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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다음 날, 강유이와 강시언이 홍보대사가 된 “동안” 브랜드 화보가 순식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두 사람은 본인의 타고난 미모로 실시간 검색어 3위를 차지하게 됐다.

#무한행복#: 화보 진짜 미쳤다!

#팥 없는 찐빵#: 세상에, 예수는 실존한다. 진짜 너무 부러워ㅠㅠㅠㅠ

#u여름u#: 애들 엄마랑 아빠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

#와이어에 매달린 천사#: 아동 의류인데 애들이 입으니까 완전 고급스러워 보이네요. 얼굴 때문인가…

댓글 반응들은 아주 뜨거웠고 아이들의 외모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수두룩했다.

TG 사무실에 앉아 있던 반지훈 역시 실시간 검색어를 보았다.

사진 속 두 아이는 촬영할 때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무대를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협조를 너무 잘해줬다.

그리고 어쩐지 자꾸만 아이들에게 시선이 갔다.

바로 그때 희승이 문을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대표님, 저희 산하에 있는 동안의 판매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두 아이를 홍보모델로 선정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지훈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희승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

“그리고 엘리엇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늘 연락이 왔습니다. 두 아이와 계약을 맺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엘리엇 엔터테인먼트는 서울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인 동시에 TG 산하의 유일한 연예계 산업이었다.

엘리엇은 많은 연예계 대스타들을 배출했다. 그들이 눈여겨보는 연예인들은 전부 잠재력이 어마어마하고 앞날이 창창한 이들이었다.

반지훈은 시선을 내리뜨리며 말했다.

“우선 아이들 부모님 의견부터 물어봐.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희승은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자료에는 아이들의 부모님과 연락할 방법이 적혀있지 않은데요.”

반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연락처를 안 적은 거야?”

“연락처를 적긴 했는데 맞는 건진 모르겠어요.”

희승은 손안에 든 자료를 뒤적여 두 아이가 적은 익명의 연락처를 찾았다.

오션뷰 하우스.

“얘들아, 엄마 출근한다. 너희들 집에 얌전히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아영이한테 연락해.”

강성연은 신발을 신으면서 출근하기 전 세 아이에게 당부했고 세 아이는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엄마, 잘 가요!”

강성연은 미소 띤 얼굴로 아이들에게 손 키스를 날린 뒤 마음을 다잡고 외출했다.

그런데 강성연이 이제 막 집에서 나왔을 때 옆에 놓인 전화가 울렸고 세 아이는 전화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낯선 번호를 보는 순간 아이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은 한가지 뿐이었다. TC회사의 자료 위에 그 번호를 적었었기 때문이다.

강유이는 통화 버튼을 누른 뒤 발꿈치를 들고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곳은 여왕님의 집입니다. 누구시죠?”

“나는…”

반지훈은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 부드러워진 어투로 말했다.

“그날 널 안았던 아저씨야.”

“예쁜 아저씨였군요.”

“부모님 집에 계시니?”

“엄마는 회사 나갔어요. 예쁜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강유이는 두 손으로 턱을 괴면서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반지훈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렸다.

“너희 어디 있어? 아저씨가 데리러 갈게.”

희승은 반지훈의 웃는 얼굴과 친히 두 아이를 데리러 가겠다는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가 주소를 알려주자 반지훈은 전화를 끊은 뒤 키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대표님, 제가 데리러 갈까요?”

반지훈이 직접 데리러 가게 할 수는 없었다.

반지훈은 그에게 키를 건네며 말했다.

“네가 운전해.”

“…”

희승이 오션뷰 하우스 9번 앞에 차를 세우자 두 아이가 들뜬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희승은 어쩐지 반지훈이 남의 집 아이들을 납치하려는 것 같은 장면에 입안이 씁쓸했다.

강유이와 강시언은 차에 올라탔고 강유이는 반지훈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유이는 오늘 양 갈래로 머리를 높게 묶었고 해바라기가 그려진 치마를 입고 있어 무지 귀여웠다.

