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흥은 경멸에 차서 말했다.“네 실력이 부족해서 그 자식을 두려워하는 거지!”“네, 네...”조재찬은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혼나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거실에 들어선 뒤 조재찬은 서둘러 사람을 시켜 차를 따르게 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그 자식 지금 한씨 일가에 있다고 합니다.”성수민이 말했다.“오늘 저녁 식사한 뒤에 한씨 일가로 가서 그 자식을 내놓으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한씨 일가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한씨 일가까지 처리해 버리는 거예요.”“좋아.”성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진서준은 성씨 일가의 두 대성 종사가 도착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진서준이 강력하게 요청한 탓에 강은우는 진서준을 조씨 별장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내려준 뒤 허사연을 데리고 한씨 일가로 돌아갔다.허사연은 한씨 일가로 돌아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을 생각이었다. 진서준 혼자 조씨 일가를 상대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차에서 내린 뒤 천천히 조씨 일가 별장으로 향했다.그가 거의 도착할 때쯤에 뒤에서 갑자기 차 경적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승용차 한 대가 그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운전자는 어제 그에게 혼쭐났었던 진승철이었다.그런데 차 안에는 진승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황경두와 다른 중년 남성 한 명이 있었다.“죽여요!”황경두는 진서준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자 그가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는 줄로 알았다.진승철은 일그러진 얼굴로 악랄하게 웃었다.“이 자식, 오늘 나 진승철을 건드린 대가가 뭔지 가르쳐주겠어!”진승철은 액셀을 힘껏 밟았고 운전 속도는 160km/h에 달했다.빠르게 달려오는 차를 마주한 진서준은 피하기는커녕 두 손을 뻗어 차를 막을 생각이었다.맨손으로 차를 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하지만 저번에는 체내의 영기를 빌려서 막은 것이었고 이번에는 육체로 차를 막을 생각이었다.그는 자기 몸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쿵!차와 사람이 부딪혔다.진서준은 두 손으로 차 머리를 힘
허사연은 한씨 일가에 도착한 뒤 곧바로 권해철을 찾으러 갔다.“권해철 씨, 큰일 났어요!”허사연이 숨을 헐떡대면서 말했다.“왜 그래요?”권해철이 서둘러 물었다.“진서준 씨가 혼자서 조씨 일가로 갔어요. 조씨 일가에 물어보려고요!”허사연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뭐라고요? 진서준 씨 혼자 갔다고요?”권해철의 안색이 달라졌다.조씨 일가는 전라도 3대 가문 중 하나로 경호원과 무인들이 많았고 총도 있었다.심지어 조재찬의 아내 성수민은 절대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만약 성씨 일가의 무인들도 온다면 큰일이었다.한제성은 허사연의 말을 듣더니 곧바로 말했다.“조급해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한씨 일가 사람들을 데리고 도우러 가겠습니다.”한서강이 말했다.“진서준 씨는 제 딸을 구해주셨어요. 제승아, 인 종사님이랑 같이 가.”“네, 감사합니다.”한제성은 들뜬 얼굴로 말했다.“얼른 같이 가요!”허사연이 서둘러 말했다.그들은 곧바로 차에 타서 조씨 일가로 향했다....이때 조씨 일가 경호원들은 진서준과 진승철 일행이 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걸 발견했다.“어르신, 세 사람이 저희 별장 근처에서 싸우고 있습니다.”경호원은 그 사실을 곧바로 조재찬에게 알렸다.“어서 가서 봐야겠어!”조재찬은 곧바로 경호원들을 따라서 별장 입구에 도착했다.망원경을 든 조재찬은 진서준을 보았다.“저 자식, 감히 이곳까지 찾아와?”조재찬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곧 기뻐했다.그는 곧바로 거실로 돌아가서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말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진서준 그 자식이 지금 별장 밖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랑 싸우고 있는 것 같아요.”성규영과 성재흥은 이내 밖으로 나갔다.먼 곳에 있는 젊은이를 본 성규영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저 자식이 바로 진서준이야?”“네!”조재찬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젊은 거 아냐?”성규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는 진서준이 적어도 30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진서준은 겨우 20대였다.이렇게 젊은 나이에 종사
