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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리안의 매니저 홍유라는 온하랑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대뜸 화부터 냈다.

“전무님, 우리 리안이 BX 그룹과 일할 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툭 까놓고 말해주지, 이 세상에 회사가 BX 그룹만 있어요? 다른 광고를 다 거절했더니 계약까지 파기하면서 모델을 교체하는 걸 대체 어떻게 받아 들어야 하죠? 지금 장난해요? 우리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부탁드릴게요.”

온하랑이 말했다.

“매니저님, 일단 전정해 보세요. 리안 씨 빼고 다른 모델이 없는데 교체가 웬 말이에요? ”

“하! 아직 몰라요? BX 그룹 홍보팀 전무가 직접 연락이 와서 모델 교체하겠다고 했어요.”

온하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매니저님, 제가 지금 바로 홍보팀 찾아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온하랑은 어두운 안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홍보팀을 찾아갔고, 하이힐이 바닥과 부딪히면서 또각또각하는 소리가 났다.

BX 그룹에 입사한 지난 3년 동안 오미연이 그녀에게 딴죽 건 적이 결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네요.”

직원들이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떠나가는 온하랑을 보자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홍보팀 오 전무님과 우리 전무님은 늘 사이가 안 좋았죠.”

온하랑은 곧바로 홍보팀 전무실로 찾아갔다.

“오미연! 대체 왜 임리안을 교체하려는 건지 똑바로 설명해 봐.”

자신을 찾아온 온하랑을 보자 오미연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무덤덤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걸어갔다.

“온 전무, 웬 화가 그렇게 났을까? 일단 앉아서 얘기해.”

“모른 척하지 마! 대표님께서 이미 컨펌한 기획안이야. 네가 뭔데 MQ의 일에 참견하는 거지?!”

오미연도 지지 않고 되받아쳤다.

“참견한들 뭐 어떡하려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큰 소리 떵떵거리는 거야? 일찍 돌아간 네 아빠의 덕분이 아니라면 부씨 일가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못했을 텐데, MQ 브랜드 디렉터의 자리가 가당키나 하겠어?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면 안 되지.”

온하랑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내가 어떻게 브랜드 디렉터의 자리에 올랐든 네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닌 것 같은데?”

상대방이 누구든지 그녀의 아버지를 모욕하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소란스러움에 주의를 빼앗긴 직원들이 한두 명씩 늘어났고, 시선은 이미 모니터에서 몰래 두 사람에게로 옮겨 갔다.

“왜?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어? 아버지의 죽음을 빌미로 동정심을 유발해 BX 그룹에 들어온 건 너잖아? 심지어 대표님도 유혹했으면서!”

오미연은 피식 웃으며 한껏 조롱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출근할 때 부승민의 차에서 내리는 온하랑을 여러 번 목격했고, 점심이면 밥 먹듯이 대표실을 들락이는 그녀의 모습도 자주 보았다.

그래서 몰래 조사해 보고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시골 출신 촌놈에 불과한 여자가 단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회장님에게 간을 기증했다는 이유로 부씨 일가의 양녀로 받아달라고 은혜를 들먹이며 협박하지 않았겠는가? 게다가 몇 번이고 부승민에게 집적대면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 하다니, 정말 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

오미연의 두 눈에 질투하는 듯한 기색이 언뜻 스쳐 지나갔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쉽게도 이제 추서윤 씨가 귀국했으니까 네가 간이고 쓸개고 빼준다고 해도 대표님은 콧방귀도 안 뀔걸? 만약 일찍 죽은 네 아빠가 알았더라면...”

짝!

순간, 주위는 쥐 죽은 듯 고요했고 따귀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직원들은 숨을 죽이고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오미연은 뺨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온하랑! 지금 나한테 손을 댄 거야? 어디 한 번 끝장 보자! 너처럼 뻔뻔한 딸을 낳았으니 아빠가 일찍 죽지 않았겠어? 진작에...”

“넌 남을 존중할 줄 몰라? 오늘 제대로 가르쳐 줄게!”

온하랑은 오미연을 서늘하게 바라보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번쩍 들어 오미연을 향해 내리쳤지만, 그녀의 뺨에 닿지는 않았다.

때마침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에게 손목이 덥석 붙잡혔다.

온하랑은 싸늘한 얼굴로 뿌리치려고 했으나 상대방이 꿈쩍도 안 하자 짜증이 난 듯 고개를 돌렸는데,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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