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방금 백운별원 밖의 형제에게서 소식이 왔습니다.”“하씨 가문의 일부 중요 인물들이 무장 헬기를 타고 갔습니다. 대장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당인준은 한 발 나서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일해가 도망갔나?”하현의 안색이 아주 크게 변했다.“가자, 가서 보자……”곧 일행은 대모산 뒤에 있는 백운별원에 도착했다. 지금 백운별원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하씨 가문 사람들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일해, 하민석, 하은수와 하수진 네 사람은 이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외로운 늑대 용병단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랐고 하현이 명령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이미 백운별원 전체를 봉쇄했다. 곧 하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하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이일해는?”하현이 물었다.“할머니는 센터의 소식을 듣자 마자 떠났습니다.”“그런데 할머니가 남기신 말이 있어요……”하씨 가문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해……”할머니가 말씀하시길,“이 일은 끝나지 않았고, 할머니는 계속 당신과 놀 거라고 했어요!”이 말을 마친 후 하씨 가문 사람들은 계속해서 벌벌 떨었고, 하현이 그 자리에서 그들을 죽일까 봐 두려워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후 하태규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식을 전해라, 하씨 가문은 오늘부터 내가 주인이라고……”하태규는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세자님께서 도와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반드시 물불을 가리지 않고……”하현이 이어서 말했다.“3일 내로 하씨 가문의 모든 재산과 사업은 천일 그룹 소유로 이전될 거야.”“하씨 가문 사람들은 백운별원에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어.”“알겠습니다!”하태규는 참담한 얼굴이었지만 감히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세 채의 대저택에 갇히게 되었다. 이것은 대저택이라고는 하지만 오늘부터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무덤이 되었다. 하현은 회의장
“이번에 이 불효자식을 너무 우습게 봤어!”“제대하고 난 이후에 군대 쪽에서는 어떠한 위신도 서지 않을 줄 알았는데!”“그에게 이런 인맥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런 인맥은 한 번 쓰면 한 번은 쉬어줘야 하는 법이야. 하현이 다시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겠어?”“당분간 다른 방법을 쓸 수 없는 이상 먼저 천일 그룹을 완전히 없애버리자……”“내가 이미 은수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이 일을 처리하게 해놨어. 4대 일류 가문도 돕도록 해놨으니 성공하지 못하면 그 목을 잘라 버릴 거야!”이일해는 싸늘한 얼굴이었다. 남원을 떠날 때 이미 여러 가지를 준비 한 것이 분명했다. 하민석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하지만……”“민석아, 너는 바둑 두는 거 좋아하잖아. 이걸 분명하게 알아야 돼.”“세상은 바둑과 같아. 우리가 잠시 승부를 포기하는 건 완전한 승리를 위한 거야!”“너는 항성에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강남 일은 은수에게 맡겨!”“네!”하민석은 더 이상 따질 수 없었다. 그들이 나가자 호화로운 요트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군중들이 무릎을 꿇었다.“할머님을 뵙습니다!”……하현과 설유아가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거실에 있었다. 이때 희정은 화를 내며 말했다.“너! 하루 종일 어디 갔던 거야! 네 아내 바쁜 거 안 보여?”“무슨 생신 잔치에 밥이나 얻어 먹으러 간 거 아니야? 너는 네가 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설재석이 냉랭하게 말했다.“하현, 만약에 네가 인맥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나도 뭐라고 안 해!”“근데 네 신분으로 이런 자리에서 뭘 할 수 있는지 한번 네 스스로에게 물어봐.”분명 설재석과 희정이 보기에 하현은 이번에 일을 처리하러 간 것이 아니고 놀러 간 것이다. 하현이 웃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이번에 간 건 빚을 받으러 간 것뿐이에요.”“빚!?” 희정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누가 너한테