만약 유지수가 진서라를 납치했다면 진서라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진서준, 네 걱정부터 해. 우린 네가 죽은 뒤에 네 동생을 찾아내서 너와 같은 곳으로 보내줄 거니까.”조재찬은 악랄하게 웃었다.진서준이 그의 아들을 죽였으니 그는 진서준의 가족을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멈춰!”이대 뒤에서 남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차 두 대가 멈춰 섰고 허사연 일행이 차에서 내렸다.인승민과 권해철이 도착한 걸 본 조재찬은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한제성, 진서준은 우리 조씨 일가의 원수야. 그런데도 이 자식을 도우려는 거야?”조재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한씨 일가가 나선다면 진서준을 도와주는 사람이 두 명이 된다.그렇게 되면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었다.한제성이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 씨는 저희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입니다. 진서준 씨를 공격한다면 저희 한씨 일가의 적이 될 겁니다.”인승민 종사가 곁에 있어서 한제성은 두렵지 않았다.“그래, 알겠어. 이 자식을 죽인 뒤에 한씨 일가도 처리해 주지.”조재찬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저 노인이 바로 권해철입니다. 조심하세요. 저 노인은 실력이 강합니다.”조재찬이 성규영과 성재흥에게 당부했다.성규영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권해철의 이름은 동성에 있을 때 들어본 적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그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고 있었다.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 씨는 끼어들지 마세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권해철은 상대편에 종사 네 명이 있는 걸 보고 걱정스레 말했다.“진서준 씨, 상대는 네 명입니다.”“네 명이면 뭐 어떤가요? 보운산에서 전 혈운 조직의 종사 네 명을 죽인 적이 있습니다.”진서준은 같잖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는 성규영 등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었다.혈운 조직의 네 사람을 죽였다는 말에 성규영 등 사람들은 당황했다.조금 전에 성규영은 조재찬의 별장에서 혈운 조직의 종사들이 별 볼 일 없는 사람
진서준이 그곳에 버젓이 서 있자 조재찬 부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겁을 먹고 멍청해진 거야? 움직이지도 않네! 조금 전까지는 혈운 조직의 종사 네 명을 죽였다고 하더니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이야!”조재찬은 진서준을 조롱했다. 그는 진서준이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성규영은 진서준이 움직이지 않자 곧바로 속도를 올렸다. 붉은색 강기가 그의 주먹을 감싸서 마치 그의 주먹이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진서준의 앞에 도착한 성규영은 주먹 위 불꽃이 붉은색 봉황이 되었다.봉황의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인승민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조심해요, 진서준 씨!”’그것은 강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성규영은 대성 종사로 약하지 않았다.불꽃이 휘황찬란하게 빛났다.“죽어. 네가 죽으면 네 가족들도 전부 죽일 거야. 네 가족들은 저승에서 만나도록 해!”성규영이 차갑게 웃었다.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진서준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장청의 힘이 진서준의 손바닥에서 모여들었고 곧 자색 번개가 번쩍였다.성규영은 자색 번개를 보자 불안에 휩싸였다.그는 왠지 모르게 자신이 그 자색 번개에 죽을 것만 같았다.자색 번개는 마치 검처럼 빛조차 찢어버릴 듯했다.성규영은 다른 손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공격을 바꾸었다.그럼에도 그의 눈앞에 있는 자색 번개는 물러날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자색 번개는 그의 두 주먹을 휘감은 불꽃 같은 강기를 꿰뚫었다. 그 순간, 성규영의 주먹에 둘린 강기는 마지 종이 쪼가리처럼 찢겼다.성규영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의 불안감이 극에 치달았다.번개는 그의 강기를 꿰뚫은 뒤 곧 그의 두 주먹에 구멍을 만들었다.번개는 그 구멍을 통해 성규영의 체내로 들어갔고, 그의 오장육부를 전부 태웠다.극심한 통증 때문에 성규영은 바닥에 누워서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성재흥 등 사람들이 진서준의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성규영은 이미 날아갔다.그 광경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성재흥 등 사람들
