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모두들 일어나서 인사하며 구택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구택은 여러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눈빛은 소희에게서 잠시 멈추었고, 다시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마침 시간이 있어서 와 봤어. 나를 상관하지 말고 계속 상의 해!"그들은 모두 구택이 은서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온 줄 알았고, 은서도 눈웃음을 참지 못하고 일부러 친한 척하며 그에게 말했다."바쁘지 않니?""아니야!" 구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계속 진행하지!"주 감독은 설계원고를 구택에게 주었고, 구택은 뒤적거리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회의실이 점점 조용해지자 다른 사람들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낮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윤미와 민아 등에게 눈길을 주었다.마지막에 주 감독이 입을 열었다."몇 명의 디자이너의 설계도를 모두 봤는데, 작은 문제가 하나 있네요."소연은 손바닥에 땀이 났고 인차 몸을 곧게 펴고 눈꼬리는 윤미와 소희의 방향을 힐끗 보았다."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온옥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거 봐요!"주 감독은 두 개의 디자인 원고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완곡하게 입을 열었다."스스로 한 번 봐요, 이 두 디자인 원고 안에 몇 벌의 옷이 거의 똑같은데, 두 디자이너가 호흡이 너무 잘 맞는 거 아닌가요?"윤미와 민가는 설계 원고를 가져왔는데, 바로 그들 두 사람의 설계원고 중 3장이 같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윤미와 민아는 은근히 놀라서 분분히 머리를 돌려 자신의 조수를 보았다.공교롭게도 이 세 장의 설계 원고는 모두 그녀들의 조수가 한 것이다.소연은 민아의 눈빛을 보고 즉시 늠름한 얼굴로 말했다."내 원고는 내가 스스로 만든 거예요."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 감독 등을 향해 웃었다."나의 설계 원고는 내가 스스로 한 거라 절대 다른 사람의 것을 참고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죠!"윤미는 침묵을 지키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 앞에서 서로 책임을 미루면 남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여긴 경찰서가 아니었으니 아무도 나서서 그녀를
민아는 즉시 긴장해진 채 주 감독을 바라보았다.주 감독은 사실 윤미의 디자인이 더 좋다고 생각했지만, 은서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완곡하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비록 세 장의 비슷한 설계도를 만들었지만, 다른 세 장만 비교하면 민아 디자이너의 것도 괜찮은 것 같군요. 그러나 윤미 디자이너의 주얼리와 치파오의 배합이 더욱 눈에 띄는 것 같네요."소희가 디자인한 치파오에 윤미가 디자인한 주얼리를 더하니 두 사람의 호흡은 놀라웠다.다른 의견이 나오자 주 감독은 각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말하라고 했다.영미는 슬기더러 자신을 대표하라고 했다. 슬기는 그 시대 서방문화가 이미 민국의 명원이 추앙하는 조류로 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동서양 결합의 특색을 말했다.주 감독은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지만, 서씨 자매는 모두 외국으로 유학가지 않았기 때문에, 양복에 대한 수용 정도는 민슬기 양이 생각하는 것만 못할 거 같네요."슬기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영미는 차가운 눈으로 슬기를 힐끗 쳐다보고는 그녀를 앉혔다.그후 소연은 민아를 대표하여 자신의 창작 생각을 말했다. 그녀는 극본의 시대, 인물 성격으로부터 출발하여 아주 깊이 있게 말했고, 극본을 전심전력으로 연구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은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네요!"소연은 민아와 눈을 마주치고 눈에는 약간의 득의를 드러내며 주 감독과 은서에게 감사를 표한 후 자리에 앉았다.윤미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이 몇 부의 설계 원고는 모두 나의 조수 소희가 설계한 거예요. 그녀더러 창작 생각을 말하라고 할게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소희에게 시선이 떨어졌다. 소희는 젊고 앳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디자인에서 이렇게 성숙하고 날렵하여 이미 독립적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니.구택도 의외인 듯 소녀를 뚫어지게 바라
윤미는 일어나서 악수를 하며 감격에 겨워했다."이것은 우리의 영광이에요. 앞으로의 주 감독님의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온옥도 일어나 북극 작업실을 대표해 영화 측과 계약을 맺었다.윤미는 돌아와서 눈웃음을 지으며 소희에게 손을 내밀었다.소희는 손을 들어 가볍게 그녀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주 감독 등은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약속했고, 온옥은 계약을 한 후 작업실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소희는 나온 후 구택의 문자를 받았다.[가지 말고 1층에서 기다려요.][무슨 일 있어요?] 소희가 물었다.[축하해주려고요. 우리 자기가 디자이너의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니까요.]소희는 핸드폰을 보고 웃었다. [저녁에 축하해요. 지금 윤미 언니랑 먼저 작업실로 돌아가야 해요.]"소희야, 빨리!" 윤미는 소희가 몇 걸음 뒤처진 것을 보고 멈춰서 그녀를 재촉했다."가요!" 소희는 대답하고는 구택에게 답장했다. [먼저 작업실로 돌아갈게요.][저녁에 데리러 갈게요!][네.]북극 작업실 사람들이 떠나자 구택도 전화를 받고 나갔는데, 마치 그가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디자이너가 도대체 누구인지에 불과한 것 같았다.