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서는 성재형에게 돈을 받고 흔쾌히 그의 첫사랑 대타가 되어주기로 했다. 3년 후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불행하게도 그녀가 이상하리만큼 성재형의 형수가 돼버렸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이 남자의 꿈이 철저히 무너졌다. 임이서는 재벌가의 막장 러브스토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한때 그녀를 마음껏 부려먹던 개자식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그녀가 있는 곳곳에 나타났고 늘 그랬듯 독설을 퍼부으며 시치미를 잡아뗐다. “넌 이미 나한테 푹 빠졌어.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지. 네가 얌전히 말만 잘 들으면 계속 내 옆에 남겨둘게.” 이에 임이서가 홀가분하게 대답했다. “어떡하지? 난 이젠 당신보다 돈이 더 많아. 2천억 줄 테니 내 눈앞에서 꺼져줄래?” 성재형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럼 만약 내가 너한테 푹 빠져서 더는 헤어나올 수 없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잊지 못할 첫사랑 따위 어디 있을까? 그녀야말로 성재형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인 것을.
View More비서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일단 기사부터 내릴까요? 이러다가는 일이 더 커질 겁니다.”“이유는?”성재형은 정말로 자신이 왜 싫어하는 여자를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물었다.“스캔들이 포함된 기사가 많거든요. 임이서가 재벌과 관계를 이어나간다는 말이 있는 걸 봐서는 대표님이 언급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만약 제때 막지 않으면 대표님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운에서 기사 때문에 계약을 중지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임이서 씨와 협력하려는 회사는 없을 것 같은데, 만약 이때 저희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아주 고마워할 겁니다. 영운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틀린 것인지 깨닫고 사과도 하겠죠.”말을 마친 비서는 자신이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성재형의 입장에서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했으니 말이다.이때 성재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임이서 스튜디오에 가서 일하는 건 어때요? 임이서가 퍽이나 감동하겠네요.”“...”비서는 묵묵히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확인하고 화제를 돌렸다.“오후에 시찰 일정이 있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 이제 출발하시면 됩니다.”요즘 개발 건 하나가 있어서 성재형은 꽤 바빴다. 고개를 숙이고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던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러죠.”...골드 파크에 들어가기 전 임이서는 아주 낡은 동네에서 살았다. 그 동네의 집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살다가 어머니에게 물려주고, 어머니가 또 그녀에게 물려준 것이었다.동네가 하도 낡아서 비만 오면 하수도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작은 비도 이 동네에서는 물이 고이는데, 큰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릎까지 고여서 정전이 되었다.집에 어른이 없는 날에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촛불을 빌려 번개 치는 밤을 견뎌내야 한다.임이서는 낡은 집의 대문을 열었고 이상한 냄새가 밀려왔다. 그는 손을 휘휘 흔들며 집안에 들어갔고 문짝이 떨어진 사물함에서 나무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종이로 가득했다. 그 안에는
[또 스폰서 믿고 나대는 앤가 보네. 근데 너무 빨리 들켜서 좀 웃기다.][아리아 본명은 임이서, 돌아다니며 내연녀 짓을 하는 게 직업임. 벌써 몇 명의 손을 탔는지 모름. 시도 때도 없이 병원 다니는 것만 봐도 알겠지? 아무튼 이번에도 스폰서한테 부탁해서 유명해진 것임. 밝혀진 걸 보면 정의가 이긴 거지.]“...”핸드폰을 내려놓은 임이서는 약간 숨이 막혔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기사를 상대로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신연우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이서야, 이거 무슨 상황이야? 이 드레스...”그는 임이서가 표절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늬는 정말 똑같았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특별히 디자인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었다.그냥 비슷한 것이라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똑같은 건 설명할 길이 없었다. 상대는 심지어 4년 전, 임이서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발표한 것이라 그녀가 표절당했다고 할 수도 없었다.임이서는 잠깐 진정하고 나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표절 자체가 아닌 네티즌의 정체였다.스튜디오의 홈페이지에 잔뜩 쌓인 악플을 보고 신연우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이서야, 이번 일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 만약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이대로 망할 수도 있어. 우리가 의뢰받은 건을 지키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하거든.”