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해, 내가 잘할게

다시 시작해, 내가 잘할게

By:  고나름  Ongoi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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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서는 성재형에게 돈을 받고 흔쾌히 그의 첫사랑 대타가 되어주기로 했다. 3년 후 첫사랑이 돌아왔는데 불행하게도 그녀가 이상하리만큼 성재형의 형수가 돼버렸다. 오랜 시간 품어왔던 이 남자의 꿈이 철저히 무너졌다. 임이서는 재벌가의 막장 러브스토리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한때 그녀를 마음껏 부려먹던 개자식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그녀가 있는 곳곳에 나타났고 늘 그랬듯 독설을 퍼부으며 시치미를 잡아뗐다. “넌 이미 나한테 푹 빠졌어. 더 이상 헤어나올 수 없지. 네가 얌전히 말만 잘 들으면 계속 내 옆에 남겨둘게.” 이에 임이서가 홀가분하게 대답했다. “어떡하지? 난 이젠 당신보다 돈이 더 많아. 2천억 줄 테니 내 눈앞에서 꺼져줄래?” 성재형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럼 만약 내가 너한테 푹 빠져서 더는 헤어나올 수 없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잊지 못할 첫사랑 따위 어디 있을까? 그녀야말로 성재형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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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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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k
다음 내용 궁금하네요
2024-05-11 11:22:2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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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순
빨리 업뎃 해주세요
2024-05-09 11:02:18
0
30 Chapters
제1화
[오늘 밤엔 민트색 슬립 원피스에 프리지어 향수 뿌려.]성재형이 보낸 ‘주문’카톡에 임이서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그녀는 습관처럼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한 후 옷방에 가서 라벨도 뜯지 않은 몇 줄의 옷 가운데 민트색 원피스를 찾아서 갈아입었다.임이서는 늘씬하고 완벽한 몸매를 지녔다. 치맛자락에 반짝이가 달린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헤드라이트에 비친 전신거울 속 모습은 자체발광 절세미인이었다.그녀는 또 풀 메이크업까지 했고 작은 꼼수를 부리듯 눈가에 점 하나 찍었다. 마무리로 향수를 들어 허공에 한 번 뿌린 후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몸을 빙그르르 돌았다.이때 마침 문 쪽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성재형이 돌아왔다.그녀는 활짝 웃으며 이제 막 돌아서려는데 남자가 재빨리 뒤에서 걸어오더니 냉큼 그녀를 소파로 밀어붙였다.임이서는 소파에 넘어지며 술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이 남자가 술을 마신 걸까?성재형은 일단 술만 마시면 유난히 거칠고 난폭해진다. 임이서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이제 막 일어나려 했다.“재형 씨...”성재형은 그녀의 뒷덜미를 꽉 눌렀다. 그의 힘이 너무 세서 임이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곧이어 치맛자락이 들리고 임이서가 몸부림쳤다.“재형 씨, 안돼요... 앗!”성재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가만있어.”한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 일어나지 못하게 했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둘러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을 막 다루는 그 때문에 임이서는 아파서 질식할 지경이고 머리도 윙윙거렸다.성재형은 그녀의 등을 짓누르고 좀 전과는 아예 다른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주리야...”임이서는 몸이 확 굳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주리? 아마도 서주리겠지.해성 성씨 일가 셋째 도련님의 첫사랑 그녀, 서주리!임이서는 뒷모습이 서주리와 닮아서 성재형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매번 임이서를 찾아올 때마다 ‘서주리 스타일’의 옷을 입게 하고 등진 자세를 취하게 한다.