강남의 하늘 하씨 가문에 대해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마음 속으로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설재석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조아렸고, 지난 날이 떠오르면서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 그는 무릎을 꿇은 채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하현, 너 이 망할 자식, 너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너 빨리 무릎 꿇어. 경원 도련님은 대인이시니 넓은 마음으로 너에게 잘못을 묻지 않고 용서해 주실 거야……”“경원 도련님, 천 번 만 번 모두 이 쓰레기 잘못입니다. 이 사람만 벌하시고 저희는 그냥 놔주세요!”이때 희정도 설은아의 품에서 어슴푸레 깨어나 창백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망할 자식, 빨리 하 도련님께 용서를 빌어. 우리는 죄값을 치를 수 없어!”“집안이 불행해졌어! 우리 설씨 집안에 어떻게 너 같은 사위가 있는지!”지금 희정은 거의 울 뻔했다. 그런데 곧이어 그가 붕대를 감은 채 힘겹게 목발을 짚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재석과 희정은 이 광경을 보고 놀랐다. 하경원이 미라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설은아는 이때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하경원씨, 이 일은 우리 부모님과는 상관 없는 일이니 우리가 설명해드릴게요!”하경원의 참상을 보며 재석과 희정은 벌벌 떨었다. 하씨 집안이 만약 잘못을 따진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하늘 만이 알 것이다. “설 아가씨, 오늘 저는 사과 드리러 왔어요!”“제가 그 동안 어리석게 굴었던 것 깊이 사과 드립니다!”마침내 하경원이 입을 열자, 희정과 재석은 깜짝 놀랐다.“퍽______”곧이어 하경원은 깁스를 한 채로 무릎을 꿇었다.“지금부터 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요!”“부디 용서해 주세요……”이때 설은아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들은 모두 하경원이 하현을 찾아와 결판을 내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번에 설씨 집안은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하경원
“그렇구나!”“진정한 큰 인물들은 교양이 있고 예의가 바르다는 말을 오래 전에 들었었는데!”“하태규가 원래 하씨 가문의 가장이었는데 듣기로 어젯밤에 다시 정권을 잡았대!”“이런 큰 인물은 눈에 모래 한 톨 들어갈 틈이 없지!”“자기 아들이 잘못했으니 직접 사과하라고 한 거구나!”재석은 이때 감탄하는 얼굴로 하태규의 생각과 기개에 탄복했다. 희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런 훌륭한 가정교사가 있으니 하경원은 앞으로 분명 앞날이 창창할 거야!”“맞아! 이런 사람이 우리 사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재석과 희정 두 사람은 모두 감탄했다. 그들은 원래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이런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설령 하경원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 했을지라도 그들은 하경원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설은아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하씨 집안은 강남의 하늘이기에 하현 덕에 하씨 가문이 분쟁을 그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됐어, 됐어. 일이 잘 해결됐으면 그만이지! 하씨 가문을 너무 걱정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야!”“아빠 엄마도 이런 생각은 그만하세요. 우리는 앞으로 하씨 집안과 최대한 선을 긋는 게 좋을 거예요!”이때 설유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비록 하현이 어젯밤에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몰랐지만 하씨 집안이 거의 망했다는 것은 대충 짐작을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하경원 같은 사람이 어찌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다만 이것은 그녀와 형부 사이의 비밀이기 때문에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설유아의 이 말을 듣고 재석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유아는 본분을 잘 아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확실히 우리가 하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는 게 나을 거야!”“맞아 맞아. 우리 최가 생신 잔치에 뭘 보낼지 생각해보자.”두 사람은 모두 화제를 바꾸었다.
