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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작가: 가하
강지찬은 강지현의 병실에서 나와 온미정 쪽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강지찬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문 뒤의 테이블 뒤쪽의 의자에 앉아 있는 꼬맹이를 보았다.

강지찬이 문을 열고 나와 문패를 다시 보았다. 온미정의 사무실이 맞았다.

이 꼬맹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온미정이 온씨 가문 몰래 사생아를 낳았나?

강지찬은 차갑게 연우를 바라보았고 연우도 그를 바라보았다.

“사과하러 온 거예요?”

연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강지찬은 아이를 상대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물었다.

“온미정과 무슨 사이야?”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에게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어서 연우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떻게 잘못을 저지르고도 사과를 안 할 수가 있지?

이 아저씨는 너무 무례했다. 연우는 무례한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았다.

그래서 꼬마는 머리를 숙여 손에 들고 있던 곰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강지찬과 말을 하지 않았다.

강지찬은 32년을 살면서 정유진에게 무시를 몇 번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서 무시를 당했다.

특히 이번에는 어린아이에게.

그러나 강 대표님이 어린 아이와 따질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았다. 온미정이 아이를 혼자 사무실에 뒀다는 것은 조금 있다가 바로 돌아올 것이라는 뜻이겠지.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는 꽤 착했다. 전혀 말썽을 부리지 않았고 착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무례한 아저씨와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몇 번 슬쩍 쳐다보게 되었다.

이 아저씨는 싹수가 없었지만 정말 잘 생겼었다. 강 아저씨보다도 잘 생겼다.

처음에는 강지찬도 맞은편에 앉아 있는 꼬맹이를 신경 쓰지 않았지만 연우가 훔쳐보는 동작이 너무나도 선명해 그도 연우가 흘끔 쳐다볼 때 시선을 주었다.

꼬맹이는 훔쳐보다가 들켜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지찬은 그 애를 보며 갑자기 왠지 모르게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디가 낯익은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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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유한이 회의를 마치자마자 전성호가 휴대전화를 들고 급히 사무실로 돌아왔다.“선생님, 집에 일이 생겼습니다!”온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에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최신애는 임유희의 손을 잡고 경찰에게 사건 경위를 말하고 있었다.“보석이 박힌 그 장신구를 지금 사람들은 잘 안 써요. 다만 온씨 가문 며느리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이라 정말 돈이 급할 때 쓰기 위해 남겨둔 것이에요. 오늘 전문적인 청소 담당자를 불러서 청소를 할 때 금고를 깜빡하고 안 잠근 채 주방에 가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위층에 올라가 보니 가보와 장신구 몇 점이 보이지 않았어요. 몇천 만원 현금은 그대로 있었고요. 경찰분들, 아마 분명 이런 물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훔쳐 갔을 거예요. 현채영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집이 파산해 돈이 부족한 여자예요. 이 여자가 보석들을 방에서 가지고 나오는 것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혹시나 인정하지 않을까 봐 동영상까지 촬영했어요. 증거까지 있는데 계속 발뺌할 수 있을까요?”경찰 몇 명은 서로를 쳐다봤다.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온씨 가문 사모님은 억울한 척하며 말했지만 말 한 마디마다 빈틈이 있었다.진짜로 규칙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면 이 집안사람 모두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 장신구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사건의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온유한이 돌아왔다.현채영은 그가 돌아오자 웃음을 지을 뿐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최신애는 흥분하며 앞으로 걸어갔다.“아들아, 마침 잘 왔어. 이 여자 손버릇이 아주 나빠. 빨리 내보내.”온유한은 경찰 몇 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두운 얼굴로 최신애를 바라보며 말했다.“돌아오는 길에 대충 들었어요. 하지만 채영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채영이를 믿어요.”“또 이 여자를 감싸고 도는 거야?!”이렇게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가만히 있을 최신애가 아니었다.“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03화

