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에게 배신당한 윤이서는 곧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모두들 그녀가 하씨 집안 도련님을 버리고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갔다며 비웃었다. 하지만, 가난한 남자는 귀국 후, 투자로 성공한 재벌이 되었다. 놀라운 건, 그는 윤이서를 배신한 약혼자의 둘째 작은아버지라는 사실! 속은 걸 깨달은 윤이서는 이혼하겠다며 난동을 부리고……. 마침내, 남자는 그녀를 벽에 몰아세우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에요. 내 얼굴과 똑 같이 성형한 거예요.” 윤이서는 잘생긴 그의 얼굴을 보며 순순히 그 말을 믿었다. “하씨 집안사람들과 같은 얼굴이라니, 정말 재수 없어요!” 다음날, 그녀를 배신했던 약혼자는 집안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됐고, 재벌은 가면 뒤로 그의 얼굴을 숨겼다.
View More이서가 고개를 돌리자 곱고 긴 치마를 입은 한 여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옷은 명품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맞춤형인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토록 몸에 꼭 맞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서를 알아보았지만 이서는 그녀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까 사모님께서 여기에는 사모님의 옛 지인이 아주 많다고 하셨잖아. 이분도 사모님의 지인분이시지 않을까?’ 이서가 우호적인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심가은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하이먼 스웨이의 일로 이미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가은은 지엽이 좋아하는 사람이 이서라는 사실도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다.그래서 이서가 여기에 있는 것을 본 가은은 매우 놀랐으며, 첫 반응으로 트집을 잡으려던 것이었다. ‘왜 나한테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거지?’ ‘미쳐버린 걸까?’‘아니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가은이 이서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여긴 웬일이야?” “배미희 사모님의 초대를 받았어요.”이서가 대답했다. “배미희 사모님?”가은은 이서가 말하는 배미희가 누구인지 몰랐기에,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그 누구도 찾을 수 없었다.그녀가 냉소를 지었다.“허, 우연의 일치라고? 우리 엄마의 심부름으로 온 건 아니고?” 이서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가은을 바라보았다. ‘나를 대하는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아.’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무슨 말인지 몰라? 멍청한 척이라도 하는 거야?”심가은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를 도와 나를 찾아서 그 덕을 보려는 거잖아.” “외국까지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뭐야.” 이서의 안색이 변했다.“저기요, 아가씨, 도통 무슨 말씀인지…” 가은이 하찮다는 듯 말했다.“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아가씨.”그때 한 직원이 두 사람을 향해 걸어왔다. “유람선이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바다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
상언이 말을 덧붙였다.“그런데 그 사람이 저를 남자 친구로 인정하지는 않았어요.” “?”배미희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더는 묻지 마세요.”상언이 몸을 일으켰다.“복잡한 일이 좀 있었어요. 어찌 됐든 계속 노력해 보려고요.” “그 말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겠구나.” 배미희가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그나저나 지환이랑 저 아가씨는 어떻게 된 거야? 지환이는 왜 저 아가씨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 거야?” 가십거리를 즐기는 자기 어머니의 모습을 본 상언이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서 씨와 지환이의 일을 말하지 않는다면, 엄마가 호기심만으로 이상한 소동을 일으킬 수도 있겠어.’상언은 이서와 지환의 일을 간단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은 배미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이서 씨 앞에서는 지환이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된다는 거니?” “네.”“어휴, 정말 안됐구나. 그나저나 어릴 때부터 일에만 집중하던 지환이가 사랑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될 줄이야.” 상언이 대답했다. “그러게요, 지호 형도 꺾지 못한 지환이를 한 여자가 쥐락펴락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배미희가 말했다.“이서 씨도 참 안쓰러워. 하씨 가문도 정말 이해가 되질 않는구나. 왜 굳이 이서 씨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는 건지…” 배미희는 같은 여자로서 더욱 큰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듯했다. 그녀는 이서가 자신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기 위하여, 이튿날에 놀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상언은 아무런 반대의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누군가가 이서 씨와 함께 놀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바다로 갈까요?”배미희가 물었다.“나도 바다는 오랜만이거든요.” “좋아요.”이서가 얌전히 대답했다.‘어쩜 저렇게 착할 수가!’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배미희가 상언을 노려보았다. 상언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이서와 배미희는 차를 타고 해변으로
