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방금 내가 다 말씀 드리지 않았는가?’우문호는 난처한 듯 눈썹을 만졌다.“짐의 뜻대로 하게. 나가봐.”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뇨, 부황, 소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럼 짐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냐?”명원제가 분노했다.“부황.” 우문호가 한 걸음 걸어 나오며 “원걸은 공을 세웠습니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면, 다른 신하들이 어떤 마음을 갖겠습니까.”라고 말했다.명원제는 화난 표정으로 우문호를 노려보았다.“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된다. 나가거라!”우문호가 반박을 하려고 하자 목여태감이 다가왔다.“소인이 왕야를 배웅해 드리겠습니다.”목여태감은 우문호에게 더 이상 명원제를 자극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우문호도 부황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물러났다. 지금 그가 나선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공수를 한 채 “소자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이 그를 배웅하러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기울였다.“오늘 새벽에 제왕부 사람이 황상을 찾아와 제왕비의 임신 소식을 알렸습니다.”우문호는 평온한 눈빛으로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태감.”이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은 탄식하며 “왕야 이만 돌아가시지요. 원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황상도 알고 계십니다. 추후에 황상께서 원걸에게 반드시 보상을 내릴 겁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추후에 보상을 한다고 해도, 정의를 잃은 마음은 어떻게 회복시킨단 말인가.궁에서 나온 그는 관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명원제가 한 말을 신하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날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 모두가 원걸이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원걸이 벌을 받게 된다면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이 사기를 잃고, 국가를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 왕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듣자 하니 그날 초왕비도 성 밖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힘을 썼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냉정언이 침착하게 말했다.“그렇습니다.”우문호는 그의 입에서 원경릉이 언급되자 불안함을 느끼고 “초왕비를 이 일에 엮지 마세요.”라며 냉정언에게 경고했다.“초왕비와 엮어야지요!”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는 탁자를 내리쳤다. “어림없는 소리!”“왕야 일단 소인의 말을 다 듣고 판단하시지요.”우문호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궁금하지 않습니다.”“왕비께서 성 밖에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백성들이 보았죠? 그래서 초왕비가 마음씨가 좋고 인품이 곱다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지지 않았습니까? 이 사건엔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우문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지금 태상황님께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즘 백성들에서 인기가 많은 왕비가 누구입니까? 초왕비가 벌을 받는다면 태상황님께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그리고 초왕비는 홍등군주를 구했으니 황숙(皇叔)께서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협박 아닙니까?” 우문호는 이러한 행동이 부황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부황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원경릉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여인을 걸고 도박을 하다니, 우문호는 냉정언의 방법이 내키지 않았다.냉정언은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 말을 들으십시오.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를 노려보며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그건 책임은 왕야께서 지셔야죠!” 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이거 완전 양아치 아닌가!”냉정언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우문호는 국자감에서 나와 말을 타고 원걸이 있는 성문으로 갔다.성문에는 어깨와 팔을 붕대로 감은 원걸이 있었다. 그는 그날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었다.“왕야!” 원걸이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삼식아, 왕야께 차를 대접