    현채영이 잠에서 깼을 때 최신애는 점심을 거의 다 먹은 상태였다.“어머니, 점심 먹을 때 부르라니까요. 왜 안 부르셨어요?”최신애는 우아한 모습으로 식사를 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알아서 깼잖아?”“그래도 불렀어야죠. 그러다가 배를 곯으면 유한 씨가 어머님을 나무랄 거예요.”최신애는 테이블을 내리치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리고 현채영이 밥 먹으면서 음식 투정을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야채가 너무 많네요. 이 음식은 아무 맛이 안 나요.”최신애는 겨우 화를 참았다.“내가 나이가 들어 입맛이 담백해졌어. 못 먹겠으면 이 집에서 꺼져도 돼. 널 불잡을 사람 아무도 없을 테니.”현채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유한 씨가 얘기했잖아요. 저는 짭짤하면서도 단 것을 좋아해요. 탕수육 같은 거 좋아하니까 다음번에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하인은 최신애의 눈치를 살피며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현채영은 젓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더니 한마디 했다.“왜요? 밥 먹는 것조차 어머님이 허락해야 먹을 수 있는 거예요?”현채영이 젓가락을 두드리는 소리에 최신애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젓가락을 테이블에 ‘탁’하고 놓았다.“네가 뭔데 감히 내 앞에서 테이블을 내리쳐!”최신애가 격노했다.“현씨 집안이 이 지경으로 전락한 게 다 이유가 있었어. 정말 교양이 하나도 없네!”그 말에도 현채영은 화를 내는 대신 ‘흥’하고 콧방귀만 뀌었다.“최씨 가문 식구들은 교양이 있어서 성격이 이렇게 모났나 봐요. 유일한 친아들마저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너 정말...”최신애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여봐라, 어른은 안중에도 없는 이 여자를 쫓아내라.”“누가 감히 할 수 있는지 나야말로 보고 싶네요.”현채영은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어머님,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제가 여기에 있는 걸 힘들어하면 유한 씨도 같이 나간다고 했어요. 집도 이미 다 장만했어요.”“뭐라고?”최신애는 어리둥절해 했다.“너에게 집도 사줬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02화

    “유희야, 네가 잘못 짚은 거 아니야? 유한이가 현채영에게 점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최신애는 분통을 터뜨렸다.“강지아에게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저게 연기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일부러 강지아를 괴롭혔는데 전혀 반응이 없잖아.”임유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제 예상이 맞아요. 현채영은 유한 오빠가 저와 어머니를 상대하기 위해 일부러 데려온 거예요.”“그런데 강지아는 서원준과 사귀고 있잖아.”최신애는 임유희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온유한이 강지아를 아직도 좋아한다면 어떻게 강지아보다 현채영에게 더 잘할 수 있겠는가?강지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고?온유한의 성격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는 것은 참지 못할 것이다.“유희야, 일단 허튼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유한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 유한이가 너를 진짜로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화내는 거야. 너는 너무 착해. 현채영 그 여자를 봐, 하루 종일 유한에게 붙어서 별짓을 다 하잖아.”임유희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현채영처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온유한이 하루 종일 현채영과 붙어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힘들었다.다음 날 아침 현채영은 또 늦게 일어났고 온씨 가족이 식사가 끝난 뒤에야 방에서 나왔다.“아버님, 어머님, 임유희 씨, 굿모닝.”그러더니 온유한의 볼에 입까지 살짝 맞췄다.“유한 씨, 좋은 아침.”온씨 집안사람들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임유희는 입에 넣은 밥을 뱉어내고 싶을 정도였다.온유한이 현채영의 손을 잡더니 그녀를 옆자리에 앉히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졸려서 밥 먹기 싫다며? 네 아침은 남겨놨으니 피곤하면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먹어도 돼.”“출근하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꿀을 탄 듯 달콤한 현채영의 목소리에 최신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먹을 거야, 말 거야? 안 먹을 거면 꺼져, 아침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01화

    “쇼핑 더 할 거야?”화령의 두 손에도 쇼핑백이 가득 들려 있었다.맞은편 가게에서 현채영이 치마를 입어보고 있었고 온유한이 그녀의 어깨끈을 고쳐주고 있었다.“이제 가자. 거의 다 샀어.”강지아가 말하는 순간 화령은 무슨 생각이 난 듯 한마디 했다.“곧 금성 씨의 생일이라 선물 좀 사야 할 것 같아. 같이 골라줘.”두 사람은 남성복 가게에 갔다.최금성은 항상 이 브랜드의 옷을 입었기에 가게에도 그의 옷 사이즈가 있었으므로 화령은 스타일만 고르면 되었다.양복과 셔츠 외에 화령은 넥타이도 골랐다. 총 2천만 원이 넘었다.“서 대표에게 뭐 안 사줘도 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는 멍해졌다.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필요 없을걸?”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지아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했다.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강지아지만 여자친구로서 주는 거라면... 왠지 이상했다.화령은 서원준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사람이 재미있기도 하고 강지아에게 일편단심이었다. 듣는 소문에 의하면 부모님의 인품도 좋다고 했다.“서원준에게 아무거나 하나 골라줘 봐. 요 몇 년 동안 일이 없을 때마다 날아가서 너와 같이 있어 주고 그랬잖아. 알 사람들은 다 알아.”화령의 말은 사실이었다.강지아는 어쩔 수 없이 서원준을 위해 은회색의 패셔너블한 넥타이를 골랐다.“괜찮아?”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는 것이었기에 강지아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잘 어울리겠지?”“당연히 잘 어울리지. 서 대표가 얼마나 스타일리쉬한데. 이런 컬러 잘 어울려.”강지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사기로 결심하고 종업원에게 건넸다.“이거 포장해 주세요.”뒤돌아선 순간 온유한과 현채영이 어느새 가게에 들어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현채영이 온유한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유한 씨, 넥타이 사기로 했잖아. 내가 골라줄게.”온유한이 ‘응’이라고 대답하며 강지아의 옆을 지나갔다.종업원은 강지아와 화령의 물건을 재빨리 포장했다. 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00화