이서를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수많은 꽃잎이 흩날려 땅에 떨어졌다. 너무도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꽃잎을 따라 거실로 들어간 이서는 커다란 케이크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 케이크에는 이서를 환영한다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이서 씨?” 매우 귀한 옷차림을 한 부인이 다가와 이서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상언을 여러 차례 입을 열고 싶었으나 기회가 없었다. “와, 정말 아름답네요. 역시 우리 아들의 안목은 훌륭하다니까요. 이서라고 불러도 되겠죠?” 이서는 그제야 눈앞의 부인이 상언의 어머니이고 또 오해한 것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기, 저는... 이 선생님의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이서의 말을 들은 배미희가 즉시 상언을 바라보았다. 상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맞아요, 이서 씨는 제 여자 친구가 아니에요. 그저 여자인 친구를 데려오겠다고 했지,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는 건 아니었는데... 오해하셨어요?” 배미희가 한심하다는 듯 상언을 바라보았다.“너, 나이가 곧 서른인데도 한 번도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없잖니. 이런 상황에서 여자를 데려오겠다고 하면 충분히 오해할 만하지 않니?” 곧 배미희가 미소를 지은 채 이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서 씨, 남자 친구는 있어요? 우리 상언이랑은 어떻게 만난 거예요? 이서 씨의 생각에 우리 상언이는...”그녀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상언에 의해 베란다로 끌려갔다. “엄마, 그만하세요. 제 여자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왜? 이 세상의 모든 남녀 관계는 친구로 시작하는 거 아니니?” “이서 씨는 지환이의 아내예요.” 놀란 배미희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말도 안 돼, 이서 씨가 정말 지환이의 아내라면, 지환이의 집에 있어야지, 너랑 우리 집에 있는 게 말이 되니? 네가 엄마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니고?” “엄마, 일이 좀 복잡하게 됐어요. 아무튼 이서 씨 앞에서 절대 지환이를 언급하면 안 돼요, 아시겠죠?”상언의 얼굴에
박예솔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 “비행기 안에 있을 겁니다.”하은철이 냉소를 지으며 소파에 대자로 널브러졌다. 그의 심장부는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으며, 가볍게 숨을 내쉬는 것조차 통증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틀림없이 외국으로 갔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하은철 씨와 한배를 탄 이상, 난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까요.] [잊지 마세요, 내가 하지환 씨와의 결혼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걸요.] 하지만 은철은 그녀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되찾을 수 없는 듯했다.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겁니까?” [살아있는 한 기회는 있어요. 설마 이렇게 빨리 포기하려는 거예요?] 은철은 서서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요, 죽지만 않는다면 기회는 있겠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아무것도 하실 필요 없어요. 윤이서 씨가 외국으로 간 이상, 제가 책임질 테니까요. 하은철 씨의 도움이 필요할 때 다시 연락드리죠.]“네.”짧게 대답한 하은철이 또 갑자기 물었다.“우리도 이제 아는 사이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당신의 정체를 밝힐 때도 되지 않았나요?” 수화기 너머의 여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은철이 말을 이어 나갔다.“당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습니까?” [박예솔이에요.]예솔이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은철은 즉시 멍해졌다. “작은 아빠를 쫓아다닌다는 그 여자라는 겁니까?” 은철은 예솔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지환의 동네에서 예솔은 너무도 유명했다. 심지어 거의 모든 이가 그녀가 지환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지환과 몇 번의 만남을 가졌던 은철 역시 예솔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이서와 마찬가지로 결과를 따지지 않는 직진형이었기 때문에, 은철은 그녀에 대한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여자가 작은 아빠를 쫓고 있을 때, 이서가 날 버리고 떠나버리
