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승민의 목을 끌어안으며 흥분에 겨워 칭찬했다.“와! 삼촌 진짜 대단해요! 정말 좋아!”“삼촌이 한 손으로 널 안아서 그래?”“네! 허웅이네 아빠가 맨날 걔를 한 손으로 안아 들었거든요! 시아는 아빠가 없어서 삼촌이 이렇게 안아주니까 아빠 같아요!”그 말을 듣고 부승민은 가슴이 아팠다. 눈앞의 이 꼬마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생각 없어 보여도 사실 다 알고 있었다. 이렇게 귀여운 꼬마를, 이 아이의 부모는 어찌 아이를 버리고 떠났을까. 정말 부모로서 자격도 없는 인간들이었다.그 순간, 부승민은 부시아를 입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는 그저 온하랑과 같이 있으려는 마음뿐이었지만 어쨌든 둘 사이에 더 이상 아이가 생기기 어려우니 부시아를 입양하는 건 어쩌면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는 지금 쉬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적어도 온하랑의 마음을 다시 돌린 후에 온하랑의 의견을 물어야 했으니까.두 사람은 본가에 와 점심을 먹었다. 아이는 많이 지쳤는지 졸려서 눈도 똑바로 못 뜨고 있었다. 부승민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시아야, 삼촌이 사는 데로 가자. 먼저 차에서 좀 자고 도착해서 푹 잘래?”“네.”그렇게 부승민은 시아를 데리고 더원파크힐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시아는 제대로 곯아떨어졌다. 하지만 파크힐에 도착했을 때 시아는 잠에서 깨어났다. 만약 부승민이 미리 게스트룸을 치워두라 하지 않았으면 도우미는 부시아를 봤을 때 하마터면 부승민이 밖에서 데리고 온 사생아라 여길 뻔했다. 부시아는 자신이 지내게 될 방을 확인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이건 뭐예요?”부시아는 어디에서 꺼내왔는지 모르는 고양이 장난감을 들고 와서 도우미한테 물었다.“이건 고양이 장난감이에요. 고양이랑 놀아주는 거.”“고양이 장난감? 고양이? 고양이는 어디 있어요?”“고양이는 사모님한테... 그러니까 숙모한테 있어요.”부시아의 눈이 반짝였다.“저 내일 숙모한테 가서 고양이랑 놀래요!”부승민은 원래 미리 온하랑에게 얘기를 하고 방문하려 했다. 하
“시아야.”온하랑은 미소를 띤 채 허리를 굽혀 부시아를 안았다, 그리고 애틋하게 시아의 볼을 꼬집으면서 물었다.“강남에는 무슨 일로 왔어?”부시아는 온하랑의 얼굴에 뽀뽀를 쪽 하고 턱을 세우고 말했다.“저 방학했어요. 할머니가 일이 있으셔서 저 못 돌보신대요.”부시아는 손에 들린 투명한 상자를 온하랑에게 건넸다.“숙모, 이건 숙모한테 주는 선물이에요.”부시아의 포도알 같은 눈은 테이블 밑에 숨은 송이를 떠올리게 해 온하랑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선물 고마워, 시아야. 숙모랑 올라가서 놀까?”왜인지는 몰라도 부시아를 대할 때 말 못할 친근감이 느껴졌다. 만약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면 시아처럼 귀엽지 않았을까?부시아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이며 말했다.“네!”“가자, 가서 놀자.”온하랑은 부시아의 손을 잡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부승민은 자신이 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은 거에 머쓱해져 코를 만지며 뒤에서 묵묵히 따라 들어갔다. 온하랑이 두 발짝 걷고 제자리에 멈춰서고는 고개를 돌려 부승민을 바라봤다. 부승민도 우뚝 멈춰 섰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온하랑은 머리를 숙여 부시아한테 말했다.“시아야, 오늘은 하루 종일 숙모랑 놀까?”부시아는 부승민을 곁눈질하더니 두 식지의 끝을 부딪치며 말했다.“삼촌이랑도 놀면 안 돼요? 시아는 삼촌이랑 숙모랑 다 같이 놀고 싶어요.”부승민은 고개를 들어 기대가 가득 담긴 눈으로 온하랑을 쳐다봤다.“하랑아...”온하랑은 허리를 굽히고 부시아한테 해석했다.“시아야, 삼촌이랑 숙모는 이미 이혼했어. 삼촌은 이후에 자기만의 가정이 있게 될 거야. 그래서 삼촌은 숙모랑 같이 있으면 안 돼. 안 그러면 시아 새 숙모가 기분이 안 좋을 거야.”부승민이 뭔가를 설명하려는 때 온하랑이 그를 째려봤다. 그런데 누가 부시아가 이런 말을 할 줄 알았겠는가.“삼촌, 진짜 새 숙모 데려올 거예요? 숙모는 삼촌이 애지중지 여기는 귀염둥이고 삼촌은 평생 숙모 한 사람만 좋아할 거라면서요? 다 거짓말이었네