희정은 바로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켰다.“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만약 원하기만 하면 최가는 강남의 최고 가문이라는 뜻이야!”“데릴사위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쓸데없는 소리만 해대니!”“내가 경고하는데, 그때 최가에 가서는 함부로 말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제일 먼저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희정의 분노하는 표정을 보며 하현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강남의 1인자 앞에서도 그는 인사를 받으며 앉아 있었다. 강남 2인자는 아예 그 앞에 설 용기도 없었다. 보잘것없는 강남 3인자는 어디다 쓰겠는가?이때 설유아가 원만하게 수습을 하며 말했다.“아빠 엄마. 형부가 잠시 말 실수 한 것뿐이에요. 형부가 얼마나 최가를 존경하는데요. 그렇죠?”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그럼 됐어!”희정은 화가 조금 풀렸다.“선물은 가장 좋은 걸로 골라야 한다는 거 잊지마. 만약 문제가 생기면 다 네 책임이야!”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아를 보고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은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선물 사러 가는 건 유아랑 같이 가. 나는 다른 일이 좀 있어서.”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오늘 일이 있었다. 결국 설유아가 먼저 가서 선물을 고르고 하현은 자신의 일을 처리한 뒤 그녀와 합류하기로 했다. 사실 하현은 오늘 확실히 일이 있었다. 당인준이 특별히 그에게 전화를 걸어 건너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당도대 진영에 왔다. 당인준은 문서를 꺼내 보여 주었다. “대장님, 이건 올해 당도대에서 새로 모집한 군사들 입니다. 한번 보십시오!”하현은 몇 번 훑어 보더니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준, 나는 이제 대장이 아니야. 당도대는 네가 관리하는 거니까 네가 알아서 결정해서 하면 돼. 매번 내 지시를 받을 필요 없어.”“만약 내가 군단에서 자리가 없는데도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어.”당인준은 공손하게 경례를 하며
같은 시각. 설유아는 남원의 유명한 골동품 시장에 왔다. 최가 할머니의 선물을 준비하려면 당연히 평범한 물건을 고를 수 없었다. 유아는 설은아가 준 카드를 가지고 흥미롭게 골동품을 찾으러 이곳에 왔다. 곧 그녀는 청화자 그릇 한 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옆에 두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한 사람은 그녀가 보고 있는 청화자를 가리켰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카운터 직원에게 말했다.“이 청화자 그릇 한 쌍 주세요.”“이 보세요. 장사를 하려면 먼저 차례를 잘 봐야지요. 당신들 내가 이거 보고 있는 거 못 봤어?”설유아가 바로 응석받이처럼 입을 열었다.앞의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황인종처럼 생겼지만 둘 다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그 중 한 명은 설유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어설픈 한국어로 말했다. “여동생, 이 도자기는 우리 중국 국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가는 것이 당연해!”“너희 한국인들은 가치를 모르잖아……”설유아는 좀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들 중국 사람들 아니야?물건을 살려면 물건만 사면 될 것이지. 우리 한국 물건을 중국 것이라고 말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염치 없는 짓이다. 이건 단지 사람을 얕보는 정도가 아니라 악심을 품은 것이다. 설유아는 마음에 내키지가 않았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물건을 네가 왜 빼앗아 가려고 하는 거야? 이쪽으로 봐도 우리 나라 거고 저쪽으로 봐도 우리 나라 물건인데. 어디 한국에 와서 으스대고 있는 거야?이 생각에 미치자 설유아는 직접 자기 손으로 이 두 청화자 그릇 위에 있는 핸드백을 내리치며 화를 내며 말했다. “이 물건은 내가 사려고 했던 거야!”“사려면 내가 먼저 사야 돼!”“너희 둘은 내 뒤로 줄 서!”설유아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이때 양측의 충돌은 이미 이 골동품시장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고 난 후 정의롭게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
