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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널찍한 회의실에는 은하 그룹의 주요 임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나은은 연단에 서서 취임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문뜩 입구에 서 있는 소이연을 발견하고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회의실 맨 앞줄 센터에 앉은 소승영은 소나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봤다.

소이연의 모습에 소승영도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하의 모든 직원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소승영은 혐오에 가득한 표정으로 소이연에게 다가갔다.

"네가 어떻게 이곳에?!"

"우리 엄마가 세운 회사에 제가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요?"

소이연이 되물었다.

소이연의 포스는 전혀 소승영에게 밀리지 않았다.

"너랑 다투고 싶지 않으니 당장 나가. 너한테 낭비할 시간 없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소승영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소이연은 소승영의 말을 뒤로하고 곧장 회의실로 들어갔다.

소이연이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는 모습에 소나은의 눈빛은 악독하게 변했다. 그렇지만 이내 표정 관리를 하며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언니, 어떻게 왔어? 날 축하해 주러 온 거야? 너무 기쁘다."

소이연은 소나은이 배우가 되지 않는 것이 정말 아쉽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소나은의 가식적인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임원들 앞에서 서류를 꺼내 말했다.

"안녕하세요, 소이연이에요. 오늘 저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은하 그룹을 승계받으러 왔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은하 그룹을 관리해 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장내가 술렁였다.

“뭐라고?!”

“은하 그룹이 소이연 거라고?!”

“그럼, 회장님과 소나은은 어떻게 된 거야?!”

소이연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놀라움을 개의치 않고 말했다.

"오늘부터 은하 그룹은 제가 책임집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말을 끝내고,

소이연은 허리를 굽혀 직접 은하 그룹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했다.

어색한 표정으로 서 있는 소나은의 손에는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인사말이 들려 있었다. 소이연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녀는 순식간에 모두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원래대로라면, 오늘은 그녀가 정식으로 은하 그룹의 대표가 되는 날이다. 하지만 소이연은 그녀를 한 방에 보내버렸다!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소나은은 자기가 원하는 건 다 가졌고, 항상 소이연이 낭패를 보고 물러났다.

소나은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혹시...... 돈 필요해?"

소이연은 쌀쌀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소이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나은이 얼른 덧붙였다.

"언니, 화내지 말고 들어. 왜 여태 회사에 관심 없다가 갑자기 승계받으려는 거야? 서인이 오빠가 그러는데 언니 그날 언니 구해준 소방관이랑 만난다면서? 혹시 무슨 일 생겼어?"

소나은의 말에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소이연이 이렇게 싼 여자인가? 남자 때문에 돈을 얻어가려고 이런 쇼를 벌이는 거라고? 뻔뻔스럽기도 하지.

소승영은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서 말했다.

"10억 줄 테니 먹고 떨어져! 다시는 은하 그룹에 나타나지 마,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소승영의 말 한마디에, 임원들은 소이연이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했다.

소이연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

그 와중에도 소나은은 소이연에게 십억 원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는 기분이 언짢았다. 그녀는 소이연이 돈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회사를 얻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했다.

"언니, 돈이 필요하다면 내가 당장 줄게. 하지만 돈 때문에 남자들이랑 복잡하게 엮이지 마."

"소나은, 네가 네 형부를 유혹해 빼앗아 간 걸 잊었어?"

"언니, 나랑 서인이 오빠는 결백해......"

소나은은 소이연에 의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와 문서인의 일은 당연히 폭로되어서는 안 된다.

소씨 가문과 문씨 가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게 뻔하다.

"소이연 그만해! 여기서 시비 그만 걸어."

소승영은 옷에서 수표를 꺼내 재빨리 숫자를 적었다.

"일단 이억 줄게, 당장 꺼져. 나머지 팔억은 양도서에 서명하면 줄게!"

소승영은 사람들 앞에서 소이연에게 직접 수표를 던졌다. 수표는 그녀의 발에 떨어졌다.

소이연은 그 수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그래도 힘겹게 몸을 굽혀 수표를 주었다.

소나은은 옆에서 냉소를 금치 못했다.

‘고상한 척하기는?!’

‘돈만 보면 아주 환장하지.’

소이연은 수표를 손에 쥐고 차가운 눈빛으로 소승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수표를 갈기갈기 찢어 소승영에게 던졌다.

"은하 그룹의 매년 순이익은 이십억이 넘죠. 그리고 시가총액이 수백억에 달해요. 그런데 십억을 주겠다고 큰소리치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소승영은 따귀를 맞은 듯 얼얼했다.

소이연은 소승영에게 한치의 체면도 남겨주지 않았다!

소나은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이연이 이렇게 잘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루 시간 줄 테니 정리하고 회사에서 나가요."

소이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후과는 본인이 책임지세요."

......

소나은의 취임식은 소이연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무실로 돌아온 소나은은 눈물 콧물 짜가며 울었다.

"아빠, 언니랑 강도랑 뭐가 달라요?! 우리가 그동안 들여온 공이 얼만데, 이렇게 쉽게 빼앗긴다고요? 난 받아들일 수 없어요......"

소승영 소이연의 행동에 뚜껑이 열렸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아무리 수단을 쓴다 해도 나한테 덤비기엔 아직 애송이야! 그렇게 욕심난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기필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할 거야!”

소승영의 말에 소나은은 눈물을 멈추고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소이연의 모든 걸 빼앗아 줄꺼야..

가족, 명예, 남자, 재산...... 소이연은 절대 내 상대가 아니야!’

......

육씨 그룹, 펜트하우스에 있는 대표 사무실.

이백칠십도 파노라마 창으로 장안시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이트와 블랙 그리고 그레이로 된 인테리어는 엄밀하면서도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이명진 실장은 최근 업무 스케줄을 보고했다.

"삼십 분 뒤 이사진 회의가 있는데, 회장님이 무조건 참석하시래요."

육현경은 가볍게 답했다.

오늘은 그의 첫 출근이었고 이명진은 그가 해외에서 데려온 사람이다. 이명진은 그보다 한 달 일찍 육씨 그룹에 들어가 회사의 운영 상황을 파악했다.

"이사진 정보는 다 정리했어?"

"네, 다 정리했어요."

이명진은 이사진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육현경 앞에 공손히 놓았다.

육현경은 서류를 들어 확인했다.

그의 뒤에 서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이명진이 입을 열었다.

"오늘 소이연 씨가 은하 그룹을 승계받으러 갔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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