이상이 없다는 검사 결과를 받은 이서가 이상언과 함께 비행기에 오르기로 결심했다.“하나야, 정말 나랑 같이 안 가는 거야?” 이서가 임하나의 손을 잡고 아쉬워했다. 하나가 상언을 한 번 바라보았지만, 고개를 돌린 상언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서야, 기회가 있으면 널 보러 갈게. 외국에서 잘 치료하고 있어야 해, 알았지?” 하나의 말을 들은 이서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외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서는 크나큰 실의에 빠진 듯했다.“응, 잘 치료할게. 너도 잘 지내야 해.” “응, 꼭 그럴게.”하나의 아련한 시선이 상언에게 향했다. 잠시 후,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 선생님, 저랑 따로 이야기 좀 하시죠.” 다른 방법이 없었던 상언은 고개를 돌려 하나를 마주해야 했다.눈빛의 모든 정서를 거둔 그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요.”몸을 일으킨 두 사람이 복도를 따라 다른 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하나가 상언을 껴안았다. 상언은 정신이 멍해졌으나, 공허했던 심장은 서서히 채워지는 듯했다.“이 선생님.”“네.”“선생님도 꼭 잘 지내셔야 해요.”이는 수많은 감정을 대변하는 한마디였다. 상언의 떨리는 손이 하나의 부드러운 머릿결로 향했다. “그래요. 하나 씨, 내가 없어도 잘 지내세요. 그리고...” 상언이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하나를 바라보았다.“가끔은 날 생각해 줘요.”하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그럴게요.” 하나의 대답을 들은 상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약속한 거예요.”“네.”하나가 상언의 손을 잡았고, 상언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같은 시각, 비행기 옆.스웨터 한 벌을 품에 안은 심소희가 숨을 헐떡이며 온몸이 피투성이인 임현태의 앞에 서 있었다.그녀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많이 다친 거예요?소희가 다정하게 물었다. “아니야, 괜찮아.”현태의 시선이 소희의 품에 안긴 스웨터로 향했다.그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나한테 주
“아닌가? 꿈을 꾼 것만 같아.”말하면 할수록 이서의 머릿속은 혼잡해지는 듯했다. 그녀가 고통스럽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나도 몰라... 어지러워, 너무 어지러워...” “그래, 괜찮아, 괜찮아.”하나가 이서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이서야, 모든 걸 기억해 내려고 노력할 필요 없어. 이것만 기억해. 누군가가 너를 구했고, 너는 하은철과 결혼하지 않아도 돼.” 하나를 바라보던 이서가 아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럼... 혹시...”하나가 상언을 끌어당겼으나, 그와 눈을 맞추지는 않았다.“이 선생님이랑 외국으로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이 선생님?”‘분명 본 적이 있는 사람이야.’ “이서야.”다른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서의 시선이 금세 그에게 향했다. 그는 바로 지엽이었다. 지엽은 웃으며 이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서야, 나 기억해?”이서가 눈을 깜빡거렸다.‘확실히 낯이 익은 사람이야.’“혹시 저를 구하러 오셨던 분이세요?” 난감함을 느낀 지엽이 쓴웃음을 지었다.“나야, 소지엽. 기억 안 나?”이서가 문득 깨달은 기색을 드러냈다.“지엽이었구나, 너... 정말 많이 변했다. 아니, 정말 많이 커버렸어.” ‘이서의 기억 속에 나는 그다지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구나.’지엽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듯했다. “이서야.”지엽이 갑자기 엄숙해졌다.“나랑 외국으로 갈래, 아니면 이 선생님이랑 외국으로 갈래?” 이서가 물었다.”두 개의 선택지에 무슨 차이가 있는데?” “나랑 외국으로 가면 나의 보살핌을 받게 될 거고, 이 선생님과 외국으로 가면 H선생님의 보살핌을 받게 될 거야.” 지엽이 대답했다. “H선생님?!”이서는 깜짝 놀라 상언을 쳐다보았다.“H선생님의 사람이세요?”“그렇다고 할 수 있죠.”고개를 끄덕인 상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지엽을 바라보았다. ‘만약 지엽 도련님이 진심으로 이서 아가씨와 함께 외국에 가길 바라셨다면, 굳이 내가 하 대표님의 사람이라는
두 시간은 지환에게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1분 1초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가능하다면, 많은 돈을 써서라도 이 두 시간을 무한히 연장하고 싶어.’ 애석하게도,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지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금세 두 시간이 흘렀고, 그는 이서가 깨어나기 전에 병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병실을 나선 지환이 어느새 도착한 이상언과 임하나, 그리고... 떠나지 않은 지엽을 바라보았다. 상언의 속뜻을 짐작하고 있던 지엽이 지환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하 대표님, 너그럽지 못하시네요.” “분명 이서를 데려가라고 하셨으면서” “하 대표님의 친구분을 배치하셨으니까요.” 지환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나랑 합작하기 전까지는 이서를 데려갈 수 없다는 걸 잊지 마.”“그때는 제가 하 대표님께서 하은철의 작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몰랐지 않습니까. 만약 그때 대표님의 신분을 알았더라면, 절대 대표님과 합작하겠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환이 지엽을 향해 다가갔다.“얼마면 되겠어?” 지엽의 안색이 변했다.“지금 돈으로 제 진심을 모욕하려는 겁니까?” “아니, 보답하려는 거야, 이서의 남편으로서.” 지엽의 표정이 다소 음울해졌다.“하 대표님, 진심으로 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으신 거라면, 돈으로 저를 모욕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저도 하 대표님과 마찬가지로 이서가 하은철이랑 결혼하는 건 원치 않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서를 돕는 이유는 이서를 사랑하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서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지엽이 말했다. 지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을 본 상언이 얼른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곧 이서 씨가 깨어날 겁니다. 여기서 계속 싸우다가 이서 씨가 지환이를 보고 또다시 자극이라도 받으면 어쩌려고 이러는 겁니까?” 두 사람은 상언의 말을 듣자마자 말다툼을 멈추었다. “나 먼저 가볼게.”지환은 이 말을 던지고 문을 향해 무거운 발
