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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빨간 줄 두 개!

미행은 절대 아니다. 송재이는 자신이 그럴만한 매력이 없다는 걸 잘 아니까.

설영준을 본 순간 그녀는 왜 가슴이 찔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그녀는 설영준의 눈에 담긴 웃을 듯 말 듯한 기운을 바로 알아챘고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

“아는 사이에요?”

맞은편에 앉은 지민건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뒤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근시이고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깜빡하고 렌즈를 착용하지 못해서 눈앞이 희미할 뿐 아무것도 안 보였다.

송재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니요, 몰라요.”

곧이어 저번에 쥬얼리샵에서 본 주현아 씨가 나타났다.

이제 막 화장실을 다녀온 모양인지 하이힐을 신고 새하얀 롱 원피스를 하늘거리며 설영준의 옆으로 걸어갔다.

설영준도 송재이한테서 시선을 거두고는 맞은편에 앉은 주현아만 쳐다볼 뿐 더는 곁눈질하지 않았다.

방금 마신 커피가 입맛에 안 맞았던지 혹은 또 설영준을 마주쳐서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별안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민건은 그녀의 안색이 안 좋은 걸 보더니 집으로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마침 그녀도 같은 생각인지라 가방을 챙기고 그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가게 문 앞까지 가려면 설영준과 주현아를 스쳐 지나야 하니 그녀는 무심코 두 사람을 힐긋 쳐다봤는데 주현아가 한창 수줍은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설영준의 손가락을 매만졌다.

설영준도 거침없이 바로 주현아의 손을 꼭 잡았다.

...

돌아가는 길에서 송재이는 유은정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싱글벙글 웃으며 소개팅을 잘했냐고 물었다.

“어때 재이야? 마음에 들어?”

지민건은 옆에서 운전에만 집중했다.

송재이는 그를 힐긋 쳐다보다가 입을 막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괜찮은 분 같아. 성실하고 착해 보여.”

적어도 처음 봤을 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어차피 그녀도 결혼할 생각이 있었던지라 인연이 닿으면 지민건과 더 가깝게 지내볼 의향도 있었다.

여기서 제일 뿌듯한 건 당연히 유은정이다. 그녀는 먼저 설영준의 험담을 잔뜩 늘려놓고 이어서 지민건의 칭찬을 냅다 쏟아부었다.

“요즘 세월에 괜찮은 남자들 별로 없다. 진짜 좋은 사람이라 너한테 소개해준 거야. 송재이, 실연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새 남친을 만나는 거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너랑 설영준, 누가 누구한테 놀아났다고 단정 지을 순 없어. 그러니까 너도 자꾸 본인만 손해 봤다고 여기진 마. 그냥 체력 좋은 공짜 호스트를 놀다가 질려서 버렸다고 생각해. 쿨하게 흘러 넘기라고.”

유은정의 목소리는 원래 큰데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했다.

송재이는 지민건이 들을까 봐 적당한 타이밍에 얼른 그녀의 말을 잘랐다.

“됐어, 그만해. 나 지금 밖이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전화를 끊고 몇 분 안 돼서 바로 송재이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이 아파트는 엄마가 그녀에게 남겨준 유일한 유산이기도 하다.

다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혼자 있는 게 점점 더 무서워졌다.

이 반년 동안 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설영준의 집에서 지냈다.

어느 한 번은 설영준이 침대에서 무심코 한 마디 내던졌다.

“난 여자랑 동거해본 적도 없는데 송재이 너 이젠 점점 더 과감해져.”

그때 송재이는 두 볼이 빨개졌다. 그녀가 잡동사니 같은 물건들을 점점 더 많이 그의 공간에 가져왔고 매일 밤 집에 안 가겠다며 그를 꼭 끌어안고 밤을 지새웠으니까. 설영준은 그런 그녀에게 일침을 가한 거나 다름없다.

송재이는 그때 뻔뻔함을 무릅쓰고 그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며 여전히 제멋대로 굴었다. 가끔은 아침에 깨날 때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기도 했다.

다행히 나중에 설영준은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아마 그도 송재이가 조금 불쌍했나 보다.

그의 이런 방임에 한때 송재이는 비현실적인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녀는 고마움을 표한 뒤 차에서 내리려 했다.

이때 지민건이 등 뒤에서 그녀를 불러세우며 가볍게 웃었다.

“재이 씨, 우리 아직 카톡도 추가 안 했어요.”

그제야 그녀도 아차 싶어 허둥지둥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려 했는데 미처 휴대폰을 찾기도 전에 또다시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났다.

송재이는 비틀거리며 길옆에 쪼그리고 앉아 이미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바로 토했다.

화들짝 놀란 지민건은 트렁크에서 물을 두 병 꺼내 그녀가 다 토한 후 뚜껑을 따서 앞으로 건넸다.

“재이 씨 어디 아프세요?”

그 순간 송재이의 머릿속에 황당한 생각이 떠올랐다.

생리가... 열흘이나 미뤄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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