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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방으로 돌아온 장소월은 더러워진 옷을 벗어 놓고 옷장 앞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옆방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마치고 금방 돌아올게!’

백윤서는 사려 깊게 대답했다.

“난 괜찮아요. 어서 가서 일 봐요. 난 여기서 오빠 기다릴게요.”

“그래. 피곤하면 내 방에서 쉬어. 침대 시트 새 걸로 바꿨으니까.”

“네, 알겠어요.”

떠나가는 발소리를 듣고 장소월은 그가 나간 줄 알고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벌컥 방문이 열렸다. 순간 장소월은 얼굴이 화르르 불타는 것 같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옷으로 급하게 몸을 가렸다.

전연우는 그녀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뒷모습에 놀라 문고리를 잡았던 손은 얼어붙고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장소월은 18살밖에 안 됐지만 또래들보다 훨씬 몸매가 좋았다. 장소월의 눈동자가 떨렸다. 부부로 산 세월이 몇 년인데 그동안 잠자리도 수없이 가졌고 볼꼴 못 볼꼴 다 본 사이였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장소월은 마음이 복잡했다.

처음 전연우를 만난 것처럼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가 방금 어디까지 봤는지 모르겠다. 장소월은 돌아서지 못하고 빨리 원피스를 입고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무슨 일 있어요?”

전연우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백화점 문화 상품권인데 옷이나 액세서리 필요하면 사. 윤서랑 너 각각 한 장씩이야.”

“네, 고마워요. 오빠.”

전연우는 급하게 문을 닫고 나갔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몸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욕망이 마치 짐승처럼 마구 요동쳤다. 그렇게 몇 초 후 전연우는 발걸음을 떼어 회의 자료를 갖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핸들을 잡고 아까 소녀의 관능적인 허리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장소월?’

그가 미치지 않고서야!

전연우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액셀을 밟아 장가네 대문을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장소월은 방안에서 공부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머리를 식히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는 백윤서와 눈이 마주쳤다. 장소월과 그녀는 공통언어가 없었다. 전생에 그녀에게 죽을 만큼 죄책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친구를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이렇게 물 흐르듯 몇 년을 지내면 더 이상 볼일이 없을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에 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윤서 언니 지금 뭐 해요?”

백윤서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연우 오빠 방 정리 좀 해주려고. 오빠가 안 쓰는 물건도 좀 버리고.”

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 보세요. 나는 내려가서 물 좀 마시려고요.”

말을 마치고 슬리퍼를 신고 세 계단쯤 내려갔을 때 백육서의 가냘픈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소월아... 너가 연우 오빠 좋아하는 거 알아. 걱정하지 마, 난 절대 너한테서 뺏지 않아!”

‘당신이 뺏지 않아도 전연우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차피 당신이야. 그런 게 아니라면 당신이 죽은 뒤 그가 바로 나의 방으로 와서 나를 죽이려고 했겠어. 그리고 나와 이혼하고 당신과 꽤 닮은 사람과 재혼했지.’

송시아가 전연우의 옆에 그렇게 오랫동안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백윤서와 비슷하게 생긴 그 얼굴 덕분이다.

장소월은 몸을 돌려 대충 둘러댔다.

“나 전연우 안 좋아해요. 영원히 그냥 오빠예요. 만약 언니가 오빠와 함께한다면 난 그걸로 기뻐요.”

이 말은 속으로 삼켰다.

‘이번 생에 당신이 전연우와 함께한다면 그걸로 전생에서 당신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장소월은 그대로 내려와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컵에 따르는데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그중에 그녀가 전연우 생일에 선물한 핑크색 인형이 있었다. 그녀가 선물하면서 전연우에게 그녀가 옆에 없어도 이 핑크색 인형이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장소월은 컵을 들고 있던 손이 떨렸다. 전생에서 저 인형은 송시아가 버렸는데. 지금은 백윤서가...

이것이 하늘의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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