화장을 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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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임이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누가 알아. 못생긴 여자만 좋아하는 병에 걸렸나 봐.”절친은 화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독설은 역시 임이서였다. 말 한마디로 두 사람을 저격해버리니까.한편 임이서가 야박하다고 할 순 없다. 서주리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임이서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두 여자는 서로 원한을 맺은 사이이다.원수의 대타를 하라니, 이 요구를 제안한 사람이 성재형만 아니었어도 임이서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충분히 제멋대로이고 자유자재의 몸인데 하필 성재형에게 묶여버렸으니.이때 절친이 말을 이었다.“실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같이 밥 먹자고 한 거야. 오늘 해모아에서 미팅하는데 서주리 봤어.”임이서의 가슴이 확 조였다.전화를 끊기 전, 절친이 그녀를 일깨워주었다.“이서 너도 이젠 미래를 위해 계획 세워.”안방마님이 돌아오면 대타인 그녀는 언제든지 해고당할 테니까.이게 만약 정해진 결말이라면 그녀의 급선무는 아마도 성재형한테서 더 많은 돈을 얻는 일인 듯싶다.애초에 ‘그 일’때문에 돈이 시급하여 성재형의 고용 제안을 받아들였다.임이서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민했다.‘지금 가서 성재형에게 2억 정도 요구하고 다시 머리를 염색해도 늦은 건 아니겠지?’그녀가 씻고 나오자 성재형이 아직도 집 안에 있었다.그는 옷을 갈아입고 앞머리가 살짝 젖어 있었는데 아마도 객실 화장실에서 샤워한 모양이다. 취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평소의 차갑고 도도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였다.임이서는 문 쪽에 기대며 물었다.“왜 안 갔어요?”성재형은 넥타이를 매면서 그녀에게 눈길조차 안 주며 담담하게 말했다.“옷 갈아입고 나랑 함께 저택으로 가서 밥 먹어.”“혼자 가세요.”임이서는 허리가 시큰거리고 다리가 부러질 듯 아팠다.“어차피 재형 씨 가족들은 날 안 반기잖아요.”성재형은 그제야 고개 돌려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말투는 명령 조에 가까웠다.“옷 갈아입고 나랑 함께 부영동으로 가서 밥 먹어.”그는 지금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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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성재형은 그제야 손을 빼내고 물티슈 한 장 뽑아서 축축이 젖은 손가락을 닦았다.“...”임이서는 두 다리를 모으고 반듯하게 앉아있었다. 그녀는 애써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차갑고 시크하긴 개뿔, 이 남자는 분명 욕구를 감춘 미친 인간이었다!드디어 부영동에 도착했고 정원에서 화초를 다루던 성재형의 어머니 차윤희가 제일 먼저 두 사람을 보았다.“재형아, 오는 길에 차 안 막혔어?”곧이어 아들 뒤에 있는 임이서를 보자 차윤희의 얼굴에 실린 미소가 반쯤 줄어들었다.임이서가 인사했다.“어머님, 잘 계셨어요?”차윤희가 억지로 대답했다.“이서도 왔네. 어서 들어가.”소파에는 아무도 없었고 두 사람은 원래 긴 소파의 양쪽 끝에 앉아있었다. 중간에 큰 공간이 비어있었는데 성재형이 조금씩 자리를 옮기더니 갑자기 빈자리를 건너뛰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차 안에서 있었던 일로 임이서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여기서까지 대놓고 막 나올까 봐 얼른 피하려 했는데 성재형의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눈썹을 치켰다.“뭘 도망가?”임이서가 입술을 앙다물었다.“뭐 하는 거예요?”“정원 가서 전화하려고.”“아... 네.”성재형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성씨 일가는 해성시 갑부 집안이고 부영동 한진 별장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장엄한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임이서는 성재형의 여자친구 신분으로 이곳에 몇 번 왔었다.그녀는 홀로 소파에 앉아있자니 살짝 불편했다. 다행히 그녀는 수줍음을 타는 사람이 아닌지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자 홀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이때 성재형의 큰누나가 그녀를 보며 외쳤다.“이서 씨, 고스톱 안 칠래요? 나 대신 놀아줘요. 마침 나도 지루해진 참이라.”