중에 풀고 다들 오전부터 기다렸는데 얼른 앉아서 본론부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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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제 BX 그룹 직원뿐만 아니라 추서윤의 스텝까지 안색이 변했다. 그중 한 사람이 테이블 아래로 몰래 안수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하지만 안수빈은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매니저님의 뜻은 회장님께서 옛정 따위 안중에도 없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건가요?”온하랑이 차분하게 되물었다.순간, 안수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런 뜻은 아닙니다.”이때, 문이 열리면서 부승민과 추서윤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부승민은 잘생기고 명문가 출신에 추서윤은 예쁘고 이미 인정받은 배우로서 둘의 만남은 뭇사람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프로젝트 매니저가 온하랑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대표님과 추서윤 씨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이제 BX 그룹의 안주인이 곧 생기는 건가요?”온하랑은 따끔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더니 일어나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하려고 했다.“대표님, 와주셔서 고마워요. 자, 여기 앉으세요. 서윤아, 너도 이리 와서 앉아.”안수빈이 온하랑을 앞질러 말하면서 부승민의 옆자리에 추서윤을 앉혔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서 둘을 맞이했다.“다들 앉으시죠.”부승민의 말의 끝나기 무섭게 모두 다시 착석했다.그런대로 화기애애한 시간이 이어졌고, 조금 전 어색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안수빈과 다른 사람들이 대화 주제를 찾아서 리드했고, 이따금 부승민과 추서윤에게 질문도 했다.부승민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허를 찌르는 대답을 했다.그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사람이 있었으나 부승민과 추서윤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이런저런 말이 오가다 안수빈은 추서윤의 앞접시를 보며 잔소리했다.“서윤아, 음식 조절하는 거 잊지 마.”연예인은 몸매 관리에 엄격했다.“알았어...”추서윤은 입을 삐죽 내밀며 삼겹살을 부승민의 앞접시에 놓았다.“승민아, 나 다 못 먹겠어. 네가 먹어줘.”앞에 마침 매운맛 육수와 기본 육수가 있는데, 이는 매운맛 육수에서 건져낸 삼겹살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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