“이 년아, 네가 감히 손을 대!”이 중국 사람들이 순간 화를 냈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서 항상 거만하게 굴었다. 여태까지 여자들을 괴롭혔어도 저항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언제 여자에게 뺨을 맞아 본 적이 있었겠는가?“짝______”곧이어, 그 중의 한 남자가 설유아의 뺨을 세게 후려 쳤다. “감히 손을 대! 죽고 싶어!”“우리가 너 신고하고 손해배상 청구할 거야!”다른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던 청화자 그릇을 땅에 내리쳐 깨뜨렸다. 그리고 난 후 설유아 때문에 넘어졌다고 누명을 씌웠다. 일이 갑자기 커졌다. 골동품시장의 직원들도 나왔다. 중년 남성이 이때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제가 골동품시장의 매니저 이민재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모두들 서둘러 말했다.“매니저님, 이 사람들이 사기를 치면서 사람을 때렸어요. 물건들을 부수고는 이 여동생이 한 거라고 뒤집어 씌우네요!”이민재는 이 일의 경위를 알게 되고 난 후 뜻밖에도 가장 먼저 중국 사람들을 귀빈 대기실로 안내했다.“두 선생님께서는 안에서 쉬고 계세요. 이번 일은 저희가 반드시 만족스럽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민재가 아첨하는 표정을 짓자 당연히 모두가 불만족스러워했다. “무슨 근거로!??”“당신은 장사 할 때 누가 먼저 왔는지도 신경 안 써!?”“이런 매국노 같으니.”“말이 안 통하네!”바깥에 군중들이 들끓는 모습을 보자 두 중국 사람들은 이때 냉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 쇼핑몰의 매니저가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밖.이민재는 모두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이 두 분은 중국에서 오신 귀하신 손님이에요! 며칠 동안 우리 쪽에서 물건을 적지 않게 사셨어요!”“이 분들은 우리의 가장 귀한 손님들이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해요!”“이분들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사실 수
“당신 너무 뻔뻔하네요!”설유아는 기가 막힌 얼굴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말을 할 수 있을까?“분명 그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고,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반항을 한 거예요!”“그 사람들이 나를 때리고 물건도 부쉈는데, 나보고 돈을 물어 주라고요? 이게 말이 돼요!?”“허허, 네가 했다고 인정하면 그만이야!”“내가 이미 사람을 시켜서 네가 사람 때린 영상을 복사 해 놨어!”“만약 네가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신고할 거야!”“2억원의 손실은 네가 감옥에 갇혀 있을 만큼 충분히 큰 금액이야!”이민재는 협박했다. 설유아는 약간 멍해졌다. 그녀는 비록 포악하고 제멋대로였지만 어쨌든 아직 학생이라 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 이민재가 같은 나라 사람에게 이렇게 악랄하게 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중국의 더러운 발을 치켜 세우기 위해서?“그리고 너너너……”“너희들이 만약 다시 헛소리를 하면 너희들이 우리 골동품시장에서 소란 피운다고 내가 같이 신고할 거야.”“이 시장의 배후에 누가 있는 지는 당신들도 잘 알 거야!”“여기는 안씨 집안 구역이야!”“안씨 집안!?”이 말을 들었을 때 방금 까지 의리를 지키던 행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다들 골동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어찌 안씨 집안의 위상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안씨 집안의 어르신은 감정계의 시조급 인물이다. 안씨 가문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모두들 비록 이민재의 행동에 불만이 많았지만 감히 이런 일로 안씨 가문의 미움을 살 수는 없었다. 득보다 실이 컸다. “너 이해했지? 말해 봐!”이민재는 호통을 치며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술을 마실 수 없어요. 하지만 2억은 낼 수 있어요.” 설유아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곳에서 이 어린 소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거기다 또 이민재가 제공한 동영상을 보면 그 사람이 그녀에게 손
”드셔보세요?”“드셔보면 알 거예요!”“여기 자리 없는 거 안 보여? 여기 이 음식들, 우리가 다 먹기에도 모자라!”“먹고 싶으면 조용히 구석에서 먹고 가. 안 그러면 그냥 가든지!”최희정은 손에 젓가락을 쥐고 설유아를 툭툭 치면서 못마땅한 듯 싸늘하게 내뱉었다.설유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엄마. 다 차려진 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일이야. 그리고 우린 한 가족이잖아!”“가족? 저놈은 우리와 한 가족이 아니야!”“이 대문을 들어서게 한 것은 그나마 알던 사이라서 체면을 봐준 거야!”“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요리들은 먹성 좋은 우리 아들이 먹기에도 모자라다는 거야!”“남는 게 어디 있어?”최희정은 하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한 듯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산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니, 어머니는 정말 제 친어머니나 다름없어요. 아니 제 친어머니보다 더 저한테 잘해 주세요!”“제가 대식가라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맞아요. 여기 있는 음식들, 제가 먹기에도 모자랄지 몰라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 닭찜은 형부 먹인다고 해놓고선...”“닥쳐!”설유아의 말대꾸에 최희정은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닥치지 않을 거면 너도 저 몹쓸 놈이랑 함께 꺼져!”