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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미남이니까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

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

“윽, 아파!”

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

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

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

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

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게 다 뭐람?’

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

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

상처가 드러났다!

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

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

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

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

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시 눈앞의 남자를 훑어보았다.

늘씬하게 뻗은 몸이 아주 탄탄했다. 완벽한 가슴 근육과 식스팩이 선명하게 보였다. 역삼각형의 치골까지 무척 섹시한 몸이었지만, 길고 탄탄한 허벅지는 또 금욕적이게 보였다.

게다가 그 뼛속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듯한 귀족적인 분위기까지 이 남자는 딱 봐도 재벌이거나 엄청 고귀한 신분이 분명해 보인다!

남자의 신분을 탐색하는 데 별 흥미가 없어진 성연은 그저 한 마디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렇게 미남이니까, 귀한 내 약들을 그냥 낭비하는 건 아닌 셈인가?”

이어 약이 든 용기들을 정리하고는 책가방을 들고 나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송종철과 진미선의 말다툼은 이미 끝나 있었다.

최종 결론도 나와 있었다. 성연은 아버지 송종철과 함께 북성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이미 그녀의 짐을 다 싸 놓은 엄마 진미선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 외할머니가 임종 전에 당부하셨어. 너를 북성으로 데려갈 방법을 찾으라고. 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게 이 작은 마을에 있는 것보다 나아. 너도 나가서 세상도 좀 경험해야지. 이런 곳에 머물러 있으면 평생 미래가 없어. 이 집은 조만간 내가 팔아 치울 거야. 학교는 네가 전학을 갈 수 있도록 해 놓을게…….”

이렇게 말하고는 카드를 한 장 꺼내어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

“이것은 네 외할머니가 너에게 남긴 거야. 받아. 아껴 쓰도록 해.”

손에 쥐어진 카드를 보는 성연은 고요하던 마음에 갑자기 물결이 치는 걸 느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없다. 이 카드 역시 마지막 그리움이 되었다!

카드를 손에 꽉 쥔 성연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살아온 곳을 잠시 바라보고는 아무 말없이 송종철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

같은 시각, 폐창고 안.

중상을 입은 남자가 마침내 서서히 깨어났다.

본능적인 위기의식으로 눈을 뜬 순간 곧바로 경계의 눈빛이 되었다.

몸 속에 잠들어 있던 기운 역시 깨어나, 막 잠에서 깬 야수 같은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을 담담하게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바닥 곳곳이 습기를 띠고 있는데 유독 그가 누워 있는 자리만 건초가 깔려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핏자국 가득한 천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하얀 천으로 감긴 몸의 상처는 이미 처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상처를 감싼 부분에 나비매듭이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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