이연은 구택의 뒷모습을 힐끗 보고는 특별히 은서의 표정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은서는 안색이 다소 어두워진 채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설계원고를 뒤적였다.옆에 있던 주 감독은 디자인 원고를 보며 웃었다."그 조수는 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이렇게 성숙하고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줄은 몰랐어."그는 말을 마치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설계도들을 자세히 보더니 놀라서 은서에게 말했다."은서야, 이 설계도들을 좀 봐, 약간 king의 스타일 같지 않니?"은서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어 건성으로 말했다."많은 디자이너들이 king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주 감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하긴!"디자이너는 이미 확정되었으니 주 감독도 다른 생각하지 않고 설계원고를 한쪽에 놓고는 다음 일을 계속하기
소연은 아래층에서 올라와 손에 설계원고를 들고 분노한 표정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 너는 이 일이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온 총감독님, 여러 디자이너들 앞에서 나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니?"소희는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무슨 설명?"민아는 가슴을 안고 냉소했다."발뺌 하긴. 우리의 디자인 원고 중 세 개가 똑같은데, 다시 한번 말해봐, 그 디자인 원고는 네가 한 거야, 아니면 윤미가 한 거야?"영미는 비웃었다."이 일을 깜박했네!"그러게, 소희가 어떻게 그렇게 성숙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어!소희는 눈빛이 맑고 차가웠다."내가 한 거예요!""네 자신이란 것을 인정하면 돼!" 소연은 얼굴이 늠름하여 고개를 돌려 온옥을 바라보았다."온 총감님, 소희가 나의 설계원고를 표절했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거죠?"온옥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작업실은 이런 악랄한 행위를 절대 허용하지 않으니 당연히 중벌해야 하지!”슬기는 옆에 서서 비웃었다."어쩐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전문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 했더라니, 표절이었구나! 그럼 명달 광고에게 준 모델 스타일링도 잘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윤미는 소희를 한 번 보더니 표정이 복잡해졌다."소연, 너는 무슨 증거로 소희가 너를 표절했다고 하는 거지?""당연히 증거가 있죠!"소연은 분개한 표정으로 말했다."윤미 언니도 소희에게 속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곧 증거를 꺼내 당신들에게 소희가 표절했다는 것을 증명 할 거예요!”윤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증거?"소연은 자신있게 말했다."우선 표절한 사람을 어떻게 징벌할 것인가를 묻고 싶은데요?”온옥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표절한 사람은 자연히 작업실에서 쫓겨나야 하고 주 감독님이 선택한 디자이너도 다시 바꿔야 하지!”민아는 소연을 보고 격동되어 말했다."소연아, 무슨 증거 있으면 빨리 꺼내!»소연은 손에 든 USB를 들고 차갑게 말했다."증거가
소연은 눈빛이 번쩍였지만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그래요!"온옥은 안색이 차가운 채 아래층 감시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인차 누군가가 완전한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냈는데 화면 속 소희는 확실히 전화 한통을 받고서야 소연의 책상에 다가갔다.서랍 안이 주소인지 도안인지는 카메라 각도 문제로 소희의 그림자가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소연은 급히 말했다."소희가 내 디자인 원고를 훔쳐보기 전에 미리 변명을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하는 모습을 보인 게 틀림없어."윤미는 그녀를 힐끗 보았다."그럼 소희는 정말 대단하네. 표절하기 전에 완전한 준비를 하고 또 전화로 우리를 속이려고 하다니. 만약 그녀가 그렇게 치밀했다면, 왜 CCTV가 있을 줄 몰랐을까? 모순되잖아."민아는 냉소했다."전화가 중요한가? 내 생각에 더 중요한 것은 소희가 확실히 소연의 서랍을 뒤져 그녀의 설계 원고를 보았다는 거라고. 이것이 관건이지!"윤미는 화가 났다."그럼 서랍 안에 소연의 설계 원고가 있다는 증거가 있어?"민아도 화가 났다."윤미, 이럴 때 표절한 사람을 수호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넌 소희와 공모자일 수 있으니까!"윤미는 얼굴이 붉어졌다."소희가 설계원고를 찍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그 모든 것은 너희들의 일방적인 생각이야. 너희들 뭐라해도 난 소희를 믿어. 우리는 결백하다고!""사실 논쟁할 게 뭐가 있어!"영미가 말을 이었다."디자인을 배우지 않은 학생이 이런 설계 원고를 그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어? 윤미야, 넌 믿니?"이만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 사람들이 자신과 소희가 뽑힌 것을 질투해서 지금 모두 그녀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온옥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자, 너희들은 디자이너이지 시장에서 마구 욕설을 퍼붓는 아줌마가 아니야! 이 일은 매우 심각하니 나는 이미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와서 판결을 내리도록 하자!"진석이 온다는 말을 듣자 모두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소연은
