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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작가: 윤지
박민정이 들어올 때부터 유남우의 눈길은 한시도 그녀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의자를 뒤로 밀며 일어나더니 인사를 건넸다.

“형님, 형수님. 안녕하세요.”

박민정은 그에게 예의 바른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윤소현은 너무나도 거슬렸지만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유남우를 따라인사했다.

“형수님, 형님. 또 뵙네요.”

유남준은 그녀의 인사를 무시하고 박민정이 앉자 그녀의 옆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도 함께 있는 자리라 박민정은 윤소현의 체면을 구기지 않고 짧게 인사를 받아줬다.

윤소현은 의자에 다시 앉으면서 일부러 유남우의 팔짱을 꼈다.

“남우 씨, 형님네 아들 참 귀엽게 생겼다, 그렇지 않아요?”

유남우의 팔이 뻣뻣해지더니 눈가에 혐오감이 스쳤다.

그는 소리 없이 윤소현의 손을 빼내며 시선을 윤우한테 돌렸다. 윤우는 정말 형님과 많이 닮아있었다.

고영란도 윤우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박민정이 비록 윤우가 유남준의 아들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연지석의 아들이라면 왜 한 명은 조하랑과 같이 있고 한 명은 박민정과 같이 있겠는가.

게다가 예찬이는 성이 박씨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우야, 이리 와. 할머니 옆에 와서 앉아.”

고영란이 모처럼 자상한 얼굴로 얘기했다. 하지만 윤우는 그 말을 듣더니 조그마한 입으로 폭탄을 터트렸다.

“누구세요? 우리 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요?”

순간 다이닝룸의 분위기가 싸해졌고 고영란의 상냥한 얼굴은 굳어버렸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박민정한테 떨궈졌다.

“네가 가르쳤니? 내가 죽었다고 저주한 거야?”

박민정은 난데없이 누명을 쓴 꼴이 되었다. 윤우가 말하는 할머니가 은정숙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하려고 하는데 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요, 어르신. 우리 엄마한테 왜 그래요? 제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사실인데, 제 할머니도 아니면서 왜 엄마가 어르신을 저주했다고 그러는데요?”

어르신이라니...

고영란은 태어나서 아직 어르신이라는 호칭은 난생처음이었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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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남준이 앞으로 나섰다.“안으로 들어가자. 민정아, 네가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지금 당장은 이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기억하지 못한다고?모두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박민정도 미안한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해요, 저...”“민정아, 들어가서 잠시 앉아. 우리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우리는 다 네 친고영란.” 조하랑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그래요, 기억이 안 나면 천천히 떠올리면 되죠.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면 우리가 다시 소개할게요.”“맞아요, 다시 소개하면 되죠, 뭐.”그들은 박민정을 거실로 안내했다. 집 안은 예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박민정이 사라진 후로 유남준은 이곳의 어떤 것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박민정은 순간 머리가 어질어질해졌고 익숙한 풍경을 보자 머릿속에 몇몇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더 이상 떠올리려 하면 두통이 심해져 급히 생각을 멈추었다. 조하랑은 그녀를 소파에 앉혔고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차례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보스, 저는 진서연이에요. 보스의 오른팔이나 다름없었죠. 보스랑 함께한 지...” 진서연은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했다, “벌써 5년은 넘었어요.”5년이나?박민정이 진서연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기억해둘게요.”이상하게도 진서연을 비롯한 이들에게는 경계심이 들지 않았다.그다음은 민수아가 다가왔다.“민정아, 우리는 재작년에 처음 만났어. 난 유 대표님의 비서인 서다희의 약혼녀야. 내 이름은 민수아라고 해.”설인하도 자신을 소개하며 박민정을 자신의 은인이라고 말했다.“민정 씨, 민정 씨가 사라진 이 1년 동안 아이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이제 거의 두 살인데 벌써 ‘이모’라고 부를 줄 알아요!”김인우도 자신을 소개했다.“민정아, 난 남준이 친구 김인우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눈앞의 상황을 보며 유남준이 자신을 속이지 않았음을 느꼈다.그때 유남준이 말했다.“자, 민정이가 갓 돌아오고 아직 밥도 못 먹었을 텐데, 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6화