“원걸에게 상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원경릉이 분노했다.“본왕도 그렇게 생각한다. 안 그래도 마음이 쓰여 오는 길에 성문에 들러 그를 보고 오는 길인데, 원걸은 아픈 몸을 이끌고 성문을 지키고 있더라.”우문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원경릉은 실망감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원경릉은 연구원으로 정치에 문외한이지만, 만약 원걸에게 벌을 내리면 백성들이 실망할 것임을 알았다.“다른 방법은 없어?”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없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지.”“잔인해 정말.” 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수장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해낸 수장에게 상을 못 주더라도 벌을 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두 사람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사실 왕부로 오기 전에 국자감에 냉정언을 보고 왔어.” 우문호가 말했다.“무슨 방법이 있대?” 원경릉이 다급히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한참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네가 죄를 받는 것이다.”“내가? 내가 무슨 죄? 무관 무직인 내가 무슨 죄를?”원경릉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정언이 말하길, 초왕비로서 태상황과 백성들의 총애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현장 제지를 하지 못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홍등군주가 중상을 입고 위급해졌다고 말했다.”우문호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어이가 없었다.“그건…… 황상께서 내 설명을 들으시면, 상황을 이해해 주실 거야.”“맞아, 그럼 부황께서 너에게 죄를 내릴까?”“그래서 나보고 죄를 덮어쓰라고? 어장 맛 좀 볼래?”우문호는 퉁명스럽게 “네 어장은 일곱째나 겁줄 수 있지.”라고 말했다.“어쭈? 그래서 안 무섭다고?” 원경릉이 어장을 꺼내들고 그를 바라보았다.우문호는 다급한 목소리로 “휘두르지 마! 빨리 내려놓거라!”라고 말했다.그녀는 어장을 내려두고 우문호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네 말 뜻은 부황께서 나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실 거라고? 부황이 네 의도를 간파하실 텐데.”“지금 너는 민심을 얻은
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를 찌르는 신랄한 말에 깜짝 놀랐다.사실 그녀의 말도 틀린 게 없다. 일곱째가 태자에 책봉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지금 주수보가 나서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이다. 지금은 나설 적기가 아니다.원경릉의 태도를 보니 우문호는 문득 그녀가 진짜 황태자비 자리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황태자비가 되면 장차 이 나라의 황후가 될 텐데, 물론 태자가 황제가 안전하게 황제의 자리에 올라간다면 말이다. “너는 본왕이 태자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것이 싫으냐?”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내가 그 일에 관여할 필요가 뭐가 있어. 내가 태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그렇지만, 내가 태자가 되면 너는 태자비가 되는데.”원경릉은 웃으며 “태자비나 왕비나 무슨 차이가 있는데?”라고 물었다.“차이가 없다니? 본왕을 바보로 아는 거야? 넌 황후가 되고 싶지 않아?”우문호가 그녀를 쳐다봤다.원경릉은 탁자 위에 마시던 잔을 내려놓더니 조용하게 “마음이 동할 수는 있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험해. 굳이 그 길을 걸어야 할 가치는 없어.”라고 말했다.그도 예상했던 말이다. 태자가 된다면 많은 희생을 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가 순조롭게 태자가 된다면 다행이지, 만약 그렇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태자가 된다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우문호가 원경릉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그렇게 생각해?”원경릉의 눈이 반짝였다.우문호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혹시 몰라서 최악의 상황을 미리 얘기해 두는 거야.”라고 말했다.설사 그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우문호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원경릉은 어깨를 으쓱하며“벌어지지 않은 일을 사서 걱정할 필요 없지. 부황은 아직 건강하시잖아, 지금은 원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마음을 추스르고“네 말이 맞아, 너도 내가 방금 한 말에 동의했으니, 지금 입궁하자. 지금 부황이 어서방에서 내각 대신들과 접견
초왕비가 밖에 무릎을 꿇고 죄를 고하러 왔다니? 어서방에 있던 내각 대신들이 술렁였다. 측전과 어서방 정전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명원제가 측전 안쪽으로 들어가자 원경릉이 이를 보고 다른 문으로 들어왔다. 원경릉은 무릎을 꿇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명원제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일어나거라!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당장 궁에서 나가거라!”원경릉은 그가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물러설 수는 없었다. “부황, 성문에서 벌어진 일은 소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야단법석을 떨어?” 명원제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다섯째와 그의 부인은 왜 이렇게 생떼를 쓰는 것일까.’“상관이 있지요. 소인이 초왕비로서 황상님과 백성들의 은혜를 듬뿍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서 잘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부상자가 증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소인이 소동을 일찍 막지 못한 탓입니다. 당시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줄곧 먼저 손을 쓰지 않고 요행을 바랐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제때 경조부에 알리지 못했습니다. 백성들이 제왕비를 비난하는 것을 보니 같은 친왕비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비난은 마땅히 소인이 받았어야 했습니다. 소인을 처단하여 북당의 민심을 다스리십시오.”원경릉이 큰 소리로 말했다.원경릉은 냉정언의 계책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되, 실제로 죄를 지은 주명취를 언급해서 그녀에게도 죄책감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의 생각과 언변이 점점 태상황을 닮아가고 있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명원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보니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고, 자신이 큰 대역 죄를 지은 것처럼 울부짖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밖에 있는 신하들이 듣고 있어서 그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우문호는 궁문 입구에서 초조하게 원경릉을 기다렸다.