온옥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연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서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울먹였다."사장님, 소희는 내가 만든 설계원고를 표절하고 영화 복장 디자이너의 경선에 참가하러 갔어요. 결국 나와 민아 언니는 떨어졌고요. 우리에게 공정을 되찾아 주세요!”진석은 소희를 한 번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소희가 네 설계 원고를 표절했다고?"소연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네!"진석은 입술을 살짝 구부리며 의미가 불분명한 표정을 짓더니 소희를 바라보았다."이런 일이 있다고?"소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온옥이 말했다."CCTV를 보면 확실히 소희가 소연의 설계 원고를 훔쳐본 것으로 보여요.”윤미는 즉시 말했다."사장님, 그것은 당시 소연이 전화를 걸어 소희에게 서랍 안의 주소를 찾아달라고 해서 그래요. CCTV에는 서랍 안에 설계 원고가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 이 안에 틀림없이 음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음모는 무슨?" 민아는 냉소하며 말했다."무슨 드라마 찍어?"많은 사람들이 진석이 말을 하기를 기다릴 때,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소희를 바라보았다."밥은 먹었어요?"모두들, "..."지금 이것을 물어볼 때인가?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이 일 때문에 아직 밥 먹으러 가지 못했어요.""배고프죠?" 진석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조수에게 말했다."점심 주문 좀 해줘."그의 조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진석은 왜 이렇게 소희를 관심하는 것일까? 지금 표절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진석은 많은 사람들의 경악을 알아차린 듯 담담하게 설명했다."그녀는 위가 좋지 않아서 제때에 밥을 먹어야 하거든.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처리하자!"그는 의자에 앉아 냉담하고 담담한 태도로 소희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혼자 해결해요, 해결한 다음 빨리 밥 먹고요!"표절 의혹에 진석까지 기다렸으니 소희는 확실히 위가 아팠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
영미는 이상함을 느끼며 말했다."왜 네 설계도는 왜 다시 재생할 수 있지?"윤미는 이미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이건 소희의 친구가 업데이트 해준 건데 많은 강력한 기능을 추가했어. 전에 내가 설치해줄까 물었는데, 너는 필요 없다고 말했지."영미는 자세히 생각하더니 확실히 이런 일이 있었다.소희도 미연에게 부탁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지금 자신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줄 줄은 몰랐다!윤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자, 이제 다 알겠지! 도대체 누가 표절했는지도 다 알 거 같아!"민아는 안색이 난처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소연을 보고 차갑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소연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마음속으로 당황하면서도 미워했다. 원래 소희의 컴퓨터는 제도 과정을 재생할 수 있었다니. 그렇다면 그녀는 왜 처음에 말하지 않고 진석이 온 후 다시 내놓는 것일까.그녀는 당황하여 민아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요.""몰라?" 윤미는 노발대발했다."분명히 네가 소희의 것을 표절했고, 또 고의로 그녀를 모함했잖아! 오늘 뽑힌 사람이 우리라서 넌 튀어나와 소희의 표절을 비난했고, 만약 선택된 사람이 너였다면, 넌 엄청 기뻐하겠지? 그리고 또 소희를 모함할지도 모르고. 심보가 고약하군!"소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하게 울었다."아니에요, 나는 정말 소희를 표절하지 않았어요! 나는 오늘에야 우리의 설계 원고 중 세 폭이 같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CCTV를 찾아보았는데, 소희가 나의 서랍을 움직인 것을 발견했고요."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네가 소희에게 네 서랍에 가서 물건을 찾으라고 한 거 맞지?"소연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석이 통신사에 가서 통화기록을 조사할까 봐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바로 이러하기때문에 나는 자신의 설계원고가 표절 됐다고 의심한 거예요.”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며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한 것 같다."처음부터 넌 거짓말을 하고 있었어
민아는 안색이 창백해지자 즉시 진석과 온옥에게 말했다."난 정말 이 일을 몰랐어요. 내가 아무리 그래도 한 조수의 설계원고를 표절할 수 없잖아요! 이것은 완전히 소연 자신이 한 짓이에요!"윤미는 냉소하며 말했다."전에 소희 모함했을 때 소연 혼자만 그런 거 아니었는데!"민아는 다급해서 곧 울 것 같았다."나는 그녀를 너무 믿어서 그래. 이런 사람일 줄 전혀 몰랐다고!"영미는 옆에서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정말 뜻밖인 결과군!"소연은 몸 둘 바를 몰라 얼굴만 가리고 계속 울었다.이때 프론트에서 주문한 점심을 보내자 진석은 일어나 냉담하게 온옥을 바라보았다."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마. 그럼 한 사람을 망칠 수 있어!"온옥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네, 이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소희에게 사과할게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소희를 힐끗 쳐다보고, 겸연쩍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소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아요!"진석이 말했다."일이 이미 밝혀진 이상 처벌 내리고 이 일 마무리 하자. 이건 온 총감이 알아서 해. 이런 표절하는 일은 절대 봐줄 순 없어! 자, 모두 밥 먹으러 가, 굶지 말고!"그는 주문한 점심을 들고 소희에게 말했다."사무실로 와요!""네!" 소희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따라갔다.온옥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음울했다.소연은 아직도 울고 있었다. 온옥은 짜증을 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해고야. 물건 정리하고 바로 작업실에서 나가."소연은 당황하여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원하는 눈빛으로 민아를 바라보았다."민아 언니, 내가 잘못했어요. 나 대신 사정 좀 해줘요. 나도 언니가 주 감독에게 뽑힐 수 있게 하고 싶어서 소희의 설계원고를 훔쳐봤어요. 나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니를 위해서라고요. 제발 도와줘요!"민아는 즉시 소연과 관계를 끊고 싶었다."나는 너에게 이렇게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았어!"온옥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누가 사정해도 소용없어. 작업
