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Author: 진헤이

제1화

“우리 이혼해요.”

격렬한 사랑이 끝난 뒤, 유영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달뜬 목소리로 덤덤히 말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탐스럽게 상기된 볼을 살짝 가렸다. 그녀의 두 눈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표정은 처량했다.

남자가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술을 잔뜩 마시고 돌아와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욕구를 방출시킨 남자, 그 어디에도 유영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10년을 사랑했지만 이제 더 이상의 미련은 남지 않았다.

단추를 잠그던 강이한의 손이 움찔하더니 날카로운 시선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네.”

유영의 말투는 단호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로 향했다.

강이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손 이리 줘봐.”

탁!

유영은 매몰차게 그 손길을 뿌리쳤다.

하지만 힘 조절을 잘못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저리 치워요. 당신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더러워.”

이 남자와 같은 지붕 아래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거북하고 불쾌했다.

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허공에 손을 내민 채, 신경질적으로 유영을 노려보았다.

지금 나한테 더럽다고 한 건가?

유영은 바닥을 더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뜨거운 물로 몸에 남은 그의 흔적을 씻어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를 모두 도려내고 싶었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옷장으로 향했다. 시력을 잃게 된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암흑 같은 이 세상이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유영은 손끝에 닿은 느낌을 따라 옷 한 벌을 꺼내 입고는 호적 등본을 챙기고 그에게 말했다.

“지금 법원으로 가요.”

“이유영.”

강이한이 이를 갈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여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이런 모습으로 나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려고 그래?”

그녀는 가진 게 없었다.

앞도 볼 수 없는 장님이 대도시에서 남들처럼 살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대체 무슨 객기로 이런 결정을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분노에도 유영은 차분하게 그의 손을 밀어내고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당신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 싶어요. 이제 질려버렸어.”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10년이면 질릴 때도 됐잖아요.”

“뭐라고?”

“우리가 알고 지낸 지 10년이에요. 7년 연애하고 결혼해서 3년을 더 같이 살았죠. 하지만 내가 얻은 게 뭐죠? 얻은 건 고사하고 망막까지 떼어서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한테 가져다 바쳤어요. 이만큼 했으면 됐잖아요!”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실이 그녀가 이별을 결심한 이유였다.

이 남자는 한번, 또 한번 그녀에게 끝없는 절망을 선사했다. 유영은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에게서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그걸 꼭 그렇게 얘기해야겠어? 싫으면 거절했으면 됐잖아. 수술 동의서에 사인한 건 당신 의지였어.”

“나한테 선택의 여지가 있었나요?”

그녀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3년간 부부로 살았지만 그는 한 번도 진심으로 그녀를 아내로 대해준 적 없었다.

“그만해, 유영아. 아까 했던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

유영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마치 큰 걸 베푸는 듯한 저 말투, 우습고 역겨웠다.

“아니요. 오늘 이내로 이혼 절차 처리해 줘요.”

“이유영!”

강이한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의 옆을 지나치며 작게 속삭였다.

“넌 이혼을 말할 자격이 없어.”

쾅!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도망치듯 어딘가로 향하는 남자의 발걸음 소리도….

유영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강한 척, 덤덤한 척했지만 혼자가 되자 한없이 무너지는 그녀였다.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