‘옴팡 욕을 먹고 있으려나? 혹시 이미 곤장을 맞고 있는 건 아니겠지? 원경릉이 몸은 튼튼해도 맷집은 없는데 말이야.’서일은 오매불망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우문호를 보고 “왕야, 궁에 들어가 보시지요? 왕비께서는 말이 워낙 직설적이셔서 미움을 사기 쉽지 않습니까? 황상의 노여움을 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조용히 좀! 그 정도는 아닐 거다!” 우문호가 뒷집을 지고 입구를 배회했다. ‘곤장을 맞는다고 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텐데, 설마 정신을 잃은 걸까?’“곤장을 맞는게 그나마 낫죠. 그게 아니라면…….”서일이 우물쭈물했다.우문호는 목을 꼿꼿이 세우고는 서일을 노려보았다.“서일. 넌 입을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게냐?”“소인 걱정이되서 그런겁니다!”그는 걱정이 생기면 말을 함부로 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자신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통제가 잘되지 않았다.얼마나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원경릉과 희상궁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붉은 옷에 머리를 쳐들고 가슴을 높게 들었으며 발걸음이 의기양양한 것이 마치 승리를 거둔 붉은 암탉 같았다. 우문호는 한참이나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그녀의 팔을 잡고 위아래로 살피며 “맞았어?”라고 물었다.원경릉은 그를 한 번 흘겨보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맞기라도 바랬던 거야?”라고 물었다.“걱정돼서 그렇지!”우문호가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조심해.”원경릉은 웃으며 “얼씨구? 갑자기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야? 입궁하기 전에는 이렇게 부축도 안 해줬잖아.”라고 말했다.그녀가 마차에 오르자 우문호는 그 옆에 앉아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고 연신 그녀를 쓰다듬었다.“어땠어, 부황께서 뭐라고 하셨어? 화가 많이 나셨어?”“얼마나 화를 내시던지, 내가 놀라서 말이 안 나오더라니까. 근데 시간이 지나니 화가 좀 풀리셨어.”원경릉이
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꼬집었다.“서일이 너는 입으로 미움을 산다고 하던데, 그 말이 딱 맞구나.”원경릉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네 생각엔 부황께서 주명취를 벌하실 것 같아?”라고 물었다.우문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보았다.“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어.”“내 생각엔 그냥 넘어갈 것 같아. 물론 내가 부황님을 찾아간 게 아무런 효과가 없지는 않을 거야. 부황님은 적어도 원걸을 벌하시지는 않겠지.”우문호도 원경릉의 생각과 같았기에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주수보가 그날 주명취를 위해 사정 하는 것을 미루어보아 주명취가 자신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황도 일곱째를 위해서 주명취에게 벌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사실 주명취가 어떻게 되든 우문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단지 원걸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기만을 바랐다.하지만, 그는 원경릉이 내심 서운할까 걱정이 됐다. 자신을 희생해서 원걸을 빼냈지만, 정작 죄를 지은 주명취는 무탈하니 말이다.‘부황께서 뭐에 단단히 씐 게 틀림없다. 눈앞에 죄인을 보지 못하다니.’그 시각 제왕부.주명취는 제왕의 침상에 걸터앉아 한 손에는 탕을 한 손에는 수저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수저로 탕을 휘휘 젓자 김이 모락모락 올라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자, 입 벌리세요!”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왕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그의 턱에는 상처가 보였다. 검붉은 상처가 있음에도 그의 얼굴은 흉악해 보이기는커녕 가련하게 느껴졌다.제왕이 손을 내밀어 “본왕 스스로 먹겠다.”라고 말하며 그릇을 뺏었다.주명취는 멍한 얼굴로 그가 꿀꺽꿀꺽 탕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마치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탕을 서둘러 마시는 그를 보고 주명취가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 있어?”제왕은 그릇을 한쪽으로 치워두고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눈빛을 피했다.“아니, 너도 다쳤는데 내 시중을 들게 할 수는 없지.”“왕야를 돌보는 게 부인으로서
주명취가 천천히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제왕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배에 얹었다.“이 아이는 장차 황자(皇子)가 될 아이야.”제왕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서 손을 홱 빼고 그녀를 응시했다.주명취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너는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야?”라고 물었다.제왕은 깜짝 놀랐다. 그는 주명취에게 이런 야심이 있을 줄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현재 그는 친왕의 신분으로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아들이라고 쳐도 기껏해야 세자다. 아직 태자로 책봉된 것도 아닌데, 뱃속의 아이를 황자라고 말하다니. “명취야, 그런 허튼 소리 하지 마!”제왕은 너무 놀라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잊어버렸다.주명취는 제왕의 반응에 뺨을 내리치고 싶었지만, 그의 몸 상태를 보며 화를 억눌렀다. 그녀는 자신이 야망도 없고 쓸모없는 사람과 혼인을 했다는 것이 한스러웠다.