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그렇게 많은 말을 했다.눈물도 쉴 새 없이 흘렀다.육민이도 옆에서 보는 게 가슴이 아파왔지만 아빠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엄마도 아빠와의 이별을 견딜 수 없듯이 육민도 마찬가지였다.육민은 묵묵히 자신의 눈물을 훔쳤다.엄마가 이미 상처를 많이 입었기에 더 이상 상처 입는 걸 바라지 않았다.“엄마.”소이연은 육미의 부름에 눈물을 닦았다.“의사가 면회 시간 다 됐대요.”육민의 말에 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육현경의 창백한 얼굴을 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녀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떠났다. 누구도 침대 위의 그가 손가락을 떠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그들이 중환자실 밖으로 나오자 천우진이 기다리고 있었다.천우진은 상처가 깊지 않아 휠체어에 탈 필요가 없었지만 여러 군데 상처가 많아 의사는 아무 데도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여긴 왜 온 거예요?”“병실에 가니 없어서 여기 와 봤어요.”“무슨 일 있어요?”“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말을 마치고 천우진은 덧붙였다.“심문헌이 왔어요.”그런 그를 소이연은 바라보았다.“네, 제가 알렸어요.”천우진은 사실대로 말했다.그의 의도는 명확했다.그는 심문헌과 소이연을 다시 이어주고 싶어 했다.임아영이 이번 사고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고 소이연과 루카스가 이와 연관이 있기에 임씨 가문을 건드리게 될 것이다.그래서 천우진은 소이연이 심문헌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되었다.루카스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들을 구했다고 해도 루카스는 그녀에게 어려움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되었다.소이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천우진의 생각은 그녀도 이미 했었다.자신을 잘 대해주는 사람을 질책할 이유는 없었다.그들이 함께 병실로 돌아가자 초조하게 소이연을 기다리는 심문헌을 마주했다.교통사고가 났다는 천우진의 메세지를 받은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천우진의 신분이 신분인 만큼 아무런 매체도 발표하지 않아 내부인들 빼고는 아무도 그들의 상황을 몰랐다.병실 문을 열자
“그럼 됐어요.”심문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물었다.“어쩌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왜 이렇게 자주 사고가 나요?”소이연은 자주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다.저번에 교통사고가 난 건 심문헌과 함께였다.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앉아서 얘기해요.”천우진의 목소리를 듣자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둘이 같은 차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당신은 상처가 적어요? 이연 씨를 보호하지 않은 거예요? 오빠 아닌가요?”심문헌은 괜히 모든 기분을 천우진에게 풀었다.“교통사고는 갑자기 일어났어요. 몇초도 안 돼서 아무 정신이 없었어요.”소이연은 천우진을 변호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누구의 보호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차에 있었다면 당신을 보호했을 거예요.”심문헌은 강경하게 대답했다.“우리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말하네요.”이번엔 그녀도 심문헌보다 적게 다치지 않았다.“그땐 당신을 사랑하기 전이잖아요.”심문헌은 해명하며 우물쭈물 말했다.“그때 교통사고가 우리를 맺어 준 거죠. 내가 그때부터 당신을 좋아하게...”“그만해요.”소이연은 그의 말을 끊었다.“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런 얘기는 하지 말죠.”심문헌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소이연은 못 본 척하며 천우진을 돌아보았다.“이번 교통사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천우진이 소이연을 찾아온 것도 그녀와 교통사고의 일을 얘기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심문헌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심문헌은 메세지를 받자마자 달려왔을 것이다.소이연에 대한 마음은 정말 대단했다.소이연은 심문헌을 바라보았다.그에게 피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다.심문헌도 정치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 소이연의 앞에서 멍청한 척 하지만 사실 엄청 세심했다. 그러니 그녀의 뜻을 금방 알아차리고 일어섰다.“괜찮아요. 그와 관련은 없어요.”천우진의 대답에 심문헌은 의구심이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소이연도 천우진이 심문헌에 대한 빠른 태도 전환에 놀랐다.그녀가 아직 심문헌과 함께 하지도
시간 차이로 인해 소이연은 이 사건이 임아영과 관련이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다.“당신의 말에 동의해요.”“아까 한 말은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천우진의 말에 소이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천우진은 그녀에게 육현경이 반드시 임아영과 결혼할 거라 말한 것이다.그녀는 가슴은 아파왔다. 자신이 이런 날을 맞이하게 될 줄 몰랐다.“임아영이 아니면 한 사람밖에...”천우진은 다시 화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천씨 가문의 사람이죠.”심문헌은 옆에서 눈을 크게 떴다. 이 둘은 정말 자신을 집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비밀내용을 털어놓았다. 그 모습에 심문헌은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천우진이 좋아졌다.“이 사람이 할아버지를 해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소이연의 말에 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그 사람에 영향을 끼친 건가요?”“할아버지의 유언이 당신과 관련되었나요?”천우진의 추측에 소이연은 가슴이 살짝 떨려왔다.그녀는 꿈에도 천씨 어르신의 유언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할 거로 생각지 못했다.천씨 어르신이 자신에게, 더욱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어머니에게 빚을 진 것을 알았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돈을 좀 쥐어주거나 관심을 줄 거라 생각했다.단순히 돈을 쥐여준다면 자신을 죽이러 오지 않을 것 같았다.소이연은 지금 감정이 복잡했다.원래 그녀는 천씨 가문에 대한 감정이 옅었고 더욱 깊게 발전하기 싫었다. 지난 일들은 사람을 더욱 속박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음이 이미 너무 힘들었기에 더 이상 부담감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제멋대로 할 수 없었다.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만 생각하면... 그녀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부담감이 그녀를 짓눌러 숨을 쉬기 어려웠다.“우리가 잘못 생각했어요.”“그 사람의 목표가 할아버지라고 생각해서 할아버지의 주위만 엄밀히 경호했는데 당신이 목표였다니.”천우진의 말은 소이연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그래서 이렇게 큰