이도하는 말했다.[며칠 전 강성대학을 지나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대학교 맞은편 식당이 사라졌더라고.][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더라. 내가 거기 예약했어. 기다릴게. 너 안 오면 난 안 가!”도도희는 이도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잠시 후, 이도하는 침묵 속에서 전화를 끊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도도희는 고민 끝에 이도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20년 전 그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20년 후에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도도희가 집을 나서려 할 때, 이반스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도경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정원에 개미가 이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져가.”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가 재희를 위해 장난으로 하신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다니?”그러나 이반스는 고집스러웠다.“그래도 가져가.”도도희는 결국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 이반스.”이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천만에. 빨리 돌아오기나 해.”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하는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도도희의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왔다.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도하는 도도희의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약간 체격이 커졌고, 눈빛은 예전만큼 맑지 않았다.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했으며,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보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여전히 점잖고 잘생긴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도도희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었다.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물결처럼 떠올랐다.도도희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 시절, 이도하는 자신을 사랑했었다
아심은 살짝 민망해하며 도도희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오해였어요.”...도도희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책을 한 권 꺼내 읽어 보았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쪽으로 던지고, 다시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한참 지나 새벽이 되자,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아심은 바로 휴대폰을 열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음악 공유를 요청하는 화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감정이 출렁이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노래 한 곡이 끝난 뒤, 아심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화났어요?]그러자 강시언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아심은 다시 물었다.[그럼 뭘 듣고 싶은데요?][스스로 생각해 봐. 생각나면 알려줘.]아심은 휴대폰 화면을 이마에 댄 채 잠시 머물렀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토요일 아침이 되자 막 잠에서 깨어난 도도희는 도경수와 아심이 정원에서 함께 꽃나무를 손질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도경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요즘 그의 기분은 나날이 좋아져 몸 상태까지 달라 보였다. 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도도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재희가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하네요. 항상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강재석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이젠 도경수도 뭐만 해도 꼭 아심이를 데리고 하려고 하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때, 양재아가 계단을 내려와 밝게 인사했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재아는 정원에서 도경수와 아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힐끗 보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제가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게 확정됐으니, 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강시언은 넓은 거실의 어둠과 고요 속에 발을 들였다. 