잠시 후 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제왕에게 다가갔다. “조부께서 너를 태자로 세우겠다고 하시며 너의 마음을 시험해보라고 하셨다. 이것이 바로 그 시험이다.”“시험?” 제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응, 조부께서는 네가 태자가 될 그릇인지. 네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고 싶어 하셨지.”주명취는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제왕은 잠시 침묵하더니 “주수보께서 생각을 많이 하셨구나. 태자 책봉은 부황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다. 참견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주명취는 속으로 비웃었다. ‘태자 책봉을 참견하지 말라고? 궁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이 태자 자리에 쏠려있다! 지금 문무백관들이 태자로 올릴 적당한 친왕을 물색 중이란 말이다. 국정에 관심도 없던 손왕마저 계획을 세우는데, 어찌 너만 이렇게 태평한 것이야!’주명취는 제왕의 태도를 보고 마음이 차게 식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넌 쉬고 있어. 난 어디 좀 다녀올게.”그러자 제왕이 놀라서 소리쳤다.“명취야!”그녀는 고개를 돌려 제왕을 보았다. 제왕은 놀란 듯 숨을 헐떡였다. “너…… 너 치마에……, 월경이 시작된 것 같
하지만 새해의 기쁨도 초 닷새 날까지뿐이었다.초 엿샛날이 되자 각 부서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다.우문호의 표정이 좋지 않다.출근 때문이 아니라 택란이 약도성에 다녀오겠다는 말 때문이다.약도성은 큰 화재 때문에 재건설을 했다.그녀는 직접 두 눈으로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게다가 형제들도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원경릉은 우문호를 하룻 밤 내내 설득하기 바빴다.곧이어 우문호는 위왕과 안왕에게 임무를 주었다. 강북부에 도착하면 즉시 그에게 보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위왕과 안왕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왕의 위치에 오르니 사람도 변한다는 사실이 와닿았다.우문호는 한 사람씩 배웅을 해주었다.하지만 아이들은 반겨 하지 않았다.그들의 삼촌을 지켜줘야 할 뿐만 아니라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문호는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옆에 있던 서일도 같이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출장 비용을 황후가 흔쾌히 내어 주기 때문이다.아이들이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역란은 자신이 벌써 열 살이라며 강조했다.나이가 어떻게 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역란아, 아바마마가 마음이 아프다.궁에 남아 나와 더 놀아주지 않겠어?”마차가 지나가고, 경단이 역란에게 물었다.“이만하면 됐습니다. 조금만 더 지내면 싫어하실 거예요.”역란이 혀를 내밀고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이 녀석아.”경단은 역란의 말에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적당한 거리가 아련함을 만든다.’마차가 천천히 성 밖을 나갔다.한편, 어서방 안.30분 전, 우문호가 냉정언에게 바둑을 두자고 불렀다.몇 판을 졌지만 우문호는 화도 내지 않고, 바둑판을 엎지도 않았다.다음 판이 또 시작되자 냉정언이 그를 말렸다.“폐하, 무슨 일이 있으시면 말씀을 하세요. 계속하셔도 저한테 질 뿐입니다.”“지지 않을 걸세!”우문호가 그를 노려 보았다.냉정언이 차를 한 입 들이켰다.“그래서 무슨 일 이십니까?”우문호의 인내심
“매화장에서 새해를 보내고 정월 초이틀에 돌아오마. 세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이니, 욕심은 부리면 안 되느니라!”원경릉이 종이에 적힌 글을 소리내어 읽었다.“매화장에 가셨다고? 혼자서 보낸다고 하시지 않았나?”우문호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매화장에 무슨 볼거리라도 생긴 걸까? 우린 초대도 못 받았는데.’“어쩔 수 없지요, 그만 갑시다.”원경릉이 말했다.그들이 자신들의 세뱃돈을 꺼냈다.돌아가려던 찰나, 다른 부부들과 마주쳤다.미색부부, 손왕 부부와 공주 부부도 온 것이다.그들의 손엔 선물을 들고 있었다.우문호는 반대로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얼굴을 붉혔다.“다들 어디가신 겁니까?”미색이 성큼 들어와 그들에게 물었다.“매화장에 가셨어.”원경릉이 종이를 내보였다.곧이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새뱃돈은 한 사람당 하나씩.”“너무 대충 준비 하셨네.”회왕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매년 새해에는 시끌벅적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그는 어젯 밤,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어딘가 부족한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찾아온 것이다.새해에 숙왕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저 멀뚱멀뚱하게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새해에 집에 있으면 새해의 느낌이 없지 않은가.’이때, 우문호가 의견을 내놓았다.“매화장에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좋아, 지금 출발 하자구나.”손왕이 서둘러 답했다.한편, 매화장 안.전 명원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그는 그저 혼자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고 싶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모두 각자 새해를 보낸 다는 소식에 그는 기뻐했다.광대짓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하지만 기쁨도 잠시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매화장을 꽉 채웠다.무상황이 나타나 노인들끼리 같이 새해를 보내자고 제안을 한 것이다.그는 공간이 넓고, 옆으로 산이 있다는 이유로 매화장을 택했다. 전 명원제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도 노인이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원경릉은 그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하기 싫은 문제였다.