천우진도 자신의 병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심문헌은 자연스레 소이연의 방에 남아 그녀를 돌봐주었다.“심문헌 씨.”천우진이 그를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죠?”“저녁은 어디서 묵으실건가요?”“병원이죠. 이연 씨가 있는 곳이 제가 있을 곳이에요. 몸이 불편한데 제가 돌봐야죠.”심문헌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호텔로 돌아가세요.”천우진은 강경하게 말했다.“저기요, 천우진 씨...”“그렇게 해요.”“이연 씨랑 같이 못 있게 하려는 거죠?”“남녀가 엄연히 다른데 같이 밤을 보낼 수는 없죠.”심문헌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천우진은 지금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심문헌은 병원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그럼 당신 병실에 가서 잘게요.”“...”“거절하지 않을 거죠?”“마음대로 해요.”심문헌의 말에 천우진은 어이가 없어 답을 뱉고 떠나 버렸다.심문헌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꼈다.‘내가 당신을 당해내지 못할 줄 알고?’소이연은 당당한 심문헌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우며 잠을 청했다.눈을 감자 육현경의 모습이 아른거렸다......한편 중한자실에서 육현경은 이미 깨었다.그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았다.깨어나니 많은 것이 변했다.전신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자 일반 VIP실로 옮겨졌다.임아영도 고비를 넘기고 깨자마자 육현경을 만나려고 했다는 소식에 그는 병실로 찾아갔다. 그들의 병실은 맞닿아 있었다. 임씨 가문이 그녀가 육현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이미 손을 쓴 것이다.임아영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연약한 몸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그녀는 들어오는 루카스를 보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루카스...”힘이 없었기에 목소리가 낮아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있는 힘껏 불렀다.“네.”“그래도 당신이 괜찮아서 다행이에요...”임아영은 눈물을 흘렸다.“아영아, 왜 또 울어.”임아영의 아버지는 그런 딸을 질책했다.“몸이 겨우 괜찮아졌어.
병실에는 임아영과 육현경 둘 뿐이었다.임아영은 손을 뻗어 육현경을 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는 침대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당겨지지 않았다.육현경은 침을 삼키더니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 모습을 임아영은 이상하게 바라보았다.“루카스?”예전에 루카스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거절하지도 않았다.지금 그녀는 루카스가 어느 때보다 낯설었다.마치 낯선 남자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그의 눈빛도 너무나 낯설었다.“루카스?”임아영은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산소호흡기를 낀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져 경고음이 울렸다.육현경은 결국 그녀에게 걸어가 손을 잡았다. 손을 잡자 그녀의 심작박동이 잦아들어 정상으로 회복했다.“루카스, 살아 있었네요.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당신이 없으면 저는 살아갈 수 없어요.”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도 육현경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왜 그래요?”임아영은 워낙 예민하여 그의 이상행동을 금세 알아차렸다.루카스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소이연 때문에 그녀와 헤어지고 싶었어도 이렇게 냉정하게 대한 적은 없었다.그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도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나 지금의 루카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였다.그녀가 그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그는 감동하지 않는 건가?이럴 수가 없었다.그녀는 루카스가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그의 손을 힘껏 잡았다. 그 힘을 느낀 육현경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내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요?”임아영은 먼저 입을 열었다.“어때요?”육현경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소리만 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의사 선생님이 심장은 다치지 않았지만 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심장도 문제없으면 퇴원할 것 같아요.”“우리 결혼식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육현경의 눈빛에서 기쁨을 읽은 임아영이였지만 모른 척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거절했어요.”“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어쩌면 임아영에게 감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주지 않으면 냉정하게 내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주저 없이 위험 앞에서 그를 살려주어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묶이게 된 것이다.그러나 그녀를 허락한다면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전부 포기해야 할 것이다.머릿속에는 계속 소이연이 떠올랐다.마음은 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그렇다. 그는 기억을 되찾은 것이다.어느 순간,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다.그의 본명은 육현경이고 뼛속까지 소이연을 사랑하는 남자였다.깨어나니 그는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 있었다.그와 심아윤은 폭탄이 설치된 보트를 탔었다. 그는 보트에 올라 소이연과 육민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반격했다.심아윤은 양심에 찔려 보디가드와 같이 죽지 않았다. 그리하여 보트에 오른 사람은 그들 둘밖에 없었다.