    “강지아 씨, 이 치마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지아 씨처럼 피부가 뽀얀 사람들만 소화해낼 수 있을 거예요.”종업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평소 이런 색상을 거의 입지 않은 강지아마저도 꽤 마음에 드는 듯했다.“그래요. 이걸로 살게요.”이때 옆에 있던 임유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치마가 정말 예쁘네요. 마음에 들어요.”그러자 최신애가 말했다.“그럼 사.”임유희를 본 종업원은 미안한 얼굴로 다가와 말했다.“죄송합니다. 이 치마는 저희가 새로 출시한 한정판 신상품이라 사이즈별로 한 벌씩밖에 없어요. 고객님도 S사이즈시죠? S사이즈는 더 없습니다. 대신 다른 스타일로 추천해 드릴게요. 저희 가게에...”“다른 스타일 말고 저걸로 줘.”최신애의 말에 종업원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강지아는 상대하기 귀찮았다. 두 집안이 이미 인연을 끊었기에 굳이 인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드레스 룸에 가서 다른 치마로 갈아입었다.한편 최신애는 아직도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내가 이 가게 VIP야. 지금 이 치마가 마음에 들어서 입어보겠다고 하잖아.”종업원은 골치가 아팠다.한편 다른 치마로 갈아입고 나온 강지아와 화령은 최신애가 없는 셈 치고 즐겁게 계속 쇼핑을 했다.강지아가 옷을 잔뜩 골라 종업원에게 주며 포장해달라고 했다.최신애는 빨간 치마를 뺏어오기로 마음먹은 듯 종업원이 포장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빼앗아서 임유희에게 건넸다.“유희야, 입어 봐.”임유희가 치마를 들고 피팅룸으로 들어가려 하자 강지아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 말했다.“이 치마는 제 거예요.”임유희도 물러서지 않았다.“아직 돈을 내지 않았잖아요. 그럼 당연히 강지아 씨의 것이 아니죠.”“내가 먼저 결정한 것이고 이미 사겠다고 얘기도 끝났어요. 대학교수면 누가 먼저인지 기본 도리는 알지 않나요?”“강지아 씨보다 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단아한 분위기의 임유희에게 빨간 치마가 더 잘 어울린다고?강지아는 피식 웃었다.“본인이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99화

    해장국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던 임유희는 외출하려던 온유한과 마주쳤다.“유한 오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거예요?”온유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본 후 바로 무시해 버렸다.명성 빌딩.늦게 집에 들어온 진수혁은 거실 소파에 검은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재빨리 불을 켰다.“왜 또 왔어?”자기 집이 아니었기에 진수혁도 함부로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없었다.하지만 온유한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은 퍽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게다가 온유한은 술까지 마셨다.온유한의 발 옆에는 이미 여러 개의 맥주 캔이 놓여 있었고 손에도 캔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지아의 발목 문신도 그쪽이 지운 거야?”“응.”진수혁이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문신 지울 때 많이 아파?”“어떨 것 같은데?”“지아가 울었어?”“울진 않았어.”온유한이 맥주를 계속 마시자 진수혁도 마시고 싶은 마음에 냉장고를 열었지만 한 캔도 남아 있지 않았다.진수혁이 화가 나서 말했다.“내 싸구려 맥주가 그쪽 같은 부자들이 마신다니 참으로 영광이네.”온유한이 계속 말했다.“가게가 어디야?”“뭐?”진수혁은 어리둥절했다.두 사람이 연락처를 교환한 뒤 진수혁은 가게 위치를 온유한에게 보냈다.주소를 확인했음에도 온유한은 집에 가지 않은 채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잠들기 전 진수혁에게 한마디 했다.“내가 여기 있다고 지아에게 말하지 마.”진수혁은 어이가 없었다.재벌가들의 사랑싸움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며칠 후 강지아는 서원준과 함께 진수혁을 찾으러 갔다.빨갛게 부어오른 피부가 다 낫자 흉터가 다시 드러났다.서원준은 옆에서 문신을 하는 아가씨가 아파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는 강지아를 잡고 말했다.“그냥 안 하는 게 어때? 흉터가 크지 않아서 별로 티도 안 나. 진짜로.”진수혁이 서원준을 쳐다보며 말했다.“이분은...”“지아의 남자친구 서원준이에요.”“안녕하세요.”진수혁은 별다른 말 없이 강지아를 향해 물었다.“할 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98화