형제들과 다르게 그는 노화세포를 전혀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우문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다.그도 자식들의 회복 능력을 보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경릉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다.우문호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부부라서 마음이 통한 것일까.그는 그녀의 마음을 대략 읽고 있었다.원경릉은 수술을 하고 나서 전혀 늙지 않았다.일부로 어두운 색깔의 옷을 입어도 여전히 젊어 보였다.반대로 우문호는 하얀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했다.어쩌면 국가의 일을 처리하느라 노화가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그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점차 변해갔다.아직 눈가에 주름도 없고, 늙어 보이지 않지만 그는 곧 자신에게 닥칠 일이라고 생각했다.원경릉에게 주사를 맞겠다고 한 것도 그저 한순간의 충동일 뿐이다.사실 그는 그녀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하지만 몇십 년 뒤에 그녀의 인생에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생각하면 할수록 조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그는 서둘러 생각을 접었다.'지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같이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한다.'요즘들어 우문호는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자신에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다음 날, 온 가족이 숙왕부에 도착했다.그들이 일찍 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문이 닫혀 있었다.만두가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대답이 없자 우문호가 바짝 긴장했다.“무슨 일 일어난 건 아니겠지?”“제가 들어가 보겠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재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아들의 의외의 행동에 우문호가 깜짝 놀랐다.“만두가 언제 무술을 배운 거야?”원경릉은 무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그리고 혹시 몰라 다르게 답했다.“저도 만두가 무술을 배웠을 줄은 몰랐습니다.”곧이어 만두가 안에서 문을 열었
“그래, 그래. 잘 된 일이야.”우문호가 기뻐했다.곧이어 손을 뻗어 딸의 이마를 어루만졌다.“내 딸이 그래도 제일 착하구나.”“아바마마, 편애하면 아니 되옵니다.”칠성은 우문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편애라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그러고는 그의 그릇에 닭다리 하나를 올려 주었다.“자, 이건 칠성이거다.”“저희도 먹고 싶습니다!”옆에 있던 4명의 아들들이 우문호에게 그릇을 내밀었다.“닭다리는 딱 2개밖에 없구나. 칠성이에게 하나를 주었으니, 남은 하나는...”“아바마마! 저 주십시오.”택란이 그릇을 내밀었다.“어..”곧이어 원경릉도 그릇을 내밀었다.“저도 주십시오!”우문호는 한 손으로 닭다리를 잡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그릇 6개를 바라보았다.잠시 고민하고는 원경릉의 그릇에 닭다리를 올렸다.“내 아내가 고생이 많지!”그리고 서둘러 닭 고기를 집어 다른 그릇에 올려 두었다. 그는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내일 닭을 더 많이 잡으라고 해야겠구나, 한 사람에 닭다리 하나씩 먹을 수 있게 말이야.”그의 말이 끝나고 자리에는 웃음꽃이 피었다.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웃어 보였다.좋은 아버지가 되기는 쉽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다.만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바마마, 저희가 장난 좀 친 것뿐입니다.마음에 두지 마십시오.게다가 여자라고는 어마마마와 여동생뿐입니다.저희 남자형제들이 양보하는 게 맞지요.”나머지 형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큰 형의 말에 어떻게 동생들이 토를 달 수 있겠는 가.그리고 동생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바마마도 지켜 주셔야 합니다.아바마마가 저희 집안에서 제일 약한..”칠성은 닭다리를 뜯으면서 애매한 말을 내던졌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형제들이 반찬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두었다.만두가 입을 열었다.“그만 이야기하고 밥 먹어. 닭다리로도 부족한 거야?”칠성은 그의 말에 풀이 죽었다.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시 닭다리를 뜯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바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된다. 술은 19세부터 마실 수 있는 법이다.”만두는 약간 실망한 듯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 말을 따르겠습니다.”기분이 좋아진 우문호는 팔꿈치로 원경릉을 살짝 찌르며 말했다.“한 모금만 주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리다고 하기도 훨씬 지난 나이네. 집에서 한 모금 정도는 괜찮소. 밖에서는 안 마시면 되지.”경단과 찰떡도 원경릉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기만을 기다렸다.원경릉은 아이들이 모두 아빠와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걸 보며,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한 번쯤 허락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직접 아이들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작은 잔에 술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아이들은 금세 웃음을 터뜨렸다.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문호를 향해 잔을 높이며 말했다.“아바마마, 아바마마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우문호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간직한 똑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며 그는 뿌듯함과 감동이 교차했다. 