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하랑은 휴대폰을 손에 꼭 움켜쥐었다. 가슴이 아픈 나머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부승민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추서윤을 데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니.심지어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며 다들 두 사람을 축복해 주기 바빴지만, 오직 그녀만 감쪽같이 속았을 뿐이었다.지난 3년 동안 부승민이 결혼했다는 건 그의 가족밖에 몰랐다.여태껏 단 한 번도 친구들을 소개해 준 적이 없었던 건 물론이고, 가끔 마주치더라도 사람들은 지레 그녀가 부씨 일가의 양녀인 줄 알았다.“사모님?”차를 빼기 위해 차고를 찾은 기사는 온하랑의 차가 아직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온하랑은 재빨리 눈물을 닦으며 못 들은 척하더니 곧바로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사적인 감정 때문에 업무에 지장 주는 게 제일 싫은 그녀였다.당장은 일에 매진하면서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다.부승민의 메일 주소를 클릭하고 첨부파일에 계획표를 업로드한 뒤 온하랑은 전송을 눌렀다.곧이어 부승민이 답장을 보냈는데 여느 때처럼 간결했다.「좋아. 앞으로 신경 좀 써 줘.」온하랑은 머뭇거리다가 ‘알겠어’라고 답장하고는 재빨리 업무를 배분했다.퇴근 시간이 되자 부승민이 문자를 보냈다.「저녁에 볼일이 있으니까 먼저 가.」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는 또다시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내 떨리는 손가락으로 ‘알겠어’라고 답장했다.어쨌거나 그녀도 BX그룹의 임원에 속하는지라 예전에는 저녁 약속이 생기면 부승민은 무슨 일인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줬는데 요즘은 단지 볼 일 있다는 말로 대충 둘러댔다.볼 일이라는 게 아마도 추서윤을 만나러 가는 거겠지.이때, 부승민의 문자가 도작했다.「출장 끝나고 돌아오면서 선물을 챙겼는데 깜빡하고 못 줬어. 내 캐리어에 있으니까 직접 가져가.」온하랑이 대답했다.「알았어.」부승민은 휴대폰 화면 속 단답형 문자를 보다가 갑자기 짜증이 스멀스멀 치밀어 올랐다. 이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질
온하랑은 코끝이 찡하더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씁쓸함과 실망감에 마음이 괴로웠다.이렇게 다정한 부승민의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3년 동안 시종일관 무심한 태도로 그녀를 대하지 않았는가?결국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늘 스스로 위로했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간이 걸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이제 그녀도 부승민이 부드러운 면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목격했다. 단지 다른 여자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에 불과했을 뿐이다.둘은 차 앞을 지나쳤고, 부승민은 그녀의 차라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그런데 어찌 사람 자체를 신경 쓰겠는가?“사모님, 다녀오셨어요? 저녁에 뭘 드시...”도우미는 얼떨결에 온하랑의 눈에 맺힌 눈물을 발견했고,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보자 차마 더는 물어보지 못했다.온몸에 힘이 다 빠진 온하랑은 문에 등을 털썩 기대었고, 울컥한 나머지 목이 메어왔다.종일 참다가 드디어 폭발한 듯 눈물이 빠르게 차올랐고, 눈가에서 흘러넘쳐 볼을 타고 톡 떨어졌다.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부모님이 일찍이 이혼하고 한부모 가정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그녀의 아이까지 똑같은 길을 걷게 하고 싶지 않았다.온하랑은 아이만큼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하지만 그녀에게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은 대체 어디 있을까?한참이 지나서 도우미가 조심스레 안방 문을 두드렸다.“사모님, 식사하세요.”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온하랑은 마지못해 대답하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했다.방을 나서기 전 갑자기 부승민의 문자가 떠올랐고, 출장 가서 그녀에게 줄 선물을 챙겼다고 했었다.대체 무슨 선물이지?온하랑은 옷방에 가서 그의 캐리어를 찾아 열어보았다.주얼리나 액세서리 따위 아닌 그녀가 좋아하는 팝 아티스트의 친필 사인이 담긴 음반이었다.그녀는 음반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순간,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 새싹이 돋아나는 기분이 들었다.적어도 그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임리안의 매니저 홍유라는 온하랑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대뜸 화부터 냈다.