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행동이 타당한 이유를 거침없이 설명하는 하구천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졌다.하구봉은 그의 미소를 보고 얼굴을 한 대 후려갈기고 싶었으나 애써 충동을 억눌렀다.이때 뒤편에서 허지강이 입을 열었다.“하구봉, 내친김에 소식 하나 더 알려줄게.”“방금 섬나라에 현재 잔존하는 5대 유파가 교토에 모여 섬나라 황궁 앞에서 결의대회를 준비했대!”“신당류 사건의 범인에게 피맺힌 원한을 돌려주어야 한다며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말이야.”“그래서 하 소주가 이 일을 폭로함으로써 당신의 목숨을 구해낸 거야.”“당신은 오히려 하구천한테 감사해야 해. 안 그랬으면 당신은 오늘 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모를 운명이었어.”“당신 한 사람 죽는 걸로 끝나지 않고 항도 하 씨 가문이 섬나라 사람들한테 공격받을 뻔했어!”“당신이 잘못한 일을 하 소주가 스스로 나서서 해결한 거야. 이 얼마나 큰 공로야? 머리를 납작 엎드려 고마워해야 한다고!”“그런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의심을 하는 거야?”“하구봉, 당신한테 너무 실망인데!”자신들의 행동이 타당하다는 근거를 대는 하구천 일행을 보며 하구봉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언제 섬나라 검객을 겁냈어?”“섬나라 사람들을 대할 때 당신들 무릎은 이미 땅바닥에 주저앉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군.”“잊었어? 우리 항성은 대하의 영역이야. 우리도 대하 사람이라고!”“섬나라가 유라시아 전쟁터에서 일찍이 총교관에게 큰 패배를 맞봤지.”“그들에게 아무리 큰 용기를 줘도 감히 우리 항성을 어지럽히진 못할 거야!”“큰 대군은 국경을 넘을 수 없어. 그렇지만 몇 명의 살수를 보내는 건 간단하지 않아?”하구천이 하구봉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나이가 들었으니 좀 성숙해지라고.”“섬나라에는 검객, 닌자, 음양사, 주술사가 아주 많아...”“섬나라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진검승부까지 하지 않아도 돼. 아주 손쉬운 일이거든.”“이번
”게다가 하 소주는 함부로 당신을 모욕하지 않았어. 그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그것도 다 당신을 위해서였다고.”“텐푸 쥬시로를 잡은 건 정말 큰 공로야.”“하지만 그 큰 공을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현뿐이야.”“당신이 다른 사람의 공을 강탈하면 안 되지! 나중에 남들한테 들통나면 당신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거야!”“섬나라 사람들한테 보복당할 위험도 있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위험도 안고 있다고.”“설마 조금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거야?”“하 소주가 모든 걸 다 파악할 순 없어. 스스로의 미래는 스스로가 대비해야지.”“하 소주가 당신을 억압한다고 생각하지 마.”“모두가 당신을 위해서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하구봉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들은 이미 하구천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 갇힌 사람들이었다.하수진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일부 사람들도 여전히 하구천의 휘하에 들어가는 걸 조심스럽게 생각했었다.하지만 하수진이 나타난 지금 항성과 도성의 판세는 분명했다.이 젊은이들에게 하구천의 휘하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그들이 보기에 노부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하구천이 상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였다.지금 하구봉이 하구천을 배신한 것은 이들이 보기에는 대역무도한 죄를 지은 거나 마찬가지였다.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하구봉을 압박하려는 것이다.“하구봉, 대의를 위해 당신이 조금 억울할 수밖에 없어.”“하구봉, 이건 하 소주가 당신한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는 거야.”“하구봉, 이 일은 여기서 이렇게 마무리 짓는 게 좋아.”“하 소주도 더 이상 당신 집안과 하현과의 관계를 따지진 않을 거야.”“그리고 잊지 마. 당신은 어쨌든 하 씨 집안사람이야!”하구봉은 눈앞에 보이는 모든 이들의 굳은 표정을 지켜보았다.죽일 듯 자신을 압박하는 그들의 말이 귓가에 쟁쟁거렸다.하구봉의 눈에는 과거에