그는 아이들과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그래, 부자끼리 한잔하자!”참으로 묘한 느낌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겨 있던 작은 아이들이 지금은 그와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현대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은은한 촛불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얼굴을 비췄다. 탁자 아래,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열심히 음식을 챙겨주었다. 환타가 원경릉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어마마마, 드시지요. 아바마마도 손잡지 마시고 어서 드십시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먹자, 다 같이 밥 먹자!”그녀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우문호의 그릇으로 조금 옮기며 말했다.“다 못 먹으니, 조금 먹어주시오.”우문호가 답했다.“그럼, 좋아하는 것만 먹고, 싫어하는 건 나한테 주시오.”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새우를 까서 마늘장에 찍어
다섯째는 평소 아이들의 자잘한 일들에 항상 주목했다.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다가 금세 우울해지곤 했는데, 원경릉은 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었고, 그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계란이의 길쭉한 팔다리가 앞으로 절대 키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다만 아직 클 나이에 이르지 않았다.원경릉은 예전에 아이들이 빨리 자라길 바랐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라길 바랐다. 그래야 아이들이 곁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어질 것이다.섣달그믐날 그들은 연회를 올렸다. 관례대로라면 숙왕부에서 무상황과 함께 보내야 했지만, 올해는 무상황이 미리 사람을 보내 섣달그믐날 숙왕부는 아무런 손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명을 전했다. 어르신들끼리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되어 있으니, 아이들이 와서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뜻을 전했다.다섯째는 오히려 이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동안 어르신들 앞에서 태상황으로서 위엄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대우는커녕 오히려 재롱까지 부려야 했기에, 그는 항상 처지가 곤란했었다.무상황이 사람을 보내 궁에 있는 우문호에게 각자 알아서 새해를 보내고, 올해는 함께 모이지 않기로 소식을 전했다.황태후도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친정 식구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본 적이 없다며 어린 공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다.우문호 역시 만족스러웠다. 항상 북적이는 설날을 보내다 보면, 기진맥진하게 되니 차라리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덟 식구끼리 쉴 수도 있었다.이 소식을 들은 후, 우문호는 아이와 원경릉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으라 미리 전했다. 원경릉은 원 할머니를 초대하려 했지만, 원 할머니는 한참 망설이다가 단호히 거절했다. 자주 그녀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지만 숙왕부의 어르신들과는 그런 기회가 적으니, 이번에는 그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겠다고 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의아했다. 어르신들과
추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약을 먹은 후 많이 안정되었다. 이전에 폐종양이 신경을 압박해 유발했던 통증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제는 진통제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통증이 사라졌으니, 삶의 질도 개선되었다. 추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자, 모두가 기뻐했다.숙왕부의 노인들은 갑자기 건강 관리에 눈을 뜬 것처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햇빛을 쬐기 시작했다.운동은 늘 해왔던 일이지만, 과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었다.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그들의 전담 의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외에도 식단을 짜고, 그에 따라 식사하도록 했다.다들 갑자기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의아해했다. 나중에야 그들이 회의를 열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다.그 목표는 바로 20년 후의 북당을 보는 것이었다. 안풍친왕과 무상황이 말하길, 20년 후의 북당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북당은 그들 심혈을 기울여 온 나라니, 더 나은 북당을 보기 위해 기꺼이 노력하고자 했다.원경릉과 우문호는 마음이 놓였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보물이 있는 것과 같고, 나라에 이런 노인들이 있다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문호는 걱정 없이 북당을 힘차게 이끌 수 있었다.그렇게 북당의 경제 발전이 최우선 순위에 놓였다.이리 나리는 나라의 발전을 지휘하는 사람으로서 이전의 여유로운 삶을 지낼 수 없었다.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산업마다 노조를 설립하였고, 각 노조는 나라의 법에 따라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주변 나라와 장사를 하며 자원을 구매했다.지금 우문호와 이리 나리는 약도성의 철광에 목표를 맞추고 있었다. 북당의 철광 자원은 충분하지 않아 그동안 계속 구매해 왔었다. 하지만 금속은 수출량이 제한적이었기에, 이를 극복하려면 자원을 개발해야 했다.약도성의 철광은 매우 풍부했다. 조사 결과, 금나라와 접경한 산맥 외에도 다른 광산 자원이 발견되었다.