거실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는 조명을 켜고 셔츠의 단추를 풀며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의 라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느긋하게 걸친 채 어두운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시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남자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잠시 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그는 컴퓨터를 열어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시야는 온두리 지역의 몇 가지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시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킨 노도 일행의 부하 몇 명을 체포했고, 은신처 하나를 철저히 파괴했다.이 정도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시언은 조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진언님! 혹시 또 강아심 씨와 다투신 겁니까?]시야는 설날 무렵, 자신이 시언의 연애를 방해한 일을 뒤늦게 알고는 몹시 불안해했었다.당시 아심은 남자 친구를 만난 상태였고, 그 일로 시언이 몇 날 며칠 동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을 들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싶었다. 그의 질문이 끝나자, 화면 속에 있던 시경과 시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나 시언의 얼굴은 한층 더 차갑고 어두워졌다.“다른 보고할 내용은 없나?”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시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화상 통화로 안전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시경은 시야에게 조용히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보내며 시언에게 보고했다.[요청하신 자료는 오늘 이미 전달했습니다.]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시경은 이어서 말했다.[몇 가지 세부 사항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회의는
여준석은 바로 강아심 옆에 앉았다. 그의 눈은 순수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젊음의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누나, 대학은 졸업하셨어요?”아심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모습이 아직 학생 같나요?”준석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나는 정말 특별해 보여요!”아심의 눈은 깊고 매혹적이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많은 일을 겪은 뒤의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순수하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맑음과 매혹 사이에서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죠.”준석은 놀라움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준석은 아심이 도씨 집안에 돌아오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볼 수도 있잖아요.”아심은 흥미를 느낀 듯 말했다.“사실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준석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학교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도 요즘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우선 자료를 좀 찾아볼게요.”이때 도경수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느라 음식이 다 식겠네. 일단 밥부터 먹어라!”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아심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농담을 나눈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경수는 아심이 최근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정에게 그녀의 그림 실력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여정은 겸손한 태도로 말
잠깐 네 눈이 마주친 뒤, 아심은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성을 바꾸는 건 급하지 않아요. 관련된 서류도 많고, 회사 법인 자료나 도장 같은 것들도 처리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거든요.”도경수는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바꿀 거니 걱정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줄게.”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시언은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심의 일이니,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죠.”아심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정원의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낮 동안 화려했던 목련꽃은 저무는 빛 아래서 쓸쓸해 보였다.도도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성을 바꾸지 않아도 호적은 올릴 수 있어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요. 