항성, 가든 별장.하현 일행은 아침 차를 마시기 위해 모여 있었다.이때 하현은 무심코 태블릿 PC에 눈길을 주며 말했다.“문주 어르신, 뭐 하나 여쭤봐도 될는지요?”“하구천이 머리에 총을 맞은 게 아닐까요?”“항도 하 씨 가문이 이런 사람을 후계자로 뽑으려 하다니.”“장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뉴스에 나온 내용을 보고 하현은 금세 돌아가는 판세를 읽었다.쓱 보면 알 수 있을 법한 얘기였다.뉴스가 이렇게 자신을 비난하며 섬나라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린 건 다 하구천의 짓임이 분명했다.하구천은 이렇게 하면 섬나라 사람들이 하현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하구봉이 일어설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며 심지어 그 자신은 섬나라 사람들에게 큰 인정을 베푼 꼴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한 짓임에 틀림없다.하구천에게는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었을 것이다.하문준도 뉴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조카는 다 좋은데 소심해서 탈이야.”“전체를 보는 배포도 부족하고 심성도 얕아.”“노부인은 내가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석에 앉히지도 않는 것이 내 친아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지.”“하지만 노부인께서 생각하지 못하시는 게 있어. 배포가 작고 심성이 얕은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은 항도 하 씨 가문에 하등의 이득도 없어.”“항도 하 씨 가문은 대하 남쪽의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서 예로부터 병사들이 반드시 경쟁해야 하는 곳이었지. 이런 곳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충분한 안목과 두둑한 배포가 필요해.”하문준의 눈에는 실망스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구천을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이렇게 경중을 모르고 속임수까지 써서 날뛸 줄은 몰랐다.겉으로 보기엔 하구천이 이득을 본 것 같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을 순식간에 불의의 상황에 빠뜨린 꼴이 되었다.간단히 말해 하구천의 펼쳐 놓은 판은 그야말로 너무나 형편없는 대국이었다.그가 상석에 앉고 말고 따지기 전에 그의 마음속에는
하현은 당난영의 말에서 그녀의 진심을 느끼고는 다정한 얼굴로 말했다.“부인, 안심하셔도 됩니다.”“섬나라 사람들의 음모와 모략이 속출하고 있지만 모두 다 대처할 수 있습니다.”“저는 그들 두 검객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들의 10대 검객들조차 모두 해치울 수 있습니다.”“언젠가 그들이 다시 날 건드린다면 섬나라 교토에서 한꺼번에 다 덤벼도 상관없습니다.”“생각해 보니 아주 그림이 멋질 것 같은데요.”하수진이 옆에서 이를 듣다가 끼어들었다.“어머니, 도대체 누가 어머니 자식인 거예요?”“지금 가장 위험한 사람은 분명 저잖아요?”“아버지가 날 사람들 앞에 노출시켜 상석에 앉히려고 하시니 모든 사람들이 날 해치우려고 할 텐데 말이에요. 아버지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릴 거예요.”당난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안전은 전혀 걱정하지 마. 아버지가 문주 호위대 중 절반을 네 곁에 배치시키셨어.”“이런 식으로 해도 너한테 사고가 난다면 아버지는 당장에 문주 자리를 내놓아야 할 거야, 하하하!”하문준도 손뼉을 치며 웃었다.“좋아, 좋아. 내가 자네에게 섬나라를 급습하게 했으니 이미 난 자네 솜씨에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섬나라 측이 해괴망측한 기인들을 불러내지 않는 한 하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물론 자네한테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주게. 내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줄 테니.”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문주께서 저한테 일을 맡기실 때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습니다.”“저와 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죽기 살기로 싸웠죠. 제가 그들의 얼굴을 때린 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요.”“그러나 이번엔 다릅니다.”“문주께서는 텐푸 쥬시로의 일을 염두에 두시고 가능한 한 빨리 그의 입에서 십 년 전 그 일에 관한 단서를 얻어야 합니다.”“곧 노부인의 생신이라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하문준의 눈빛이 살짝 번쩍였고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분명 텐푸 쥬