“전무님, 우리 리안이 BX 그룹과 일할 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툭 까놓고 말해주지, 이 세상에 회사가 BX 그룹만 있어요? 다른 광고를 다 거절했더니 계약까지 파기하면서 모델을 교체하는 걸 대체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죠? 지금 장난해요? 우리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부탁드릴게요.”온하랑이 말했다.“매니저님, 일단 전정해 보세요. 리안 씨 빼고 다른 모델이 없는데 교체가 웬 말이에요? ”“하! 아직 몰라요? BX 그룹 홍보팀 전무가 직접 연락이 와서 모델 교체하겠다고 했어요.”온하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매니저님, 제가 지금 바로 홍보팀 찾아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전화를 끊고 온하랑은 어두운 안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홍보팀을 찾아갔고, 하이힐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났다.BX 그룹에 입사한 지난 3년 동안 오미연이 그녀에게 딴죽 건 적이 결코 한두 번이 아니었다.“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요.”직원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떠나가는 온하랑을 보자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홍보팀 오 전무님과 우리 전무님은 늘 사이가 안 좋았죠.”온하랑은 곧바로 홍보팀 전무실로 찾아갔다.“오미연! 대체 왜 임리안을 교체하려는 건지 똑바로 설명해 봐.”자신을 찾아온 온하랑을 보자 오미연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무덤덤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걸어갔다.“온 전무, 웬 화가 그렇게 났을까? 일단 앉아서 얘기해.”“모른 척하지 마! 대표님께서 이미 컨펌한 기획안이야. 네가 뭔데 MQ의 일에 참견하는 거지?!”오미연도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참견한들 뭐 어떡하려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큰 소리 떵떵거리는 거야? 일찍 돌아간 네 아빠의 덕분이 아니라면 부씨 일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했을 텐데, MQ 브랜드 디렉터의 자리가 가당키나 하겠어?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면 안 되지.”온하랑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
부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와 오미연을 번갈아 보더니 온몸으로 싸늘한 냉기를 뿜어냈다.“두 분 취미가 독특하네요. 무려 전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다툼하며 싸울 수 있죠? 정녕 솔선수범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회사가 장난 같습니까?”직원들은 황급히 목을 움츠리고 몰래 눈치만 살피기 바빴다.오미연이 당당하게 말했다.“대표님, 전 한창 일하고 있었는데 온 전무가 갑자기 찾아와서 소란을 피웠습니다. 심지어 다짜고짜 손찌검까지 하고, 이런 사람이 어찌 브랜드 디렉터로서 자격이 있겠어요?”부승민의 시선이 온하랑에게 머물렀고, 어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사과해.”온하랑은 심호흡하더니 양옆에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오 전무가 먼저 사과하면 저도 할게요.”무려 한 기업의 전무가 사내에서 손찌검했는데 잘못한 걸 뻔히 알면서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니?결과를 감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상대방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었다.오미연은 억울한 얼굴로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제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온하랑이 반박하려는 찰나 부승민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사과해!”단호한 목소리는 거절 따위 허락하지 않았다.온하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쌀쌀맞은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눈가가 시큰했다.이제 진실이 무엇인지조차 묻지 않는 건가?부승민의 목젖이 꿀렁거렸다.“다시 한번 말한다. 사과해.”온하랑의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었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내 부루퉁한 얼굴로 오미연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오 전무, 미안해.”오미연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다음엔 국물도 없을 줄 알아.”“다만 왜 모델을 바꿨는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온하랑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오미연은 피식 웃으며 부승민을 바라보았다.