“예전에는 상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 얼뜨기랑 우리 집안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왜 내가 잘해 줘야 해?”최희정은 하현의 향해 눈을 부라리며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집에 와서 뻔뻔하게 재혼을 한다고 큰소리치는 걸 보니 3년 동안 밥 안 먹어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장리나가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저 사람은 백두산 산삼까지 먹었는걸요. 평생 밥 안 먹어도 괜찮을 거예요.”설은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엄마, 그리고 당신들 그만해요!”“하현은 내가 부른 거예요.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하세요!”“네가 오라고 했다고?”설은아의 말을 듣고 최희정이 불쑥
엄도훈이 지금까지 무사한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건달이었기 때문이다.매일 싸우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인 그의 몸에 혈기가 항상 돌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이미 수천 번은 죽어도 더 죽었을 것이다.“곧 죽는다구요?!”엄도훈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팔괘경에 고개를 휙 돌리며 말했다.“형님, 이 물건은 제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 온 거예요.”“몇만 원짜리 물건인데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겁니까?”엄도훈 같은 건달들은 주먹이 곧 도리라고 믿었다.그런 그가 어떻게 풍수나 관상술 같은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그래서 그는 하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던 것이다.정말로 풍수라는 것이 있다면 아무리 해도 풍수를 이길 수 없는데 사람들이 뭐 하러 고군분투하겠는가?사실 엄도훈은 하현이 오늘 자신과 싸우고 난 뒤 살짝 겁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하현에게 밟혀 제대로 호된 맛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기꾼이 아닌가 의심까지 할 뻔했다.하현은 담담하게 툭 내뱉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마음이지.”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문제가 생기면 방금 사람을 찌르려던 그 비수를 가슴에 달고 있어. 그 물건에 혈기가 있으니 당신의 목숨을 구해 줄 거야.”“하지만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하현은 말을 마치며 돌아섰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자마자 가타부타 말이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하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사람을 속이는 방법도 어지간해야지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현이 떠난 뒤에 엄도훈은 정형외과에 가서 뼈를 맞추려고 손을 늘어뜨린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가 건물을 나와 막 대문 쪽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지붕 기와가 미끄러져 내려와서 ‘퍽’소리를 내며 그의 이마에 떨어졌다.엄도훈은 머리를 감싸고 욕을 했지
하현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엄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빚진 것은 저희 잘못입니다. 형님이 직접 가져가 주십시오.”“그리고 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앞으로 보상 차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이번에는 절대 걱정하는 일 없을 겁니다!”“절대로 더 이상 빚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백억을 선불로 내겠습니다!”“첫해 합작하는 것에 대한 선입금입니다!”“부디 형님께서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SL그룹의 약품과 기기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금정에서도 우리는 SL그룹만 계약할 겁니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수표 한 장을 꺼내 하현 앞에 내놓았는데 그것이 오백억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엄도훈을 바라보았다.비록 그가 수려한 언변을 늘어놓은 건 아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모습이었다.어차피 엄도훈이 또 이상한 짓을 하려 한다면 하현이 한 발로 밟아 죽이면 되는 일이다.“알았어. 그래 그럼 수표와 계약서는 내가 가져가지.”하현은 찻잔을 내려놓았다.“하지만 당신들과 합작을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내 아내의 뜻에 달렸어.”“알겠습니다!”엄도훈은 하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형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형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엄도훈은 뒤에서 선물 상자를 꺼내 하현 앞에 공손히 놓았다.“형님, 이것은 저의 작은 성의입니다!”“이번에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싸우면서 안면을 트게 되었지만 성의는 해야죠. 서로 알게 된 인사치레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선물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보석이 가득 박혀 있는 여성용 시계가 있었다.프랑스산 고급 명품 브랜드 시계로 그 가치는 억 단위가 넘었다.“여자시계?”하현이 무심코 입을 열었다.“이거 줘 봐야 소용없어.”“형님, 꼭 받아주십시오.”“사양하지 마시고요. 형님의 정체에 대해 알고 싶어서 형님
