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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윤도훈이 갑자기 이원의 부하를 밀어내고 정팔의 맞은편에 앉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밀려난 도박꾼은 이원을 쳐다보며 그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

이원도 윤도훈이 뭘 하려는지 몰라서 누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윤도훈을 쳐다보는 이진희의 표정 역시 어리둥절했다.

“허허, 또 사람을 바꾸는 겁니까?”

태석이 형이 야유했다.

“인마, 나랑 게임하겠다고 도전하는 거야?”

정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음흉하게 물었다.

“아니면 여기 왜 앉았겠어?”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원을 향해 소리쳤다.

“처남, 칩 좀 갖다 줘!”

“처남?”

태석이 형은 윤도훈이 이 씨 집안 도련님을 부를 때의 호칭을 듣더니 흠칫 놀랐다. 그러고는 이내 박장대소했다.

“진희 씨 약혼자가 또 바뀐 모양이네요?”

이원은 침착한 얼굴로 윤도훈 옆으로 걸어와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도박이 뭔지는 알아?”

그는 윤도훈이 일부러 그를 골탕 먹이려는 건 아닐까 의심했다.

“칩을 올려라!”

윤도훈은 싱긋 웃었다.

윤도훈이 도박할 줄 아는 것일까?

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조금씩 게임을 했을 뿐, 도박에 전혀 능통하지 않았다.

그럼 그가 도박에 능통해야만 할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는 용의 기운을 두 눈에 주입하면 패의 뒷면을 볼 수 있었기에 자신과 상대방의 손에 어떤 패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때문에 이길 때면 확실하게 배팅하고 질 경우엔 최소한의 손해만 볼 수 있었다.

이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식, 감히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나가 말려도 어쩔 수 없어!”

경고한 뒤, 이원은 카지노의 책임자한테 손을 흔들었다.

“200억 가지고 와!”

칩이 올라오자, 정팔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어이, 친구! 어떤 게임을 할 건가?”

정팔은 자신이 넘쳐 카지노에 들어서서부터 모든 게임을 상대가 원하는 것으로 정했고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원의 부하들은 계속 졌고 그러다 보니 해보지 않은 게임이 없을 정도였다.

혹시나 게임 종류를 바꾸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윤도훈으로 상대가 교체된 후, 정팔은 전과 마찬가지로 비아냥거리며 도발했다.

그는 윤도훈을 상대하기엔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윤도훈은 얼핏 보아도 서른 살이 안돼 보이는 애송이었기에 절대로 도박꾼은 아닐 것이라 단정할 수 있었다!

도박이라면 뭘 하든 다 똑같은 거 아닌가?

“그래? 무엇이든지 걸 수 있어?”

윤도훈이 눈썹을 씰룩거리며 물었다.

“맞아, 뭐든 다 돼!”

정팔은 고개를 끄덕였고 윤도훈은 사악하게 웃었다.

이어서 그는 이원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처남, 네 리볼버 총을 나한테 넘겨! 그리고 400억 어치 칩을 더 갖다 줘!”

“뭐 하려는 거야?”

이원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데스 룰렛, 들어본 적 없어?”

윤도훈이 담담하게 물었다.

말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돌변했다!

“너!”

“가져가!”

이원은 거친 말을 몇 마디 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리볼버를 윤도훈한테 넘겼다.

“윤도훈, 뭐 하는 거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윤도훈이 데스 룰렛을 하자고 제의하는 것을 본 이진희는 손에 땀이 날 만큼 잔뜩 긴장했다.

그녀는 윤도훈 때문에 긴장하게 된 걸까?

데스 룰렛? 목숨을 내놓고 도박을 한다고?

“데스 룰렛으로 정했어?”

정팔의 표정도 조금 달라졌고 쌀쌀맞게 물었다.

“왜, 그건 안 되겠어? 무서우면 포기하고 배팅한 걸 넘기면 돼.”

윤도훈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정팔은 큰소리를 내어 웃더니 윤도훈을 보고 말했다.

“자식, 날 속이려는 거야? 순진하긴! 좋아, 데스 룰렛으로 가보자!”

마카오 출신의 도박꾼인 정팔은 산전수전 다 겪어봤을 것이다.

데스 룰렛, 확실히 위험하다!

하지만 도박꾼인 정팔의 손놀림은 그야말로 훌륭했다.

주사위를 던져도 감각만으로 원하는 주사위 숫자를 컨트롤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팔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손놀림으로 리볼버의 회전을 조절하여 탄알이 들어있는 것을 피하려고 했다.

이때, 윤도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못마땅함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

“데스 룰렛으로 상대방을 겁주려던 거야?”

“순진하긴!”

“마카오에서 넘어온 도박꾼인데,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겠어?”

“제기랄! 저러다 스스로 총살당하는 건 아닌지 몰라!”

이원은 한 마디 욕설을 퍼부었고 이대로라면 업소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진희는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실망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쳐다보았다.

‘이런 자식을 우러러보기까지 했다니...’

“승패는 단 한 번에 결정하기로 해, 사생결단도 한방에!”

칩이 올라온 뒤, 윤도훈은 자기 앞에 놓인 600억이나 되는 칩을 모두 내왔다!

“좋아! 하하...”

정팔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칩을 내놨다.

이번 판은 그야말로 텍사스 홀덤이다!

운이 좋으면 바로 이기는 것이지만 진다면 목숨까지 잃고 게임이 막이 내리는 것이다.

“좋아, 내가 먼저 하지!”

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정팔이 차갑게 웃었다.

이원의 리볼버 탄창에는 6개의 총알을 넣을 수 있는데, 이때는 꽉 차 있었다.

이어서 윤도훈은 탄알 6개를 모두 빼더니, 검은색 테이블보를 찢어서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러고는 탄알 하나를 집어 들어 탄창에 장전했다.

이어서 그가 탄창을 닫을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윤도훈이 또 탄알 하나를 집어 들어 탄창에 장전시켰기 때문이다.

“두 발? 인마, 네 용기가 맘에 든다!”

정팔은 실눈을 뜨며 말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왜냐하면 윤도훈은 멈추지 않았고 세 번째 탄알을 탄창에 장착했기 때문이다.

“누나, 저 자식 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이원은 자신의 누나 옆으로 오더니 소곤소곤 물었다.

이진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윤도훈을 쳐다봤다.

어느새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조금 전의 무시는 어느새 긴장으로 변했다. 하지만 모두를 놀라게 만든 것은 윤도훈이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서 네 번째 탄알까지 탄창에 장전했다.

이어서 다섯 번째 탄알!

“인마, 너 미쳤어!”

정팔은 사색이 돼서 소리 질렀다.

“미친놈!”

태석이 형은 침을 삼켰다.

“누나, 어디서 찾아온 미친놈이야? 오늘 여기서 죽겠다는 거잖아?”

이원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물었다.

“나... 나도 몰라!”

냉담한 여장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이진희는 당황하고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정말 죽으려는 건 아니겠지? 어떻게 된 일이지? 딸의 상황이 더 악화했나?’

‘미친놈, 죽으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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