그러나 심아윤의 죽을 결심은 너무 확고했다.그가 보트에서 떨어질 때 폭탄이 폭발하여 그 충격으로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었다.그가 다시 깨였을 때는 이미 낯선 병원에 누워있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가족들은 모두 낯선 타인으로 되었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진정한 타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왜 그들의 아들이 된건지... 그는 알수 없었다.며칠 후 서울에서 임아영과의 결혼식에서 물어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다.“루카스.”임아영은 다시 그를 불렀다.그를 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평생 당신을 사랑할게요. 당신은 곧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좀 쉬어요.”육현경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녀도 더 이상 그를 잡지 않았다.지금 루카스는 과도하게 몰아세울 필요가 없었다.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소이연의 교통사고가 그녀와 루카스를 이어주고 있었다.그녀는 루카스가 결혼을 후회할까 봐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자신의 자살 시도가 루카스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지 몰랐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잘 되었다.루카스는 임아영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그녀를 버린다면
육현경은 결국 임아영의 병실에서 나왔다.떠날 때 임아영은 잠결에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아 육현경은 큰 힘을 써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임아영이 깨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고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의 걸음은 천근처럼 무거웠다.3년이란 시간이 그에게는 한 차례 꿈만 같았다. 꿈에서 깨면 일어났던 모든 일에서 그는 도망갈 수 없었다.그는 한 병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춰섰고 소이연이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앉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육민은 옆의 컴퓨터에 코딩을 치다가 소이연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엄마?”“난 괜찮아, 할 거 해.”소이연은 아직 문 앞의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육민에게 말했다.소이연은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였지만 사실 잠에 들 수가 없었다.마음속에 일들이 너무 많아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그러나 휴식을 하면 할수록 잡념이 많았다.그래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육현경을 보러 간 것이었다.그녀는 지금 매 순간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휠체어를 밀고 나가려던 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잠이 든 심문헌을 발견했다.그의 얼굴은 피로감이 가득했다.그는 정말 소이연이 마음이 약해 질만큼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줬다.그녀가 자신의 침대에서 큰 힘을 들여 이불을 가져 와 심문헌에게 덮어주었다.심문헌은 움직임을 느끼고 중얼거렸다.“이연 씨, 무서워 하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이연...”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이승에서 그녀가 빚을 진 사람은 아마 심문헌일 것이다.그래서 더욱 그의 진심에 답할 수 없었다.그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 소이연은 문 앞으로 다가가려 몸을 돌린 순간 육현경을 마주쳤다.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본 거라고 생각해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때 육민이 그들의 적막을 깨뜨렸다.“루카스, 일어났어요?”육민은 흥분하여 육현경에게 달려 나갔다.그런 육민을 육현경은 바라보았다.3년의 시간이 흘러 육민은 많이 자랐다.“그래, 깼
“의사가 최대한 걷지 말라고 해서 병실로 돌아갈게. 괜찮다고 말하려고 온 거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육현경이 돌아서려하자 소이연이 그를 불렀다.“루카스.”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몸이 떨렸다.사실 그는 그녀가 누군지 생각이 났다. 침대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이렇게 빨리 깰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을 인정하기 두려웠다.“데려다줄게요.”육현경이 거절하기도 전에 그녀는 휠체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둘은 침묵을 지키며 병원 복도에서 천천히 걸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너무 침울했다. 둘은 육현경의 병실 문 앞에서 멈췄다.그가 뒤돌아 소이연의 창백한 얼굴과 몸의 곳곳을 뒤덮은 붕대를 쳐다보았다.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힘껏 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나한테 정확한 답을 줘요.”소이연의 직설적인 말에 육현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가 남을 강요하는 성격이 아님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깨지면 이성적으로 물러남을 선택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임아영과의 결혼을 선택하자 소이연이 자신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뒤돌아 떠날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렇듯 잔인한 방식을 선택했다.육현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와 소이연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그가 그녀를 사랑할 때 그녀는 도망가고, 그녀가 그를 받아들일 때 그는 “죽었다”. 그리고 소이연이 적극적일 때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생겼다...그들은 정말 인연이 아니란 말인가?“날 좋아하는 거 맞죠?”소이연은 그가 답하기도 전에 또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육현경과 다른 여자의 결혼은 사랑이 있어야 했다.그녀는 노력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의미 없는 고집과 거짓보다는 육현경을 잃는 것이 더욱 무서웠다.그래서 모든 존엄과 원칙을 던져버리고 그를 적극적으로 쟁취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