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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님은 딸바보
지존님은 딸바보
Author: 황시후

제1화

“임찬혁? 가석방 받았어? 일찍 출소했네? 안 그래도 교도소에 이혼 도장 받으러 가려고 했는데, 덕분에 시간 낭비 안 해도 되겠어.”

“뭐라고? 너 대신 5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건 당신이 원해서 한 거 아니야? 나는 곧 우명 씨와 결혼해, 시간 나면 와서 축하해줘.”

하씨 집안.

화려한 롱 드레스를 입은 하정연은 쭉쭉빵빵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성스럽고 매혹적인 차도녀의 대명사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촌스러운 남자가 서 있다. 비록 옷은 허름했지만 그의 당당한 기세와 멋진 아우라는 전혀 숨겨지지 않았다.

남자는 지금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경악에 찬 얼굴을 하고 있다.

5년 전,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쳤다.

남자친구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대신 감옥에 보내기 위해 여자친구는 바로 혼인신고를 했고 두 사람은 정식 부부가 되었다. 감옥에 수감 되기 전 그녀는 그가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꼭 기다리겠다고 맹세했다.

임찬혁은 아내가 감옥에 가는 걸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어 그녀 대신 본인이 자수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지금 그는 가석방을 받아 예전 출소일 보다 일찍 출소했고 여자친구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뜻밖에도 이혼 합의서와 결혼 청첩장이었다.

“너 지금 정우명 같은 인간쓰레기에게 시집가려고 그러는 거야?”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하정연 옆에 서 있는 양복 차림에 손목에 롤렉스를 찬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 사람은 예전에 하정연을 괴롭힌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임찬혁은 이 남자와 주먹질하며 싸우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하정연이 지금 이 인간과 결혼을 하겠다고?

정말 어이가 없어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

“우명 씨는 재산만 몇백억이야.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남을 헐뜯어?”

하정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찬혁 씨, 돈 많은 사람 질투하는 거야? 그러니까 평생 짝을 못 만나지. 정말 한때 찬혁 씨 같은 사람과 연애를 한 내가 멍청하지.”

하정연은 경멸하는 눈으로 임찬혁을 보며 말했다.

“허허, 나보고 인간쓰레기라고 하니까 하는 말인데...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양복 차림의 남자는 하정연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사실 5년 전에 교통사고를 낸 건 정연이 아니라 나였어! 그런데 네가 나 대신 감옥에 가 줘서 나는 그동안 당신 아내와 바깥세상을 즐겼지. 역시 바깥 공기가 제일 시원하더라고!”

양복 차림의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뭐라고?

임찬혁은 당장 눈알이 튀어나올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여태껏 5년 동안의 감옥 생활이 하정연을 대신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니라 정우명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 밥을 먹은 거라고?

하정연은 밖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 대신 자신을 감옥에 보냈다.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도 유분수지!

“저 인간이 말한 게... 사실이야?”

임찬혁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우명 씨 대신 감옥 생활한 걸 영광으로 생각해.”

하정연은 전혀 개의치 않은 얼굴로 말했다.

“누가 그렇게 미련곰탱이같이 굴래? 내 눈물 몇 방울에 바로 내 말 믿는 바보가 어디 있어? 그게 내 탓이야?”

그녀는 두 손을 앞으로 하여 팔짱을 끼더니 임찬혁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찰싹!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찬혁은 팔을 들어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렸다.

하정연은 순간 벌어진 일에 너무 어리둥절했고 방금 맞은 뺨은 너무 얼얼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너... 너 같은 쓸모없는 인간이 감히 나를 때려?”

이 쓸모없는 인간이 한때 그녀의 말이라면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정도로 모든 걸 다 들어줬다. 하지만 오늘은 그때의 임찬혁이 아니다.

“우명 씨, 이 사람 혼내 줘요!”

하정연은 화끈거리는 뺨을 부여잡은 채 씩씩거렸고 강렬한 수치심이 그녀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

정우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임찬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곧 결혼할 사람 앞에서 자기 여자를 때리는 행동이 일부러 그의 화를 돋우는 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퍽!

정우명의 주먹이 임찬혁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그의 뺨이 벌써 임찬혁에게 따귀 한 대를 맞았다.

그리고 이 따귀는 방금 전의 것보다 더 빠른 속도와 더 센 힘으로 그의 얼굴을 가격 했다.

순간 정우명은 비명을 질렀고 온몸이 빙글빙글 돌며 저 멀리 날아가더니 공중에서는 그의 빠진 이가 떨어졌다...

주위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찬혁의 힘이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이 사람이 진짜로 예전의 그 찌질한 임찬혁이 맞나?

설마 몇 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면서 무술을 배운 걸까?

정우명은 하씨 집안의 귀인이라 주위 사람들은 그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감히 정 도련님에게 손을 대다니! 죽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

“모두 같이 덤벼 저놈을 죽여!”

하씨 집안의 한 무리 남자들은 저마다 손에 술병과 의자를 들고 임찬혁에게 달려들어 집단폭행을 가하려 했다.

“그래, 너희들 죽기 싫으면 얼마든지 덤벼봐!”

임찬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그의 이마에는 선명한 핏줄이 눈에 띄게 솟아올랐고 눈빛은 살기로 불타올랐다.