낮 12시.신사 상인 연합회 3층, 회장 사무실.하현은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질 좋은 찻잎을 우려낸 차를 홀짝이며 주위를 한가로이 두리번거렸다.엄도훈은 쓰디쓴 표정으로 그런 하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사무실은 촌스럽지 않은 적절한 고풍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그리고 하현의 맞은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의 여비서들이 서 있었는데 그녀들은 차를 끓이고 하현에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하현이 거절하지 않았다면 여비서들은 하현을 위해 마사지라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왜냐하면 그녀들은 하현이 엄도훈 일행을 상대하는 모든 과정을 다 목격했기 때문이다.처음에는 그들도 경멸과 멸시에 가득한 눈으로 하현을 쳐다보았지만 결국 엄도훈이 하현에게 짓밟히는 것을 보고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지금 그녀들의 마음속엔 하현에 대한 무한한 숭배와 흠모뿐이었다.필요하다면 옷이라도 벗고 하현의 품에 얼른 안길 수도 있다.아쉽게도 하현은 그녀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고 홀 중앙에 있는 팔괘경 위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팔괘경은 꽤나 값나가는 골동품처럼 보였다.보통 방에 놓아두면 매우 좋은 기가 맴돈다고 믿었다.그러나 하현은 팔괘경에서 곰팡이가 살짝 번져 있는 것을 간파했다.아마도 이 물건은 어느 큰 무덤에서 파낸 것이 분명하다.그런 팔괘경을 이런 방에 걸어두다니!예술에 대한 엄도훈의 담대함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이때 엄도훈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며 곧장 달려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우리가 크게 싸우고 있을 때 진홍헌이 뒷문으로 차를 몰고 도망쳤습니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곧 그들을 끌고 오겠습니다.”결국 오늘 이 사단은 진홍헌 때문에 일어난 셈이었다.엄도훈은 자신이 해결하지 않으면 하현이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보다 중요한 것은 진홍헌에 대한 엄도훈의 원한이 하현 못지않다는 것이다.데릴사위라 쉽게 죽일 수 있다고?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인 거야?그 결과 어
진홍헌은 지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그는 원래 엄도훈의 손을 빌려 감히 자신이 점찍은 여자를 빼앗은 데릴사위를 밟아 죽이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제대로 밟기는커녕 되려 엄도훈에게 치욕적인 굴욕을 선사할 뿐이었다.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가?짜증 나고 못마땅한 심정에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진홍헌은 이를 갈며 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이 날 밟았다고 해서 뭐? 뭐가 바꿔?”“수조에 가까운 자산을 가지고 있는 우리 중천 그룹을 어떻게 할 수 있어?”“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싸움 실력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총보다야 좋겠어?”이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면 할수록 진홍헌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특히 옆에 있는 여자들을 힐끔 보니 모두의 눈빛에 하현에 대한 숭배로 가득 차 있었다.진홍헌은 자신이 마치 스스로 자신의 살점을 떼어먹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다.그는 몸서리치며 포효했다.“말도 안 돼! 절대 말도 안 돼!”신사 상인 연합회 대문 앞에서 하현은 엄도훈의 얼굴을 발로 밟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사람을 불러!”“금정 지사 사람들 다 불러 봐!”“정 안 되면 서남 천문채 사람들을 다 부르든지!”“어서 어서!”“하, 하현. 아니 혀, 형님!”“더 이상 못 부릅니다. 아무도 없어요!”엄도훈은 거의 울상이 되었다.그는 서남 천문채 제자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냥저냥 외문의 제자일 뿐이었다.그런 그가 무슨 자격으로 금정 지사, 심지어 서남 천문채 사람들까지 와서 총알받이가 되라고 하겠는가?그가 전화를 걸면 자신이 먼저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그가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다 불렀다고 할 수 있다.나머지는 모두 수준 미달의 양아치들뿐이었다.그들이 아무리 많이 와 봐야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하현은 발밑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거침없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님이 겨우 이 정도