“괜찮을 거야.”임이서는 가방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너 어디가?”“챙길 물건이 있어서. 금방 돌아올게. 넌 네가 할 일을 하고 있어.”임이서의 말을 듣고 신연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무슨 할 일이 있겠어...”이때 그의 전화가 울렸다. 고객이 건 전화였는데, 역시나 표절 기사에 관해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생각보다 크게 난 기사에 모든 사람이 표절 사건에 관해 알게 되었다.같은 시각, 성재형은 고객과 식사하고 있었다. 상대는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차윤희는 잠깐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재형아...”“어머니는 누나랑 형이나 신경 써요. 저는 알아서 할게요. 다른 일 없으면 끊어요.”성재형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 차윤희는 그 이유를 알겠는 듯 입을 벙긋했지만 생각하고 있던 말을 하지는 못했다.“...그래, 그럼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일 봐, 방해 안 할게.”전화를 끊은 성재형은 핸드폰을 테이블에 툭 던졌다.차윤희와 통화하고 난 다음 그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하필이면 이때 다른 비서가 들어와서 물었다.“대표님, 이번 시즌 신상이 도착했는데 골든 파크에 보낼까요?”성재형은 싸늘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비서는 빙하에 빠진 것만 같아 몸을 흠칫 떨었다.“내 돈은 하늘에서 떨어져요? 나랑 상관도 없는 여자한테 왜 옷을 보내요?”비서는 말없이 물러갔다. 성재형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가 임이서가 협력을 거절해서인지, 아니면 서주리가 곧 결혼해서인지 헷갈렸다.‘역시 대표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영운그룹과의 협력은 무사히 진행되었다. 임이서는 세 날 만에 계약서까지 받았다.계약 당일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했다. 음식이 올라오기 전 영운그룹의 담당자는 두 손으로 계약서를 건넸다.“아리아 씨, 이건 계약서 최종본이에요. 먼저 확신하시고 문제없으면 사인해 주세요.”임이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약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때 담당자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그는 잠깐 확인하고 나서 꾸벅 인사하며 말했다.“잠시 실례하겠습니다.”“네.”담당자는 전화 받으러 나갔고 임이서는 먼저 계약서를 확인하고 나서 신연우에게 물었다.“너도 볼래?”“아니, 난 이미 확인했어. 문제없더라.”임이서는 이만 사인할 생각으로 사인펜을 들었다. 이때 영운그룹의 담당자가 부랴부랴 달려와서 계약서를 거둬갔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죄송합니다. 협력 건은... 아직 상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임이서는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죠?”신연우도 버럭 화를
병실 앞에 도착한 임이서는 유리를 통해 임다온을 바라봤다. 임다온은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성재형이 나한테 돈 주는 사람이야.”신연우는 잠깐 멈칫하다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아, 그 스폰서?”신연우는 당연히 임다온의 상황을 알았다. 임이서가 따로 돈을 벌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게 성재형과 함께 일 줄은 몰랐다.“근데 곧 끝낼 거야.”“그럼... 우리 성진이랑 협력하면 안 되겠지? 아까 식사라도 같이 하자는 전화를 받았거든.”“...거절하자. 거절하고 영운이랑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내가 보기에 성재형 대표는 널 도우려고 그런 말을 한 것 같단 말이지.”임이서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연우는 몰라, 성재형이 서주리를 얼마나 아끼는지... 난 3년 동안 서주리 대역으로 살았어. 그런 서주리가 다쳤는데 성재형이 어떻게 내 편을 들어? 당연히 서주리 편을 들어야지. 말도 안 돼.’‘정말 1%의 확률로 나를 도왔다고 치자. 그래도 난 성재형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 괜히 엮였다가 빠져들면 답도 없어. 성재형을 서주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날 사랑해 줄 사람이 아니니까. 결혼은 꿈도 못 꿀 거야. 안 되지, 절대.’이렇게 생각하면서 임이서는 절대 성재형에게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이제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틀린 관계도 빨리 끊어내는 것이 맞았다.“영운이랑 얘기해 보자.”성진이든 영운이든 신연우에게는 똑같았다. 임이서가 결정을 내린 이상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아리아가 협력을 거절했다는 소식은 곧 성재형의 귀에 들어갔다. 그 소식을 듣고서 그는 딱 한 마디만 했다.“네.”비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제가 다시 연락을 해볼까요?”“됐어요,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버는 장사도 거절하는 사람한테 더 말해서 뭐 해요.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겠어요.”“...”‘이 투자는 애초에 성진한테 필요한 것이 아닌 대표님한테 필요한 거
