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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이어서 은표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했다.

은표도 무도인 이니, 혈 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당시 윤도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어떤 혈 자리를 어떻게 눌렀는지에 대해 은표는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설명했다.

은표의 설명을 듣고, 손 닥터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다.

“대단해요! 대단합니다...”

“어느 불세출의 신의 세가의 자제분이신지! 이런 방법으로 심폐를 자극하여 소생하다니! 어쩐지 할아버지가 한 번 앓으시더니, 오히려 병세가 오히려 호전되셨군요! 똑같이 몇 번 더 치료받으시면 심장이 십 년, 이십 년은 더 뛸 수 있겠는걸요!”

손 닥터가 감탄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손 닥터, 은표가 그 젊은이가 했던 치료법을 설명해 줬잖아요, 손 닥터가 똑같이 치료해 줄 수도 있지 않나요?”

송가네 할머니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맞습니다! 맞아요! 손 닥터, 얼른 그 녀석이 했던 대로 따라 해보세요.”

송영태도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손 닥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혈 자리를 누를 때의 순서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모든 혈 자리의 자극은 다음 혈 자리에 자극을 주어 상호 작용합니다. 그 상호작용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자극이 끊긴다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결과를 보게 될 겁니다! 게다가 저는 누르는 힘의 크기도 컨트롤할 수 없는걸요. 그 젊은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해내지 못할 겁니다! 대단해요, 정말 놀라운 실력입니다!”

손 닥터는 미친 사람처럼 계속해서 혼잣말로 감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송가네 할아버지, 송가네 할머니, 그리고 송영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손 닥터, 한의학계의 명인이었고 송 씨 집안이 송가네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천운시에서 모셔 온 분이셨다.

‘이런 한의학계 명인이 한낱 애송이를 이렇게까지 높게 평가하다니!’

‘젊은이의 간단한 응급처치가 정말 그렇게 대단했을까?’

“참, 그 젊은이의 연락처는 받으셨나요? 성함이 어떻게 됐죠?”

손 닥터는 한참 동안 중얼거리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었고 그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그... 그때 제가 명함을 건네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했지만, 그 자식이 주제도 모르고 명함을 거절했어요.”

송영태가 말했다.

“주제도 모르고 라니요?”

그의 말에 손 닥터는 이상한 눈빛으로 송영태를 쳐다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송영태는 순식간에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왠지 손 닥터가 자신을 바보를 보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의 생각이 맞았다!

이 순간, 손 닥터는 송 씨 집안 도련님이 바보스럽다고 생각했다.

‘이런 절정 의술을 가진 명의가 무슨 일로 당신을 찾겠어, 정말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송 씨 집안은 도운시에서는 그나마 조금의 영향력이 있을진 몰라도, 전국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명의의 의술이라면 천운시의 대단한 가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셔오려고 할 것이다!

이런 명의와 친분을 쌓는 것은 곧 목숨 하나가 더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대가 주제를 모른다고 하다니! 웃기는 소리!

“영태야, 앞으론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 이 세상엔 더 대단한 사람이 비일비재하니, 사람을 대함에 있어,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 모두 겸손한 자세를 갖추거라!”

송가네 할아버지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손자를 꾸짖었고 한편으로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예의를 갖추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명의한테 보이는 예의치고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만약 자신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공손했다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연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진심으로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죽지 않는 한, 자신의 인맥으로 송씨 가문은 계속 승승장구할 테지만 자신이 쓰러진다면, 송 씨 집안은 몰락하리라 생각했다.

“네, 할아버지. 명심할게요.”

“할아버지 안심하세요. 그 명의는 분명 아직 도운시에 있을 겁니다. 제가 반드시 찾아낼게요.”

송영태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가슴팍을 치며 장담했다.

윤도훈의 이름조차 모르지만, 송 씨 집안 도련님의 세력이라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껏해야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라고 생각했다.

...

한편, 이진희와 윤도훈이 골든 비치 클럽 꼭대기 층의 비밀 카지노에 들어섰다.

“진희 님!”

“진희 님!”

이 씨 집안 도련님이 쉬고 있는 룸 외의 모든 공간에서 이원의 부하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그들은 모두 이진희를 알고 있었고 이 씨 집안 도련님이 자신의 누나를 너무 사랑하고 아껴서 그녀의 앞에서는 꼼짝을 못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동생이 누나에 대한 두려움도 남매 사이의 애정에서 우러러 나온 것이다. 그 때문에 이원의 부하와 어둠의 세력에 몸담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보스한테 혼나더라도 절대로 이진희에게 미움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누나, 왜 왔어요?”

“너희 둘은 일단 나가!”

이진희가 윤도훈의 팔을 감싸고 들어왔을 때, 양옆에 여자를 껴안고 있던 이원은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나 서둘러 두 여자를 내쫓았다.

이어서 그는 누나가 다정하게 한 남자를 팔짱 끼고 있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누나, 이놈은 뭐야...”

“네 매형이야! 윤도훈이라고 해!”

이진희가 소개했다.

이원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얼굴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윤도훈을 흘끗 쳐다보았다.

‘누나의 새로운 꼭두각시인가?’

이원은 이런 가짜“매형”을 단 한 번이라도 대접해 주지 않았다.

“빨리 매형한테 인사해!”

이진희는 표정이 굳어지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원은“네?” 하며 윤도훈한테 손가락질했다.

“누나, 짝퉁한테 예의까지 차려야 해?”

꼭두각시한테 매형이라고 부르라니, 그는 도저히 매형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한편으로 그는 수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지난번 두 명한테 단 한 번도 매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웬일이지?’

“꼭두각시라니? 오후에 이미 네 매형이랑 혼인신고까지 했어! 네 매형이고 내가 사랑하는 남자야!”

말하면서 이진희는 윤도훈을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도훈 오빠, 섭섭해하지 마세요. 원이가 철이 없어서 그래요.”

“섭섭하긴, 네 동생이면 내 동생이지! 내가 어떻게 내 동생에게 화를 내겠어?”

윤도훈은 손을 내밀어 이진희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이 광경을 보고 이원은 입꼬리를 씰룩거렸고 눈 몇 번 깜빡이더니 오히려 심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누나, 웃기지 마! 난 누나가 저런 자식을 사랑한다고 믿을 수 없어! 허승재한테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앞에 있는 두 사람은 죽거나 식물인간이 됐으니, 이 자식은 나더러 보호해달라는 거잖아!”

이원은 누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믿지 않는 것이다.

누나가 어떤 사람인데, 남자에 쉽게 빠질 리가 있겠는가?

말하면서 이원은 윤도훈을 보고 호통쳤다.

“누가 네 동생이야? 네까짓 게 뭔데? 손 잘라버리기 전에 누나한테서 손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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