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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제 BX 그룹 직원뿐만 아니라 추서윤의 스텝까지 안색이 변했다. 그중 한 사람이 테이블 아래로 몰래 안수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안수빈은 여전히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매니저님의 뜻은 회장님께서 옛정 따위 안중에도 없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한다는 건가요?”

온하랑이 차분하게 되물었다.

순간, 안수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이때, 문이 열리면서 부승민과 추서윤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

부승민은 잘생기고 명문가 출신에 추서윤은 예쁘고 이미 인정받은 배우로서 둘의 만남은 뭇사람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온하랑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대표님과 추서윤 씨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아요? 이제 BX 그룹의 안주인이 곧 생기는 건가요?”

온하랑은 따끔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더니 일어나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하려고 했다.

“대표님, 와주셔서 고마워요. 자, 여기 앉으세요. 서윤아, 너도 이리 와서 앉아.”

안수빈이 온하랑을 앞질러 말하면서 부승민의 옆자리에 추서윤을 앉혔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서 둘을 맞이했다.

“다들 앉으시죠.”

부승민의 말의 끝나기 무섭게 모두 다시 착석했다.

그런대로 화기애애한 시간이 이어졌고, 조금 전 어색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안수빈과 다른 사람들이 대화 주제를 찾아서 리드했고, 이따금 부승민과 추서윤에게 질문도 했다.

부승민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가끔 허를 찌르는 대답을 했다.

그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사람이 있었으나 부승민과 추서윤 때문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다 안수빈은 추서윤의 앞접시를 보며 잔소리했다.

“서윤아, 음식 조절하는 거 잊지 마.”

연예인은 몸매 관리에 엄격했다.

“알았어...”

추서윤은 입을 삐죽 내밀며 삼겹살을 부승민의 앞접시에 놓았다.

“승민아, 나 다 못 먹겠어. 네가 먹어줘.”

앞에 마침 매운맛 육수와 기본 육수가 있는데, 이는 매운맛 육수에서 건져낸 삼겹살인지라 새빨간 고추기름이 묻어 있었다.

위가 안 좋은 부승민은 담백하게 먹는 편이라서 매운 음식을 멀리했다.

온하랑이 말해주려던 찰나 침착하게 고기를 집어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씹어 먹는 부승민을 발견했다.

결국 말문이 턱 막히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힘겹게 다시 삼켜버렸다.

설령 독약이라고 할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준다면 꿀처럼 달콤할 텐데 하물며 고추기름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순간 온하랑은 괜한 짓을 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망신을 자처하는 꼴이 되기 마련이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술을 권했지만, 요즘 위가 안 좋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음료수로 대체했다.

술이 웬만큼 들어가자 안수빈은 또다시 온하랑에게 화제를 돌리면서 넌지시 물었다.

“온 전무님이 부 대표님의 여동생이라고 들었는데, 같이 일도 하시니까 사이가 유난히 돈독하겠어요.”

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온하랑을 흘끔 쳐다보고는 옆에 있는 추서윤을 바라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라도 챙겨줘야죠.”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답변이지만, 그녀가 부씨 일가에 갔을 때 부승민은 이미 20살이 되었는지라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도 아닌데 어찌 남매의 정 따위 존재하겠는가?

온하랑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줄줄 흐르는 듯싶었다.

추서윤 앞이라서 그녀와 선을 긋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나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존재할지도 모른다.

3년 동안 부부로 지내면서 끝내 그의 마음을 녹이지 못했다.

지난 3년 그는 단지 할아버지의 체면을 봐서 잘해줬을 뿐이었다.

온하랑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도 대표님의 직원에 불과한데 사이가 돈독하면 얼마나 돈독하겠어요? 다만 안 매니저님께서 저한테 유난히 궁금한 게 많은 것 같네요?”

안수빈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텐데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서 그랬어요. 전무님, 혹시 기분 상하신 건 아니죠?”

두 시간 넘게 이어진 식사는 퇴근 무렵에 끝이 났다.

온하랑은 다른 직원들을 먼저 퇴근시켰고, 정작 본인은 사무실로 돌아가 바쁘게 일했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그녀는 불을 끄고 회사를 나섰다.

건물 전체에 고요함이 찾아왔고,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곳은 대표실뿐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온하랑은 대표실로 걸어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안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문을 한 뼘 정도 열고 부승민에게 물었다.

“저녁에 약속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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