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화

“왜 웃어?”

이대광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오만하게 말했다.

“워낙 천도준 네 일인데 내가 널 돕다가 생긴 일이잖아. 근데 지금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는 거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진실이 뒤바뀐 것이 분명했다.

천도준은 화가 치밀어 올라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더는 대표님의 뒤치다꺼리는 하지 않으려고요.”

“뭐야?!”

이대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자식 미친 거야? 예전 같으면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던 자식이 오늘은 왜 이렇게 확고하게 거절하는 거지?’

천도준의 확고한 태도에 이대광은 제대로 당황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60억을 초과했다. 이런 가격으로 이윤은커녕,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다.

이대광의 매형이 본사로 온다는데 만약 이 일이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그는 반드시 이대광을 회사에서 쫓아낼 것이다.

이대광은 대표라는 위치에서 제멋대로 구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만약 자기를 대신해 죽을 꼭두각시를 찾지 못한다면 이런 꿀 직장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하여 지금으로서는 부장인 천도준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사고가 생기면 천도준이 해결했고, 명예가 있으면 자기가 누렸으며 이 모든 것은 그에게 당연한 것으로 되어버렸다.

지금 천도준의 반응은 그를 당황하게 했다.

“천도준, 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 회사 잘리고 싶어?”

이대광은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도준을 향해 삿대질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지금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내가 매형에게 네 능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야. 내가 아니었으면 넌 지금 고작 대리나 하고 있을걸? 인간이면 양심이 있어야지. 은혜를 갚지 못할망정 지금 나 배신하려는 거야?”

천도준이 싸늘하게 대답했다.

“본인을 과대평가한 건 아니고요? 매형앞에서 꼬리나 살랑살랑 흔들 줄만 알았지 대표님이 제대로 한 일이 있기나 해요? 사고 친 후에 뒤처리는 누가 했는지 설마 다 잊으셨어요? 은혜는 대표님이 갚으셔야죠!”

쾅!

이대광은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큰 소리로 협박했다.

“이번 일은 네가 싫다고 해도 짊어져야 해! 회사 잘리면 네 엄마 병원비 낼 수나 있겠어? 네 엄마를 살리고 싶으면 알아서 판단해!”

그 말에 천도준은 화가 솟구쳐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 말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을 것이다.

하여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타협했을 것이다.

천도준의 침묵에 이대광은 승리의 미소를 짓더니 이내 얼굴을 바꾸고 마치 인자한 형제처럼 다정하게 말했다.

“도준아, 네가 효자라는 거 잘 알아. 이렇게 하자. 네가 짊어지면 내가 이천만 원 바로 쏴줄게. 이천만 원이면 네 엄마 한동안은 더 살 수 있을 거야.”

말을 마친 그는 마치 큰 은혜를 베푸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도준에게 어머니가 약점이라면 그는 반드시 이 도박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대광은 이미 오래 전 천도준의 집안 사정에 대해 낱낱이 조사했기에 그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가까이 와보세요.”

천도준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이 이렇게 도와주시니 정말 고맙네요.”

그 말에 이대광은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역시, 이천만 원에 굴복하지 않을 리가?

이대광은 별 생각 없이 천도준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 내 동생이잖아. 너도 나 형으로 생각한다면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내 말만 잘 들으......”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도준은 이대광의 넓적한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이대광은 비틀거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고, 얼굴을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코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이대광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천도준, 너 미쳤어?”

“그래요, 나 미쳤어요. 그러게 갖고 놀려거든 나만 놀면 됐지, 우리 엄마는 왜 자꾸 들먹여요? 나도 더는 참지 않아요!”

천도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또 한 번 달려들어 이대광의 배를 발로 걷어차서 넘어뜨렸다.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요!”

Bab terkait

Bab terbaru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