미색은 몰래 원경릉에게 말했다.“이 방법은 왕비 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면 안 되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약한 자는 괴롭히지만, 강한 자에게는 굴복한다고 하셨지요.”원경릉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 같았다.이틀 후, 원경릉은 청우헌에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왕비가 사람을 보내 약이 도착했으니, 원경릉에게 추 할머니의 방으로 오라고 전했다.원경릉은 급히 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왕비와 다른 두 사람이 추 할머니의 침대 옆에 있었다.두 사람은 현대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짧은 머리에 센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잘생긴 생김새에 이리 나리와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깨끗하고 강인한 기운을 느낀 원경릉은 그가 현대 군인임을 직감했다.그리고 여자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고 외모가 왕비와 매우 닮았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단정하고 유능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도 역시... 군인처럼 보였다.두 사람의 강한 기를 보아, 계급이 낮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그들이 왕비의 두 자녀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소 흥분했다.그 순간, 왕비가 담담하게 한 마디 소개했다.“이쪽은 나의 아들 진예와 딸 진리다.”원경릉의 흥분된 마음은 단번에 깨져버렸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 악수하였다.“안녕하십니까? 저는 원경릉이라고 합니다...”세 사람은 악수하며 웃었다.“들어봐서 자네를 알고 있네.”“정말입니까? 그럼 제가... 삼촌과 이모라고 불러야겠습니다.”원경릉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호칭은 중요하지 않네!”진예가 말했다.“약을 갖고 왔다.“왕비가 원경릉에게 귀띔해 주었다.“예, 알겠습니다. 어디 보지요!”원경릉은 서둘러 돌아서서 약을 확인했다. 약은 한 상자 가득했고, 반 해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약이기에, 그녀의 약 상
추 할머니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무거워졌다.사실, 추 할머니는 이미 연세가 많고, 그동안 몸이 계속 좋지 않아 치료를 반복하는 것에 지쳤을 것이 당연했다. 오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아마도 추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과 이별하기 싫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다.원경릉은 그저 새로운 약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녀 또한 평생을 함께해온 이들이 드디어 모였을 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기를 바랐다.아마도 지금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아름답고, 걱정 없이, 짐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요즘 미색도 자주 숙왕부에 들러 작은 일들을 도와주고, 어르신들을 돌보며 노력했다. 미색은 오기 전, 손왕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유했지만, 손왕비는 무상황을 겁내며 오려 하지 않았다.그는 미색에게 원경릉은 이제 더 이상 초왕비나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황후로서의 신분을 지키며 조심해야 하며, 혼자서 궁 밖으로 자주 나가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한다고 당부하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손왕비의 말은 선의였지만, 미색은 늘 그래왔듯 그녀를 반박했다."신분이라니요? 신분으로 따지면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황후 못지않게 귀한 분들입니다!"숙왕부에 도착한 미색은 이 말을 원경릉에게 그대로 전했다.원경릉은 듣고 웃으며 말했다."둘째 형수도 선의로 말한 것이오. 하지만 자네의 말도 맞소. 신분이 뭐가 중요하오? 신분으로 따지면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황후는 그저 자리일 뿐, 결코 내 영광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전적으로 동의합니다!"미색이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회왕비였지만, 황실의 신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대흥 군주라고 여기지 않고 늑대파 출신이라고 자처했다. 그녀는 험난한 강호에서 버틴 사람으로서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미색은 앞으로 손왕비에게도 일을 시작하라고 권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