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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빤 집에 안 계셔!"

강유빈은 입꼬리를 치켜들며 거만하게 말했다.

"아빤 네가 오늘 집에 다녀간다는 것조차도 잊고 계셔! 하긴, 그런 거지 놈에게 시집가는데 밥상을 따로 차릴 필요가 있겠어? 넌 창피하지도 않은가 봐?"

"상 차릴 필요는 없으니 내 혼수나 돌려줘!"

강서연은 벌떡 일어나 강유빈의 앞을 가로막았다.

"혼수? 난 들어본 적도 없는데?"

강유빈은 입가에 교활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그 순간 강서연은 억울함, 분노, 원망...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미천한 사생아로 낙인찍힌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출신은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어둠 속에서 헤매면서도 그녀는 밝은 곳을 향해 다가가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떤 제정신인 여자가 남을 대신하여 시집가려 할까? 그녀는 단지 엄마를 구하려고 터무니없는 요구에 응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작은 소망마저도 그들에게 박탈당하다니!

"가지 말고 똑바로 말해봐!"

강서연은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려는 강유빈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

강유빈은 강서연의 팔을 세게 꼬집으며 소리 질렀다.

강서연은 너무 아픈 나머지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뒤통수가 벽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순간 귀도 먹먹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강서연의 모습을 보며 강유빈은 더욱 음산하게 비웃었다.

"서연아, 너는 이미 시집간 딸이야, 그 촌구석에 버려진 오물이랑 다를 바 없어. 앞으로 우리 강씨 집안과 어떤 일로도 엮일 생각 말어!"

"아버지께선 나하고 약속하셨어! 내가 너 대신 시집가면 혼수를 푼푼이 주겠다고! 그럼 엄마도..."

"엄마를 좋은 병실에 입원시켜 좋은 약을 쓰게 하겠다던?"

강유빈이 깔깔대고 웃었다.

"나의 바보 동생 같으니라고, 쯧쯧... 너는 그때 아버지가 왜 너와 네 엄마를 내쫓았는지 기억 안 나?"

한줄기 섬뜩한 기운이 강서연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행실이 바르지 않은 네 엄마가 어데서 잡종을 임신해 가지고 와서 우리 아빠가 아주 노하셨잖아~ 서연아, 나쁜 년은 지옥에 가야 해! 아빠가 이런 네 엄마를 구할 것 같아? 아니, 아빤 네 엄마가 밖에서 죽어버리길 간절히 바라고 계실걸!"

"아니..."

강서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써 참으려 했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우리 엄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누명을 쓴 거야..."

"그럼 우리 엄마가 모함이라도 하였단 말이야?"

강유빈은 목소리를 높이며 사납게 강서연을 노려보았다.

강서연도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마음이 떳떳하지 못하고 약한 사람일수록 겉으로는 더 사납고 강하게 위장한다고...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강서연은 눈물을 훔치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윗세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잘 몰라. 그러니 앞으로 말 가려서 해, 다시 한번 우리 엄마를 무시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쳇, 너에게 그럴 능력이나 있어야 말이지!"

강유빈은 일부러 머리를 뒤로 젖히며 방금 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드러냈다.

"어때, 이뻐?"

그녀는 도발적으로 강서연을 쳐다보았다.

"이 목걸이는 내가 방금 산 거야. 꽤 비싼 건데... 얼마였더라? 맞다, 6,000만짜리였지!"

강유빈은 이를 깨물며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내뱉었다.

"바로 너의 그 혼수로 산 거야!"

"너..."

"그래! 내가 솔직히 말해줄게, 아빠는 혼수를 줄 생각을 하신 적이 없어! 너를 내 대역으로 삼은 것만으로도 이미 너의 체면을 세워준 거로 생각해! 강서연, 그러니까 주제 파악 잘하라고!”

강서연은 화가 치밀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강유빈의 득의양양한 웃음을 뒤로 하고 넋이 절반 나간 채로 하인의 친절한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섰다.

하늘은 뿌옇게 흐려있었고 공기에는 습한 냄새가 진동했다.

지금 이 계절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갑자기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강서연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셋째 어르신, 아가씨께서 나오셨습니다."

"어."

구현수는 권투장갑을 벗어 던지고 손에 감았던 붕대를

한겹 한겹 풀며 물었다.

"어때 보여?”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이 말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가씨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친정에서 나쁜 대우를 받은 듯합니다. 제가 강 씨 집 하인한테 알아보니 아직 혼수를 받지 못했고, 언니한테도 한바탕 굴욕을 당했다고 합니다."

주먹을 불끈 쥔 구현수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혼수는 얼마지?"

"6,000만이라고 합니다."

"강 씨 네가 입찰한 그 땅의 가치는?"

"2,000억입니다."

"좋아."

구현수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 땅으로 강 씨네 그 아둔한 사람들 모두 정신 차리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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