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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7화

문밖에서 서한은 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며 이영민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서한은 담배를 집어 들고 턱으로 방안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족들과 더 있어야죠?”

서한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는 이영민은 오히려 되물었다.

“무슨 요구가 있어요?”

“네?”

눈살을 찌푸리며 서한은 궁금해 물었다.

“당신들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내고 돌려보내는 것은 요구가 있겠죠. 말해보세요.”

사실, 이영민은 그들이 가족을 돌려보내는 것은 분명히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어떤 요구이든 이영민은 기꺼이 할 것이다. 가족이 평안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요구 없어요.”

손을 내저으며 서한이 말했다. 이영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이렇게 큰 은혜를 보답 없이 베풀다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서한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말 당신에게 뭘 시킨다면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인질을 손에 쥐는 것이 돌려보내는 것보다 더 믿음이 있죠. 대표님은 그저 돌려보내고 또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했을 뿐 당신에게 무엇을 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서한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자 이영민은 깜짝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죠?”

“왜냐하면... 다들 처자식이 있어서죠.”

서한은 잠시 후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이영민은 말문이 막혔다.

김서진의 말이 맞다. 모두 아내와 아이가 있고 혈육 지친이 있다. 특히 한소은은 임신한 채로 납치되어 그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도 그 고통을 겪도록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영민은 악의가 없이 무고하게 연루되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김서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김서진에게는 한 마디에 불과하지만, 이영민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납치된 후 그는 협박과 위협에 익숙해져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냈다고 해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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