강승찬이 하도 담담해서 임이서는 자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줄 알았다. 그녀는 티슈를 뽑아서 입을 닦으며 말했다.“의사는 다 결벽증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그건 편견이에요.”강승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녀는 원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었다. 이때 강승찬이 부드럽게 물었다.“혹시 다온이 때문에 이렇게 목숨 걸고 일하는 거예요? 다온이도 이서 씨가 건강해야 챙길 수 있어요. 이서 씨가 아파서 쓰러지면 다온이는 어떡해요.”“알았어요, 앞으로는 조심할게요.”강승찬은 테이블에 기대어 서며 말했다.“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다온이는 유전병이라 근원을 찾을 수 있거든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치료 방법을 찾는 방법이 있어요. 어머님은 돌아가셨다고 했으니까, 아버님을 병원으로 모실 수 있을까요? 혈액 검사 정도 해보고 싶어서요.”강승찬의 말을 듣고 임이서는 눈을 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제 아버지는 다온이를 위해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서요.”“급하지는 않으니 천천히 설득해 보세요. 저도 아직은 연구 단계여서 시간이 필요해요. 아무리 정이 없어도 친아들인데,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대할까요.”“...네.”임이서는 몸을 일으키며 다시 한번 인사했다.“오늘 고마웠어요. 저는 이만 다온이한테 가볼게요. 다음에 제가 꼭 밥 사드릴게요.”“그럼 기억하고 있을게요.”임이서는 강승찬의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 안에서 강승찬은 그녀의 잔뜩 굳은 표정을 보고 임다온을 걱정하는 것이라 여겼다.그녀는 임다온을 아주 아꼈다. 임다온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번 그녀의 계모는 임다온이 씨를 모르는 더러운 종이라고 했다.‘두 사람이 친남매가 아니라면 뭐지? 도대체 무슨 사이길래 이서 씨가 이렇게 지극정성인 거야.’아무리 궁금하다고 해도 의사의 윤리를 지켜야 하므로 강승찬은 묻거나 조사할 수 없었다. 그것도 임이서가 직접 말해줄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시윤이 머리를 끄덕이고 성재형은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갔다.대문 앞에서 신연우는 임이서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걸었는데도 받는 사람은 없었다.“이상하네... 그 새로 어딜 간 거야?”성재형은 신연우의 곁으로 가서 물었다.“임이서 지금 어디에 있어요?”신연우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마침 전화 걸고 있었는데 안 받아서요. 아무래도 무음 모드로 해놓은 것 같아요.”성재형은 미간만 찌푸릴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가 멀어진 다음에야 신연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후우... 정말 등장만으로 압도적이네. 근데 이 녀석 도망친 거 아니야? 왜 전화를 안 받지?’임이서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는 쓰러졌을 뿐이다.다행히 그녀는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이동 중인 침대에서 눈을 떴다.“깼어요? 지금 어때요? 불편한 데 있어요?”침대 곁에서 함께 이동 중이던 남자가 부드럽게 물었다. 임이서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선생님?”상대는 다름 아닌 임다온의 주치의 강승찬이었다.강승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지나가다 이서 씨가 쓰러진 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왜 쓰러졌는지 모르니까 일단 피를 뽑고 지금 CT 찍으러 가고 있어요.”“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위병에 저혈당이라 그런 거예요. CT는 괜찮아요, 더 급한 사람한테 양보할게요.”CT는 확실히 필요 없었다. 그래서 강승찬은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가서 시리얼과 빵을 가져다줬다. 그녀도 거절하지 않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강승찬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만 지었다. 이때 그녀가 고개를 들면서 눈을 깜빡였다.“왜 그렇게 봐요? 저 혹시 더럽게 먹고 있나요?”“아뇨, 그냥 다온이를 봐 달라고 제 집 담을 넘던 이서 씨가 떠올라서요. 한 새벽에 저희 집 개한테 쫓기다가 정말 큰 일 날 뻔했죠.”“...지난 일을 다시 꺼내서 뭐 해요. 선생님 뇌는 소중해요, 이 따위 기억으로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고요.”강승찬은 말없이 미소만
임이서의 행동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성시윤은 가장 먼저 나서서 말했다.“이서야, 일단 진정하고 칼부터 내려놔. 주리는 심하게 다치지 않았어. 의사도 이틀 동안 물만 닿지 않으면 된 대.”‘성재형은 그까짓 상처에 그 지랄한 거야? 누가 보면 서주리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줄 알겠네.’임이서는 성재형을 노려봤다. 하지만 성재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성시윤이 또 나서서 분위기를 풀었다.“이서는 쇼장에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라. 더군다나 이서는 디자이너일 뿐이야. 책임지는 건 드레스밖에 없다고. 사고 책임은 스태프한테 물어야지. 이서야, 칼은 내려놓고 얘기하자.”“병원비 내고 올게요.”메스를 내려놓은 임이서는 이 말만 남겨놓고 나갔다. 병원비를 내고 나서도 그녀는 급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도 그녀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위는 또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비싼 밥을 한 입도 못 먹은 데다가 포장 음식은 전부 임다온의 병실에 있어서 먹을 것도 없었던 그녀는 일단 자리에 앉아 잠깐 숨을 돌렸다.성재형의 태도가 떠오르자 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이제는 상처받을 것도 없었다. 성재형은 언제나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서주리는 성재형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오늘 케이크를 사 준 것도 단순히 아리아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성재형은 술자리를 싫어했다. 그런데도 사업을 위해서라면 가기 싫은 자리라도 나갔다. 그러니 그녀와 밥 한 끼 먹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다행이야, 이런 일이 있어서... 안 그러면 나 또 멍청하게 빠져들고 말았을 거야.’잠깐 사이에 정신이 부쩍 들었던 그녀는 몸을 일으켜 임다온의 병실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고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그녀는 황급히 의자를 잡고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에 의자가 잡히기도 전에 눈앞에 까매지더니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신연우는 금방 응급실을 떠났다.크게 다치지 않은 서주리도 이제 상처 치
