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화면 위에는 숫자 24, 그리고 뒤에 열 개의 0이 붙어 있었다!

즉 그 은행카드에 무려 2400억의 잔액이 들어있다는 걸 말해준다!

“쓰읍!

연성훈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힘이 풀려 소파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는 8만 원을 위해서라도 온갖 고생을 하며 한 트럭의 시멘트를 나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2400억의 재산이 생겼으니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존경하신 다이아몬드 고객님, 사실 다이아몬드 카드에 있는 잔액은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 은행의 다이아몬드 사용자 권한은 매우 높아, 은행에서 충분히 많은 자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구윤아가 말을 보탰다.

하지만 연성훈은 그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워낙 충격적인 금액을 봤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카드는 진짜고, 그 여자는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어. 예전의 나는 미스터리 부대의 일원이었고, 매우 강한 실력을 갖췄었어! 나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임설아 모녀는 돈 때문에 날 버리고, 내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산 집을 차지했어. 그것도 모자라 돈 많은 재벌 2세에게 빌붙었는데 사실 내가 돈이 더 많은 부자라는 건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

연성훈은 은행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현금 400만 원을 인출하고는 구윤아의 명함 한 장을 챙기고 자리를 떴다.

그는 지금의 궁핍한 생활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가 떠나기 전, 구윤아가 그에게 말했다. 강성에서 무슨 도움이 필요하든 자기한테 전화해도 된다고, 신해은행에서 모든 일을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은행을 나선 그는 택시를 잡고 곧바로 공사장으로 향했다.

공사장에 도착한 그는 당연히 시멘트를 나르지 않았다. 그는 경비실에 맡겨뒀던 짐을 챙기려고 했다. 3년 전에 남긴 물건이 있었기에 그는 가져가야 했다.

공사장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연성훈은 누군가의 혼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연성훈 그 자식은 어디 갔어? 오늘 오전에 여기 시멘트를 다 나르기로 해놓고 어딜 간 거야? 일을 더 하기 싫은 모양이지? 공사가 지연되면 자기가 책임질 수 있대?”

입구에서 안전모를 쓴 뚱뚱한 남자가 양복 셔츠를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채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는 연성훈의 상사, 서동현이다. 그는 아주 매정하고 각박한 사람이고, 임금체불은 밥 먹듯이 흔한 일이었다.

그가 말하는 사이에 조금 허약해 보이는 젊은이가 서동현을 향해 걸어가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성훈이가 다른 일이 있었나 보죠. 이제 돌아오면 제가 같이 도와서 나를게요. 절대 시간이 지체될 일은 없습니다.”

연성훈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는 연성훈이 3년 동안 유일하게 사귄 친구인 양정우였다.

그들은 같은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나이도 비슷했기에 점점 가까워졌다.

“흥, 어차피 그 녀석이 해야 할 일이야. 만약 완성하지 못한다면 이틀의 일당은 못 받을 줄 알아!”

서동현이 양정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양정우는 여전히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

“형님, 저기, 제 월급 200만 원 아직 안 주셨는데요. 혹시 먼저 주시면 안 될까요? 형님도 아시다시피 아이가 아파서...”

서동현은 미간을 구기더니 곧바로 욕설을 퍼부었다.

“급하긴 뭐가 그렇게 급해? 공사가 끝나지 않아 나도 위에서 돈을 못 받았단 말이야. 내가 어딜 가서 돈을 구해와.”

“형님, 아이를 살려야 하니 한 번 부탁드립니다.”

양정우가 계속 미소를 지으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없어!”

서동현이 그를 힐끔 보더니 서류 가방에서 10만 원을 꺼내고는 말했다.

“10만 먼저 줄게.”

“그게...”

양정우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가지려면 가지고, 싫으면 말아. 썩 꺼지라고!”

서동현이 눈을 부릅뜨며 욕설을 이어갔다.

“보아하니 계속 여기서 일하기 싫은 모양이지?”

“아이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연성훈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했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서동현이 돌아보더니 연성훈을 발견하고는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X발, 다들 여기서 일하기 싫은 모양이지? 아침에 너 보고 시멘트 나르라고 했어, 안 했어? 어딜 농땡이 피우려고. 이틀의 일당은 못 받을 줄 알아. 싫으면 당장 여길 나가고!”

연성훈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는 공사장에 세워진 광고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신해은행이 적혀 있었다!

이 주택의 개발은 신해은행과 관계가 있는 듯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서동현 앞에 다가가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당신, 마음에 안 든 지 오래됐어. 나랑 정우가 더는 여기서 일을 안 할 테니까 당장 밀린 월급 내놔.”

연성훈이 이런 말을 할 줄 몰라 서동현은 멈칫했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