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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가게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 바닥에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 점원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점원의 안색은 이미 보기 나쁘게 변해있었다. 이때 매니저가 다가와 그녀에게 눈짓하였는데, 비싼 웨딩드레스이니 손님의 뜻에 따르라는 뜻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구현수는 기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강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구현수의 손을 꼭 쥐었다.

"괜찮아요, 사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그녀는 나지막이 그에게 속삭였다.

"이 드레스는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앞으로 따로 입을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

"이 카드로 결제해."

구현수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결국 매니저와 디자이너가 함께 나서서 오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

구현수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안에서 사이즈를 재고 있는 강서연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무도 감히 그녀에게 빈정거리지 못했고, 전에 그 점원은 매니저에게 호통 받고 옆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강서연의 몸매가 좋다고 연달아 칭찬했고, 매니저도 그녀를 귀빈으로 모시며 차를 대접하고 물을 따라주며 조심스럽게 시중들었다.

한참 뒤에서야 웨딩숍을 나선 강서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시무룩했다.

그 웨딩드레스는 600만 원이 넘었다...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현수 씨."

그녀는 오랫동안 참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 현수 씨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구현수는 걸음을 멈췄다.

어린 여인은 검은 포도처럼 검고 큰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현수 씨가 너무 충동한 것 같아요."

"뭐?"

"그러니까 아까 웨딩숍에서 말인데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 비싼 웨딩드레스를 샀어요? 600만 원이면 우리 둘이 얼마나 오래 먹고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요."

구현수는 확실히 이 금액의 가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예전의 그에게 이 금액은 아마 한 끼의 밥값으로도 부족했을 것이다.

강서연은 그를 슬쩍 쳐다보았지만, 그의 각진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게... 현수씨 탓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한층 더 누그러졌다.

"그러니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미 결혼했으니,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예요. 현수 씨가 저를 도와 화풀이를 하려는 건 잘 알겠지만, 참아야 할 때는 참는 건 어떨까요? 집에 돈 쓸 곳이 아직 많아서 그래요…"

집?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게다가 제 혼수도 아직 안 가져왔고, 가져와도 또 다른 쓸모가 있어서... 돈을 이렇게 헤프게 쓰면 안 될 것 같아요."

강서연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병원에 계신 어머니, 그리고 생활비를 기다리는 동생을 생각하면 근심이 저절로 생겨났다. 하지만 이 일을 구현수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 구현수 앞에서 그녀는 강 씨 집안에서 나온 강서연일 뿐이다.

"돈을 헤프게 쓴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이 몇 글자를 반복하더니 웃음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강 씨네 집 아가씨도 돈이 아까운 걸 알아?"

이 말에 강서연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긴장한 듯 얼른 화제를 돌렸다.

"목 안 말라요? 제가 가서 밀크티 사 올게요."

그녀는 돌아서서 길가의 밀크티 가게로 다가갔다.

구현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휴대폰에 뜬 번호를 보며 표정이 엄숙해졌다.

"어때?"

"셋째 어르신."

핸드폰 저편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은 이미 거의 다 조사되었습니다. 어르신의 비행기는 그날 확실히 누군가에 의해 사고가 난 게 분명합니다. 아직은 증거가 부족하지만, 어르신께서 추측하시는 그놈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알았으니 계속해서 파헤쳐."

"네. 그런데 어르신… 강주 그 마을에 얼마나 더 계실 예정입니까? 오성에 한 번 들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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