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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쟤는 서준혁이 보물처럼 아끼는 사람이야

주말, 서준혁은 송지음을 데리고 파티에 참석했다. 신유리도 딱히 그 일에 신경 쓰지는 않았다.

단지 오후에 외출할 때, 똑같이 외출을 준비하는 서준혁을 만나게 됐을 뿐이었다.

그는 셔츠만 입고 있었고, 카라는 살짝 벌려져 있었다. 보일 듯 말 듯한 쇄골이 은근히 사람을 홀리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신유리가 입은 원피스도 검은색이었고, 서준혁이 입은 셔츠도 검은색이었다. 디자인이 간단해서 대충 흘겨보면 일부러 커플티를 입은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신유리는 조금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서준혁에게 인사를 했다. “파티 참석하러 가는 거야?”

서준혁이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아무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엘리베이터는 1층에서 멈춰 섰고, 신유리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리사와 밥 약속이 있었다.

리사가 회사에서 잘릴 때,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물어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다.

두 사람은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리사는 그녀를 보자마자 너무 원통한 누명을 썼다며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분명 송지음이 자신의 일을 끝내지 못해서 몇 마디 한 것뿐인데, 그녀는 결국 인턴을 괴롭혔다는 죄명을 쓰게 되었다.

신유리가 입을 열었다. “쟤는 지금 서준혁이 보물처럼 아끼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을 건드렸으니 처지가 곤란한 게 당연하지.”

리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 대표는 그 여자 어디가 마음에 들었데?” 그녀는 신유리 대신 불평을 늘어놓는 것 같았다. “들리는 말로는 서 대표가 제대로 키워볼 생각도 있다고 하던데?”

신유리가 서준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했는지, 화인 직원은 전부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필사적이었고, 일에도 거침없었다. 서준혁이 끌어들이고 싶은 클라이언트라면 위출혈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그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가져다주었다.

신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컵 안에 있는 차를 들이켰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인의 직원들은 모두 송지음을 제2의 신유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유리는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준혁이 직접 가르친 사람이었다. 풋풋한 18살 때부터 독립적으로 한 가지 일을 도맡을 수 있는 지금의 모습이 될 때까지, 모두 서준혁이 그녀를 데리고 한발 한발 걸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송지음은 달랐다.

서준혁은 송지음을 손바닥 안에 두고 조금씩 물을 주고 있었다.

그는 신유리보고 송지음을 가르치라고 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송지음을 각종 장소로 데리고 갔다.

송지음이 합격을 받을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리사와 헤어지고, 신유리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그녀는 서준혁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안 좋았다. “여기 성남 병원이야. 얼른 와.”

신유리가 도착했을 때 서준혁은 이미 손목에 붕대를 다 감고 있었다. 송지음은 놀라고 걱정된 얼굴로 옆에 앉아 있었고, 눈가는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서준혁의 손목을 쳐다보았다. “왜 다쳤어. 오늘 파티에 간 거 아니었어?”

서준혁은 응급실에 앉아있었다. 그의 안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미행당했어. 기사도 여기에 있고.”

“내가 처리할게.” 말을 끝낸 신유리는 옆에 멍하니 앉아있는 송지음을 쳐다보며 좋은 마음으로 물었다. “넌, 어디 다친 데 없어?”

송지음은 그녀의 몸에 걸쳐진, 서준혁과 비슷한 원피스를 보더니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그녀의 눈시울은 방금 전보다 더 붉어졌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더니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전 괜찮아요. 서 대표님 팔목이 다친 것뿐이에요.”

그녀의 시선을 신유리의 원피스에 멈추게 되었다.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술을 우물거렸다.

신유리도 그런 그녀의 반응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 말 없이 기사와 얘기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일 처리가 끝난 후, 그녀는 병원 앞 슈퍼에서 물 두 병과 알코올 물티슈를 샀다.

방금 봤을 때, 서준혁의 입술은 조금 말라 있었다.

신유리는 물건을 들고 응급실로 돌아갔고, 서준혁은 눈을 감은 채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깨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유리 언니.” 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꿈치를 쳤고, 송지음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거 저한테 주세요. 서 대표님 깨면 제가 전해줄게요.”

그녀는 신유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비록 목소리가 부드럽긴 했지만, 그래도 웃음이 조금 억지스러웠다. 거기다 눈빛도 자꾸 통제할 수 없이 신유리의 몸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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