“삼촌이 말해줬는데 숙모네 집에 고양이가 있다면서요? 저도 고양이 좋아해요!”“고양이가 있긴 한데 지금 링웜에 감염됐어. 사람한테도 전염될 수 있거든. 시아는 아직 너무 어리니까 고양이와 닿으면 감염될 수 있어.”“링웜이 뭔데요?”여자아이는 실망이 가득한 얼굴로 의아해서 물었다.“그건 말이지. 피부병의 일종이야.”온하랑은 휴대폰을 열어 인터넷에서 링웜 사진을 검색해 부시아에게 보여줬다.“이거 봐. 이게 바로 링웜이야.”면역력이 강한 어른이라면 전염될 확률이 낮지만, 부시아는 아직 너무 어린아이인지라 온하랑은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링웜이 아무리 치료 가능한 피부 질병이라고는 하지만 부시아가 자기 아이도 아닌데 만약 링웜에 감염되기라도 한다면 부선월의 질책을 피할 수 없었다. 링웜에 감염된 고양이 사진을 본 어린아이는 오만상을 쓰며 말했다.“윽, 너무 징그러워요. 나을 수는 있어요?”“그렇긴 한데 발진 부위가 조금 간지러울 거야”그 말을 들은 부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고양이와 놀고 싶은데 어쩌면 좋죠?”온하랑은 빙긋 웃었다.“그럼 놀면 되지. 놀고 나서 목욕하고 소독하면 아마 괜찮을 거야.”부시아는 건강한 아이라 어쩌면 링웜에 감염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부시아는 온하랑의 말을 듣고 두 눈이 반짝 빛났다.“좋아요!”부시아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온하랑은 버튼을 눌렀다. 아파트는 제일 위층에 근접해 있었고, 층수가 매우 높았다. 수다쟁이 꼬마는 신나서 떠들었다.“와, 숙모네 집 엄청나게 높아요.”잠시 고민하던 온하랑이 부시아에게 일러줬다.“시아야, 삼촌이랑 난 이미 이혼했거든. 그러니까 앞으로는 숙모 말고 고모라고 부를래?”부시아는 어리둥절해서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고모요?”“그래.”“그럼 앞으로 저한테 고모부가 생기나요?”꼬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이 꼬마는 지나치게 조숙했다.“음...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아.”온하랑이 말했다.
온하랑은 부시아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며 위로했다.“너를 처음 봐서 낯설어서 그러는 거야. 앞으로 자주 놀러 오면 괜찮아질 거야.”부시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내일도 송이 보러 올래요.”두 사람은 방에서 한참 동안 고양이와 놀다가 온하랑이 제의했다.“시아야, 너 강남에 처음 왔으니까 아직 시내를 못 돌아봤지? 같이 밖에 나가 놀까? 마침 어제 새로 산 카메라도 왔거든.”부시아가 대답하자 온하랑은 차 키를 들고 부시아와 함께 집을 나섰다. 강남은 제의도의 가장 큰 도시이자 정치 및 경제 중심지이며 관광업도 발전해 있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몇 군데 있었다. 그래서 휴가철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차를 운전해 강남의 두 명소로 가서 많은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부시아는 신나서 할머니와 친구들에게 선물할 기념품을 한가득 샀다. 점심이 되자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명소 근처의 맛집을 찾아가 식사했다.두 사람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창가 쪽 자리를 찾아 앉았다. 의자가 높아서 온하랑은 부시아를 안아 자리에 앉혀줬다. 꼬마 아이의 짧은 다리는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온하랑은 아이를 쉽게 돌보기 위해 옆에 가서 앉아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물은 뒤 몇 가지를 주문했다.로스앤에 있을 때 부시아는 코리아타운에 살았던지라 한식을 먹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해외라 한식 종류가 국내처럼 다양하지는 않았다.점심 식사 때 부시아는 드디어 맛있는 음식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군침을 삼키는 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선 볼에 잔뜩 묻히며 냠냠 맛있게 먹었다.다 먹고 나서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겨주고 자리로 돌아와 옆에 꼭 붙어 앉아 휴식을 취하며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이때 온하랑이 테이블에 올려둔 휴대폰 화면이 밝아지더니 카톡 문자가 들어왔다. 온하랑이 들여다보니 민지훈에게서 온 문자였다.[누나, 점심 드셨어요?]이윽고 그는 또 한 장의
부시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온하랑은 디저트를 주문하고 계속 부시아와 함께 사진을 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둔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 알림음과 함께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보나 마나 또 민지훈이 보낸 문자라고 단정한 그녀는 못 들은 척하며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부시아가 의아해서 물었다.“숙모, 문자 왔는데 왜 안 봐요?”온하랑은 무심히 대답했다.“중요한 문자가 아니라서 괜찮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이 꼬마는 왜 이렇게 똑똑할까?!맛있는 디저트로도 입을 막을 수 없다니!