정확히는 성재형과 임이서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렸다.두 사람은 묵묵히 고개를 숙여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임이서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신연우이고, 성재형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그의 비서였다.핸드폰 건너편에서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쇼장의 샴페인 탑이 무너져서 서주리 씨가 다쳤어요!”“이서야, 큰일 났어! 쇼장의 샴페인 탑이 무너져서 서주리 씨가 다쳤어!”성재형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임이서에게 말 한마디 없이 부리나케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임이서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전화 건너편에서 신연우는 무어라 말하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연우에게 말했다.“일단 수습 좀 해줘. 금방 갈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또 전화하고.”그녀는 먼저 남은 음식을 포장했다. 그리고 임다온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간병인에게 신신당부했다.“다온이 혼자 나간 거 이번으로 두 번째예요. 저는 다온이 안전을 위해 24시간 간병인을 고용한 거예요.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도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간병인은 말을 얼버무리면서 변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이서는 들어주지도 않고 밖으로 나갔다.지금의 간병인은 임다온과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녀가 임다온에 대해 잘 아는 것만 아니었어도 임이서는 진작 간병인을 바꾸고 말았을 것이다.병원에서 나온 임이서는 근처의 과일 가게에서 과일 바구니를 샀다. 신연우에게 서주리가 성 베드로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응급실에서 임이서는 종아리와 팔뚝에 붕대를 칭칭 감은 서주리를 발견했다. 그녀의 곁에는 성재형과 성시윤이 기사라도 되는 듯이 지키고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는 차윤희와 눈에 익은 부부도 있었다. 임이서는 잠깐 생각하다가 두 사람이 서주리의 부모라는 것을 떠올렸다.‘처가 사람도 올 정도의 일이야, 이게?’그녀는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으면서 서주리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 괜한 사고로 분위기를 망쳤네요. 많이
“너한테 투자하려는 8개의 회사 중 두 회사는 패션 업계의 문외한이야. 아무리 많은 투자금을 준다고 해도 적자만 낼 거라고. 그 사람들이 손해 본 돈을 네가 물어내야 할지도 몰라.”임이서는 잠깐 멈칫했다. 성재형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리고 패션 업계에 몸담은 두 회사가 있는데 아주 유명한 웨딩드레스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네가 그 회사를 선택한다고 한들 중시 받지는 못할 거야. 그 브랜드의 한계가 네 한계가 될 거란 말이지. 그냥 그런 디자이너로 살고 싶어?”임이서는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다른 회사는요?”“다른 두 회사는 업계의 우두머리로서 꽤 훌륭한 시스템을 갖췄어. 근데 손에 카드가 하도 많아서 너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피 타는 노력을 해야 그쪽 상사 눈에 들 수 있을 거야. 그런 강도의 직장을 감당할 수 있겠어?”임이서는 어느덧 성재형의 설명에 빠져들었다.“나머지 두 회사는 성진이랑 영운이야. 너에게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 투자금도 적당하고, 앞길도 보장되어 있고, 딱히 문제라고 할 건 없어. 이 둘을 빼놓고 다른 회사를 볼 필요도 물론 없겠지.”말을 마친 성재형은 이제 임이서가 선택할 때라는 손짓을 했다. 임이서는 눈을 깜빡이면서 생각에 잠겼다.‘잠깐, 설마 마지막 말을 위해 이 기나긴 설명을 보탠 거야? 다른 회사 말고 자기를 선택해 달라고? 참나, 전에는 날 하인처럼 부려먹더니... 사람이 유명해지니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개가 사람 말을 다 하고.’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녀는 당연히 쉽게 흘려보낼 생각이 없었다.“일리가 있네요. 그렇다면 영운그룹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성진과 똑같은 우세가 있다면 영운한테 더 끌리거든요.”식탁에는 조명이 있었다. 조명이 드리워진 성재형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틀렸어, 아무리 영운이라고 해도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왜요?”“영운의 대표는 나처럼 너랑 친하지 않으니까.”임이서는 잠깐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지금 저를 인맥으로 쓸 거라는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