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남자친구가 절친 유인아에게 테스트당해 쓰레기로 밝혀진 후 나는 집안의 정략결혼을 받아들이고 재벌가 도련님 유민호와 빠르게 결혼을 했다.
그 후, 어느 날 친구 모임에서 유인아가 자기 먹다 남은 케이크 조각을 유민호 앞에 들이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민호 오빠, 나 너무 달아서 못 먹겠어. 오빠가 대신 먹어주면 안 돼?”
내가 그녀를 막자 유인아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발끈하며 말했다.
“내가 네 남편 인성을 테스트해준 건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우리 둘 10년 넘은 절친이야. 설마 내가 네 남편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예전의 나였으면 아마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다시 태어났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던 케이크를 들어 유인아의 얼굴에 처박았다.
“네 주제에 남의 인성을 테스트한다고?”
“넌 우리 집 기사 딸이야. 무슨 명문가 흉내를 내고 있어!”
“내가 보기에 노리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걔 침대에 기어올라갈지도 다 생각해 놓은 것 같은데!”
내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오빠가 필요하다면 전부 줄 것이다.
이제 오빠는 신장이 필요하다.
“신장을 주면 죽는다고 하던데, 무서워요.”
“엄마, 아빠,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며불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큰 화제가 됐다.
이 온라인 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고, 엄마는 내 뺨을 때린 후 날 집에 가둬버렸다.
내가 임신한 지 5개월째, 한지용은 임신한 지 8개월 된 채 이혼 준비 중인 그의 첫사랑을 데려왔다.
나는 임산부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며 지용에게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지용은 오히려 물잔을 깨부수고 혐오하는 듯 말했다.
“시우는 지금 이혼 때문에 마음이 침울한 상태이고 의지할 사람은 나뿐이야! 그런데 꼭 사람을 사경으로 몰아야 해?”
난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몸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지용은 연시우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집에 백합을 잔뜩 진열해 놓았다.
하지만 지용은 내가 백합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었고 심지어 나를 방에 가두었다.
“냄새를 맡지 않으면 더 이상 알레르기는 안 생기겠지!”
난 피가 끊임없이 흘렀고 미친 듯이 지용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아이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지용은 난 아직 달수가 작으니 절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난 태동이 멈추고 나서야 단념할 수 있었다.
이때 지용이 허둥지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무리 차가운 심장이라도 따뜻한 온기로 녹여주면 언젠가는 변할 줄 알았다, 그래서 민여진은 박진성의 꼭두각시 아내로 2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그 끝은 차디찬 이혼서류 한 장이었다.
“걔가 일어났어. 그 아이 대용이었던 넌 이제 필요 없어졌어.”
민여진에게는 마음을 전혀 내어주지 않던 그가 돌아온 건 오로지 민여진을 제 첫사랑 대신 감옥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감옥에서 갖은 고초를 당한 민여진은 배 속의 아이도 잃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채 실명까지 당해버렸다.
그녀는 악몽 같았던 짧디짧은 두 달을 버텨내며 박진성에 대한 마음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2년 뒤, 민여진은 박진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를 보게 되었다.
첫사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그가 웬일인지 민여진을 보자마자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박진성은 자신이 이러면 민여진이 전처럼 다시 저를 봐줄 줄 알았는데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다.
“민여진, 어떻게 해야 다시 나한테 돌아올 거야? 말만 하면 내가 뭐든 다 들어줄게!”
“2년 전엔 당신이 준 구리반지도 아까워서 잘 못 꼈는데, 이젠 아니에요. 당신이 뭘 준대도 난 안 돌아가요.”
우리 엄마는 경찰서에서 가장 뛰어난 아날로그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강직하고 정직했다. 그런데 내가 구조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는 날 욕했다.
“오늘이 네 여동생의 성년식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못된 수단으로 동생 성년식 망치고 싶어? 납치됐으면 납치범이랑 연기라도 해!”