“저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그래요?”부시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숙모는 제가 꼬마라서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죠. 사실 저 다 알거든요. 민지훈이라는 사람 제 고모부가 되고 싶어서 그런다는 거...”“고모는 시아가 볼까 봐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중요하지 않은 문자라서 그러는 거야.”“그러다 다른 사람이면 어떡해요?”“...”온하랑은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민지훈이 보낸 문자였다.[누나한테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요즘 시간 있어요?]혹시라도 온하랑이 거절할까 봐 민지훈은 얼른 한마디를 더 보냈다.[이제 막 인턴십을 시작해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아서요. 누나가 전에 BX 그룹 직원이었으니까, 누나한테서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고 싶어요.]“이 사람 고모랑 밥 먹자고 하네요.”“그래.”온하랑은 이내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회답 안 해요?”“안 해도 돼.”“알았다. 숙모는 이 사람 안 좋아하는 거 맞죠! 저도 안 좋아해요!”“넌 왜 안 좋아하는데?”부시아는 두 손가락을 맞대더니 냉큼 온하랑의 팔을 끌어안고 칭얼거렸다.“이 사람 삼촌한테서 숙모 뺏으려고 하잖아요! 전 숙모가 좋아요. 계속 제 숙모였으면 좋겠어요.”“시아가 좋으면 그냥 고모 하면 되지 굳이 숙모일 필요는 없잖아. 이미 삼촌이랑은 이혼했고, 이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일이야. 더 이상 숙모가 될 수
부시아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제 고작 하루밖에 안 됐는데 만약 부승민을 위해서 더 많이 말했다가는 온하랑의 의심을 살 게 뻔했다.“그럼 됐잖아.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같이 사진이나 고를 까? 네가 돌아갈 때 고모가 앨범 하나 만들어 줄게.”“고마워요, 숙모.”부시아는 온하랑의 볼에 쪽쪽 뽀뽀했다.“...”호칭을 여러 번 고쳐줬지만 부시아가 여전히 숙모라고 불러서 온하랑은 이미 포기한 상태였고, 이제 그냥 내버려두기로 생각하는 그녀였다.음식점에서 나오자 부시아는 조금 졸려 보였다. 온하랑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낮잠을 좀 자다가 다시 강남을 돌아다녔다.저녁 5시쯤이 되니 하늘이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온하랑은 부시아를 데리고 생선구이 전문점에 밥먹으러 왔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부시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숙모,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숙모랑 같이 가자.”“괜찮아요. 저 들어올 때 저기 화장실이 있는 걸 봤어요.”부시아는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그래, 그럼 혼자 갔다 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부르고.”이 음식점은 쇼핑센터 안에 있지 않았고, 화장실도 실내에 있어 온하랑은 부시아가 혼자 가게 내버려둘 수 있었다.화장실에 간 부시아는 아무 칸에나 들어가 변기 위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했다. 전화가 이내 연결되고 부시아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삼촌, 우리 지금 문화로에 있는 화연정에 있어요. 아직 음식이 오르지 않았어요. 빨리 와요.”온하랑이 음식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부승민의 이름이 나타났다.“숙모, 삼촌한테서 전화 왔어요.”눈치가 빠른 부시아는 냉큼 휴대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온하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집이야? 지금 시아 데리러 갈게.”온하랑은 휴대폰을 멀찍이 치우고 옆에 있는 부시아를 보며 물었다.“시아야, 삼촌이 데리러 오겠대. 저녁에 고모랑 돌아갈래? 아니면 밥 먹고 삼촌이랑 돌아갈래?”곰