강렬한 위기감이 솟구쳤다. 성재흥은 그 순간 온몸의 강기를 동원하여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진서준은 곧 그의 앞에 나타났다.진서준이 나타나자 성재흥은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냈다.그 비수는 강철도 쉽게 자를 만큼 아주 날카로웠다.성재흥은 비수를 강기로 감싼 뒤 진서준의 목을 향해 비수를 휘둘렀다.비수에 베인다면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진서준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손가락 두 개로 그의 비수를 집었다.“이럴 수가!”성재흥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그의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그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비수를 진서준이 겨우 손가락 두 개로 막을 줄은 몰랐다.‘이 자식, 인간이 맞나? 심지어 20대라고?’“죽어!”진서준은 성재흥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성재흥은 황급히 비수를 놓은 뒤 뒤로 물러나려 했다.그러나 진서준은 당연히 그를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진서준은 비수를 손에 쥐고 성재흥을 바짝 뒤쫓았다.푹!비수는 성재흥의 목을 찔렀고 그 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곧 녹색의 풀밭이 빨갛게 물들었다.짙은 피비린내가 조씨 일가를 뒤덮었다.그럼에도 진서준에게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았다. 싸운 적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성수민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성재흥과 성규영은 성씨 일가에서 가장 강한 대성 종사였다.그런데 두 사람이 연합해도 진서준을 이기지는 못했다.‘저 자식, 마귀인가?’“끝났어... 끝났어...”겁에 질린 조재찬은 멍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두 명의 대성 종사가 함께 덤벼도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이 남주성에 과연 진서준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이때 조재찬의 머릿속에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탁현수!’하지만 탁현수는 아직 폐관 중이라 이곳에 올 수 없었다.진서준은 성규영 형제를 죽인 뒤 고개를 돌려 진승철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진승철과 진병수는 싸울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진서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진서준은 대성 종사가 아니라 선천 대종사일
진서준은 진씨 일가에 용의 핏줄을 타고난 사람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그는 진승철에게 기회를 줬었다. 하지만 진승철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사람을 데리고 와서 복수할 생각이었다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도 해야 했다.진병수가 진서준의 주먹을 맞고 머리가 터지는 걸 본 진승철은 그대로 기절했다.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진서준은 기절해서 쓰러진 진승철을 힐끗 보았다.“겨우 그 정도 배짱으로 내게 복수하려고 해?”말을 마친 뒤 진서준의 손가락 끝에 번개가 나타났다.번개가 마구 날뛰다가 순식간에 진승철의 심장을 꿰뚫었다.진씨 일가 사람들을 처리한 뒤 진서준은 마침내 조재찬과 성수민 두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조재찬 부부는 겁을 먹고 넋이 나갔다. 진서준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두려움이 가득했다.그들은 진심으로 두려웠다.네 명의 대성 종사 모두 진서준의 손에 죽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진서준은 조재찬 부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우리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절대 성가시게 굴지 않을게...”조재찬은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입술이 덜덜 떨리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물을게. 정말로 내 여동생을 납치하지 않았어?”진서준이 화가 난 음성으로 물었다.“절대, 절대 우리가 한 짓이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감히 네 여동생을 납치하겠어?”조재찬은 진서준의 벌게진 두 눈을 보자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이때 조씨 장원에 있던 모든 경호원이 뛰쳐나왔다. 거의 7, 80명은 될 듯했다.“저놈을 막아!”조재찬은 상황을 보더니 서둘러 외쳤다.경호원들은 곧바로 진서준을 포위했다.조재찬과 성수민은 그 기회를 틈타 도망칠 생각이었다.종사도 진서준의 상대가 되지 않는데 평범한 그들이 상대가 될 수 있을까?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다 비켜.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일 줄 알아!”“이 자식, 어디서 잘난 척하는 거야? 우리 머릿수가 몇인데! 너 혼자서 우리를 다 상대할 수 있겠어?”