수십 명이 달려들자 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맞서며 손바닥을 후려쳤다.파도 같은 장풍은 방금 걷어찬 그의 발만큼의 기세는 아니었지만 손바닥에 닿는 족족 건달들은 나뒹굴었다.비명이 여기저기서 끊이지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하현은 마지막 남은 수십 명도 다 해치운 것이다.그의 뒤쪽에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신사 상인 연합회 건달들이 수두룩했다.들려오는 건 오직 비명뿐이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지막 날린 손바닥을 거두어들였을 때 장내에 일어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현은 불 위에 올려진 오징어처럼 찌그러져 있는 엄도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자, 계속 덤벼 봐!”이 말을 듣고 엄도훈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오, 오지 마!”“어서 이놈을 죽이라고! 이것들아! 어서 일어나!”엄도훈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로 물러섰다.그의 얼굴에는 충격과 분노, 불복종만이 가득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주변에는 그를 보호해 줄 건달들이 없었다.모두 전투력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용기마저 잃었다.하현은 정말 무서웠다.아무렇게나 내디딘 발, 아무렇게나 뒤흔든 손바닥이 사람들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다.그리고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한 엄도훈은 눈가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뒷걸음질쳤다.오늘은 정말 귀신에 홀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금정에 이렇게 막무가내의 실력을 가진 데릴사위가 있었다니!그동안 왜 자신은 몰랐을까?“됐어. 그만 소리 지르고 사람을 계속 더 불러 봐! 어서!”하현은 엄도훈 앞으로 다가와 쪼그리고 앉아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당신은 서남 천문채 금정 지사 책임자잖아?”“어째서 수하에 이 정도 인력밖에 없는 거야?”“다 불러 봐! 왜 다 안 부르는 거야?”엄도훈은 하현의 동작에 놀라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도 약간은 무술 실력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하현은 너무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졌다는 것이다.엄
이때 엄도훈의 머릿속에 한 마디가 떠올랐다.천하 무공의 으뜸은 빠름이다!설마 눈앞에 있는 이놈의 실력이 격식과 장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빠른 것인가?그 정도 실력인 것인가?말도 안 된다!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대하의 전신 중에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있었던가?엄도훈은 고심 끝에 하현이 병왕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었다.사람을 더 불러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병왕이라면 자신의 무리들이 그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진홍헌과 십여 명의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하현이 수백 명의 무리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지도록 고통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히려 하현이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다.거의 반 이상이나 되는 무리들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가히 무서운 실력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니 어떻게?!”진홍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녀는 하현이 자신의 오빠에게 혼쭐이 나서 짓밟힌 뒤 함부로 대들었던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심지어 자신의 오빠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홍민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그녀가 생각하는 그 허여멀건한 데릴사위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 부잣집 2세들이 데릴사위 하나 때려잡지 못하고 오히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다니!“계속할 거야?!”멍하니 서 있는 엄도훈을 바라보며 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계속하든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남은 손 하나 마저 부러뜨리든지!”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