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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1반은 6층에 있고 학생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제운고는 아침자습이 없고 첫 수업은 9시에 시작된다. 그래서 등교시간도 비교적 늦다.

장소월은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친구들을 바라보았는데 그 중에 이름을 아는 친구가 몇 없었다.

수업 종이 울리자 장소월은 기억하던 대로 신속히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후, 아직 가방도 내려놓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느겨졌다.

몇몇 친구들의 수군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강용 자리 아냐? 미쳤어, 쟤 정말 저기에 앉은 거야?”

“며칠 아프더니 멍청해진 거 아냐?”

‘뭐? 강용?’

장소월은 책 하나 없는 깨끗한 책상을 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이게 어떻게 강용의 자리야? 내가 항상 뒤로 둘째줄에 앉았는데? 이 자리가 아닌가?’

때마침 강용은 교실문 앞에 서있었다. 그는 흘러내리듯이 입은 교복에 넥타이도 제대로 메지 않은 채 손에 가방을 들고 장소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혀끝으로 어금니를 꾹 누르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돌변했다. 눈빛 하나만으로 장소월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강용의 뒤로 그의 따까리인 허철과 방서연이 따라들어왔다.

강용과 장소월은 원수 사이와 다름 없었고 이 학교에서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일진이었다.

강용은 학교에서 항상 제멋대로 행동했고 장소월은 그와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 만나더라도 거의 다 강용이 찾아와서 시비 걸고 따지는 정도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순히 장소월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유는 단지 그것 뿐이었다.

장소월은 서문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창가에서 뒤로부터 두번째, 그제야 알았다. 아파서 학교에 못 왔던 사이에 자리배치가 바뀌었던 것이다.

장소월은 숨을 헉 들이마시며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강용은 성질이 난폭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일진이다. 그는 자기 자리로 다가가 발로 책상을 걷어찼는데 의자도 함께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철로 만든 의자인데도 의자의 한쪽 다리가 푹 패어 들어갔다.

반에 있는 모든 사람이 큰 소리에 깜짝 놀랐고 주변에 앉은 학생들도 억울하게 봉변을 당했다.

“강용 형, 방금 왔는데 또 어디 가세요?”

방서연은 허철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어딜 가긴? 그냥 쟤가 보고 싶지 않을 뿐이지.”

허철은 장소월의 자리까지 다가가 의자를 툭툭 걷어찼다.

“장소월, 넌 집에 그냥 처박혀 있을 것이지 왜 학교까지 와서 눈에 거슬리는데? 나 졸업하면 너네 집안부터 조사할 거니까 딱 기다려. 너랑 네 아버지 남은 생은 감방에서 보낼 줄 알아.”

말이 마치고 허철은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넥타이를 정리를 했다.

장소월의 예쁜 눈망울로 두 사람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허철이 장소월을 앞에서 기세등등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형정국 국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고집불통이라 장해진마저 어쩌지 못했다. 허씨 가문은 몇 해 동안 장해진을 바싹 감시하고 있었고 꼬투리 하나라도 잡으면 하면 장해진을 바로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

방서연은 법학자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판사였으며 어머니도 국제적으로 유명한 변호사다.

그렇게 두 사람은 태생부터 장소월과 원수지간이었다.

허철의 욕설을 들으면서도 장소월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잘했어, 포부가 있네! 나도 장해진은 못된 놈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해서 꼭 자리에 올라서 그를 검거해. 난 네가 할 수 있을 거로 믿어.”

허철은 당황하듯 멍해 있더니 이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손가락으로 장소월을 가리켰으나 한참이 지나도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방서연은 강용이 차츰 멀어지자 말문이 막힌 허철을 끌고 강용의 뒤를 따라갔다.

세 사람은 결석이 일상이라 선생님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부모님을 모셔와도 소용이 없으니 수업에 자꾸 빠지는 학생이 있어도 담임선생님은 모르는척 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1반은 성적이 가장 나쁜 반이었다. 고3에는 6개의 반이 있었고 반마다 30명 학생이 있었다. 가장 꼴찌부터 우등생까지 등수에 따라 1반부터 6반까지 배정되므로 6반은 모두 우등생들이었다.

장소월은 전생에 강용이 무엇 때문에 악의적인 태도로 자신을 대했는지 정말 몰랐다. 개학하고 지금까지 그녀는 줄곧 남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지내왔다. 그러나 남이 시비를 걸면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성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거의 강용과 비슷할 정도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장소월은 예전과 달랐다. 그녀의 나쁜 성격, 뾰족한 가시처럼 솟아났던 모난 성격은 이미 평평하게 다스려졌다.

첫 수업은 시험지를 설명하는 수학 시간이었다. 장소월은 책상 안에서 빨간색으로 가득한 8점짜리 수학 시험지를 꺼냈다.

만점 120점이에서 장소월은 정말 10점도 안 되는 점수를 맞았다.

지금 다시 시험지를 보니 문제들이 그 정도로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많은 문제는 다 풀 수 있는 난이도였고 장소월은 빨간 펜을 꺼내 연습장에 틀린 문제를 조금씩 풀어내고 정답을 적어냈다.

문제를 풀다 무심코 장소월은 뒤집힌 채 바닥에 널브러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책상과 바닥에 흩어진 책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번 학기에 아직 한 번 반을 바꿀 기회가 남아 있어. 기말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다시 반을 바꿔야겠어.’

수능에 관해서라면 장소월은 이미 가고 싶은 대학까지 생각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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