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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전화 저편에는 침묵이 흘렀다.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배경원은 구현수의 무표정한 얼굴을 짐작할 수 있었다.

희노애락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그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마크니...

"형!"

배경원이 말을 이었다.

"형은 할 말 없어요?"

"어떤 말?"

구현수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건 내가 선물한 것이니 이젠 그녀의 물건인 거야. 어떻게 처리하는가 또한 그녀의 일이기도 하고."

"그래도 형님 증조할머니께서 쓰셨던 '금풍옥로' 인데..."

구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덤벨에 무게를 가했다.

"그 팔찌를 얼마에 팔았어?"

"형수님이 안 팔던데요!"

구현 수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어젯밤부터 그는 강서연이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서랍 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아마도 그녀가 장신구를 팔 거라 예상했다. 혼수를 강유빈한테 빼앗기고 어머니 병원비도 마련해야 하니 장신구를 팔지 않고서는 당장 이 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팔찌를 그대로 가지고 올 줄은 몰랐다.

"형, 나 오늘 마침 가게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팔찌 꺼내자마자 이내 알아봤지 뭐예요. 난 또 어느 간 큰 도둑이 훔친 줄 알았는데, 형수님이었네요! 형수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 같아요. 난 일부러 점원에게 비싼 값을 쳐주라고 했는데... 아, 물론, 금풍옥로의 원래 가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형수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값이 많았을 거예요!"

"어, 그리고?"

배경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저당 안 하겠대요!"

구현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강서연의 걱정스러운 모습이 다시 머리에 떠올랐다.

이미 부부가 되었는데도 그녀는 아직도 그에게 마음 줄 생각이 없는 건가?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고... 구현수는 복잡한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은 더 신경 쓰지 마."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땅이나 잘 관리해. 난 그 땅이 강 씨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강명원 그 늙은이에게 압력 더 가해봐. 그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어."

"강 씨라면 형님 장인 아니에요?"

배경원이 피식 웃었다.

"형, 이건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그냥 내 말대로 해,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지 말고!"

배경원은 혀를 내밀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고, 벼경원도 이젠 구현수의 변덕스러운 성격에 익숙해졌다. 배경원은 어렸을 때부터 구현수를 혼내줄 여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왔었는데 지금 그 여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다.

그런데…

"형, 한마디만 더 할게요. 강서연과 정말 끝까지 갈 수 있어요?"

구현수는 대답이 없다.

"형은 진짜 구현수가 아니라 그 작은 마을에 오래 머물진 못할 거예요. 언젠가는 오성으로 돌아오게 될 거고... 그때가서 그 강서연 씨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형 집에서 강서연 씨를 받아주실까요?"

오랜 침묵 뒤 비로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가서 생각하자."

"내 말은 너무 깊이 빠지지 말라는 거예요."

"그건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구현수는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

"난 이 결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이건 내 신분을 숨기는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해."

"알겠어요."

배경원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형이 오성으로 돌아올 때도 이렇게 멋지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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