만약 부시아가 정말 그와 온하랑의 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부승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는 접시에 가득 남아있는 요리를 보며 말했다.“금방 먹기 시작한 거야?”“네, 맞아요.”온하랑이 입을 열기도 전에 부시아가 말했다.“삼촌, 식사했어요? 같이 먹을래요? 이 생선구이 진짜 맛있어요!”부승민은 두 사람 앞에 앉아 온하랑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나 아직 밥 안 먹었는데, 같이 먹어도 돼?”온하랑은 싸늘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안 돼!”“숙모, 삼촌도 같이 먹어요. 네?”부시아는 온하랑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온하랑은 부승민을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문 부승민은 온하랑이 아직도 토라져 있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자리에 앉아 종업원을 불러 수저를 부탁하고 온하랑과 부시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주문했다.“시아야, 오늘 숙모랑 어디 어디 갔었어?”부승민이 물어오자 부시아는 신나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똑 부러지는 말투가 어찌나 조리 있고 설득력이 넘치는지, 무심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부시아의 목소리에 이끌려 참지 못하고 온하랑에게 말을 건넸다.“저기요, 실례지만 따님이 몇 살이에요? 말을 너무 조리 있게 잘하네요. 우리 애는 이제 초등학교에 갔는데 아직도 말을 잘 못 해서 걱정이에요.”부시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전 이제 4살이에요.”“뭐 4살밖에 안 됐어?!”그 아주머니는 흠칫 놀라더니 부시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말했다.“아이를 잘 키우셨네요. 똑똑하고 예절도 바르고 너무 귀여워요! 물론 부모님들도 이렇게 미남 미녀시니까, 아이도 예쁠 수밖에 없겠죠!”온하랑은 겸연쩍게 웃었다.“딸이 아니고 조카예요.”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어머, 미안해요. 아이가 남자 친구랑 정말 많이 닮았네요. 전 두 분 따님인 줄 알았어요!”아주머니는 말하며 온하랑 앞에 있는 부승민을 쳐다보았다. 온하랑은 난처해서
부승민은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눈썹이 아래로 축 처지고 눈동자는 어둡게 변했다.“그렇게 내가 꼴 보기 싫은 거야?”“제가 대표님을 보고 싶을지 말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부승민은 온하랑의 대꾸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온하랑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결혼 전에 그녀는 항상 그를 예의 바르게 대했고, 결혼 후에는 그의 말이라면 더더욱 따라줬다. 그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온하랑이 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평온한 삶을 유지하기를 원했다는 것쯤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아이도 잃고, 이혼도 하고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부승민의 말을 무시하고 부시아에게 말했다.“시아야, 숙모 먼저 갈게.”“숙모, 저 내일도 숙모랑 놀래요. 그래도 되죠?”입가가 지저분해서 고개를 쳐들고 말똥말똥한 눈을 깜빡이며 말하는 부시아는 마치 작은 얼룩 고양이 같았다. 온하랑은 이성적으로는 부시아와 너무 가깝게 지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부승민과도 계속 흐지부지 엮이게 될 테니까.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부시아를 밀어내려야 밀어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아이를 잃은 그녀라서 아이에게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원인도 있겠지만, 부시아는 정말이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좋아, 그럼 내일...”“내일 네가 와서 시아를 데려가. 난 일 때문에 데려다주지 못할 거야.”부승민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온하랑은 얼굴빛이 가라앉더니 부승민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부시아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시아야, 내일 아침 9시 반에 데리러 갈게.”“좋아요, 숙모. 조심히 가세요.”온하랑은 웃으며 부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내일 봐.”“내일 봐요.”그녀는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온하랑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시아가 고개를 돌리고 부승민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삼촌, 오늘 오전에 잘생긴 아저씨가 숙모랑 밥 먹자고 했어요. 근데 숙모가 대답하지 않았어요.”부승민은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