큰누나 성은채는 이 집안에서 임이서에게 잘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임이서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는데 성은채의 옆에서 또 한 여자가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개나 소나 다 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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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임이서는 이 상황이 조금 웃겼다.첫사랑이 형수가 된다고? 이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을까?더 당혹스러운 것은 그들이 곧 한 밥상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이서는 자꾸 성재형에게 시선이 갔다. 그의 인내심이 슬슬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다만 이상하게도 서주리가 그들을 아예 모르는 듯싶었다!나중에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는데 서주리가 발레 콩쿠르에 나갔다가 갑자기 무대 조명이 떨어지며 그녀의 머리를 다쳤다고 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모든 기억을 잃고 말았다.또한 그 사고 때문에 그녀와 성시윤은 함께 지내다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성재형이 드디어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나가서 전화 받고 올게.”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고 임이서도 핑계를 둘러대며 그를 따라갔다.정원에서 성재형은 누군가와 통화하는 게 아니라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는 담배 중독은 아니고 기분이 엄청 나쁠 때마다 담배로 스트레스를 푼다.임이서가 다가오며 말했다.“오늘 재형 씨도 해모아에서 서주리 씨 봤죠? 그래서 술 마시러 간 거죠?”성재형은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담배를 집고 연기를 내뿜으며 실눈을 떴다.“주제넘은 질문은 하지 마.”임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래서 인제 어쩌려고요? 주리 씨는 이미 재형 씨 형수예요. 친구 아내도 안 건드린다는데 하물며 친형의 아내라니...”성재형은 그녀를 바라보며 마치 그녀의 속내를 훤히 꿰뚫을 것처럼 담뱃재를 털고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어떡해야 할까? 네가 한번 말해봐 봐.”임이서는 드디어 본심을 드러냈다.“아예 주리 씨 내려놓아요.”성재형은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손을 까딱거렸다. 임이서가 다가오자 그녀의 턱을 잡고 예쁘장한 얼굴을 쳐다봤다.“임이서, 내가 만약 주리를 내려놓으면 너도 더는 존재할 필요가 없어져.”임이서는 서주리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지만 이점을 소홀히 했다. 서주리가 성재형의 마음에서 사라진다면 그는 더욱 임이서를 원할 이유가 없다.임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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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임이서는 담벼락에 기댄 채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위해 망을 보고 있었다.그녀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신경 쓰고 싶지 않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통장 잔액을 계산해보았지만 저도 몰래 그 둘에게 시선이 갔다. 그 바람에 장부 계산도 엉망진창이 되었다.결국 그녀는 모든 걸 내려놓고 정정당당하게 두 사람을 훔쳐봤다.멀리 떨어져서 둘의 목소리는 안 들리지만 성재형이 서주리의 손목을 꽉 잡은 광경은 똑똑히 보았다.성재형은 매우 차가운 성격이라 쉽게 제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데 모처럼 이렇게 실례를 범하는 걸 보았다.이 광경을 본 임이서는 재빨리 머리를 돌렸다. 목구멍에 무언가가 꽉 막힌 듯 삼킬 수가 없어 그대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결국 너무 성급하게 걷다 보니 발을 접질리고 말았다.이때 마침 성시윤이 나오며 손을 내밀어 그녀를 부축했다.“시윤 씨, 두 사람 지금...”놀라움에 휩싸인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임이서와 성시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성재형과 서주리가 몇 미터 밖에 서서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임이서는 브이넥 원피스를 입어서 안 그래도 섹시한데 성시윤에게 안기며 브이넥이 살짝 기울어 새하얀 속살이 드러났다.