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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9장

다음날 밤, 항성 빅토리아항의 어느 식당.

이곳은 하수진이 영업하는 곳이자 하현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이었다.

예전에 여기서 하현은 톱스타 진소흔을 처리하며 그를 암살자로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오늘 여기서 넷째 공주를 처리하게 되었다.

마치 당연한 수순처럼.

넷째 공주는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미리 식당 전체를 세내어 최고급 식재료를 준비시키라고 일렀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노국에서 82년산 샤토 와인을 한 병 공수해 오도록 하였다.

푸짐한 음식들이 한 상 차려졌고 하현은 사양하는 기색 없이 젓가락을 들어 맛있게 먹었다.

넷째 공주는 하현의 먹는 것만 바라볼 뿐 식사는 들지 않고 다리가 긴 와인 잔을 들어 천천히 와인을 음미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는 석양 아래서 더욱 투명하고 은은한 향기를 자아내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는 자신들의 경호원들을 모두 물렸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는 거만함과 냉랭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로지 초췌하고 피곤한 기색뿐이었다.

“나 피곤해. 이제 더는 못하겠어.”

잠시 후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번 판은 아무래도 당신한테 안 될 것 같아.”

“아무리 이런저런 궁리를 해 봐도 당해낼 재간이 없어.”

“항도 하 씨 가문의 집안 서열에 큰 지각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순간에 당신이란 거물까지 나타났으니 내 실패는 자명한 것이었는지도 모르지.”

“인정해, 인정!”

“하현, 이제 새로운 조건을 말해 봐.”

“내가 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해 줘. 내 남자들을 무사히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조건 말이야.”

“그들이 내 휘하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난 당신이 원하는 걸 해 줄 수 없어. 당신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넷째 공주는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그녀가 데려온 병왕도 하현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걸윤은 목숨을 잃었고 원탁의 기사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게다가 성전 기사단의 대하계 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녀가 수년간 고생하며 쌓은 기초가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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