“당연히 대표님의 지시 아니겠어?”온하랑은 깜짝 놀라며 당황한 표정으로 부승민을 바라봤다.부승민은 부인하지 않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차오르는 씁쓸함을 애써 억눌렀다.“하지만 추서윤의 이미지는 우리 제품 콘셉트와 어울리지 않아요.”추서윤은 해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대부분 시크하고 도도한 스타일을 고수했다.“그건 네 사정이고 내 알 바 아니야.”부승민이 말했다.“너라면 잘 해내리라 믿어. 이번 광고가 서윤에게 아주 중요하니까 네가 모든 과정을 책임졌으면 좋겠어.”온하랑은 온몸이 무기력하며 얼굴이 점점 굳어졌는데 대체 무슨 리액션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자기 첫사랑을 현 와이프에게 맡기는 잔인한 짓을 하다니?정녕 그녀가 슬픔과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감정 없는 사람인 줄 아는 건가?“알았어요, 최선을 다할게요.”온하랑은 목구멍에 생선 가시라도 걸린 듯 따끔거렸고,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화장실.온하랑은 계속해서 헛구역질만 했을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이내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배 속의 아이를 달래주었다.벽 거울 속 여자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시울이 빨갰다.그녀는 찬물로 연거푸 세수했다.‘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추서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것쯤이야, 광고 촬영부터 송출까지 담당하는 건 늘 해오던 일인지라 문제없을 거로 확신했다.온하랑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애써 미소를 지었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그녀는 어떤 난관에 봉착하든 꿋꿋이 버텨내리라 다짐했었다.하늘에서 지켜보는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아이를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사무실에 돌아가 임리안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의 말을 전하며 사과했다.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써주겠다며, 앞으로 괜찮은 광고 건이 있으면 임리안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홍유라는 비로소 한발 물러섰다.전화를 끊고 나서 온하랑은 비서에게 추서윤의 자세한 자료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고, 같은 부서 직원들끼리 긴급회의를 열었다.온종일
3년 전, 부승민은 추서윤을 본가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녀는 아무리 멀리 떨어졌다고 해도 매일 본가에서 학교를 다녔다. 물론 이유는 단지 가끔 찾아오는 부승민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그날 비록 그녀의 바람대로 마주쳤지만, 추서윤이 여자 친구라며 가족에게 소개하는 부승민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심지어 정원에서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두 사람을 발견하지 않았는가?그녀는 앞으로 평생 멀리서만 부승민을 지켜봐야만 하나 싶었다.부승민과 결혼하는 날까지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물론 꿈이라면 언젠간 깨어나기 마련이다.추서윤이 바로 그녀의 단잠을 깨운 장본인이었다.온하랑은 심장이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랜만이에요. 서윤 씨는 더 예뻐졌네요.”이제 와서 ‘둘째 새언니’라는 호칭은 죽어도 부르지 못할 것이다.추서윤이 생긋 웃었다.“고마워, 너도 예뻐졌네. 참, L.X 친필 사인 음반은 마음에 들어? 네가 예전에 L.X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마침 해외 활동하다가 알게 된 친구거든. 이번에 귀국하기 전에 사인받으면서 특별히 네 이름까지 적어달라고 부탁했어.”온하랑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침착하고 여유 넘치기로 소문난 그녀인데 순간 혼란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마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웃음거리 신세로 전락한 광대처럼 느껴졌다.이내 멍하니 부승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애원하듯 바라보았다.부승민이 추서윤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이 챙긴 선물이라고, 그가 특별히 부탁한 것이라고 말해주길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부승민은 무심하게 쳐다보며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했다.“왜? 서윤이가 준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온하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한참 후,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고 무덤덤하게 말했다.“회포는 나중에 풀고 다들 오전부터 기다렸는데 얼른 앉아서 본론부터 얘기
