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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본가에 도착하니 도우미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할머님께서는 지금 주방에서 요리 중이세요. 먼저 앉아 계세요.”

말을 마친 뒤 도우미는 두 사람에게 티와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부씨 가문의 안주인인 김정숙은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반평생을 재벌 집 사모님으로 축복받은 인생을 살았지만, 여전히 평범한 가정의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하고 직접 음식을 하는 걸 즐겼다. 가끔은 뜨개질로 목도리를 떠주는 것도 좋아하셨다.

부씨 가문의 후대들은 암암리에 서로 권력 다툼을 벌였지만 김정숙은 모두가 존경했다.

온하랑은 신발을 벗으며 도우미에게 물었다.

“할아버님은요?”

도우미는 위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쉬고 계세요. 요즘 할아버님의 정신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지세요.”

온하랑과 부승민은 그 말을 듣고 모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씨 가문의 사업은 할아버지의 선대로부터 물려받았으나 할아버지의 손에서 사업이 발전하고 규모가 커졌다. 젊으셨을 때 일하시느라 몸을 혹사하셨는데 나이가 드시니 이제야 건강에 무리가 왔다. 간이식까지 받으시고 계속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드셔야 했다.

“임 원장님은 뭐라고 하세요?”

부승민이 물었다.

임 원장은 현대병원의 병원장이자 할아버님의 개인 주치의이다.

“임 원장님도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부승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하랑은 주방으로 가서 김정숙을 도와주려고 했다.

“하랑아, 밖에서 쉬고 있어. 안 도와줘도 돼. 나 혼자서도 거뜬하다.”

김정숙은 도우려는 온하랑에게 쉬라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할머님, 거실에 앉아서 할 일도 없는데요. 도와드리고 싶어요.”

김정숙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왜 할 일이 없어? 앉아서 승민이 하고 얘기라도 나누고 있어.”

아무 말도 없는 온하랑을 보고 김정숙은 또 말했다.

“승민이 하고 싸웠니? 뉴스라면 나도 봤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승민이 단단히 혼낼 테니.”

“할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승민 씨 사이의 일은 저희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네 성격이 좋아서 승민이가 널 괴롭히는 거야. 이 자식 자기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르는 줄 아나 본데, 넌 영원히 우리 부씨 가문의 며느리야. 이혼하고 싶으면 날 먼저 넘어야 할 거야.”

김정숙은 나이가 들어도 정신이 맑았다.

온하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승민을 대신해 변명하지도 않았다.

그가 이혼을 원했고 할머님 할아버님에게도 직접 말하겠다고 했으니 잘 설명할 것이다.

온하랑은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그를 위해 숨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김정숙을 자극해 추서윤과 부승민 두 사람을 방해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식사 시간이 되자 도우미는 위층에서 부승호를 부축하며 내려왔고 부승민이 함께 도왔다.

온하랑은 김정숙을 도와 요리들을 하나씩 테이블로 옮겼다.

부승민이 말했다.

“할머니 음식은 여전히 맛있네요.”

김정숙은 온하랑을 한 번 보며 부승민을 혼냈다.

“넌 왜 네 부인은 칭찬 안 하니? 이 요리들은 하랑이가 한 거야. 점점 더 하랑이한테 무심한 거 같네.”

부승민이 흠칫했다.

“하랑이 음식 솜씨도 좋죠.”

“부승민.”

김정숙은 계속 부승민을 탓했다.

부승민은 오늘 스캔들 때문에 김정숙이 그를 못마땅하게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 식탁에 둘러앉은 뒤 부승호가 목을 가다듬었다.

“승민아, 최근에 추씨 집안 딸이 귀국했다지?”

부승민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마 전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 나도 봤다. 너희는 전에 잠깐 만났었지만 지금은 헤어진 사이다. 너와 하랑이는 부부이고. 이제부터는 추씨 가문의 딸과 가까이하지 말아. 하랑이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듣자 하니 그 아가씨를 회사 모델로 쓴다지? 그건 하랑이에게 맡기고 넌 참여하지 말아라.”

부승민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부승호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저는...”

“흠 흠 흠...”

부승호는 헛기침하며 부승민의 말을 가로막았다.

“내 생명의 은인이 하랑이 아버지야. 내가 하랑이를 꼭 손주며느리로 삼겠다고 약속했지. 그래서 너와 결혼시킨 거다. 결혼 전에 내가 네 이견을 물었었지? 그리고 넌 네 입으로 결혼하겠다고 했어. 나는 네가 책임감 있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승민아, 한 말을 지키지 않는 남자가 되면 안 된다. 날 실망하게 하지 마라. 널 데려온 걸 후회하게 만들지 마.”

부승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엄숙한 말씀에 부승민은 반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이 바로 반항이었고 조용히 자기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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