성시윤이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재형은 바로 보았고 그 여느 때보다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그는 곧게 걸어가 성시윤의 품에서 임이서를 뺏어왔다!성재형이 너무 세게 잡아당기다 보니 임이서는 그의 가슴팍에 부딪히고 말았다.그녀는 불편한 듯 성재형을 밀치려고 했지만 남자가 머리를 숙이고 힐긋 째려봤다. 그 눈빛은 엄연한 경고의 눈빛이었다.성시윤은 서주리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다정한 미소를 짓더니 성재형에게 말했다.“재형아, 이서 씨 발목 삐었는데 너 마침 잘 왔어. 일단 거실로 데려가서 가정의 불러드려.”성재형은 그녀의 발목을 보면서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괜찮아요. 우린 다 먹었으니 먼저 갈게요. 형이 대신 할머니께 말씀드려요.”성시윤은 머리를 끄덕이며 여전히 임이서의 발목을 걱정했다.“이서 씨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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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이서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고개 돌려 성재형을 쳐다보며 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었다.“방금 뭐라고요?”성재형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대답했다.“너한테 넘어올 거란 보장은 없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성재형은 진짜 그녀더러 성시윤을 유혹하라고 한다!방금 성시윤한테서 그토록 세게 잡아당겨 오더니, 딴 남자가 함부로 제 여자를 터치하는 걸 엄청 신경 쓰는 줄 알았더니, 결국 이런 결말이라고?!임이서는 살얼음판과 모닥불을 넘나드는 심정이었다.마음 같아선 그의 뺨을 후려치고 싶고 본인에게도 싸대기를 날리고 싶었다. 대체 왜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걸까?! 차라리 래브라도나 좋아할 걸, 어차피 다 같은 개인데!임이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다가 접질린 발목을 또 한 번 다쳐서 그대로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했다.“앗!”성재형은 그녀가 정말 발목을 접질린 줄 몰라서 미간을 구기더니 옆으로 다가가 허리 숙여 살펴보았다.“심각해? 병원... 으악!”이때 임이서가 갑자기 머리를 들며 딱딱한 뒤통수로 그의 오뚝한 코뼈를 들이박았다. 성재형은 ‘스읍’ 하는 비명과 함께 몇 걸음 물러서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코를 움켜쥐고 눈가에 눈물이 저절로 감돌았다.“너...”임이서는 일부러 그를 괴롭혔다. 개자식이니까!그녀는 무고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죄송해요, 재형 씨. 주의 깊게 살피지 못했어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제가 발목 상한 이유도 재형 씨와 주리 씨를 위해 망보다가 그런 거예요. 꽤 심하게 접질린 것 같아요. 병원 한 번 다녀와야겠는데요. 뭐 그래도 재형 씨가 바쁘니까 귀찮게 안 굴게요. 저 혼자 병원 가면 되니까 카드로 치료비용 보내세요. 6천만 원이면 돼요.”“6천만 원?”성재형은 쓴웃음을 지었다.“네 다리를 부러뜨리고 병원 가서 다시 이어 붙여도 6천만 원까진 안 해.”임이서가 입술을 앙다물었다.“제 다리를 분지르면 6천만 원 치료비는 필요 없겠지만 재형 씨 감방에 3년 정도 가두는 건 문제 없죠.”성재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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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제 고작 네 살이지만 다온이는 이 병원에서 무려 3년이나 지냈다.아이는 희귀병에 걸렸는데 전 세계에 겨우 14건밖에 안 되는 병이다. 여태껏 의학계에서도 이 병을 치료할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지 못했고 그저 수입 약에 의존하여 한 코스에 3개월씩 강제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매번 다온이를 볼 때마다 임이서는 성재형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잦아든다.이 남자가 개자식인 건 맞지만, 가끔 이 남자 때문에 화나서 간이 다 폭발해버릴 것 같지만 그가 다온이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란 사실을 저버릴 수가 없다.3년 전, 임이서가 전 재산을 끌어모아 다온의 한 코스 치료비를 겨우 지불했지만 두 번째 코스의 비용은 도저히 낼 수가 없었고 병원 측에서도 이들 남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는 신성한 곳이라 해도 진정한 자선단체는 아니었기에 돈이 없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임이서는 마지못해 사처를 누비며 돈을 빌리면서 한편으론 의사에게 며칠만 더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다.