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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무슨 볼일 있어?" 진루안의 성격을 잘 아는 이윤희가 조용히 물었다. 진루안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무심하게 대답한 진루안은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약혼녀."

그 말을 듣자 안명섭과 안유아는 조금 멍해졌다.

이윤희도 그 말이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를 떠난 지 5년이 된 진루안에게, 약혼녀가 있다니?

"하하, 약혼녀라니, 누군데? 설마 여기 종업원은 아니지?" 진루안의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장근수는 진루안을 무시하는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 사람이 누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진루안은 시린 냉기가 담긴 눈빛으로 장근수를 흘겨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흠칫한 장근수의 얼굴이 이내 점차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진루안이 자신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반드시 품위를 유지해야 했기에 더는 진루안을 상대하지 않았다.

'나중에 두고 보자!' 장근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바로 그때, 호텔 문이 열렸다. 이내 바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씨 가문 아가씨이자 서화 그룹의 대표, 서경아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트려 놓고 있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그녀는 목에 엄청난 가격의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완벽한 계란형의 얼굴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

그녀가 천천히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주인공이 되었다.

"진짜로 서경아네, 서씨 가문 아가씨 말이야!"

"진짜로 직접 참석했네. 보아하니 이번에 안씨 가문에 체면이 좀 서겠어."

"서경아뿐이야? 아마 한씨 가문의 한준서도 올 거라던데."

"진짜? 그 두 사람 우리 동강시의 유명한 선남선녀잖아!"

"누가 아니래? 소문에 두 집안에서 결혼을 할 지도 모른대."

주위 사람들은 분분히 놀라움에 탄성을 내질렀고, 서경아의 등장은 현장을 뒤흔들었다.

서경아, 동강시 서씨 가문의 아가씨이자 서화 그룹의 여 대표로 전형적인 엄친딸이었다.

안명섭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신랑이라는 자각마저도 잊어버렸다.

이윤희는 몹시 화가 나 안명섭을 노려봤다. 어쩐지 안명섭과 결혼하는 자신이 우스갯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검은 치마 차림의 미녀를 쳐다봤다. 동강시의 서씨 가문 아가씨는 수많은 남자들이 꿈에 그리는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이윤희는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가득 차올랐다. 서경아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 못나 보였다.

잔뜩 불쾌해진 이윤희는 끝내 타오르는 열불을 참지 못하고 그 모든 화를 아무런 뒷배도 없는 진루안에게 쏟아냈다.

이윤희는 목에 하고 있던 자단나무 재질의 불패를 확 끊어 낸 뒤 진루안의 발밑에 던지며 짜증을 냈다. "진루안, 이건 네가 당시에 나한테 줬던 그 보잘것없는 불패야. 이제 돌려줄게."

"이제 여긴 네가 있을 이유 없으니까 얼른 꺼져버려!"

이윤희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이 불패를 그녀는 6년이 넘게 하고 다녔다. 당시 진루안은 생일 선물로 그녀에게 이 불패를 선물했었다.

하지만 매번 샤워를 할 때마다 친구들은 그 불패를 조롱했었다.

만약 자단나무 재질이라 값이 나가지 않았다면 진작에 버렸을 물건이었다.

그 장면을, 서경아가 목격했다.

그녀는 이윤희는 무시한 채 남루한 차림에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진루안을 쳐다봤다.

서경아는 자신과 혼약이 있는 약혼자를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그 약혼자에게 그녀는 아무런 반감도 없었다. 물론 호감도 없었다.

그녀는 그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을 이루어 주기 위한 것뿐이었다. 이것은 할아버지가 정해준 혼약이었다.

"네가 기다리는 약혼녀, 설마 서경아는 아니지?" 장근수는 술잔을 든 채 조롱하는 얼굴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오늘의 가장 우스운 농담이 될 것이다.

안유아도 팔짱을 낀 채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저까짓게? 경아 언니가 한마디 말만 걸어줘도 평생 고마워해야 할 거야."

"서경아가 저 자식을 좋아한다고? 무슨 헛소리야!" 이윤희도 옆에서 조롱하며 비웃음을 흘렸다.

모든 사람이 진루안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맞는데?" 그러나 진루안은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현장은 순간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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