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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남지훈은 얼굴을 굳히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김명덕은 그를 모욕하고 있었다.

김명덕은 허리를 굽혀 미소를 지으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이효진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지훈은 돈만 없는 게 아니라 김명덕에게 덤빌 배짱도 없다는 걸 둘은 잘 알고 있었다.

김명덕이 그에게 어떤 모욕을 주더라도 남지훈은 꾹 참을 사람이었다.

이효진은 소연에게 뺨을 맞은 게 화가 나 남지훈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김명덕은 어깨를 으쓱했다.

"직원들이 이렇게 내 밑에서 빌빌 기는 모양이 너무 재밌다니까."

그는 담배를 꺼내 피우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으며 남지훈을 바라보았다.

"왜요? 화 나요?"

"김명덕!"

남지훈은 이를 깨물며 주먹을 들어 김명덕의 얼굴로 날렸다.

"죽여버릴 거야!"

쿵!

김명덕의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떨어져 나갔다!

그는 남지훈의 주먹에 뒤로 넘어졌다! 김명덕이 일어서자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남지훈! 너 이 새끼!”

그는 남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넌 죽었어! 감히 날 때려? 내 컴퓨터도 배상하지 않은 놈이! 네 영혼까지 탈탈 털어서 빚 갚게 할 거니까 기대해!"

김명덕은 남지훈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할 줄 몰랐다.

남지훈은 자신에게 반항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고 여겼다.

이 장면을 보고있던 이효진도 깜짝 놀랐다.

남지훈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화가 나도 절대 쉽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명덕이 단단히 오해를 한 거다!

남지훈도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는 자신이 주먹을 들고 김명덕을 때릴 줄 몰랐다!

김명덕의 모니터를 부순것도 모자라 주먹으로 사람까지 때렸으니

꼼짝없이 김명덕에게 덜미가 잡힌 꼴이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 진 물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외쳤다

"김명덕! 당신이 날 몰아붙인 거잖아!”

김명덕은 화가 난 듯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뭘? 네 여자친구가 날 꼬신 거야! 잔말 말고 오늘 넌 내손에 뒤졌어!"

그는 욕설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결음이 울리기도 전에 비서가 급하게 뛰어들어왔다.

"사장님! 어떤 분이 만나뵙고 싶어 하십니다. 그… 그 분이 ..."

"뭐라는거야? 말 똑바로 안해?"

김명덕은 화가 나서 비서를 노려보았다. 비서는 식은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소한용 님이 뵙자고 하십니다!"

"뭐?"

김명덕은 깜짝 놀라 신고를 하려고 든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지금 당장 가지!"

그는 남지훈과 이효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급히 뛰쳐나갔다.

남지훈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저 인간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고?'

김명덕은 신고고 뭐고 당장 자신이 직면한 일을 처리하는 게 시급했다.

이효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남지훈, 네가 이렇게 배짱있는 사람인 줄은 몰랐네, 근데 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그래? 너 김명덕 전에 뭐하던 사람인지는 알고 나댄거니?"

남지훈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효진과 말을 섞는 자체가 구역질이 났다. 그도 김명덕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었다.

J 도시에서 암흑세계에 대해 엄중하게 단속한 탓에 더 이상 그쪽 일에 발을 들이지 않고 신분 세탁을 한 뒤 지금의 회사 사장이 된 것이다.

몇 차례의 단속을 통해 조폭들을 일부 체포한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법의 망을 빠져나간 사람들이 더 많았다.

김명덕은 여전히 그들과 연락을 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남지훈은 김명덕이 무섭지 않았다. 다만 그의 가족들은 달랐다.

결국 남지훈은 김명덕이 돌아오면 먼저 그에게 사과를 하기로 결정했다.

남자라면 사과도 호탕하게 해야 법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반면 김명덕은 공손한 태도로 소한용을 맞이했다.

"도련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신다고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제가 직원들을 데리고 마중이라도 나갔을텐데요!"

김명덕은 아부를 떨었다.

소한용이 손사래를 쳤다.

"요즘 이쪽에서는 여기가 장사가 제일 잘 된다면서요?"