게다가 그의 큰 외침은 덤비려는 사람들을 순간 위축시켰다.

그들의 눈에 5년 동안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임찬혁이 출소하자마자 이렇게 큰 충격을 받았으니 이성을 잃으면 사람까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들은 멍하니 선 채 함부로 임찬혁을 향해 덤비려 하지 못했고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어색해졌다...

“감히 사람을 때려? 먹은 감옥 밥이 아직 부족해?”

하정연의 비아냥거리는 한 마디가 지금 이 순간의 정적을 깨뜨렸다.

“찬혁 씨가 또 감옥에 들어가면 찬혁 씨의 그 늙은 비렁뱅이 어머니는 아마 굶어 죽을 거야. 그치?”

“우리 어머니가 왜?”

그녀의 말에 임찬혁은 깜짝 놀라 되물었고 ‘어머니’라는 단어에 온몸으로 내뿜던 살기도 그나마 누그러졌다.

임찬혁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어 어머니 혼자서 그를 키웠다. 그런데 하정연이 갑자기 언급한 걸 보면 혹시... 그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고 돌아가서 보면 알겠지.”

하정연은 계속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5년 전 당신과 잤던 사람도 내가 아니야. 우명 씨가 술집에 취해있던 여자를 데려다 당신 옆에 눕힌 거야. 당신 같은 쓸데없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 나와 관계를 맺을 자격은 당연히 없고!”

순간 임찬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시 그는 술에 너무 취해있어 상대방이 일부러 작정하고 일을 꾸몄다면 충분히 그 꼬임에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이렇게 징그러운 여자와 관계를 갖는 거야말로 자신을 더럽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날 임찬혁과 관계를 한 사람은 누구일까?

상대방도 만취 상태에서 얼떨결에 모르는 사람과 가진 관계라 나중에 정신이 똑바로 들었을 때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임찬혁은 바로 펜을 들고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너 같은 바람둥이 여자는 공짜로 줘도 이제 싫어! 지금은 네가 나를 차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버리는 거야. 알겠어? 하지만 그 4000만 원 결혼 예물 비용은 우리 어머니가 힘들게 모은 것이니 반드시 돌려줘야 해!”

사실 임찬혁에게 이 금액이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짐승보다 못한 남녀에게 굳이 돈을 쓸 필요는 없기 때문에 꼭 받아내고 싶었다.

“너 때문에 나는 초혼이 아니라 재혼이 됐어. 그까짓 결혼 예물 비용이 그렇게 중요해?”

하정연은 어이가 없어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 하씨 가문은 우명 씨 덕분에 사흘 뒤, 유신그룹과 협력관계를 맺을 계약서를 체결하기로 했어. 그리고 그날 우리 두 사람은 유신그룹 산하에 있는 멜튼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릴 거야. 겹경사를 맞은 후 나는 바로 상류층 사람이 돼. 그러면 너와 나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겠지.”

하씨 가문은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전에 거의 망할 뻔했지만 요 몇 년 동안 정우명의 도움으로 사업이 조금씩 호전을 보이고 있다.

“나와 계속 아는 척하려면 잘해, 혹시 알아? 남은 찬밥이라도 당신 앞에 차려질지? 하지만 내 앞에서 함부로 하면 나는 유신그룹에 얘기할 거야. 내가 유신그룹에 입만 뻥긋해도 당신은 곧바로 감옥행이야. 알겠지?”

하정연의 말투는 위협적이었고 그녀의 오만한 눈빛은 임찬혁을 마치 바닥을 기는 땅강아지 보는 듯했다.

“결혼 예물 비용을 돌려주지 않으면 나는 결혼식에서 너희 두 사람의 추악한 몰골을 들추어내어 패가망신시킬 거야!”

임찬혁은 전혀 두렵지 않은 듯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인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체! 지금 우리를 협박해? 그래 어디 한 번 와봐! 오면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릴 테니까!”

정우명은 독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퉤’하고 침을 뱉었다. 여태껏 살면서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 보이기는 그도 처음이었다.

하씨 저택을 나온 임찬혁은 곧장 집으로 갔다.

그러나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 앞에는 장사진을 이룬 듯한 차량 행렬이 줄지어 나타났고 끝이 안 보일 정도였다.

그것도 평소에 보기 드문 몇십억에 달하는 고급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대박! 링컨 타운카 스트레치 리무진, 88가8888 번호판, 이건 분명 청룡의 대열일 거야!”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청룡이에요. 대용문파의 2인자이죠!”

“대용문파는 용국 최대의 파벌로 일국을 멸망시킬 힘을 가지고 있어요!”

“대용문파의 일인자인 지존이 사라진 지도 몇 년이나 지났어요. 그런데 대용문파의 실질적인 권력자인 청룡이 경주에 온 이유가 뭘까요?”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에게 저 멀리 쫓겨났다.

현장도 봉쇄되었고 관계자 외는 모두 출입금지이다.

그때 링컨 타운카 스트레치 리무진은 임찬혁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한복을 입은 어르신이 차에서 내렸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이 패여 있었고 위엄이 있는 풍채는 온몸으로 상류층의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주위를 압도하는 아우라는 그를 감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천천히 임찬혁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모자를 벗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고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소인 청룡, 지존께서 출옥하신 것을 경축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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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너희는 다 5년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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