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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날 차단했다고?!

“다들 서서 뭐해? 연습은 안 하고 여기서 농땡이 부리는 거야?”

뭇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송재이, 연지수, 두 사람은 나 따라와.”

사무실.

“지금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증폭하면 오케스트라 명성에도 영향을 미쳐.”

단장이 말하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재이는 이참에 한동안 쉬는 건 어때? 모레 있을 공연은 안 나와도 돼. 네 포지션은 지수를 대타로 내보낼 생각이야!”

이건 뭐 하찮은 송재이로 소중한 연지수를 지키는 셈일까?!

“그렇지만 저는 이미 한 달이나 준비했어요...”

송재이는 꿋꿋하게 쟁취해보려고 애를 썼다.

“쉬어 그냥!”

단장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송재이에게 이토록 엄한 말투로 말해본 적이 있었던가?

원래 올해 수석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거의 정해진 거나 다름없는 일인데 이 사달이 벌어지니 연지수에게 자리를 빼앗길 뿐더러 승진의 기회도 아득히 멀어졌다.

오랜 시간 노력해온 수고가 이젠 가망이 없는 수포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사무실을 나섰다.

빠른 걸음으로 연습실 복도를 스쳐 지나갈 때 창밖의 불빛이 새어 들어와 그녀를 환하게 비췄다. 송재이는 마치 열대 우림에서 금방 나온 듯 온몸에 피곤함과 허탈함이 담겨 있었다.

연지수는 대놓고 깨고소한 표정을 짓더니 의기양양하게 송재이를 또 한 번 쳐다봤다.

송재이는 정말 내키지 않았다!

오케스트라 수석이 되는 건 그녀의 꿈이었을 뿐만 아니라 한때 엄마와 했던 약속이기도 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녀는 이대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

송재이는 일단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야릇한 사진까지 전부 누가 업로드한 것인지 조사에 나섰다.

사진 속에서 송재이만 얼굴이 공개되고 상대방은 완벽하게 가려졌다.

‘왜 나만 당해?!’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서 설영준에게 카톡을 보냈다.

[영준 씨.]

그런데 문자의 왼쪽에 빨간 느낌표가 떠버렸다! 그리고 그 위에는 짤막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설영준이 그녀를 차단하다니?!

송재이는 한참 넋 놓고 있었다.

둘 사이엔 그래도 얼굴을 붉히지 않고 좋게 헤어진 거로 여기고 있었는데 차단을 당하는 지경까지 이를 줄이야.

설영준은 단호하게 그녀를 차단해버렸다. 다시 친구 추가할 기회조차 안 줬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주현아 때문이겠지?

송재이는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몰려왔다.

설영준에게 차단을 당했고 오케스트라에서 뒤로 물러났으며 또 한편 인터넷에서 그녀에 관한 악플이 폭주하고 있다. 어른이 되고 나니 멘탈이 무너지는 건 딱 한순간이었다.

송재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 바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신기하게도 바로 다음 날, 인터넷에 떠돌았던 그 사진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어제 당했던 사이버불링은 꼭 마치 꿈만 같았다.

치정에 관한 기사들은 금방 올라왔을 때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곧이어 또 새로운 스캔들에 뒤덮인다.

누가 사진을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이유 모르게 잠잠해졌다. 송재이는 안 믿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오후 단장의 전화를 받았는데 아니 글쎄 태도가 180도로 바뀌어버렸다. 진중하고 고고한 어르신의 이미지로 돌아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재이야, 휴식 다 했으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출근해.”

오케스트라로 돌아온 후 다들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지만 어제 일을 겪고 나니 송재이는 철저히 느꼈다. 여기 사람들은 보이는 것처럼 착하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은 이미지 관리일 뿐이었다.

송재이가 돌아오자 서유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에게 온수 한 잔만 따랐다. 송재이가 머리를 들고 가볍게 웃으며 컵을 건네받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연지수가 한창 분노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봤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연지수가 먼저 코웃음을 치면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

이날 연습은 늦게까지 진행됐다. 오케스트라에서 나온 송재이는 차 가지러 아래층 주차장으로 갔다.

이제 막 가방에서 차 키를 꺼냈는데 눈앞에 불쑥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다.

상대는 그녀의 목을 확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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