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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다고?’

살짝 겁을 먹은 양의성의 눈까풀이 파르르 떨렸다.

‘제기랄, 1대1로 붙기로 했잖아. 똘마니들과 같이 오다니. 비겁하게!’

양의성은 이청아의 앞이었기에 애써 겁먹은 표정을 숨기며 당당히 맞섰다.

“바로 저 엿 놈들이야! 가서 포위해!”

조천룡이 팔을 휘젓자 경호원들이 달려가 양의성 등 세 사람을 겹겹이 에워쌌다.

“뭐 하는 거야? 경고하는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내 아버지는 양씨 의약 회장 양오석이야!”

상황이 여의치 않자 양의성이 곧바로 자신의 집안을 밝혔다. 아버지의 명성으로 그들을 압도할 계획이었다.

“제기랄! 양오석이 누군데?!”

경호원 한 명이 말했다.

“내 옆에 계신 이분이 누군지 알아? 이분은 바로 조훈 어르신의 아들이자 대박 그룹의 도련님이야!”

그 말에 파티장 전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조훈? 설마 동성 지하 황제라고 불리는 그 조훈?”

“저 사람 참 안 됐네. 재수 없게도 조훈의 아들을 건드렸다니.”

소곤대는 사람들의 얼굴엔 모두 두려움이 드러나 있었다.

“당, 당신들이 조훈 어르신의 사람들이라고?”

양의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조훈은 동성구에서 세 손가락에 드는 세력을 자랑하고 있는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그는 한 번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사람에겐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단죄하는 지독한 사람이다. 몇백 명에 달하는 그의 수하들은 전문적으로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조직을 이루고 있다. 누군가 조훈에게 잘못을 저지른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들의 손에 처참히 죽게 된다.

제기랄! 오늘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들을 건드린 것이다!

“왜 그래? 조금 전 그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어? 이제야 좀 무서워진 거야?”

조천룡이 사악한 눈빛으로 가까이 걸어왔다.

“형님, 오해, 오해십니다...”

양의성이 애써 웃음을 쥐어짜 내고는 허리를 굽신거렸다.

“오해? 오해는 무슨 얼어 죽을!”

조천룡이 손을 번쩍 들더니 연달아 두 번 양의성의 뺨을 후려쳤다.

“퍽퍽!”

양의성의 얼굴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양의성은 감히 화를 내지도 못하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제 아버지와 조훈 어르신은 친분이 있는 사이입니다. 제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라도 오늘 일은 용서해주세요. 제가 내일 다시 자리를 마련해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체면? 너 따위한테 무슨 체면이 있다고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 거야?”

조천룡이 두 번째 손가락으로 양의성의 이마를 툭툭 밀었다. 한 번 밀 때마다 양의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이봐요! 변태들, 쪽수로 밀어붙이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

그때 뒤에 서 있던 장 비서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뭐라고? 넌 굽히지 않으려나 보네?”

조천룡이 양의성을 툭 밀어버리고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두 여자에게 걸어왔다.

“경고하는데 이곳은 조씨 집안의 구역이에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장 비서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조천룡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먼저 주먹을 휘두른 건 그쪽이고 난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야. 조씨 집안에서 날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장 비서는 답답함에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너 아직도 상황파악 못 해? 그렇다면 제대로 알려줘야지!”

조천룡이 손짓하자 흉악한 인상의 경호원이 슬슬 걸어 나왔다.

“그만둬요!”

이청아가 돌연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와 차갑게 말했다.

“이 사람과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놓아줘요!”

“이 여자와 상관없다면 너와는 상관있겠네?”

조천룡이 씩 웃음을 지었다.

“이 여자를 놓아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 대신 오늘 밤 날 만족시켜줘야 할 거야. 그렇게만 한다면 무엇이든 다 해결되겠지.”

“이런 더러운!”

이청아가 또다시 뺨을 때리려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조천룡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또 내 몸에 손을 대려고? 와서 이 여자를 묶어!”

“네!”

경호원 몇 명이 즉시 달려와 이청아를 잡아 세웠다.

“변태들아! 그 손 놔!”

장 비서가 이청아를 지키려 앞으로 나가자 조천룡이 그녀의 다리를 발로 차 쓰러뜨렸다.

“양, 양 도련님... 빨리 이 대표님을 구해주세요!”

장 비서는 통증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양의성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형님, 우리 말로 천천히 해결해요. 저 두 여자에게 잘못을 따질 필요는 없잖아요?”

양의성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여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젠장! 아직 너한테 화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감히 오지랖을 부려?”

조천룡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아니아니아니, 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 말로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거였어요.”

양의성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시끄러우니까 꺼져!”

조천룡은 양의성을 한 대 때려 쓰러뜨렸다.

“한마디라도 더 한다면 죽여버릴 거야!”

양의성은 목을 쑥 집어넣고는 입에 자물쇠를 잠가 버렸다. 여신이 중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만큼은 아니다. 여자를 위해 악명 높은 조훈을 건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하. 배짱 좀 있는 놈인 줄 알았더니 그냥 겁쟁이였네!”

조천룡이 삐딱하게 조롱했다.

“이런 미녀가 왜 너 같은 겁쟁이를 옆에 두고 있는 거지?”

양의성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귀가 막히기라도 한 듯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지그시 눈을 감았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데려가. 오늘 밤 통쾌하게 놀아봐야겠어!”

조천룡이 손짓하자 부하들이 이청아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양 도련님, 어서... 빨리 살려주세요!”

장 비서가 애타게 소리쳤다.

하지만 양의성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비겁한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손가락질했다.

모두가 오늘 밤 이청아가 받을 모욕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그림자 하나가 조천룡의 눈앞에 나타나 차갑게 말했다.

“이 사람은 건드리면 안 돼.”

“뭐야? 영웅 행세라도 하려고? 네까짓 게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해?”

조천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 일이 커지기 전이니 그만해.”

유진우가 말했다.

“하하... 그만하지 못하겠다면?”

조천룡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넌 죽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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