    서다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제 생각엔 유남우 씨는 심리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 같아요.”박민정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유남준은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차 안에 먹을 걸 많이 준비해뒀어. 좀 먹어두는 게 어때? 가는 길이 꽤 멀 거야.”박민정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이제 더는 저항하지 않는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고향으로 돌아가 유남우가 자신에게 또 무엇을 숨겼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진주시.박민정이 무사히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박윤우와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다.두원 별장 별장에서 김인우, 조하랑, 진서연 등 모두 소식을 듣고 서둘러 찾아왔다.“윤우야,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정말로 민정이가 돌아오는 거 맞아?” 조하랑이 흥분된 목소리로 묻자 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요! 제가 이런 걸로 거짓말하겠어요?”박예찬도 옆에서 말했다.“어제 제가 직접 엄마가 있는 도시를 검색했는데 정말로 CCTV에서 엄마가 찍힌 걸 봤어요. 엄마는 아무 이상 없었어요.”박예찬의 말에 더 신뢰가 실렸고 사람들은 더욱 기뻐했다. 이제 모두 박민정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게다가 박민정을 환영하기 위해 각종 음식을 준비했다.그날 오후 비행기는 진주시 공항에 착륙했다.박민정은 차에 올라탄 후 익숙하면서도 낯선 진주시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기억 속에서는 흐릿하기만 하던 이곳이 다시 보니 이상할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졌다.차는 드디어 두원 별장 앞에 도착했다.밖에서 본 별장의 모습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외부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낯익었다.‘분명 여기 온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유남준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이미 박윤우에게 박민정이 오늘 돌아온다고 알렸는데, 설마 잊은 걸까?“들어가자. 여기가 우리 집이야.”박민정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문을 열자마자 별장 안의 모든 불이 켜지며 사방이 알록달록한 장식으로 물들었다.그 순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5화

    박민정은 이미 문 앞에 서 있었다.윤소현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박민정! 너... 정말 살아 있었어!”윤소현은 충격에 빠지면서도 박민정을 없애지 못한 이지원을 원망했다. 왜 박민정이라는 재앙을 없애지 않았는지,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아마도 낯익은 사람을 다시 보았기 때문인지,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박민정의 머리가 은은히 아파왔다.유남우는 박민정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가 막을 새도 없이 윤소현이 곧장 박민정에게로 달려갔다.“박민정, 왜 이렇게 집요하게 따라오는 거야? 왜 내 남편을 유혹했어? 너도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람이면서 왜 이렇게 뻔뻔한 거야?”그녀의 남편을 유혹했다고?박민정은 유남우를 바라보았다.유남우는 급히 다가와 윤소현의 손목을 잡고 박민정에게 설명했다.“민정아, 이건 다 헛소리야. 우린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어. 우리는 단지 비즈니스 결혼이었고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거야.”윤소현은 이 말에 완전히 무너졌고 분노에 차서 말했다.“뭐라고요? 우리가 혼인 신고를 안 했다고요?”유남우는 그녀에게 더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갔다.“유남우, 이 자식아! 놔! 놓으라고!” 윤소현은 계속해서 소리쳤다.“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우리의 딸은 뭐가 돼요? 나는 당신의 합법적인 아내라고요!”박민정은 멀리 서 있으면서도 윤소현의 말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머리가 더 아파졌고 약을 가지러 가려 했다.그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민정아.”박민정이 멍하니 돌아보자 유남준이 시야에 들어왔다.“무슨 일이에요? 손 놓아요. 저는 약을 가지러 가야 해요.”“그 약은 이제 먹으면 안 돼. 그건 기억을 회복하는 약이 아니야.” 유남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를 덥석 안았다.박민정은 몸이 휙 들려 올라가며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너 지금 상태가 심각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4화