“당신 동생이 누구든 상관없어. 당신은 내게 복수하려고 했으니 이젠 그 결과를 감당해야지.”이때 뒤에 있던 권해철이 서둘러 말했다.“진서준 씨, 잠시만요!”“왜 그래요?”진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권해철은 서둘러 진서준의 곁으로 다가가서 작게 말했다.“진 마스터님, 국안부는 화진의 다른 조직과는 다르게 국가의 조직이에요. 국안부 사람들은 모두 무인이에요. 가장 약한 사람도 내공 경지의 무인이고, 종사와 선천 대종사도 적지 않아요. 조재찬의 동생은 호국사라고 했으니 만약 조재찬을 죽인다면 조재찬의 동생이 이 사실을 국안부에 일러바칠 거예요. 그렇게 되면...”권해철이 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그게 왜요? 조재찬이 먼저 절 건드렸어요. 제가 조재찬을 죽이는 건 조재찬이 자초한 일이에요. 만약 국안부가 정말로 국가 기관이라면 사리를 따지겠죠. 만약 그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억지를 부린다면 싸우면 되죠.”말을 마친 뒤 진서준은 서늘한 눈빛으로 조재찬의 머리를 쳤다.퍽 소리와 함께 조재찬의 머리가 마치 수박처럼 순식간에 쪼개졌다.뇌장과 피가 성수민에게 튀었다.성수민은 겁을 먹고 연신 비명을 지르다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진서준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제발 살려줘. 난 죽고 싶지 않아...”“내가 당신을 살려줘야 하는 이유를 말해 봐.”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난 당신 아들에게 기회를 줬어. 조씨 일가에도 기회를 줬지. 하지만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건 당신들이야. 당신들은 몇 번이나 날 도발했어. 이제 다들 죽고 나니까 후회가 돼?”진서준은 충분히 참았다.만약 조씨 일가가 계속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며 그도 조씨 일가 사람들을 전부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성수민은 겁을 먹고 손발을 덜덜 떨면서 황급히 말했다.“날 살려준다면 우리 성씨 일가에서 복수하려는 걸 막아줄게. 우리 할아버지는 동성의 무도 협회 부회장이야. 날 죽인다면 우리 할아버지가 동성 무도 협회 사람들을 보
권해철은 진서준이 말을 하지 않자 물었다.“진 마스터님, 황씨 일가로 갈까요?”“됐어요. 일단 한씨 일가로 가죠. 한제성 씨에게 황씨 일가의 그 젊은 사모님이 유지수가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겠어요.”진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 조씨 일가에서 그는 이성을 잃었었다.만약 허사연이 없었더라면 그는 황씨 일가를 찾아가서 그 집안 사람들을 다 죽였을 것이다.진서준도 자신의 살기가 점점 짙어지는 걸 느껴졌다. 그는 예전처럼 냉정하지 못했다.이것은 진서준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그는 사람 목숨을 같잖게 생각하는 잔인한 살인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권해철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진서준이 황씨 일가까지 뒤집어 놓는다면 화진 국안부에서는 분명 종사들을 보내 진서준을 죽이려 할 것이다.종사도 진서준을 죽이지 못한다면 호국장군이 올지도 몰랐다.그렇게 되면 진서준은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진서준은 평정을 되찾은 뒤 권해철을 바라보았다.“권해철 씨, 국안부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요?”조금 전 진서준은 국안부가 두렵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은 조금 꺼려졌다.아무래도 화진의 국가 기관이기 때문에 반드시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만약 예전처럼 또 잡혀 감옥에서 몇 년간 썩는다면 큰일이었다.“사실 국안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전 국안부가 화진의 무인들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것만 알아요. 그리고 국안부에는 호국사도 있고 호국장군도 있으며 정부주와 부부주도 있어요. 호국사는 대부분 내공 경지와 종사 경지의 고수로 이루어졌고 지역마다 호국사가 5, 6명쯤 있어요. 호국장군은 총 8명이라고 알려졌는데 다들 5품 이상의 대종사여서 실력이 막강하다고 해요. 하지만 그중 8명은 동서남북 네 변방을 지키고 있고 다른 네 명은 용도와 명주 두 곳에 있다고 해요. 호국사가 처리하지 못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일 경우 호국장군들이 나선다고 해요. 정부주와 부부주는 전해지는 데 따르면 대종사 10단계라서 곧 지선이 될 거라고 해요.”권해철은 자신
