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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 화

그들은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서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대대로 친분을 이어온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두 가문은 그야말로 상업계를 휘어잡는 가문이었다.

하지만 서창호는 오래전에 회사를 매각하고 상업계에서도 은퇴를 하였기에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고 소문에 의하면 손녀딸을 데리고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씨 가문의 명성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자자하였다.

안제문은 서창호가 준비해 둔 선물들을 꺼내 보였다. 한 폭의 세계 명화와 가치가 조를 뛰어넘는 청남의 부지... 등등 종류가 다양한 선물들이었다.

서씨 가문에서 보낸 선물들은 아주 호화로웠다.

그걸 지켜보고 있던 서정원은 아까워하고 있었다.

‘쯧쯧, 저렇게 많은 돈을 왜 최씨 가문에 거저 주는 거야...’

그러나 다행히도 안제문이 그녀를 아는 척하지 않았고 만약 그녀의 정체가 탄로 나면 그럼 일은 재미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었다. 정체를 알게 된 탐욕스러운 이진숙이 절대 3개월 후에 그녀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최성운이 자신이 이렇게나 돈이 많은 사람인 줄 알게 된다면 어쩌면 자신에게 푹 빠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서정원이 머릿속에 온갖 가설을 세우고 있을 때 손윤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씨 가문은 정말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네. 아 참, 윤서야. 너 예전에 파리 패션위크에서 서씨 가문의 손녀딸 본 적이 있다 하지 않았어?”

서씨 가문 손녀딸에 대한 소문은 지극히 적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 손녀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손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아주 예쁘게 생겼더라고!”

“윤서는 정말 대단하다니까. 그 손녀분이랑 카톡 친구추가도 했대. 심지어 그 손녀분이 해성시에 오게 되면 반드시 윤서와 만나서 놀겠다고 했잖아!”

손윤서의 또 다른 친구가 입을 열었다.

“와! 윤서야, 너 정말 너무 대단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은 서정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손윤서를 쳐다보았다.

시선을 느낀 손윤서도 서정원을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서정원 씨?”

“서씨 가문의 손녀랑 만나보셨다고요?”

손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혹시 우리 윤서가 너무 부럽나요? 같은 서씨인데 정말 누구랑은 차이가 너무 나네요.”

손윤서 친구의 말을 들은 서정원은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윤서는 그녀가 웃는 모습에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다.

‘설마 서정원이 내가 처음부터 서씨 가문 손녀를 본 적이 없단 걸 알고 있는 거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예민한 걸 거야.’

고개를 살짝 저으며 가벼운 한숨과 함께 자리를 뜨는 서정원의 모습에 조마조마하던 손윤서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녀는 서정원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더 긴장해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느낌에 손윤서는 더욱 화가 났다.

‘촌뜨기가 감히 그런 표정을 지어? 하! 분명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아주 잘난 척하기는!’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고 손윤서는 서정원의 뒷모습을 향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서정원은 샴페인 한 잔을 들고 사람이 적은 조용한 구석으로 갔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에 서정원은 직감적으로 쳐다보았고 마침 최성운과 시선이 마주쳤다.

서정원이 피아노 연주를 마친 후에도 최성운은 여전히 시선을 서정원에게서 뗄 수가 없었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그녀의 모습과 타고난 것 같은 그녀의 우아한 자태는 전혀 시골에서 자란 사람 같지 않았다. 서정원과 눈이 마주친 최성운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고 순간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정원은 마치 그가 존재하지 않기라도 한 듯 그저 그를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최성운은 순간 이유도 없이 화가 나기 시작했고 가슴도 답답해졌다.

서정원은 샴페인을 홀짝이며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피식 웃어 보였다.

그녀는 최성운이 방금 그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맞힐 수 있었다. 그녀가 피아노를 아주 잘쳤으니 마음속에 편견과 오만이 가득 차 있고 그녀가 망신당하기만을 기다렸던 남자들은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

‘뭐 알아서 천천히 생각해 보라고 해!’

그녀는 이런 자기중심적인 남자들과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녀는 3개월 동안 심성을 수련하는 셈 치고 놀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오랫동안 앉아 있던 서정원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먼저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마침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에 뒤에서 최성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말 한마디도 없이 먼저 가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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