강해신은 강유이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오늘 강시언의 신분으로 여동생과 함께 반지훈을 만나러 온 것이었다.

“아저씨, 저희 데리고 어디 가는 거예요?”

강해신은 호기심을 가득 안고 물었고 반지훈은 잠깐 멈칫하다가 옆에 있는 강해신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어제와 조금 다른 듯했다.

“점심은 먹었어?”

“아직 안 먹었어요. 아저씨, 저희 데리고 밥 먹으러 가는 거예요?”

강해신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반지훈은 강해신의 눈가에 있는 눈물점을 발견했다. 어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점이라 생각하면서 그는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그날 나 엄청 경계했잖아.”

강해신은 볼을 긁적이더니 혀를 내밀며 웃었다.

“그날은 나쁜 사람인 줄 알고 그랬어요.”

“오빠는 상대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무섭게 굴거든요.”

강유이가 대신 설명했다.

반지훈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면서 희승에게 말했다.

“유안 호텔로 가.”

유안 호텔 레스토랑 내, 반지훈이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해서 레스토랑 안에 손님이라고는 그들뿐이었다.

반지훈은 두 아이를 향해 담담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시켜.”

두 아이는 메뉴를 들어 훑어봤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비쌌는데 강유이는 그중 가장 비싼 메뉴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빠, 나 이거 먹고 싶어.”

“어… 그럼 그거 시켜.”

“그리고 이것도!”

“시켜.”

“이거랑 이것도!”

강해신은 마뜩잖은 얼굴로 말했다.

“너 돼지냐?”

강유이는 삐진 척 고개를 돌렸다.

시언 오빠였다면 유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해줬을 터였다.

반지훈은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어쩐지 보면 볼수록 두 아이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레스토랑의 매니저는 아이들의 옆에 서서 메뉴를 주문 받고 있었다. 아이들이 호주 랍스터를 시킨 걸 보고 매니저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손님, 죄송하지만 호주 랍스터는 오늘 식자재가 다 떨어졌어요. 저희 호텔뿐만 아니라 다른 레스토랑에도 없습니다.”

“네?”

강유이는 다소 실망스러워 보였다. 강유이는 엄마처럼 랍스터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이다.

반지훈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연해 도시에서 여기까지 배송한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희승은 혀를 찼다.

반지훈은 두 아이에게 랍스터를 먹이기 위해 랍스터를 공수해 올 생각인가? 진짜 이 아이들을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얼굴은 확실히 닮은 구석이 있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웃으며 대꾸했다.

“반지훈님, 연해 도시에서 공수한다면 최소 두 시간은 걸립니다.”

“그럼 공수해 오세요.”

“알겠습니다.”

레스토랑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주문서를 들고 떠났고 강유이와 강해신은 일제히 그를 보며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돈 엄청 많은가 봐요.”

희승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돈 낭비도 이런 돈 낭비가 없었다.

반지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데뷔하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있어?”

“아저씨,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저희랑 계약하고 싶대요?”

강유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물론 너희가 싫다고 하면 강요할 생각 없어.”

아직 나이도 어렸고 또 아이들의 부모님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니 반지훈이 제멋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궁금했다.

“당연히 좋죠!”

강유이가 대답했다.

엄마를 위해 돈을 벌 수 있는데 싫을 리가 없었다.

반지훈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부모님도 동의하시니?”

“우리는 아빠 없어요. 여왕님인 엄마만 있어요. 우리 엄마는 우리를 먹여 살리려고 엄청 고생하면서 돈을 벌어요. 만약 우리가 돈을 벌어서 엄마한테 드릴 수 있다면 엄마도 너무 힘들지는 않겠죠.”

아빠가 없다고?

반지훈의 눈빛이 암담해졌다.

“너희 엄마는 뭐 하시는 분이야?”

반지훈이 다시 물었다.

강해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바쳐들며 개구지게 웃어 보였다.

“우리 엄마 엄청 대단해요. 디자이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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