예크스와 함께 온 청년들은 충격을 받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예크스의 시신을 그대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은 아무런 자비도 베풀지 않았고 손바닥을 한 번 뒤집는 순간, 또 몇 명이 죽어갔다.“진서준, 너 진짜 큰 문젯거리를 일으킨 거야.”이세아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 남자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이세아도 인정하지만 그가 일으킨 이 문제는 만만치 않았다.서오런 교회는 올림푸스 신전, 멸용 조직과 대한민국 국안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였다.얼마 전 이세아는 길거리에서 떠도는 소문을 들었는데 혈수가 그 세 대형 조직에 의해 함께 몰살되었다는 소식이었다.그러니 이 세 조직의 실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내 주변은 항상 문젯거리가 끊이지 않아.”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하자 이세아는 말문이 막혔다.“그래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나쁠 게 없어.”그 후, 예크스 일행의 시신은 이씨 가문 사람들이 와서 정리했고 진서준은 허윤진과 서지은에게 말했다:“너희는 먼저 올라가서 쉬어.”유람선 10층에는 전용 휴식실이 있었고 문을 열자 문 앞에 네 명이 서 있었다.“진서준 씨.”박서명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채 진서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죠?”진서준이 차갑게 물었다.“네, 사실 얘기하고 싶은 게 좀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박서명은 자기 신분까지 낮춰가며 매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박서명의 태도는 진서준 일행에게 다소 의외였다.이세아의 눈에도 놀라운 표정이 스쳤다.박씨 가문은 이씨 가문보다 실력이 더 강한 가문이었고 박서명은 바로 그 대단한 박씨 가문의 가주였다.대한민국 전역에서도 박서명의 신분은 최고급에 속하는 존재였다.그런 대단한 인물이 진서준에게 이런 겸손한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혹시 방금 진서준이 황혼 기사를 죽인 사실이 박서명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걸까?진서준도 머릿속에서 의문이 넘쳤다.“시간은 괜찮은 것 같네요. 여기 잠시 기다리세요.”진서준
하지만 오늘 손원순은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진서준이 조금 전 링에 올라와 손원순을 돕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황혼 기사의 창에 맞아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다시 묻는다. 내 실력이 의심스러운 사람 있어?”진서준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지며 지하 1층에 메아리쳤다.링 아래에서 적막만 흘렀다.천의방의 강자도 처치할 수 있는 사람을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몸을 돌려 링에서 내려갔다.“용존님!”손원순이 재빨리 진서준을 따라갔다.“방금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존님께서 부디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손원순은 진서준에게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러자 진서준은 즉시 손원순을 손으로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의협심이 넘치시는 손 천사님은 우리 모두의 본보기입니다.”그 말에 손원순이 어색하게 웃어넘겼다.“용존님, 과찬입니다. 저는 그저 제 능력 범위내에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용존님, 명주시에 돌아가신 후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손원순이 이 기회를 빌려 진서준을 식사에 초대했다.“좋습니다, 시간이 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손원순과 같은 선량한 사람과는 당연히 친구가 되어야 했다.진서준이 방으로 돌아가자 허윤진이 신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다가왔다.“진서준, 방금 진짜 멋있었어. 공격 두세 번 만에 그 사람을 처치할 줄은 몰랐어.”“그 해외 사람들 좀 잡아 와.”진서준의 말에 이세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당연하지.”잠시 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예크스 일행을 끌고 왔다.“너... 너 뭐 하려고 그래?”예크스의 얼굴에는 아까 보였던 거만하고 교만한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두려움이 가득한 기색이 역력했다.예크스의 눈에선 원탁 십이 기사가 신의 사자와도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지금 진서준은 신의 사자를 죽였다.그러니 진서준은 분명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일 것이다.“
현장은 말 그대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링 위의 그 인물을 쳐다보았다.원탁 십이 기사는 말 그대로 천의방에 오르는 슈퍼 강자였다.천의방은 비록 대한민국 국안부가 만든 목록이지만 국내외 모든 권력자와 강자가 그 권위성을 인정하는 목록이기도 했다.전 세계를 둘러보면 강자가 수없이 많지만 70억 가까운 인구 중에서 단 100명만이 천의방에 기록된다.이 100명은 어느 나라에 가든 각국의 권력자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존재였다.수많은 강자가 천의방에 올라가려고 발버둥 칠 때 놀랍게도 천의방 78위에 위치한 황혼 기사가 지금 20살 남짓한 청년의 공격 세 번으로 죽음을 맞이했다.용존 진서준.이 이름은 해외 강자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이름이었고 갑자기 떠오른 인물일 뿐이었다.진서준이 대한민국에서 벌인 가장 유명한 전투는 봉호전과 강남에서 육급 대종사 두 명을 단 일격으로 처치한 일이었고 그 외에는 특별한 전과가 없었다.