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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천도준은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입꼬리를 올리고 차갑게 웃어 보였다.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정태건설은 지난 2년간 천도준의 경영 아래서 꾸준히 승승장구 하였다.

하지만 돈만 많이 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자형화 카드에는 이천억이 있으니 그 돈으로는 정태건설을 10개도 인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수용에게 인수를 부탁했고, 이수용이 나서면 더 쉽고 빠르게 해결할 것이 분명하다.

이대광은 전화기를 두 손으로 붙들고 허리를 굽신거렸다.

“네, 매형. 회사에 몇 시에 오시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업무 보고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유책자는 이미 제거했습니다.”

천도준은 이미 버려진 카드니 이대광은 얼마든지 그를 모함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잘렸으니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었고, 죽은 사람에게는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이대광은 갑자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네? 회사를 팔았다고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메아리쳐 귀청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소리에 밖에 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정태건설은 지난 2년 동안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팔아넘겼다고?

곧이어 다들 꿈에서 깨어난 듯 천도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설마......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도준을 바라봤다.

이대광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천도준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거의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자, 이젠 내 회사예요.”

천도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는 이수용의 일 처리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일로 이수용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천도준은 정태건설의 우두머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인수를 마칠 수 있다는 건 돈만 있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럴 리가 없어”

이대광은 얼굴이 빨개진 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매형, 갑자기 매각이라뇨? 회사 매출도 상승하고 있는 단계고 곧 상장도 앞두고 있는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갑자기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뚜!

통화가 종료되는 순간, 이대광의 희망의 불씨도 꺼져버렸다.

천도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아니 이대광 씨. 당신은 해곱니다. 당장 짐 싸서 나가세요.”

천도준은 경멸에 가득 찬 어투로 아까 이대광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천도준의 말에 그는 마치 따귀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대광은 화가 나서 몸이 떨리고 눈도 빨개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돈 때문에 수많은 부정당한 대우도 마다치 않아 하던 천도준이 어떻게 회사를 인수한 걸까?

강 건너 불 보듯 한 직원들의 시선에 이대광은 막연함을 느꼈다.

수치, 분노, 불쾌가 한데 뒤엉켜 그를 미치게 했다.

이대광은 갑자기 시선을 계약서로 돌리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회사를 인수했다고? 천도준 정말 대단해! 너무 대단해서 내가 다 깜짝 놀랄 지경이야!”

이대광은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가리키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 계약서 무시하면 안 되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 내가 아주 고가에 서명했거든? 근데 네가 정태건설을 인수했으니 이 계약서는 이젠 네 손에 넘어가겠지? 그렇다면 이 회사도 곧 파산할 거야.”

아까만 해도 술에 취해 실수를 저질렀다고 후회했는데 천도준이 본의 아니게 그를 도와줬다니?

이대광은 오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

정태건설은 기껏해야 200억의 시가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대광은 60억이나 손해 보는 계약서에 서명했고, 이는 정태건설에 있어 크나큰 재앙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천도준이 정태건설을 인수했다는 건 회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허세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 사안으로도 정태건설은 충분히 파산할 수 있다.

“60억?”

천도준은 동공이 움츠러들더니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정말 어리석었네요.”

사무실 밖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도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저 대머리 미친 거 맞지?”

“대표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지?”

그러자 이번에는 시선이 전부 천도준에게로 향했다.

천도준의 표정에 이대광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건 생각지도 못했지? 네가 정태그룹을 인수하면 난 고작 대표 자리를 잃겠지. 하지만 우리 매형한테는 회사가 너무 많아서 난 아무 문제 없어. 하지만 넌 아니잖아. 자존심 지키느라 전 재산을 다 걸었을 텐데 망하게 생겼네? 약 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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