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일찍이네요."

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

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

"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

"아직이야."

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

"네가 가서 차려봐."

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

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

"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

"네..."

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

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들은 아직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현수는 그저 고개를 숙여 열심히 밥만 먹고 있었다. 그가 손을 들었을 때 손가락 마디마디에 두꺼운 굳은살이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고, 이것은 아마도 샌드백을 수없이 쳐 형성된 것인 듯하였다.

강서연은 묵묵히 말을 삼켜버렸다.

신혼 첫 끼는 침묵 속에서 흘러갔다. 강서연은 마음속으로 억울하였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더 이상 돌아설 여지가 없었다.

"참, 오늘 혹시 다른 볼일 있어요?"

강서연이 물었다.

"왜?"

"웨딩드레스 반납하러 다녀와야겠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말에 구현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결혼에 대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탓으로 그는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빌려 입은 줄도 몰랐다. 다른 여자라면 기뻐하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다 놓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그는 마음속으로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가달라는 거 아니에요!"

강서연은 그가 침묵하는 것을 보고 황급히 설명했다.

"저 혼자 다녀오면 되니 현수 씨는 다른 볼일이 있으면 일 봐요."

"응."

남자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두 사람은 마치 룸메이트처럼 거리를 두었다.

강서연은 웨딩드레스를 깨끗하게 세탁하여 원래대로 포장하여 봉투에 넣었다. 그러고는 버스를 몇 번 갈아타며 웨딩숍으로 향해 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결혼할 때 강 씨네는 말로 약속한 혼수 외에는 아무것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와 골목을 한참 뒤져서야 디자인과 가격이 만족스러운 이 웨딩숍을 찾을 수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가게라 그런지 점원도 태도가 좋지 않았다. 특히 강서연처럼 웨딩드레스를 빌려 결혼하는 사람은 더욱 대접받지 못했다.

"서연 씨, 이 웨딩드레스를 우리가 나중에 다시 빌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봐요, 어떻게 됐는지!"

점원은 목청을 돋우면서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Related chapter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