이제 BX 그룹 직원뿐만 아니라 추서윤의 스텝까지 안색이 변했다. 그중 한 사람이 테이블 아래로 몰래 안수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하지만 안수빈은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매니저님의 뜻은 회장님께서 옛정 따위 안중에도 없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건가요?”온하랑이 차분하게 되물었다.순간, 안수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런 뜻은 아닙니다.”이때, 문이 열리면서 부승민과 추서윤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부승민은 잘생기고 명문가 출신에 추서윤은 예쁘고 이미 인정받은 배우로서 둘의 만남은 뭇사람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프로젝트 매니저가 온하랑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대표님과 추서윤 씨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이제 BX 그룹의 안주인이 곧 생기는 건가요?”온하랑은 따끔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더니 일어나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하려고 했다.“대표님, 와주셔서 고마워요. 자, 여기 앉으세요. 서윤아, 너도 이리 와서 앉아.”안수빈이 온하랑을 앞질러 말하면서 부승민의 옆자리에 추서윤을 앉혔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서 둘을 맞이했다.“다들 앉으시죠.”부승민의 말의 끝나기 무섭게 모두 다시 착석했다.그런대로 화기애애한 시간이 이어졌고, 조금 전 어색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안수빈과 다른 사람들이 대화 주제를 찾아서 리드했고, 이따금 부승민과 추서윤에게 질문도 했다.부승민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허를 찌르는 대답을 했다.그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사람이 있었으나 부승민과 추서윤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이런저런 말이 오가다 안수빈은 추서윤의 앞접시를 보며 잔소리했다.“서윤아, 음식 조절하는 거 잊지 마.”연예인은 몸매 관리에 엄격했다.“알았어...”추서윤은 입을 삐죽 내밀며 삼겹살을 부승민의 앞접시에 놓았다.“승민아, 나 다 못 먹겠어. 네가 먹어줘.”앞에 마침 매운맛 육수와 기본 육수가 있는데, 이는 매운맛 육수에서 건져낸 삼겹살인지라
“아니.”부승민은 의자에 기대앉아 눈썹을 문질렀다. 그는 컴퓨터를 끄고 일어섰다.“가자.”집에 돌아오니 도우미들이 이미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간단하게 저녁 밥을 먹은 뒤 부승민은 서재로 가서 또 일을 했다.온하랑은 거실에 앉아서 드라마를 보았다. 따뜻한 물 한 컵을 받고 약상자에서 약을 꺼내 함께 넘겼다.“무슨 약 먹은 거야? 어디 안 좋아?”뒤에서 갑자기 부승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하랑은 가슴이 철렁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요즘 소화가 잘 안돼서.”부승민은 걸어와서 물 한 컵을 부었다.“병원에는 가 봤어?”그는 오늘 점심 식사에서 따뜻한 음식만 먹겠다고 했던 온하랑을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응, 가 봤어.”“그럼 됐어. 이제부터 건강 잘 챙겨.”그의 관심 어린 말에 온하랑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서글펐다.이른 아침, 온하랑은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그녀는 졸린 두 눈을 겨우 뜨고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 전무님, 일이 터졌습니다. 지금 실시간 검색어 확인 부탁드립니다.”온하랑이 물었다.“무슨 일인데요?”한편으로 재빠르게 태블릿으로 각 포털 사이트의 뉴스피드를 확인했다.“부 대표님과 추서윤 씨의 사진이 찍혔습니다.”비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온하랑도 기사를 클릭했다.비서는 온하랑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온 전무님, 어떻게 처리할까요?”“먼저 추서윤 씨 소속사에 연락해서 대응하지 말라고 하세요. 내가 회사에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요.”실시간 검색에 두 사람이 함께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이 찍혔다. 각 사이트에서 모두 화제가 되었다.두 회사에서 레스토랑에 출입하는 사진을 동시에 올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을 홍보하면 된다.“알겠습니다.”비서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온하랑이 말했다.“잠깐만요. 어제 다 같이 찍은 사진 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