엄마는 내가 장난친 것이라고 확신하고 경찰서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미뤄서 나를 구할 최적의 시간을 놓쳤다. 나는 고역을 겪고 죽었고 나중에 DNA 검사 결과가 나오자, 엄마는 비틀거리며 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내 뼈에 기대어 두 손을 떨면서 내 얼굴을 한 획 한 획 그려냈다.
“어떻게 하진일 수 있어? 내가 잘못 그렸나?”
하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도, 다 그리면 죽은 내 모습이 나왔다. 줄곧 나를 미워하던 엄마의 눈에서 드디어 눈물이 났다.
아들이 조심하지 않아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의 손에 화상을 입혀 남편이 잔인하게 아들의 손을 잘랐다.
아들은 너무 아파 길을 제대로 보지 않아 호수에 빠졌고 호수는 피로 물들었다.
나는 아들을 안고 슬프게 울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손 좀 잘린 거 가지고 왜 그래? 붙이면 되잖아, 이렇게 교육 안 하면 앞으로 남을 더 괴롭히게 된단 말이야!”
아들은 제때 구원을 받지 못해 호수에 잠기고 말았다.
남편은 아들의 시체를 보고 미쳐버렸다.
“아니, 손 자른 거 가지고 왜 죽은 거지?”
아들이 대학 수능을 마친 날, 나는 암 말기로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만 남편이란 인간은 호텔에서 첫사랑을 끌어안고 있었다.
“우리 자기 조만간 은찬의 새엄마가 될 거야.”
아들 이은찬도 바에서 술을 퍼마시면서 친구들에게 푸념해댔다.
“우리 엄마는 내 인생을 너무 공제하려고 들어. 마음 같아선 확 멀리 떠나가 버리고 싶다니까.”
또한 시어머니 한라희는 이웃들과 이런 식으로 입을 나불거렸다.
“지유 걔는 종일 하는 게 뭐야? 우리 집에 빌붙어 사는 애 차라리 없기만 못해!”
나는 그런 그들에게 일일이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번엔 드디어 모두의 소원을 이뤄준 듯싶었다.
결혼 후, 내 몸무게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루에 다섯 끼를 먹어도 여전히 배가 고팠다. 그래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봤지만,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방송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면, 남편이 혈충을 키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혈충은 본처의 기운을 빼앗아 애인을 번창하게 만드는 주술이에요.”
생리통 때문에 진통제를 시켰는데, 핸드폰에 여자 라이더님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술 취한 남자가 왔다.
이번에 나는 두 오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지 않고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전생에 두 오빠와 경호원들까지 급히 돌아왔고 결국 양녀의 연극을 놓쳐 양녀는 오빠들이 안 온 것을 보고 소품으로 자기를 찔러 죽었다.
두 오빠는 나를 위로했다.
“자책하지 마, 적어도 넌 무사하니까.”
하지만 오빠들은 나를 묶어서 술 취한 사람들에게 넘겼다.
“술주정뱅이일 뿐인데 쫓아내면 되지, 왜 우리를 부른 거야? 이제 됐어, 소유가 죽었으니 넌 살 생각하지 마!”
눈을 뜨자, 나는 다시 술 취한 사람이 문을 부수던 날로 돌아왔고 이번에는 내가 전화를 안 해서 드디어 양녀의 연극을 보고 응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연극이 끝난 뒤 그들은 후회했다.
남편의 첫사랑이 유산을 하자 그는 모든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씌웠다. 그리고 내 딸을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네 탓에 지유가 유산한 거야. 그러니까 네 아이를 내놓아야지. 지유가 겪은 슬픔은 네가 백배로 갚아야 해!”
내가 도망칠까 봐 그는 거의 죽어가는 나를 지하실에 묶어두고 자물쇠로 문을 잠갔다.
“넌 속이 좁고 질투심 많아. 지유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뉘우칠 줄 알아야지. 여기서 반성이나 해!”
7일 후, 그의 첫사랑이 아이가 시끄럽다며 짜증을 내자 그제야 나를 떠올렸다.
“애를 돌려보내자. 그리고 그 여자가 정신 차렸는지 봐봐.”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가 이미 부패해 악취를 풍기며, 벌레들에게 거의 다 먹혀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