천의방의 다른 강자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의 전과는 너무나 미미해 보였다.만약 국안부가 보해 전투의 결과를 공개했다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질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의 안전을 고려해 진서훈 일행은 그 사실을 숨겼다.지금 진서준은 각국 강자들 앞에서 교회의 기사를 단번에 처치했다.이번 결투 이후로 진서준의 명성은 앞으로 더욱 널리 퍼질 것이다.가장 중요한 점은 진서준이 겨우 26살이라는 것이다.실력도 무시무시했지만 이토록 어린 나이는 더 공포스러운 사실이었다.VIP룸안에서 이세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얼음처럼 차가운 황예은이 저 녀석을 따랐구나.”“세 분, 여러분이 힘을 합친다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까요?”박서명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박서명은 진서준이 기껏해야 지의방 정도의 실력밖에 없을 거라 여겼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 당황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천의방의 강자를 처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춘 것이다.게다가 진서준은 너무 쉽
사실, 눈앞의 이 청년은 기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서 살짝 놀랐다.하지만 황혼 기사는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황혼 기사는 갑자기 뒤로 물러났고 긴 머리가 공중에서 휘날렸다.그러고는 두 손을 가슴에 교차시켜 놓고 경건한 신도처럼 거만한 고개를 살짝 숙였다.“신성한 빛이여, 이 세상 모든 악을 멸해 버리옵소서.”기사가 입으로 중얼거리자 손에 쥔 긴 창에서 눈부신 빛이 방출되었다.황혼 기사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도 이 순간 전부 폭발했다.조금 어두운 지하 링은 지금 한낮의 밝은 햇살처럼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저 녀석 드디어 숨통이 끊어지겠네. 황혼 기사가 성력을 사용했어.”예크스가 눈을 반짝이며 흥분한 말투로 말했다.성력은 오직 교회 원탁 십이 기사와 주교 세 명만이 소유한 특별한 힘이다.이 힘은 산을 하나 통째로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이세아도 그 눈 부신 빛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유람선이 과연 이 엄청난 힘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이세아이 우려한 것처럼 유람선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유람선 위의 손님들은 저마다 불안해했다.그때, 링 위의 황혼 기사가 갑자기 움직였다.기사는 순간 이 세상에서 사라진 듯, 한순간에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그리고 다시 나타났을 때, 이미 진서준의 앞에 서 있었다.진서준은 검을 쥔 손을 급하게 들어 올리며 청색의 검빛이 발산하는 일격을 날리자 눈앞의 눈 부신 빛을 찢어버렸다.우르릉!굳건한 링의 바닥이 진서준의 일격을 맞고 기다란 균열이 나타나며 부서진 돌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그 후, 진서준은 손에 쥔 참선검을 풀었고 이내 그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청색과 적색을 띤 거대한 용 두 마리가 진서준의 뒤에서 나타났다.두 용은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청색과 적색이 엇갈린 용 세 마리로 나뉘었다.진서준의 주먹 앞에서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거대한 입을 벌려 모든 것을 삼켜버리려 했다.콰지직!한 줄기의 갈라진 금이 황혼 기사의 창에
모든 사람은 입을 떡 벌린 채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이 청년은 지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선전포고하는 건가?구경꾼들만 놀란 게 아니었다. 진서준 뒤에 서 있던 손원순도 진서준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이 애송이가 대담해도 너무 대담한 것 같았다.이 유람선에 올라탄 사람은 모두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어쩌면 링 아래에 팔급, 심지어 구급 대종사 경지의 경호원이 있을지도 모른다.이런 강자가 지금 링에 올라간다면 진서준도 무척이나 난감해질 것이다.“너 과연 그렇게 오만하게 굴 실력이 있을까?”이세아가 밝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잠시 후, 사람들이 정신을 가다듬었고 그들의 눈에서 스치던 경악은 사라지고 그 대신 불타오르는 분노가 가득 찼다.“오만하고 무지한 애송이가 감히 큰소리를 쳐? 이따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거야.”“우리가 나설 필요 없어. 저 기사님이 알아서 널 처단해 버릴 거야.”“허세를 부리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군중의 분노가 폭발했지만 아무도 무대에 올라가지 않았다.다들 무대 위에 있는 황혼 기사가 진서준의 목을 쳐낼 것이라 믿고 있었다.황혼 기사는 차가운 살기를 눈에 띄게 드러내며 말했다.“이봐, 너 지금 대형 사고 친 건 알고 있어?”“몰라. 