대신 파티는 언제 열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재석은 말했다.“파티 준비도 생각보다 많아. 초대장을 몇 장 보낼지, 누구를 초대할지도 결정해야 하고.”도경수는 금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지!”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는데.”도도희는 달력을 살펴보며 말했다.“그러면 이달 말에 하는 게 어떨까? 그때까지 초대장을 준비해서 발송하면 되겠네.”현재는 5월 중순이었고, 말까지는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도도희는 강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재희야, 네 생각은 어때?”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엄마께서 알아서 정해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그렇게 정하자. 성을 바꾸는 건 아심이 번거롭다고 하니, 파티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도경수는 강재석의 의도를 눈치채고 반박하려 했으나, 아심이 말했다.“그럼 저는 강재석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도경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을 삼키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여정 씨 오셨어요!”도경수는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정,
“외할아버지가 기쁜 건 좋은데, 네가 행복하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야.”도경수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진중했다.“네가 행복한 게 무엇보다 중요하단다.”아심은 갑작스러운 울컥함이 목을 막아버려,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고마워요, 할아버지.”도경수는 웃으며 말했다.“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막 집에 돌아왔으니, 우선 가족끼리 이렇게 모여 즐겁게 지내는 게 중요하지. 다른 건 천천히 해결하면 돼.”“강시언이 너를 괴롭히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다. 내가 나이가 들긴 했어도, 우리 손녀를 지킬 힘은 아직 있어!”그는 다부지게 말했다.“우리 재희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 혼쭐을 내주마.”아심은 문득 설날 때 시언이 강재석에게 먼지떨이로 혼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심을 데리고 강씨 집안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아심의 웃음은 화사하게 번지며 저녁 햇살처럼 따뜻했다.도도희는 청석길을 따라 걸어오며, 아심과 도경수가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녀의 눈길은 부드럽고, 마음속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가득했다. 오랜 세월 쌓여있던 응어리가 이 따뜻한 저녁 속에서 말끔히 사라진 것 같았다.‘이런 게 정말 행복이구나.’ 도도희는 속으로 생각했다.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시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바쁘냐? 저녁에 와서 같이 식사하자.”시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요.]그러자 강재석은 약간 성을 내며 말했다.“맨날 일이 바쁘다고 얼굴도 안 보이고. 아심이랑 오해가 있으면 빨리 풀어라. 계속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냐?”시언은 여전히 침착하게 대답했다.[피한 게 아니라 정말 바빴어요.]강재석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내 말도 안 들을 작정이냐? 좋아, 네가 안 오면 오늘 밤 내가 운성으로 돌아갈 거야!”[할아버지!] 시언의 목소리에 드디어 약간의 감정이 묻어났다.[그렇게 하지 마세요.]“내가 떠들썩하게 굴고 있는
승현은 양재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솔직히 말했다.“감정은 결국 느낌의 문제예요. 아마 내가 강아심을 먼저 만나서 선입견이 생겼을 거고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동작에 따라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재아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지승현 씨, 푹 쉬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내가 한 말은 꼭 지킬게요. 재아 씨가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이든 내가 최선을 다해 보상할게요.”재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부족한 게 없어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냥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할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병실을 떠났다. 병실 밖으로 나온 재아는 눈물을 닦고 표정을 다잡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어두운 기운이 감돌았다.‘이대로 끝낼 순 없어.’재아는 이를 악물었다....그 후로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심은 강시언을 보지 못했다. 시언은 중간중간 도씨 저택을 방문해 강재석과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떠나곤 했다. 하지만, 아심과는 마주치지 않았다.아심에게는 그가 오든 가든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시언은 원래 자신의 일정을 굳이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고, 아심도 이미 다시 떠났겠다고 생각하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승현은 이미 퇴원했다. 아심은 그와 두어 번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을 뿐,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다.아심은 낮에는 일에 몰두했고, 밤에는 도경수와 그림을 배우며, 자기 전에 도도희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방으로 돌아가 잠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은 혼자였던 시절과 완전히 달랐다.이날은 일찍 퇴근해 저녁 무렵에, 집에 도착했다. 아심이 정원을 지나던 중, 도경수가 한 그루의 나무 아래서 잡초를 뽑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다가가며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게요!”도경수는 기뻐하며 말했다.“오늘은 일찍 끝났구나.”아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네, 내일이 토요일이라 일찍 퇴근하고 싶었어요.”도경수는 아심을 말리며 말했다.“넌 아