의사는 이렇게 시간을 지연하는 수법을 너무 많이 봐왔던지라 매정하게 그들을 내쫓았다. 계속 안 나가고 있으면 경비원을 불러와 끌어내겠다고 했다.임이서가 절망의 끝자락에 놓여 있을 때 성재형이 병원 주주로 시찰을 왔다가 먼발치에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흘겨보더니 옆 사람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며칠 시간을 내주는 것뿐이니 그녀에게 관용을 베풀라고 말했다.바로 이 한마디에 임이서는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날 다온이를 데리고 길바닥에 나앉지 않았다.그때 성재형은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못 봤고 임이서도 그의 뒷모습만 보았는데 따스한 빛이 감돌면서 사람을 빨려들게 하고 추앙하게 하는 매력이 감돌았다.물론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둘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성재형의 주위에는 전부 정장 차림의 엘리트 남녀가 서 있었고 병원 원장마저 그에게 허리를 굽신거렸으니 절대 보통 신분은 아닐 것이다. 한편 그녀는?임이서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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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환불해요! 당장 환불해! 어린놈의 자식이 매달 우리 집 돈을 얼마나 많이 쓰는 줄 알아요? 환불 안 하면 이 병원 확 고소해버리는 수가 있어요! 난 지금 멀티비타민도 못 사 먹게 생겼는데 이 잡종 같은 녀석이 뭐라고 그 많은 돈을 쓰냐고요?!”화려하게 치장한 중년 여자는 한 손으로 다온의 옷깃을 잡아당겨 아이의 발이 허공에 붕 뜰 지경이었다. 그 중년 여자는 간호사와 청소 아줌마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유미라는 임이서가 이 잡종 녀석에게 몇억이 되는 돈을 지불하며 아이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는 걸 우연히 들었다. 몇억이면 명품 가방에 액세서리, 수입차까지 사들일 수준인데 그 돈을 요 녀석에게 쓰고 있다니 버럭 화가 났다.“병 치료는 개뿔! 얘가 나보다 오래 살 것 같아? 쥐뿔도 없는... 으악!”이때 다온이가 드디어 기회를 잡고 유미라의 손을 꽉 깨물었다. 아이는 재빨리 벗어나려 했지만 유미라가 욕설을 퍼부으며 덥석 잡아채려 했다.이때 임이서가 서둘러 다온을 뒤에 숨기고 청소 아줌마의 손에서 물 한 바가지 건네받더니 가차 없이 유미라에게 퍼부었다. 순간 유미라는 똥물에 흠뻑 젖었다!그녀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놀란 눈빛으로 임이서를 째려봤다.“네가 감히 나한테 물을 뿌려?”임이서는 명의상 새엄마인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유미라 씨,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의료분쟁을 벌여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요. 바닥 깨끗이 닦고 얼른 꺼져!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병원 찾아와서 다온이 괴롭히면 그땐 절대 안 놓아줄 거야!”“천한 년이, 내가 겁먹을 줄 알아? 네 아빠한테 이 사실 알리면 그 많은 돈으로 이 근본도 없는 잡종 녀석에게 병 치료는 해주면서 집에는 일 전 한 푼 안 내놓는 너를 가만둘 것 같아? 분명 널 아작낼 거야!”유미라가 험한 말을 내뱉었다.임이서는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그래요, 딱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빠가 감히 온다면 그땐 내가 죽을지 당신들이 죽을지 지켜보자고요!”유미라는 임이서가 이전에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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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강승찬의 사무실에서 나온 후 임이서는 통장 잔고를 계산하기 시작했다.다온의 상황이 썩 이상적이지 못했다.“다온이가 수입 약 KM1호를 장기적으로 사용해서 이젠 내성이 생겼어요. 약에 내성이 생겼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죠? 쉽게 말해서 KM1호가 다온이한테 작용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뜻이에요.”“그치만 일단 조급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스승님께 연락 드렸는데 그분들이 원래 KM1호를 연구, 개발하는 팀에 있거든요. 최근에 KM2호가 실험단계에 있고 일정한 진전을 이뤘어요. 예외가 없다면 이 약으로 다온의 생명을 계속 연장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2호의...”“비용이 더 높다는 말씀이시죠?”