지환이 시동을 걸려던 찰나, 조수석의 문이 열렸다. 그가 멈춘 1초 동안, 소지엽이 기세를 몰아 차에 올랐다. 지환은 그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곧장 차를 몰아 마이클 천의 진료소로 향했다.지엽이 수시로 고개를 돌려 뒷좌석이 이서를 바라보았다. “이서, 괜찮겠죠?”운전대를 붙잡고 있는 지환의 팔에 핏줄이 솟아올랐다.“괜찮을 거야!” 상황을 지켜보던 지엽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고, 묵묵히 이서를 주시할 뿐이었다. 지환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차를 몰았다. 지엽은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팔걸이를 꽉 부여잡아야 했다. 세 사람은 마침내 마이클 천의 진료소에 도착했다. 지환의 품에 안긴 이서를 본 마이클 천이 대뜸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지환이 지엽을 바라보았다. 지엽은 망설이지 않았고, 하은철이 이서의 앞에서 지환의 일을 언급했다는 것을 털어놓았다그가 말을 뱉어낼 때마다 지환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지엽이 말을 다 끝낼 때쯤, 그의 얼굴은 짙은 먹물보다도 더 검어져 있었다. “대표님, 지금 바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 말을 마친 마이클 천은 즉시 이서를 부축하여 떠났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한참 억눌렀던 지환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벽을 세차게 내리쳤다. 금세 그의 손에서 선혈이 솟구쳐 올랐고, 지엽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환이 문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그가 얼른 지환의 걸음을 따라잡으며 물었다.“어디 가세요?” “하은철을 찾으러.”지엽이 얼른 지환의 앞을 막아섰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하은철을 찾으러 가시겠다고요?” “내가 여기에 남으면 뭘 할 수 있는데?” 지환이 차가운 눈으로 지엽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는 대단히 차가워서 전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엽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지엽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이서의 곁에는 대표님이 계셔주셔야죠.” “이서가 정신을 잃은 이 시간 동안이라도” “이서를 보
하은철은 소지엽의 허리를 거세게 잡고 있었으나, 눈으로는 이서를 주시하고 있었다. 무너져버린 출구가 점점 이서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시에, 은철 머릿속의 양심과 충동의 대립 또한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놓을까, 말까?’은철조차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했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둠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얻을 수 없으면 망쳐버려!’“하은철!”지엽이 주먹을 들어 은철의 아랫배를 세게 내리쳤다. 그러나 은철의 손의 힘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으며, 여전히 지엽을 꽉 붙잡고 있었다.통증이 복부에서 온몸으로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은철은 결코 손을 떼려 하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던 찰나, 번개와같이 빠른 속도로 나타난 한 사람이 이서를 안고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사람이 바닥에 발뒤꿈치를 디딜 즈음, 뒤쪽에 있던 출구가 와르르 무너져 격렬한 소리를 냈고, 사방으로 흩어진 유리가 온 홀을 가득 채웠다.많은 사람이 유리에 찔려 다치기도 했으나, 오직 그 남자의 품에 안긴 이서만이 안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기절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었다. 이날 이곳에, H선생님이 왔었다는 사실을. “작은 아빠?”은철이 짧은 충격 끝에 정신을 차렸다. 놀란 지엽이 불가사의하게 지환을 바라보았다. ‘하 대표님이 베일에 싸여있던 하은철의 작은 아버지라니!’천천히 이서를 내려놓은 지환은 현태에게 그녀를 부탁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켜 한 걸음 한 걸음 은철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더 이상 기질을 억누르려 하지 않았고, 어마어마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지옥에서 온 악마와 같은 모습이었다. 은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쥐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환이 하은철의 앞에 다다랐다. 하은철보다 훨씬 큰 키를 가지고 있었던 지환이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은철이 조심스럽게 침을 삼켰다.“여긴 H국이지 M국이 아니에요. 작은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