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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렇게 멀뚱히 서서 뭐 해,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

안병서가 또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조훈은 눈가가 파르르 떨리며 낯빛이 흙빛이 되었다.

좋은 말로 사람을 놓아줘라고 했다면 못 이기는 척 들어줄 거였다.

하지만 안병서가 들어서자마자 성을 내며 조훈의 뺨까지 갈겼으니 이제 사람을 놓아준다면 조훈에게는 망신이었다.

“안 회장님, 이 자식이 제 아들을 망쳤습니다. 게다가 제 구역에 마음대로 들어왔는데 제가 이 자식을 놓아주면 제 체면은 뭐가 됩니까.”

조훈이 애써 감정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네 아들은 얻어맞아도 싼 놈이다!”

안병서는 웃음을 작게 흘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네가 오늘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네 대박 그룹이 허공에서 증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야.”

“ 회장님, 비록 회장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제게도 배후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쇼!”

조훈이 용기 내 소리 냈다.

“강천호를 말하는 거냐?”

안병서는 그저 시들하게 웃었다.

“오늘 강천호가 여기 있다고 해도 넌 사람을 놓아줘야 한다, 알아들어?”

그 말에 조훈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두 낯선 이를 위해 강천호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는다니.

“네, 알겠습니다! 오늘 일은 제가 하나도 빠짐없이 천호 어르신께 고해드리죠.”

조훈은 억지스럽게 웃었다.

강천호는 세 큰 손 중의 한 사람으로 안병서보다 한 수 위였다.

그런 강천호의 체면도 봐주지 않는다니, 이후의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잔말 말고, 얼른 사람을 놓아줘라!”

안병서는 더는 시간을 지체하기 싫었는지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그대로 조훈의 머리를 겨눴다.

“얼른!”

안병서의 총을 보며 조훈은 턱에 힘을 꽉 주고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홧김에 자기의 목숨으로 도박하고 싶지 않았다.

“조훈, 오늘은 그저 경고일 뿐이다. 이후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강천수도 널 지켜주지 못할 것이다.”

그 한마디만 남겨두고, 안병서는 유진우와 이청아를 데리고 떠나갔다.

200여 명의 남자들은 그대로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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