임이서가 말을 이었고 강승찬은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침을 꼴깍 삼켰다. 다온의 목숨은 오직 돈으로만 연장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난 비용으로 겨우 연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알다시피 다온이 구할 수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 상관없어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재 그녀의 잔고로 다온의 다음 코스 치료비용도 지불하기 힘든데 하물며 약을 바꾸면 비용이 더 커진다고 하니 대체 어디 가서 그 많은 돈을 구해야 하는 걸까?임이서의 본업은 웨딩 디자이너이다.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모 명품 브랜드에서 실습하여 앞날이 창창했는데 너무 탄탄대로여서 다른 사람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는지 동료들이 상사와 연합하여 그녀를 모함했다. 그때의 임이서는 사회 초년생이라 반항할 힘이 없어 강제로 해고를 당했다.현재 그녀는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창업하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웨딩드레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아쉽게도 너무 큰 인기는 못 얻고 입에 겨우 풀칠하는 수준이었다. 그까짓 수입으로 이렇게 큰 병을 치료하려 하니 그야말로 하찮은 수입이라 다온을 전혀 도와줄 수가 없었다.임이서는 생각에 빠진 채 병실 문 앞까지 도착했고 다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얼굴을 문지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다온아.”아이는 병상에 앉아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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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성진 그룹은 벤처 캐피털이고 각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성씨 일가 3대에 걸친 확장 끝에 현재는 거대한 맹수가 되어 국제 대도시 해성의 경제 주 동맥을 꽉 잡고 있다.성씨 일가는 해성에서 명실상부한 오너이다.그룹은 본사와 해외부로 나뉘는데 성씨 일가의 두 형제가 각자 책임지고 있고 지위가 막상막하이다. 다만 성재형이 본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니 성시윤보다 지위가 좀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성진 그룹에 도착한 임이서는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성재형이 평상시에 회사에 들어가는 전용 통로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는 전에 성재형에게 불려서 회사에 온 적이 있던지라 나름대로 길을 잘 알았고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았다.하지만...대표이사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니 문이 안에서부터 열리고 서주리가 옷이 흐트러진 채 당황한 얼굴로 뛰쳐나갔다.둘은 그만 정면으로 마주쳤다.“...”서주리는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됐고 꼭 마치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듯 한없이 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임이서를 보고도 아무런 인사 없이 입술을 꼭 깨물고 머리를 숙인 채 성급히 달려나갔다. 그녀는 결국 맨 위층을 떠났다.이 광경을 본 임이서는 성재형이 서주리를 강제적으로 요구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무실 안의 성재형은 책상 앞에 서 있었고 바닥에는 서류가 몇 개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정장은 의외로 평소처럼 단정한 차림이었는데 표정이 싸늘하고 험상궂을 따름이었다.“여긴 왜 왔어?”임이서는 손에 든 도시락을 흔들어 보였다.“재형 씨 도시락 주려고요.”성재형은 미간을 구기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응접실로 향했다.임이서는 도시락통을 탁자에 올려놓고 이참에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을 다 주웠다.좀 전에 얼마나 격렬한 움직임이 있었고 사무실이 얼마나 발칵 뒤집혔던지간에 그녀는 최대한 외면하려고 했지만 이상야릇한 말투는 어쩔 수 없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재형 씨는 뭐, 굳이 내가 시윤 씨 넘어오게 꼬실 필요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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