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해도 나는 너희들이 너무 속상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경기는 언제나 또 참가할 수 있으니까. 이번에 패배를 했다면 가을 리그, 여름 리그, 세계 리그에 다시 도전하면 돼. 설령 작은 경기라고 해도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승리할 수 있단다.”“너희들은 2년 전에 재계약하여 남은 아이들이지. 난 대부분 플립스를 새 맴버로 교체했었어. 그래서 나도 잘 알아. 팀에서 인정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하지만 오늘 경기로 너희가 이거 하나만을 기
마지막 경기는 시작되었다.양 팀의 선수 모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었다.무대 위에 있는 풀도 진지한 표정이었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있을 때 그는 끊임없이 휴지를 꺼내 손바닥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마도 자신의 땀으로 게임 조작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된 것인지 얼른 파우더를 손에 한층 발랐다.만약 다음 판이 있다면 자리 교환 타임에서 이브닝은 풀이 앉았던 자리에 얼마나 많은 파우더 가루가 날려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다른 한쪽의 분위기는 그나마 나았다. 앞선 두 판과 달리 헤실헤실 웃는 모습은 아니었다. 여하간에 마지막 경기
앞으로 사적의 신세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이브닝은 은근슬쩍 기대되었다.다음 시즌부터 여명과 함께 출전하면 자신의 팀이 얼마나 더 강해질지 궁금하기도 했다.보통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팀원이 언젠가 나타나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 그에게 이런 팀원이 생겼으니 더욱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자주 훈련에 빠지는 팀원은 필요 없다. 경기는 결국 팀전이니 말이다.물론 앞으로 경기에서 만날 라이벌들과의 멋진 경기도 기대되었다.결승전에서 강대한 선수를 만나 멋진 경
“도, 도도신...님...”풀은 단오혁이 자신을 붙잡을 줄은 몰랐는지 넋을 잃은 표정으로 단오혁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느끼던 슬픔마저 잊어버렸다.‘도도신이... 도도신이 지금 나한테 말 걸어준 거야?'‘세상에! 엄마!!! 나 떴나 봐!!!'‘도도신이 다음 시즌에서 만나자고 했다고!'단오혁은 멍하니 서 있는 풀의 모습을 보곤 피식 웃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소년 뒤에 있는 무대를 보았다.그곳엔 소년의 팀원이 서 있었고 특히 이기려고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던 소녀도 있었다.그는 다시 소년을 보았다. 소년의 어깨에 올려둔 손도
역시나 어떤 사람이든지 멋진 사람이 무대 중앙에 서 있다면 더욱 빛나 보이는 법이었다.강하랑은 생각했다. 그녀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훌륭한 인재가 되어 멋진 가족과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말이다.큰오빠든, 둘째 오빠든... 그녀는 노력해서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야만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이 단씨 가문의 딸이라고, 그들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연유성 씨, 저희 회사에서 매년 디자인 공모전이 열린다고 하지 않았어요?”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른 듯 강하랑
강하랑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확실히 연유성의 말대로 그녀가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해도 연바다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여하간에 그녀가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세상은 늘 뜻대로 되리란 보장은 없었다. 어쨌든 친구를 이렇게 계속 무시해서는 안 된다.그녀는 결국 전화를 받아 연바다에게 간단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만약 중요한 일이라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미뤄도 되지 않겠는가.다만 유감스럽게도 상대의 인내심이 동났는지 시끄러운 경기장 속에서 그녀의 핸드폰은 더는 진동 소리를 내지 않
그녀는 지금 자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예전에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지금부터 다시 새로운 길을 걸으면 된다.이젠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강하랑은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떨군 채 연바다에게 답장을 보냈다.[사랑: 미안해. 지금은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오혁 오빠랑 유혁 오빠도 함께 왔거든. 오빠들이랑 다른 곳도 가야 해서 너랑 같이 서해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혹시 급한 일이 있으면 잠깐 기다렸다가 우리랑 같이 밥 한 끼라도 먹고 갈래?]연바다에게 선을 그을 생각은 없었다.
그간 연유성이 단씨 가문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고 지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사이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나무에 박았던 못을 뺐다고 해도 나무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 10년, 20년이 지나도 못을 박은 자리는 평생 남는다. 그런데 사람 마음은 어떻겠는가?그래도 단이혁과는 그들보다 조금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여하간에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던 때가 있었으니 그때 아마도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 풀어졌을지도 모른다.단유혁과 다른 형제들은 여전히 쌀쌀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그들의 눈빛을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