    현채영의 말에 최신애는 화가 나서 가버렸고 임유희도 곧장 그녀의 뒤를 따랐다.집안에 들어서기 전, 뒤에 있던 임유희가 불쑥 물었다.“현채영 씨, 유한 오빠 입술에 난 상처... 진짜 현채영 씨가 그런 거예요?”현채영은 걸음을 멈춘 뒤 뒤돌아서 임유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아니면 임유희 씨가 그랬겠어요?”임유희의 눈빛은 아주 차분했다.“유한 오빠와 만나는 척하지만 현채영 씨에게서는 한 번도 키스 마크를 본 적이 없어요. 현채영 씨의 향수 냄새는 아주 강하지만 유한 오빠에게서는 한 번도 진한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고요. 늘 은은한 향수 냄새 그대로죠.”현채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임유희가 계속 말을 이었다.“오늘 저녁 강씨 가문 생일잔치에 간 거죠? 유한 오빠도 누구를 만나려고 간 것 같은데 아닌가요? 강지아 씨가 돌아왔나요?”현채영은 눈빛을 반짝이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역시 임유희 씨, 대학 선생님답게 꼼꼼하네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요. 강지아 씨가 온 것은 맞지만 그게 유한 씨와 무슨 상관이죠? 유한 씨는 아이를 보러 간 거예요. 유한 씨가 옛 친구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유희 씨도 잘 알잖아요.”그러자 임유희가 말했다.“그래요? 유한 오빠 입술 상처도 강지아 씨가 낸 거죠?”현채영은 일부러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두 사람 오래전에 헤어졌어요.”임유희가 계속 물었다.“현채영 씨 역할이 뭔가요? 목적이 대체 뭐예요? 돈 때문이에요?”현채영은 박수를 쳤다.“임유희 씨, 상상력 하나만은 정말 탄복할만하네요.”“내가 돈 때문에 여기에 있는 거라면 어머님이 주신 20억 원을 왜 안 받았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내 목적은 온유한이라는 사람 곁에서 온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는 거예요. 그런데 임유희 씨는 왜 온씨 가문에 빌붙어 사는 거죠?”임유희가 말했다.“온유한 씨가 좋아서요.”현채영은 동정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따지고 보면 임유희 씨도 너무 불쌍해요.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97화

    강지아가 서원준과 사귀는 것에 대해 강지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정유진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온미정은 옆에 있는 온유한을 바라본 뒤 한숨을 내쉬었다.“유한이 이 녀석,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정유진의 얼굴에는 근심이 다분했다.“그냥 다들 더 이상 시끄러운 일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이때 서원준이 강지아의 손을 잡았다.뜨거운 그의 손바닥과 달리 강지아의 손은 약간 차가웠다.생일파티에 워낙 일이 많았고 또 강지아도 더 있을 마음이 없었기에 정유진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 그런데 차에 타자마자 한 사람이 뒤따라 차를 탔다.익숙하고 은은한 향수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찔렀다.온유한은 동하민이 앞 좌석에 타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강지아에게 다가갔다.“일부러 그런 거야?”강지아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니. 서원준은 몇 년째 나만 기다렸어.”온유한이 가만히 있자 앞 좌석에 있던 동하민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온 선생님, 여자친구도 몇 명씩이나 있는 분이 우리 대표님에게 왜 이러세요?”강지아도 한마디 했다.“이만 내려줘. 오빠 여자친구나 내 남자친구가 보면 안 되지 않을까?”온유한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강지아를 매섭게 쳐다봤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차에서 내린 뒤 문을 쾅 닫았다.강지아가 한숨을 푹 내쉬자 동하민이 말했다.“대표님, 온 선생님,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몰라.”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강지아가 떠나자마자 온유한과 현채영도 자리를 떴다.온씨 저택으로 돌아온 후 그의 입술에 난 상처를 본 최신애와 임유희는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현채영은 온유한의 팔짱을 끼더니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오늘 술을 좀 마셔서 넘어지는 바람에 유한 오빠가 좀 다친 것 같아요. 어머님, 유희 씨, 신경 쓰지 마세요.”“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천한 년!”최신애가 손을 들어 때리려 하자 온유한이 막아 나섰다.“그만 하세요!”큰소리로 외친 온유한은 기분이 언짢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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