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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사람들 모두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냐며 의아했고 최지현도 뭔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처음은 잘못 들었다고 해도 지금은?’

최지현은 뭔가를 알아내려고 송연아와 강세헌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송닥, 무슨 일 있어요?”

최지현은 떠보듯 물었다.

송연아는 당장이라도 자신이 강세현의 와이프라고 밝힌 뒤 직접 해명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그 남자는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직장까지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할아버지가 급한 일 있으시다고 연락이 왔는데, 하필 마침 강 대표님도 일이 있으시네요. 참 이런 우연이, 하하.”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그녀의 모습에 강세헌은 한 방을 날렸다.

“저희 할아버지한테서도 마침 연락이 왔는데, 혹시 어느 쪽으로 가세요? 같은 방향이면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강한 정신력으로 억지웃음을 짓고 있던 얼굴은 점점 굳어져 갔고, 중간에 테이블만 없었더라면 당장이라도 찻잔을 그의 얼굴에 내려치고 싶은 송연아였다.

“대표님 정말 농담 잘하시네요. 저희가 어떻게 같은 길일 수가 있겠어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말을 마친 송연아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나왔고 최지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강세헌을 바라보며 물었다.

“송닥이랑 아는 사이에요?”

“몰라요.”

강세헌은 싸늘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답한 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최지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그를 이곳에 오라고 한 건 병원 사람들한테 자랑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고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모두가 그녀와 강세헌의 관계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데려다줄게요.”

행여나 밖에서 송연아와 이야기를 나누진 않을까 걱정이 된 그녀는 곧바로 뒤따라 나갔다. 어쨌든 그날 밤은 송연아였으니까.

호텔 밖으로 나온 강세헌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곳에 송연아는 없었다.

도망치듯 나온 송연아가 이곳에서 그를 기다릴 리가 없었고 그녀는 일찌감치 차를 타고 떠났다.

임지훈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

“대표님.”

“이제 들어가 봐요.”

그는 최지현을 힐끗 보며 말하고선 곧바로 차에 올라탔고 최지현은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며 후회하고 있었다.

‘진작 알았다더라면 그때 바로 결혼했을 텐데, 언제쯤이면 날 바라보고 사랑해 줄까?’

그 시각 강씨 저택, 송연아는 일찌감치 도착했다.

강의건은 80여 세가 넘으셨고 세월의 흔적과 함께 동반된 주름은 깊고 차분해 보였다. 비록 두 눈은 젊었을 때만큼 밝게 빛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온화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힘든건 없어?”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이제 적응됐어요.”

강세헌과의 결혼을 추진한 건 그녀의 아버지가 제안한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강의건이 가장 아끼는 손자가 강세헌이다.

손자를 아끼는 만큼 그가 좋아하지 않는 여자랑 결혼하는 걸 당연히 막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솔직히 친분으로도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닐뿐더러 인맥을 동원해 강세헌 모르게 혼인신고까지 해버렸다.

강세헌 별장으로 들어오라고 한 것도 모두 강의건의 제안이었고 그녀는 아직도 강의건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헌이가 힘들게 하는 건 없어?”

강의건은 자상하게 물었다.

솔직하게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의건이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강세헌은 그의 친손자였기에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없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침 강세헌이 돌아왔고 그 모습을 본 강의건이 입을 열었다.

“연아는 온 지 한참이나 됐는데 넌 왜 이제야 오는 거니? 너랑 연아 이제는 부부인데 밤늦게 같이 다녀야지.”

강세헌은 송연아를 힐끗 보고선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강의건도 그가 이번 결혼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 것이었다.

“연아는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 전 집사, 세헌이 방으로 데려가 줘.”

전 집사는 공손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말은 마친 전 집사는 송연아를 향해 손짓했다.

“사모님, 이쪽으로 가시죠.”

송연아는 조심스럽게 강세헌을 훔쳐봤다. 싸늘한 표정을 한 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송연아는 집사를 따라 자리를 떴다.

그렇게 방에는 강의건과 강세헌 단 둘뿐이었고 강의건은 간곡하고 무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마음속으로 원망하고 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시간도 꽤 지났고 이제는 내려놓을 때도 됐잖니.”

지난 일이 생각난 강의건은 순식간에 눈빛이 어두워졌다.

강세헌은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 묵묵부답이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결혼하라고 결정한 건 다 널 위해서 그런 거니까 너무 원망하지 마. 어린 나이도 아니고 너도 이젠 가정을 이뤄야지. 연아 아버지 때문에 네가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알고 있는데 연아는 참 좋은 아이야.”

한숨을 쉬며 말하는 강의건의 모습에 강세헌을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다녀?’

비록 강의건한테 말하진 않았지만, 그는 반드시 이혼할 거라고 결심했다.

그를 바라보던 있던 강의건은 저도 모르게 또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 강세헌은 침묵하는 일이 많아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 싫어했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말은 잘 들었기에 이런 상황에 더 몰아세울 수 없었던 강의건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 쉬어.”

강세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침 전 집사도 돌아왔다.

“도련님.”

그는 눈길 한번 주고선 방을 나갔고 전 집사는 강의건한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아무리 목석같은 사람이라도 저렇게 예쁜 여자랑 같은 방을 쓰는데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기겠어? 남자라면 당연히 반응하겠지.”

전 집사는 내심 걱정이 되었다.

“도련님이 어떤 성격인지는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일부러 같은 방 쓰게 했다는 걸 무조건 알 겁니다.”

“남녀가 서로 같이 있지 않으면 어떻게 감정이 생기겠어? 밖에서는 몰라도 이곳에서는 내 말을 들어야지.”

강의건도 마음속으론 강세헌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고 낮은 목소리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내가 앞으로 살날이 많이 남은 것도 아니고 세헌이를 돌봐줄 수 있는 좋은 사람 찾아줘야지.”

“도련님도 회장님의 노고를 알 겁니다.”

전 집사는 강의건을 부축해 방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 송연아는 집사의 안내로 옛 저택에 있는 세헌의 방으로 왔고 전 집사가 떠나기 전 했던 말이 생각났다.

“여긴 도련님이 어릴 때부터 쓰던 방입니다. 중간에 한번 새로 인테리어 한 적 있어요.”

이곳의 스타일은 별장과 사뭇 달랐다. 블랙과 그레이색으로 인테리어 된 방은 따뜻함보다는 싸늘함이 감돌았다.

그녀의 시선은 무심코 선반에 꽂혔고 그곳에 놓인 정교한 상자에 시선을 뺏겼다. 한눈에 봐도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었기에 이 방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손을 뻗어 만지려던 찰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싸늘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Kome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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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정
야새꺄 너도 결혼식날 여자랑 한건 마찬가지자나 둘이 서로 몰라봐서 글지 어디 내로남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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