하문준과 당난영이 데릴사위를 꿈꾸는 동안 하현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중이 아무리 절이 싫어도 완전히 절을 떠날 수는 없었다.그는 안전을 위해 며칠 동안 가든 별장에 머물렀다.다음날 이른 아침, 봄비가 촉촉이 내린 가든 별장의 공기는 이슬의 향기를 품은 듯 상쾌했다.아침 산책을 하던 하현은 마침 아침 운동 준비를 하던 하수진을 만나 버기카를 타고 가든 별장 뒤편에 있는 사설 골프장으로 따라나섰다.하수진은 산뜻한 미니스커트의 골프복을 갈아입고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과 뿔테 선글라스를 착용해 명품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그녀가 하현을 데리고 골프장으로 걸어갔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청춘의 활기와 기운이 가득 흘렀다.하현은 골프채를 손에 들고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하수진, 난 지금 풍랑 앞에 서 있는 처진데 당신은 그런 나를 데리고 골프를 치러 오다니. 당신은 내가 끌려가 내쫓기는 게 두렵지 않아?”노부인의 명령대로라면 하현은 어젯밤 10시에 항성과 도성을 떠났어야 했다.하지만 하현은 노부인의 명령을 듣고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먹고 자고 한 것이다.이미 노부인이 명령한 출국 시간은 10시간이나 훌쩍 지나 있었다.항성 전체가 침묵을 가득 집어삼킨 도시처럼 묵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모든 사람들이 마치 태풍 전야를 맞이하는 심정으로 하현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이 상황에서 의문이 들었다.“큰일을 앞두고 이렇게 차분할 수 있다니, 참.”하현의 말에 하수진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항도 하 씨 가문의 가훈이야.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 그에 반해 당신은 아주 잘 하고 있어.”“아버지의 성품이 그러셔. 아버지도 당신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당신도 자신을 걱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당신을 걱정해야 해?”“그리고 내가 보기엔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은 솟아날 사람이야!”“내 말이 맞지?”“그런 이유로 당신을 데리고 나온 것이도 하
”툭!”“역시 고수는 고수군.”“어쩐지 노부인의 명령에도 꿈쩍도 하지 않더라니.”“영웅인 건지 머리가 나쁜 건지 모르겠군.”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그러자 나무숲 사이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쳤다.사람들은 모두 파란색 장삼을 입고 있었고 표정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나웠다.그리고 맨 가운데 깡마른 노인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흰 얼굴에 호두 두 알을 손 안에 쥐고 만지작거리던 노인은 하현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기고만장한 기운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하 총관님!?”하수진은 깡마른 노인을 보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누구야?”하현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그는 지금까지 항성과 도성에서 자신 앞에서 지금처럼 기고만장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그도 갑자기 나타난 깡마른 노인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다.“이 사람은 옛 문주 곁을 오랫동안 지켜왔었어.”“나중에 옛 문주가 항도 하 씨 가문을 재건한 후 그는 줄곧 총관 역할을 맡았어.”“옛 문주가 은퇴하고 아버지가 자리에 오른 후 하 총관은 줄곧 노부인 곁에서 여생을 보내셨지.”“그를 숨겨진 실세라고 생각하면 돼.”“어쨌든 그는 항도 하 씨 가문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니까.”“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실세 중의 실세지.”“아버지도 그를 만나면 깍듯이 예의를 갖춰 대하지.”“이 사람이 나온 걸 보니 할머니가 이번에는 정말 많이 화가 나신 모양이야.”말을 하는 동안 하수진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수양딸인 그녀는 항도 하 씨 가문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깡마른 모습에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하 총관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실력을 겸비한 사람인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자신에 대해 설명하며 잔뜩 겁을 먹고 있는 하수진의 얼굴을 보면서 하 총관은 더욱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분명 그에게 있어 가장
