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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버지!”

임하운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영감이 제대로 미친 것인가?

어디 근본도 없는 놈에게 아름이를 맡긴다고!?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임호군에게 말했다.

“아름이 결혼은 우리 집 대사입니다.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임호군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

“우리 집 사위로 진시우가 제격이야, 네 생각은 안 그러냐?”

임하운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아닙니다. 조금 이른 감이...”

“아름아, 할아버지 말도 듣지 않을 셈이냐?”

임하운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자 그의 눈빛은 임아름에게로 향했다.

“할아버지, 저.... 저는...”

결혼이 너무 하기 싫었지만, 자신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거절한다면 할아버지께서 또 쓰러지실까 두려웠다.

“결혼은 정상적으로 진행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몸을 일으키고 싶었던 임호군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 작은 동작 하나로 진시우가 혈자리에 놓은 침의 위치가 변하게 되었다.

임호군의 얼굴색이 삽 시에 새하얗게 질리더니 땀방울이 그의 머리에서 뚝뚝 떨어졌다.

이 모습을 지켜본 임아과 다른 사람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

“할아버지, 어디가 불편하세요?”

당황한 임아름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결혼할게요, 할아버지. 진정하세요!”

”조 의원!”

임하운이 조 의원을 다급하게 불렀다.

임호군의 맥을 짚어본 조 의원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떡하지? 임 노인의 기가 흐려졌어요.”

이런 변수는 그의 예상에 없었다!

임 노인이 깨어나야 되는 시간도 6시간 후의 일이었는데!

조 의원은 다급하게 침을 임 노인의 혈자리에 꽂았으나 나아지지는 않고 도리어 임호군이 피를 토해냈다.

“아버지!”

당황한 임하운 부부가 조 의원에게 소리쳐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임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임호군의 온몸이 간질병 환자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조 의원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때, 곁에서 가만히 조 의원을 지켜보던 진시우가 입을 열었다.

“조 의원님, 내관혈에 침을 꽂아 보세요.”

“조용히 해!”

임하운이 호통을 쳤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했잖아!”

임아름도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함부로 아는척하지 마. 조 의원이 너보다 못할까”

진시우가 말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을 목숨, 조 의원님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한번 해봐요!”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그 입 다물어!”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임아름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조 의원은 내키지 않았지만 진시우가 알려준 혈에 침을 꽂았다.

몸을 세차게 떨던 임 노인의 몸이 평정을 되찾았다.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일이었다.

“이...”

진짜 효과가 있다니!

“젊은이, 다음 침은 어느 혈자리는 꽂아야 하는가?”

조 의원이 겸손한 표정으로 진시우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본 임하운 가족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임아름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조 의원이 자신의 의견을 듣자 진시우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두 번째 혈자리는 관원혈, 세 번째 혈자리는 양릉천...”

진시우가 가리키는 혈자리에 침을 꽂은 조 의원은 다섯 번째 혈자리에 침을 꽂자 임 노인은 침대에 누워 평온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조 의원은 깜짝 놀라 진시우를 바라보며 탄복했다.

“고맙네 젊은이!”

진시우가 아니었다면 조 의원의 명성은 오늘부로 끝났을 것이다.

한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임하운과 임아름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효과가 있다고?

진시우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띠였다.

“아닙니다, 사람 목숨부터 구해야지요.”

조 의원은 진시우에게 연거푸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임 노인이 오늘 사망했더라면 그도 살아서 이 저택을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조 의원의 본명은 조중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신의로 많은 재벌 관리들이 그를 찾아 병을 보인다.

임아름 가족들도 조중헌의 약만당에서 그를 어렵게 모셔왔다.

조 의원은 임하운의 가족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오늘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진시우, 이 젊은이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제 손으로 임 노인을 죽게 만들었을 거예요.”

“조 의원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임하운은 그를 탓할 수 없었다.

방안의 어색한 기운이 진시우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임아름의 어머니께서 초췌한 모습으로 그에게 물었다.

“시우 군, 배고프죠? 내려가서 먹을 것 좀 만들어 드릴게요.”

그녀의 얼굴에서 임 노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진시우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계속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조중헌도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떠났다. 떠나기 전 진시우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시우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좋아진 임하운은 진시우를 보며 물었다.

“침술도 배웠어?”

진시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스승님의 존함이...”

진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이름을 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묻지 않는 게 예의지.”

임하운은 방금 전 자신이 진시우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짐 못하는 것 같았다.

“우리 아버지 언제쯤이면 깨어나 실수 있습니까?”

“한잠 주무시면 됩니다. 3-4시간 후에는 깨어나 실수 있습니다”

세 사람은 함께 임아름의 어머니가 해주신 비빔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임아름은 그런 진시우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난 후, 임 노인이 깨어났다.

임 노인이 깨어난 다음 처음으로 하는 말씀이 임아름과 진시우를 불러 혼인 신고부터 해라는 당부였다.

임아름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거절하지 못했다. 임하운마저 더는 반대할 핑계를 찾지 못했다. 임아름의 어머니는 진시우가 마음에 들었다. 진시우와 대화를 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였다.

저녁이 되자 진시우는 게스트룸으로 향했다.

이튿날 아침,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된 임노인은 일곱시가 되기도 전에 진시우와 임아름을 다그쳤다.

진시우는 어쩌 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사부는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그 집 손녀 딸과 결혼을 한 후 은혜를 갚어’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나에게 발생하다니!

진시우는 자신이 임 노인을 구해준 대가로 이 집에서 자신을 쫓아내라는 조건을 걸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임 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망할 영감탱이가 이 집에 얼마나 큰 신세를 졌는지 말하지 않아 진시우가 혼자 결정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구청에 미리 전화를 한 까닭일까, 혼인신고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구청 직원의 도장이 서류에 찍히면서 진시우와 임아름은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온몸으로 거부를 하던 임아름이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시우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구청을 나서는 순간, 임아름의 차가운 눈빛이 진시우를 향해 있었다.

“혼인 신고서는 가짜야, 할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할아버지 뒷목 잡고 쓰러지실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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