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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너 이름이 뭐야?

처음 받아보는 대접이라 새로워서 그런지 윤이건은 이진한테 더욱 이끌렸다.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손을 뻗어 이진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순간 온기가 그의 손에 느껴졌다.

지난번 병원에서 이진 허리에 있는 흉터를 보는 순간 그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일부러 물에 데인 화상과 불에 탄 화상에 대해 알아봤다. 물론 이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한참 동안 기억 속에 빠져 있을 때, 이진이 잠꼬대를 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에 놓인 손을 꽉 붙잡았다.

그 감촉에 윤이건의 눈은 한층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복잡한 심정을 애써 숨겼다.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고 난 뒤 180도로 변해 있는 이 여자를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

“대체 나한테 뭘 더 숨기고 있는 거야?”

이진한테 잡힌 손을 천천히 빼낸 그는 이진의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

요즘 들어 그는 종종 어릴 적 겪었던 그 화재 현장을 꿈에서 본다.

코를 자극하는 매캐한 냄새와 활활 타오르며 일렁거리는 불길 속에서 그는 여기서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보다도 더 마른 어린 여자애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고 화재 현장에서 몸을 피했다.

그러던 그때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불길이 세게 번졌고 귓가에 귓가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

윤이건은 그때 어린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얼마간 지난 뒤 두 사람은 겨우 불길 속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때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서 어둑어둑했지만 윤이건은 여자애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한다.

연기 때문에 군데군데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여자애는 여전히 예뻤다.

“너 이름이 뭐야…….”

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물었지만 그는 아쉽게도 여자아이의 대답을 듣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병원에 누워 있었고 그 여자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응…….”

이진의 낮은 중얼거림이 윤이건을 다시 현실로 끌어냈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불편하게 꼬고 있는 모습을 보자 윤이건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무의식 적으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스르르 그의 품속 안으로 깊숙이 안겨 몸을 맡겼다.

윤이건은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이진의 새근거리는 숨결에 심장이 일순 요동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세가 바뀐 덕에 이진은 꽤 만족스럽게 잠을 잤다. 그리고 비행기가 착륙할 때 즈음 안내방송 소리에 천천히 눈을 살며시 떴다.

천천히 몸을 세워 앉은 그녀는 그제야 목이 뻐근하다는 걸 느꼈지만 아마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고 있어서겠지 라고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그녀가 비행기에서 이렇게 편히 잠든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번 깊이 잠들지 못해 피곤하기만 했었는데 말이다.

어릴 적 화재 이후 그녀는 안전불감증이 생겨 다른 곳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잘 잤는지 의문이었다…….

이진은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고 나니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잠시간 몸이 굳어 있다가 고개를 들려고 하는 그때.

“자기야, 잘 잤어?”

머리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일순간 무언가가 이진의 머리에서 뇌관이 꽝 하고 터졌다.

‘이 미친 놈이 여기 있는 걸 깜빡 했다니.’

마음속에 순간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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