지승현의 목소리는 약간 힘이 없었다.[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훨씬 나아졌어. 지금은 약간 어지러운 것 빼고는 큰 문제는 없어.]강아심은 차분히 말했다.“아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널 친 운전자는 음주 운전으로 차량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해.”“하지만 난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 너도 조심하고, 안전에 신경 써.”승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알겠어. 고마워, 아심아. 그리고 어제도 고마워. 병원에 데려다주고, 모든 절차도 네가 대신해 줬다고 간호사가 말해줬어.]아심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너도 예전에 날 도와준 적 있었잖아. 우린 친구니까, 그런 건 따질 필요 없어.”[어제 우리 엄마가 와서 너한테 무례하게 굴진 않았어?]아심은 짧게 대답했다.“아니.”[그렇다면 다행이야.]“너는 몸 잘 추스르고, 다른 건 너무 신경 쓰지 마.”[그럴게.]...승현이 전화를 끊자마자, 양재아가 꽃다발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승현 씨, 몸은 좀 괜찮아요?”승현의 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아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었다. 재아는 꽃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꽃은 여기 둘게요.”승현은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재아 씨, 일부러 돈 쓸 필요는 없었는데.”재아는 순간 표정이 굳었지만,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승현 씨, 우리 좀 진지하게 얘기해 봐요.”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도 재아 씨랑 분명히 말해야 할 게 있어요.”재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귀여운 얼굴에는 진지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그동안 여사님께서 우리를 이어주려고 하셨지만, 나는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고요.”“그날 밤의 일도 승현 씨만의 잘못은 아니예요. 나 역시 술에 취했고, 내 잘못도 있었으니까요.”승현은 재아의 말을 들으며,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휘말려 이런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재아를 보며 약간의 연민을 느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두 사람이 대화 중이던 중, 이반스가 측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도도희를 보며 놀란 듯 물었다.“도도희, 바둑을 두고 있었어?”강재석이 웃으며 말했다.“도도희는 어릴 적부터 바둑을 잘 뒀지. 학교 다닐 때 상도 받았었다고. 정말 대단했어!”이반스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과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배우고 싶어요!”도도희는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넌 바둑보단 오목을 배우는 게 나을 것 같아.”이반스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도도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오목이 더 어려워. 너의 높은 지능에 딱 맞을 거야.”이반스는 칭찬을 들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고마워, 도도희!”강재석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크게 웃었다....양재아는 요즘 매일 늦게 귀가했다. 이날도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와, 강재석과 도도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물었다.“할아버지는 어디 계세요?”도도희는 대답했다.“서재에 계셔.”재아는 거실 옆의 작은 서재로 향했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안쪽의 모습을 보았다.도경수와 강아심은 커다란 화판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크고 작은 붓과 각종 채색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도경수는 가끔 아심의 붓질을 살펴보며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그의 눈에는 뿌듯함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은 멀리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재아는 그 모습을 보고 괜히 속이 쓰리고, 마음이 더욱 불편해졌다. 결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발길을 돌려 나와버렸다.잠시 뒤, 도도희는 밤참을 들고 서재 문을 열며 들어왔다.“이제 그만하고 쉬세요. 너무 늦었어요.”도경수는 얼굴 가득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재희는 정말 재능이 있어! 너랑 똑같아!”도도희는 딸을 보며 기쁜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 역시 혈연은 속일 수가 없네요.”아심의 얼굴 한쪽에는 물감이 살짝 묻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생기 있고 사랑스럽게 보였다.“할아버지가 훨씬 대단하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