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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김명덕 와이프요?"

남지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소한용이 말했다.

"김명덕은 와이프를 엄청 무서워해. 이 회사에 김명덕 와이프의 지분이 절반이니까. 그런 와이프한테 회사 직원 애인이랑 은밀히 만난다는 걸 들킨다면? 물론, 바람 핀다는 증거를 먼저 손에 넣어야겠지만!"

"그렇겠네요. 고마워요!"

남지훈이 말했다.

소한용이 말한 대로 증거를 손에 넣기 위해선 김명덕의 컴퓨터 자료가 필요했고 그걸 손에 넣는 건 아주 간단했다.

"그런데 왜 도와주시는 거예요?"

남지훈이 물었다.

굳이 자신의 손을 통해 김명덕을 손봐 줄 필요가 없어 보였다.

"왜냐니? 내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 누가 불의를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도와주는 거라고 해두지."

"어쨌든 고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밥 한 끼 대접할게요. 그럼 전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남지훈은 택시를 잡아타고 자리를 떠났다.

소한용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 내가 미쳤지. 양다리를 걸친 놈을 도와주다니. 그렇다고 소연이한테 말할 수도 없고. 진짜 골치 아파 죽겠네!"

소한용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는 남지훈이 양다리를 걸친 사실을 형제들한테 알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한참 고민하던 그는 일단 침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형까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진짜 난리가 나겠지? 그렇다고 소연이한테 말할 수도 없고, 내가 미행하고 있다는 걸 대놓고 드러내는 꼴이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는 일단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사무실.

이효진은 김명덕의 무릎에 앉아 말했다.

"오빠, 아까 그 사람은 누구야?"

"못 들었어? 내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 저 도련님 눈에 거슬리게 행동했다가는 J도시에서 쉽게 살아 남지 못할거야. 이제 저 분이 어떤 분이신지 알겠지?"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야?"

"그래."

김명덕은 이효진을 야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같은 애랑 엮이실 분이 아니야. 한공간에 있을 분이 아니라고. 그 사람 유혹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김명덕은 이효진의 몸을 더듬으면서 말했다.

"네 남자친구였던 애가 날 때렸어. 그니까 너라도 내 기분 좋게 해줘야지?"

"오빠도 참!"

이효진은 김명덕의 목을 감싸안았다.

"오빠 기분 풀어주는 데는 내가 제일이지!"

애교스러운 목소리에 김명덕은 몸이 나른해졌다.

"잠깐만!"

"우선 남지훈부터 처리하고!"

남지훈을 찾으러 사무실 밖으로 나간 그는 그제야 남지훈이 일찌감치 회사를 벗어난 걸 알아차렸다.

사무실로 다시 돌아간 그가 중얼거렸다.

"감히 도망쳐? 끝장을 보자는 거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 아버지가 어떻게 될지 신경 안쓴다 이거지!"

"오빠, 또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거야?"

이효진은 김명덕의 허벅지에 앉아 물었다.

"흠!"

"누군 병원에 아는 사람 없는 줄 알아? 남지훈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라고! 과연 걔가 그때도 도망칠 수 있을까? 일단... 효진이 너부터 좀 괴롭혀야겠는데?"

병원.

깨어난 남용걸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아버지가 무사히 깨어나신 걸 본 남지훈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훈아, 넌 출근해. 여긴 내가 지킬게."

최선정은 자신의 아들이 빌려온 수술비가 걱정되었다.

몸이 아픈 자신도 약을 달고 살아 일을 하지 못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들마저 출근을 하지 않는다면 생활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어머니."

남지훈이 말했다.

"회사에 휴가 냈어요. 며칠 동안 제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볼게요."

그는 더 이상 회사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김명덕과 껄끄러운 사이가 되었기에 한순간도 한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급한 놈이 먼저 찾아오겠지.'

그는 이현수에게 부탁을 해뒀다.

김명덕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말에 당사자인 남지훈보다 이현수가 더욱 흥분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현수도 김명덕에게 오랜 세월 괴롭힘을 당했다.

'둘 사이 채팅 기록만 손에 넣으면 돼. 그때 가서 누가 웃을지는 두고보자고!'

"휴가를 내면 월급이 깎이지 않아?" 최선정이 물었다.

남지훈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월급 깎이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최선정은 그제야 안심했다.

"사장님 진짜 좋으신 분이네! 네 아버지가 사장이었더라면 월급은 깎아도 남았어!"

남지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김명덕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을 거예요.'

남용걸은 깨어났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그의 누나 남가현은 돌봐야 할 아이가 두 명이나 있기에 아버지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고 몸이 편찮으신 연세 많은 어머니에게 아버지를 맡길 수도 없었다.

이 기회에 어머니에게 휴식할 시간을 줘 그간 쌓인 피로를 풀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예상 밖의 일은 김명덕이 지금 병원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김명덕의 팔짱을 끼고 온 이효진을 본 그는 병원의 위치를 그녀가 알려줬음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무서워서 도망친 줄 알았는데 여기 있었네!"

병실에 있던 남지훈을 발견한 김명덕이 차갑게 말했다.

"사장님!"

남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저희 아버지 지금 치료 중이세요. 방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좀 무서워졌나봐?"

김명덕이 차갑게 웃었다.

"근데 어쩌나? 이미 늦었는걸. 아주 천천히,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게 해줄 거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거야!"

이를 갈며 말하는 김명덕의 얼굴은 아까 맞은 타격으로 벌겋게 부어있었다.

"도대체 원하는 거 뭐예요?"

남지훈은 이를 깨물며 외쳤다. 그는 김명덕이 결코 자신을 쉽게 놔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김명덕이 어떤 짓을 할지 몰라 걱정이 될 뿐이었다.

이현수가 뭐라도 알아낸 게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훈아! 이 분은 누구셔?"

최선정은 남지훈과 김명덕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끼어들었다.

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김명덕은 씩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지훈 씨가 제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지훈 씨가 다니는 회사 사장입니다."

그는 남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님, 궁금한게 있는데요. 어머님께서 가정 교육을 어떻게 하셨길래 지훈 씨가 회사 상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지훈아, 이게 무슨 말이야?"

최선정이 남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남지훈이 이효진을 따로 소개해 준 적 없기에 그녀가 아들의 여자친구였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사장을 때린 남지훈이 직장을 잃을까 걱정이었다.

직장까지 잃게 된다면 빌린 병원비를 갚는 건 무리수였다.

"어머님, 그래도 아드님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제가 넓은 아량으로 지훈 씨를 용서했으니 마음 쓰지 마세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최선정이 얼른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남지훈의 팔을 잡아당기며 타일렀다.

"지훈아, 얼른 사장님께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사과드려!"

하지만 남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명덕이 비굴한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런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흰색 가운을 걸친 의사가 다가와 물었다.

"어느 분이 남용걸 씨 가족분이시죠?"

"접니다!"

남지훈이 황급히 말했다.

의사는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병원비를 일부 납부하셔야 합니다. 880만 원이라도 우선 계산해 주셔야겠습니다. 안 그럼 오후부터 약물은 중단될 겁니다."

남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의사가 김명덕에게 눈인사를 건네는 걸 보고 일이 생길거라는 걸 어느정도 예상은 했으나 그게 병원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의 수중에는 현금 몇십만 원이 전부였다. 이 돈도 최선정의 약 값이었다.

'설마 또 소연이한테 돈을 빌려야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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