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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한소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발밑을 보았고, 다시 평온하고 고개를 들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첫사랑 자료는? 실험실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안 나왔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 실험실에 가만히 있지 않고 뭘 그렇게 싸돌아다니고 있는 거야?”

노형원도 그녀의 시선에 따라 발에 얇게 상처가 난 것을 보았고, 순간 죄책감이 들었지만 오늘 밤 콘테스트에 대한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켰다.

“신제품 전시랑 콘테스트는 저녁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 난 시간이 남는다고 생각해서 입을 옷을 사러 갔다 왔어.”

노형원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강시유가 웃으며 말했다.

“왜, 네가 참석이라도 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녀는 옛 친구에게 시선을 돌려 되물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네가 힘들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게다가 이런 행사엔 원래 참석을 안 했잖아.”

“그래, 넌 단 한 번도 이런 명리를 탐하는 장소는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냥 안심하고 집에서 우리가 좋은 소식을 가져오기만을 기다리면 돼. 그래서, 자료는 어디 있지?”

노형원은 그녀를 향해 다가온 뒤 어깨를 두드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한소은은 교묘하게 옆으로 피했다.

노형원의 손가락이 굳어졌고, 이어서 그녀는 크라프트지 봉투를 꺼냈다.

“자료는 다 있는 거지?”

그는 봉투를 받아들자 마음이 놓이지 않아 봉투를 열어 보았고, 자세히 살펴보다가 다시 강시유에게 건넸다.

그들의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으며, 강시유는 자료를 받아 대충 몇 번 훑어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향수를 만드는 것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한소은의 재능에는 발끝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노형원과 결탁한 후, 후천적인 노력을 더욱 포기하며 몇 년 동안 그녀는 관련 지식을 거의 다 잊어버렸다.

그녀는 그저 한소은의 세운 공로에 숟가락만 계속 얹고 있었던 것이다.

자료 더미를 쥐고 있자니, 그녀는 이미 대회 트로피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다고 생각했다.

“샘플은?”

강시유가 물었다.

“출발하기 전에 실험실에 와서 가져가.”

한소은은 두 사람이 극도로 흥분하며 자신의 앞에서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보자 속이 울렁거렸다.

“형원, 오늘 밤 행사에 나 정말 참석하면 안 되는 거야?”

노형원은 잠시 멈칫한 뒤,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소은아,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다 너를 위해서라고. 너 혹시 2년 전 신예 대회 일을 잊은 건 아니, 네가……”

“물론 네가 반드시 실패할 거라는 뜻은 아니야.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잖아, 만일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는 말을 하다 말았고, 그 모습이 마치 그녀를 진심으로 위하는 듯했다.

만약 직접 듣고 보지 못했더라면, 한소은은 아마 두 사람에게 감동받아 울었을 지도 모른다.

모든 말이 그녀를 위한 것이었고, 얼마나 다정하고, 또 얼마나……역겨운지!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난 그냥 너희들이 오늘 밤 성공하기만을 바랄게!”

“난 먼저 실험실로 돌아갈게.”

노형원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가서 샘플을 준비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줘, 알겠지?”

한소은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고, 그녀는 당연히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는 길에 그녀는 이연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매우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

“소은아 너 무사하지? 맞다, 노 대표가 너 엄청 찾았어.”

“나도 알아.”

한소은은 길을 보는 데 집중하며 말했다.

“이연아, 내가 준비하라고 한 거 다 됐어?”

“준비됐어. 그런데……첫사랑은 이미 여러 번 시도했는데 정말 지금 시점에서 향을 첨가하려고?”

이연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녀의 곁에서 오랫동안 조수로 일해 왔지만, 한소은의 능력에 대해 그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첫사랑은 몇 달 동안 테스트를 해왔고, 성공을 거두었을 때 한소은도 분명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오늘 밤 콘테스트가 열리는데 왜 이 시점에서 향을 첨가하겠다는 거지?

“나 믿지?”

“무슨 소리야? 난 널 믿어, 당연한 소릴! 그런데 정말 직접 콘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대답이 부정인 것을 알면서도 오이연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조수로서 그녀는 새로운 향수를 제조하는 데 얼마나 많은 정신력이 들어가는지 알고 있었고, 한소은은 분명히 많은 베스트셀러 향수를 제조했지만 아무도 그녀가 제조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모든 후광과 영예는 강시유 그 여자에게로 돌아갔으니, 생각할수록 분했다.

한소은은 웃어 보였고, 이연은 그녀의 편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내가 제조한 건, 분명 내 거야.”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연아, 이따가 그 사람들이 샘플을 받으러 올 건데 내가 알려준 대로만 하면 돼. 그럼 수고해!”

“알겠어, 잘할 테니까 안심하고!”

그녀는 전화를 끊은 뒤 모퉁이를 돌자 곧바로 환아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환아 회사는 규모가 컸고, 건물 전체가 환아였으며 지하 주차장조차도 매우 넓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주차공간으로 이동하자 김서진은 이미 준비를 다 해놓은 듯 서한이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소은 씨 저를 따라오시죠.”

그들은 단독으로 마련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서한은 매우 빠르게 현재의 상황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자료와 샘플은 이미 프로젝트 부서에 전달했고, 이 향수는 오늘 밤 환아의 다른 두 종류와 함께 콘테스트에 참가하게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서진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이미 많은 것을 베푸는 것이었다.

S.Y를 예로 들자면, 콘셉트 선정부터 기획안까지 콘테스트 개최 3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고 정했다.

하지만 환아는 한소은의 향수를 임시로 하나 더 추가를 했고, 다른 사람을 제치든 말든 위험성은 꼭 잘 따져봐야 했다.

서한은 몇 마디 말로 넘어갔지만, 그녀는 환아의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고, 아마 권력을 동원해 제압했을 거라고 여겼다.

오늘 밤 그녀는 이번 콘테스트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고, 또 그냥 이기는 것이 아닌 아주 시원하게 이겨야 했다!

한소은이 들어서자 김서진은 넓은 사무용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고, 양손 모두 두툼한 서류 뭉치가 한가득이었다.

그는 인기척을 들었는지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그 순간 한소은은 약간 긴장을 했다.

“이리 와 보세요.”

그는 펜은 내려놓았다.

한소은은 얌전하게 걸어갔고, 그는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다친 겁니까?”

그가 이 말을 하자, 한소은은 깨진 도자기 조각에 긁힌 발바닥이 생각났고, 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던 찰나에 몸이 가벼워지며 그녀는 이미 김서진의 손에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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