김명덕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정도는 아니고 그냥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삽니다. 도련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입에 풀칠할 정도요?"

소한용이 말했다.

"뭐, 그렇다면야… 근데 꼴이 그게 뭡니까? 누구한테 맞았어요? 당신 그 쪽 사람들이랑 아직 연락하고 지내지 않나요?”

김명덕은 방금 전의 일이 떠올라 화가 났다.

그는 방금 전 남지훈이 자신을 때린 일에 대해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소한용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비참하게 살 줄이야. 직원한테 맞기나 하고!"

소한용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놈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김명덕이 모질게 말했다.

대화를 하며 걷다보니 두 사람은 어느새 김명덕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남지훈이 아직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걸 본 그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뻔뻔하게 아직도 여기에 있어? 도련님! 제가 방금 말씀 드린 사람이 저 놈입니다!”

소한용은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막내 여동생의 남편이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하지만 남지훈은 그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김명덕은 이효진을 향해 눈짓을 했고 이효진은 순순히 사무실을 나갔다.

남지훈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김명덕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김명덕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남지훈! 우리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지, 절대 도망칠 생각하지 말고! 네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 어딘지 아니까 도망 칠 생각은 말라고!!"

남지훈은 꽉 쥐었던 주먹을 다시 풀었다.

김명덕에게 함부로 덤볐다간 큰일이 날것 같았기에 남지훈은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김명덕은 소한용에게 물을 건네줬다.

소한용은 물을 한 입 마신 뒤 김명덕을 힐끗 쳐다보았다.

"직원들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김명덕은 일의 자초지종을 모두 설명했다.

김명덕이 남지훈에게 저지른 만행을 듣게 된 소한용은 사레가 걸렸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김명덕은 서둘러 소한용에게 휴지를 건넸다.

소한용은 휴지를 받아들어 자신의 입가를 닦더니 말했다.

"저 사람 여자친구요?"

자신의 막내동생과 결혼한 남지훈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 소한용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양다리를 걸친 거야?'

"방금 전에 나간 여자애 있잖아요! 지금은 전 여자친구지만요. 효진이한테 들은 건데 어제 헤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김명덕이 말했다.

소한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진정했다.

'감히 양다리를 걸친 거야?'

"어떻게 직원 여자친구를 건드릴 생각을 한 거예요?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

김명덕은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소한용이 말했다.

"지나간 일은 여기까지 실랑이 벌이고 그만둬요, 더이상 곤란하게 하지 말고요."

김명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남지훈과 끝장을 볼 생각은 없었다.

한편, 남지훈은 밖에서 소한용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때마침 남지훈의 어머니 최선정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께서 일어나셨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남지훈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아버지 걱정으로 가득했다. 김명덕의 존재는 뒷전이었다.

'저딴 놈보다 아버지가 더 중요하시지.'

회사를 급히 벗어나는 남지훈의 뒤로 소한용이 따라나왔다.

길가에서 택시를 애타게 잡는 남지훈에게 그가 한마디 건넸다.

"휴대폰 떨어트리지 않았어?"

남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김명덕 사무실에서 만난 사람이잖아?'

"사장님이 보내신 거예요?"

남지훈이 물었다.

"그 사람이?"

소한용이 웃었다.

"그럴 리가. 나한테 그런 지시를 내릴 신분이 못돼."

남지훈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김명덕이 깍듯이 소한용을 대하는 모습으로 보아 김명덕보다 신분이 높을 거라고는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다. 초면에 반말을 하는 모습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그 같은 평민이 딱히 뭐라 할 수 없었다.

"그쪽 휴대폰 아니라니까 경찰서에 갖다줘야지 뭐."

소한용이 휴대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근데 저 사람 때렸다며? 저 인간 그냥 안넘어 갈텐데, 이제 어떡해 할 생각이야?"

남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초면인 소한용과 자신의 속 사정까지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소한용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들어볼래?"

남지훈은 소한용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설마 김명덕이랑 짜고 치는 건가?'

함정이라 해도 지금 상황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그는 속는 셈치고 들어나 봐야겠다며 무언의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덕 와이프부터 시작하는 건 어때?" 소한용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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