    박민정은 젓가락을 들지 않았는데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왜 그래?” 유남우가 묻자 박민정은 폰을 유남우에게 건넸다.“오빠, 인터넷에서 저랑 유남준 씨에 관한 많은 정보를 찾아봤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저를 속이지 않았더라고요. 오히려 오빠가 말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이 말에 유남우는 박민정에게 음식을 담아주던 손을 멈췄다. “민정아, 사실 몇 가지 일은 내가 너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어. 네가 더이상 상처 받는 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유남우가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말하자 박민정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진실을 말해줄 수는 없어요?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 채 바보처럼 속고 싶지 않아요.”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진실보다도 지금 오빠가 저를 속이는 게 더 상처받는 일이에요.”유남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유남준이 말한 건 사실이야. 너는 유남준과 결혼했고 아이도 있었어.”박민정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유남우의 입에서 직접 듣게 되니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그 다음은요?”“너희는 이미 이혼했어. 유남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너를 잘 대해주지 않았지.” 유남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어릴 때 너한테 내 이름이 유남준이라고 말한 거 기억나? 그건 네가 사람을 잘못 알아봤기 때문이야. 내가 심각한 병으로 해외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너는 유남준을 나로 착각하고 결혼했지.”박민정은 그 모든 이야기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느껴졌다.“그리고요?”“결혼 후에도 유남준은 늘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어.” 유남우는 사진 한 장을 꺼내 박민정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이 사람 기억나?”박민정가 어떻게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바로 어릴 적부터 박씨 가문의 지원을 받았던 이지원이었다. 박민정은 어린 시절부터 이지원과 함께 자랐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박민정의 마음 한구석에 설명할 수 없는 반감이 솟아올랐다.“유남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3화

    박민정은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입을 벌려 유남준의 팔을 물어버렸다.유남준은 팔에 느껴지는 고통에 숨을 들이켰다. “박민정!”박민정이 입을 약간 열며 말했다.“얼른 나가요! 안 나가면 저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유남준은 서서히 두 손을 놓았다.“몸이 괜찮아지면 인터넷에서 찾아봐. 나는 절대 널 속이지 않았어.”그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박민정은 즉시 발코니의 유리문을 닫았다.머리가 그리 아프지 않게 된 그녀는 폰을 꺼내 유남준의 이름을 검색했다.곧바로 유남준에 대한 정보가 나타났다. 예전 호산 그룹의 대표였다는 것과 한 번 결혼을 했다는 내용뿐이었고 그 외의 정보는 거의 없었다.그가 유남우의 형이라는 건 사실이었다.박민정은 다시 자신과 유남준을 검색해 보았고 결국 두 사람에 관한 몇 가지 뉴스 기사를 발견했다.뉴스에 나온 내용은 유남준이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녀는 유남준과 정말로 결혼한 적이 있었다.이 사실은 박민정에게 마치 번개처럼 강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믿었던 유남우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왜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야? 왜?”그녀는 혼잣말을 했다.박민정은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았고 과거의 자신이 작곡가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랬구나, 그래서 그 곡들이 그렇게 익숙할 수밖에 없었어...”하지만 왜 이 모든 것을 지금은 기억해낼 수 없는 걸까?그날 밤, 박민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하루 종일 자신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며 결국 그녀는 한 아이의 방송을 발견했다. 바로 유남준이 그날 영상 통화를 하자고 했던 그 아이였다.“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 돌아와요?”“여기 계신 아저씨, 아줌마들! 제 엄마 보시면 꼭 알려주세요.”박윤우는 카메라 앞에서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하며 끝으로 박민정의 사진이 나왔다.이 영상은 올해 초에 공개된 것이었다.만약 유남준이 아이를 시켜 연극을 하게 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2화

    박민정의 마음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빨리 나가요!”유남준은 그녀가 너무 흥분할까 봐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조용히 해.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어. 네가 봐야 할 사진도 있고 여러 가지 보여줄 것도 많아.”박민정은 무서워해야 마땅했지만 이상하게도 유남준이 말하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유남준은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고 자신의 폰을 건넸다.“지금 진주시에 없으니 내가 사람을 시켜서 보내온 사진이야. 우리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도 있어.”박민정이 무심코 스마트폰을 받아들었다. 화면을 열어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가득했다.사진 속에는 그녀, 또 두 명의 비슷한 나이의 아이들 그리고 유남준이 있었다.또한 그녀가 조하랑, 그리고 다른 몇 명의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유남준은 그녀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조하랑 기억나? 네 가장 친한 친구야. 그리고 이 사람들, 네 친구들인데 이름은 설인하, 진서연, 그리고 민수아야.”박민정이 그 말을 들으면서 믿을 수가 없었다. 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을까?“진짜예요?”그녀는 사진을 자세히 보았지만 편집된 것 같지 않았다.“당연히 진짜야.” 유남준은 대답했다. “내가 널 속일 리가 없잖아. 널 속인 사람은 유남우야.”박민정은 계속해서 다음 사진들을 넘겨보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포대기에 싸여 있는 쌍둥이 아기들의 사진이 나왔다. “이건 작년에 네가 막 낳은 아이들이야. 여긴 박현우, 박현진. 우리 아이들은 네 성을 따랐어. 나는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고.” 유남준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박민정은 아기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그녀는 폰을 꽉 쥐며 말했다.“말도 안 돼요.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고요.”그녀는 기억해내기 위해 애썼지만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을 보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안았다.“괜찮아?”“약... 약 가져다줘요. 서랍에 있어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1화