단지 네가 이제 곧 죽을 거라는 것만 알아.”진서준이 평온하게 답하자 손원순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외쳤다.“빨리 물러나. 이 사람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명주시 최고의 술법 천사인 손원순도 황혼 기사를 이길 수 없었는데 어떻게 한낱 국안부 소속의 상경인 진서준이 상대할 수 있겠는가?진서준은 손원순을 힐끗 바라보더니 가볍게 그의 어깨에 손바닥을 얹었다.그러자 손원순의 얼굴이 급변했다.하지만 진서준이 손원순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기운이 손원순의 온몸에 편안한 흐름처럼 퍼져 나갔다.그러자 방금 황혼 기사의 공격에 심각하게 다쳤던 상처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게 바로 손 천사님의 실력인가?”“이 검을 과연 저 기사가 막을 수 있을까?”“막을 수 없을 거야. 손 천사님은 우리 명주시 최고 술법 강자잖아.”대다수 사람은 황혼 기사가 이 공격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황혼 기사도 눈앞의 광경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우리 스승님 시그니처 술법이네!”곽윤상이 흥분하며 소리쳤다.예전에 명주시에서 요괴들이 날뛰었을 때, 손원순은 바로 이 보라색 검으로 악귀 세 마리를 단번에 처치했다.그 사건을 계기로 손원순은 일약 명성을 떨쳤다.지금의 손원순은 그때보다 몇 배나 더 강해졌고 이 전설적인 기술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졌다.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보라색 뇌검에 집중되었다.하지만 황혼 기사도 물러서지 않았다.황혼 기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손원순 못지않았다.황혼 기사는 은색 창을 높이 들고 길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전쟁의 신처럼 우뚝 섰다.그리고 황혼 기사가 갑자기 바닥에 발을 내딛자 강철처럼 단단한 바닥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황혼 기사의 모습은 빛처럼 빠르게 움직였고 순식간에 링 중앙에 도달했다.손원순 앞에 있던 뇌검도 같은 순간에 바닥을 쪼개듯 사나운 기세로 내려쳤다.창과 검이 공중에서 충돌하며 폭발적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펑!그 후, 뇌검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부서져 날아갔다.그리고 공중에서 멈췄던 황혼 기사의 모습이 바로 손원순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술법이 깨져버리자 손원순은 원기가 크게 상하며 시뻘건 피를 왈칵 토해냈다.손원순의 강기는 심각하게 손상되었고 격렬한 충격에 연신 뒤로 물러서며 발을 제대로 디딜 수도 없었다.“죽어!”황혼 기사는 손에 들었던 창을 힘껏 던졌고 그 창은 손원순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그 창에 맞으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 순간, 두 사람의 결투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명주시에서 오랜 세월 명성을 떨친 술법
내기를 건 사람들은 전부 불만을 표했다.다들 진서준이 질 것에 내기를 걸었고 이건 확실한 이득이 보장된 거래였다.하지만 이제 손원순이 갑자기 진서준을 대신해 출전한다고 하니 그들의 돈줄이 끊긴 셈이었다.“손 천사님, 그 녀석과 무슨 관계인가요? 왜 그 녀석을 대신해 나서시는 거죠?”“맞아요, 손 천사님, 이건 경기 규칙에 맞지 않아요.”“손 천사님, 그냥 내려가세요. 우리 돈 벌게 놔두세요.”사람들이 하나둘씩 손원순에게 내려가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손원순은 차가운 눈빛으로 구경꾼들을 쏘아보며 답했다.“불만이 있으면 먼저 올라와서 날 이겨봐.”손원순의 말 한마디에 떠들썩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손원순을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칠급 영선 술사라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실력이었다.황혼 기사도 냉정하게 말했다.“좋아, 그럼 먼저 너부터 죽이고 저 녀석을 죽여야겠어.”VIP룸에 앉아 있던 예크스는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황혼, 저 녀석도 죽여버려! 저 늙다리에게 우리 교회 실력을 알려줘야 해.”심판이 마지막 확인을 마친 뒤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난 밖에 나가 있을게. 손 천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구할 수 있게.”진서준의 말에 이세아가 놀란 듯 물었다.“너 손원순이 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이세아가 놀란 듯 물었다.“아까 보니까 교회 기사들 강기는 호국장군과 비슷한 수준이야. 손 천사 실력도 약한 편은 아니지만 저 기사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좀 불안해.”진서준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무인와 수선자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무인도 나이가 많으면 실력이 점점 더 강해지긴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도 문제였다.나이가 너무 많으면 예전처럼 정정하지 않아 작은 상처나 질병이 있을 경우, 고수와 결투할 때 그 사소한 문제가 점점 더 커져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었다.수선자는 한 단계씩 경지가 올라가면 수명이 늘어나지만 무인은 그렇지 않았다.무인은 지선 경지에