”이 개자식이!”“하 총관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청삼을 입을 남자가 잡아먹을 듯 걸어 나왔다.“당장이라도 네 입을 갈기갈기 찢어줄 거야!”“뭐라고? 다시 말해 봐?”하 총관이 앞으로 나오더니 무덤덤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무리들을 제지했다.그리고 나서 그는 두 손을 뒷짐진 채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항도 하 씨 가문 총관이야.”“문주와 노부인의 최측근이지!”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인 주제에 뭘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날뛰고 그러십니까?”“당신한테 한 가지 묻고 싶어요!”“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무슨 규칙을 어겼길래 당신 같은 사람한테 무릎을 꿇어야 합니까?”하현이 당당하게 따지고 나오는 것을 본 하수진이 얼른 끼어들려고 했지만 단호한 얼굴의 하현을 보고 그녀는 순간 마음을 접었다.하현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아는 하수진은 지금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하현은 이 상황이 굉장히 언짢은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무슨 잘못을 했냐고요”“아직도 모르겠어?”하 총관은 한 걸음 앞으로 더 나와서 발을 구르며 호령하듯 큰소리를 쳤다.순간 땅바닥에 사방으로 균열이 일어났다.“하현, 쓸데없이 허세 부리지 마!”“그러다 이따가 죄만 더 많아져!”“그러니 지금 당장 기어서 당장 항성과 도성을 나가는 게 더 간단하지 않아!”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내 죄가 뭔지 말해 주시죠!”하 총관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얀 얼굴에 청삼을 입은 남자가 노기충천하여 먼저 입을 열었다.“노부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아. 노부인은 당신한테 24시간 안에 당장 항성과 도성을 떠나라고 했어!”“하지만 당신은 순순히 떠나지 않았어!”“그리고도 아침부터 허세를 부리며 골프를 치러 나오다니!?” “노부인의 말씀을 허투루 들었어?!”“노부인이 누구신지 제대로 알고도 이따위 짓을 하는 거야!?”“이제 알겠어?”“이게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 총관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비록 하 씨이지만 지금껏 내가 항도 하 씨 가문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당신들 눈에는 항도 하 씨 가문이 하늘 같을진 몰라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난 콧방귀도 안 뀌어!”“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의 말도 마찬가지야. 당신들한테나 천금 같은 거지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부처님 행세를 하려면 항도 하 씨 가문에서나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와서 이래?”청삼을 입은 남자는 버럭 화를 내며 하현을 손가락질했다.“저, 저 자식이!”“감히 노부인을 모독하다니!”“넌 이제 끝났어!”“예수님도 네놈을 구하지 못할 거야!”“오늘 네놈의 손발을 박살 내 줄 거야!”“항성과 도성에서 감히 노부인의 말을 거역하다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이 개자식!”“퍽!”청삼을 입은 남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바닥으로 그를 후려쳤다.아니, 날려 버렸다.청삼을 입은 남자가 하현의 손바닥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이 상징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항도 하 씨 가문의 권위였다.그리고 노부인의 절대적인 지지였다.비록 하 총관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 마주치든 모두들 그들 앞에서는 몸을 벌벌 떨 정도였다.항성과 도성의 귀족들이라도 다르지 않았다.하구천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사람도 그들을 만나면 모두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이 사람들이 언제 누구한테 손찌검을 당해 봤겠는가?청삼을 입은 남자는 땅에 널브러져 얼굴을 가리고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이 개자식이!!“감히 날, 날 때리다니!”“퍽!”“난 항도 하 씨 가문 문주의 귀빈이야. 그러니 당신들도 예우를 다해 날 대해야 해.”“당신 같은 집사 따위가 내 앞에서 무슨 자격으로 큰소리를 치는 거야?”“퍽!”“하 총관도 아무 말 하지 않는데 당신이 뭔데 나서서 지껄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