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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7장

”찰깍.”

에어컨실 문이 발에 걷어차여 힘없이 열렸다.

하현은 따뜻한 후드티를 입고 보이차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

하현은 식탁에 아무렇게나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맞은편에 있는 이걸윤을 바라보았다.

하현이 나타난 것을 본 순간 이걸윤의 눈가에 원망과 독기가 가득 번뜩였다.

하지만 곧 원망과 독기는 사라졌고 전신의 눈에는 전의가 사라졌다.

요 며칠 동안 그는 계속 한숨도 못 자고 추위에 시달려야 했다.

처음에는 강한 의지력과 정신력으로 간신히 버텼다.

하지만 가벼운 최면과 심리적 암시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에 전신급의 정신력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걸윤의 지금 모습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만약 그가 최면을 반복해서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 만약이란 없다.

“하 씨, 원하는 게 뭐야?”

그의 의지는 무너져 내렸지만 그는 애써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숨결과도 같았다.

하현은 담담하게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소주, 잘 지냈어? 하루 못 본 것이 마치 3년 같군그래!”

“당신 말이야. 왜 이런 고생을 하고 그래, 응?”

“그때 바로 하구천의 이마에 총을 쏴 버렸으면 좋았잖아.”

“당신이 해외로 망명했다고 해서 이 지경이 될 필요는 없는 거 아냐? 응?”

하현은 앞으로 천천히 나와 오른손으로 이걸윤의 얼굴을 두드리며 그의 얼굴에 찻물을 부었다.

찻물에 흠칫 놀란 그는 어리둥절했으나 이내 메마른 그의 입술은 촉촉한 찻물에 반응했다.

그는 필사적으로 혀를 내밀어 핥으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하현이 웃는 듯 마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짓자 순간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이 굳어졌다.

지금 자신이 보인 행동 때문에 이미 하현 앞에서 자신의 모든 존엄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그는 한동안 굳어 있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현,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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