    유남우는 예전처럼 그만두지 않았고 계속해서 다가갔다.박민정은 자신이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불편했다.“그만...!”박민정이 손을 들어 유남우의 접근을 막았다.“오빠, 지금은 정말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유남우가 잠시 멈추더니 목젖을 살짝 움직였다.하지만 이번엔 그는 신사답게 멈추는 대신 박민정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민정아, 우리 진주시로 돌아가자. 가서 결혼해. 응?”박민정은 그의 손을 막으며 말했다.“저... 결혼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그녀는 유남우에게서 몸을 빼내려 했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유남우는 박민정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오빠, 이러지 말아요. 나 무서워...”그 순간, 박민정은 몸과 마음이 유남우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분명 이전에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들까?그 이유를 그녀 본인도 제대로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확실히 원하지 않았다.유남우는 그런 박민정의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왜 박민정이 기억을 잃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는 걸까.그는 멈추지 않았다.박민정은 자신이 그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연인 관계였고 지난 1년간은 그녀의 병 때문에 각방을 써왔었다.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자신이 유남우를 선택했다는 것을 기억했다.기억을 잃기 전이라면 분명 그를 좋아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이미 자신의 첫 잠자리를 다른 사람과 가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유남우가 이렇게 오래 참아왔는데 그녀가 계속 거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았고 유남우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그러나 그가 더 나아가려던 순간, 손끝이 차가운 감촉에 닿았다.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 눈을 꼭 감은 채 눈물 한 방울이 눈가에서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이 순간, 그의 가슴은 깊고 날카로운 고통으로 가득 찼다.유남우는 곧바로 옆에 있던 담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470화

    “무슨 일이야?”유남우가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회사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많은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어요. 게다가 유석진이 다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려 하고 있습니다.” 홍주영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일단 상황을 최대한 안정시켜. 곧 돌아갈게.”“도련님, 저 혼자서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요. 고 사모님도 이미 도착했는데 유석진이 회의에서 그분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습니다!” 홍주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그녀는 유남우가 해외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방치하고 떠날 일이 있는지 의문이었다.유남우는 핸드폰을 쥔 채 눈앞의 박민정을 바라보며 한순간 갈등에 빠졌다.유남준은 그의 통화 내용을 알아채고는 비웃듯 말했다.“회사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민정이를 책임지겠다는 거지?”말을 마친 유남준은 핸드폰을 꺼내 박민정의 눈앞에 내밀었다.“민정아, 이걸 봐. 이건 우리 결혼 증명서야.”박민정이 핸드폰 화면에 비친 결혼 증명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진 속에서 자신은 하얀 셔츠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옆에는 유남준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증명서에는 두 사람 선명히 적혀 있었다.유남우는 더 이상 전화를 이어가지 않고 홍주영과의 통화를 끊어버렸다.“민정아, 이런 증명서는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어. 전혀 믿을 가치가 없어.”그러자 유남준이 도전적으로 물었다.“그렇다면 민정이가 나와 함께 진주시로 돌아가는 걸 허락할 수 있겠어?”유남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민정이는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 돌아가는 건 무리야.”“어디가 아픈 건데?” 유남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자 유남우는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민정이 몸 상태조차 모르는 주제에 남편이라니. 우습지 않아?”그는 유남준을 무시한 채 대놓고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가자, 민정아. 방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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