“이 진서준이라는 사람,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구경꾼들은 결투장에 오를 사람의 정보를 보고 수군대기 시작했다.토론이 끝나자 적지 않은 사람이 황혼 기사에게 돈을 걸었다.교회의 원탁 십이 기사의 명성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반면 진서준을 아는 사람들도 그의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다.“진서준, 너 왜 교회 기사와 결투하게 된 거야?”이세아가 진서준을 보며 물었다.“전부 내 탓이야...”허윤진의 얼굴에 자책과 후회가 가득했다.“윤진아, 이 일은 네 탓이 아니야. 저 사람들이 일부러 시비를 걸었잖아.”서지은은 허윤진을 위로하며 한편으로 진서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우리가 아까 3층에서 당구를 치고 있을 때, 저 무리가 음흉하게 웃으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일부러 윤진과 부딪힌 거야. 당시 윤진도 상대가 일부러 건드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윤진 앞에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가 잘못을 깨달았다면 앞으로는 절대 도박에 손을 붙이지 마.”허윤진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진서준, 앞으로 절대 도박 같은 걸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도박은 사람의 인생을 망치기 쉬웠다.돈을 잃은 사람은 기분이 더러워지고 기분이 더러울 때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지기 마련이다.“조심해. 교회 기사는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이세아가 진서준에게 경고하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황예은은 어디 있어? 왜 여기 없지?”“우리 둘이 한방에서 사이좋게 있을 것 같아?”이세아가 이내 진서준에게 되물었다.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심한데 한 방에 있을 리 없었다.두 사람 전부 훌륭한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미 싸움이 일어났을 것이다.“그럼 어디 갔어?”진서준의 질문에 이세아는 아니꼬운 눈길을 보냈다.“그렇게 걱정돼?”진서준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황예은이 경호원 없이 혼자 나갔으니까 사고라도
은발의 청년은 자기 목을 겨누는 장검을 보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눈앞의 청년은 아무래도 자기 뒤에 있는 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런데 자기 배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우리 아버지는 서오런 교회의 계아 주교야. 이래도 날 죽이겠다고 헛소리 칠 거야?”어느새 흉측한 몰골이 된 은발의 청년은 벌겋게 충혈된 두 눈으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주변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는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유람선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거액의 자산과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었다.이들은 각국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은발 청년이 말한 계아 주교는 바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의 3대 주교 중 한 사람이었고 그 명성 또한 자자했다.중요한 교회의 의식이 있을 때면 항상 계아 주교가 그 자리에 참석했다.계아 주교는 명성이 자자한 걸 떠나서 실력도 대단한 인물이었다.무려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전설 속의 지선 경지에 들어설 수 있는 놀라운 실력이었다.그때, 3층의 관리자가 급히 달려왔다.진서준이 검을 휘두른 것을 본 관리자는 서둘러 말렸다.“손님, 천하 유람선에서는 무력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이 있으시면 유람선 지하 1층에서 해결해 주세요.”관리자가 말한 곳은 바로 지하 1층에 있는 생사 결투장이었다.유람선에서 누군가와 사적인 원한이 있으면 전부 그 결투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하지만 보통 결투장에 가서 해결하려면 규모가 큰 소란이 일어나야 했다.소란이 그다지 크지 않으면 유람선의 사람들은 전부 보고도 모른 척하곤 했다.다들 괜히 끼어들어 소란의 규모를 부풀려고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예크스 씨, 무슨 일이죠?”이때 한 서양의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이 남자는 거대한 체구와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큼 찬란한 금발 머리를 자랑하는 잘생긴 남자였다.이 남자는 바로 원탁 십이 기사 중 하나인 황혼 기사였고 실력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